1: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6/17(火) 21:35:01.87 ID:1bbbq6cSo



A「매일 밤, 자기 전에」 




2: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6/17(火) 21:37:16.75 ID:1bbbq6cSo

이건 나 밖에 모르는 거라 생각하는데, 
이 세상은 매일 밤 멸망하고 있다. 
그 방법들은 실로 다양해서, 괴롭거나, 
오히려 즐거울 때도 있다. 

예를 들면 어젯밤, 나는 침대 위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그다지 행복하진 않은 소년이 적당히 구원받는 이야기였다. 
책을 거의 다 읽었을 무렵, 갑자기 내 주변의 공간에 금이 가더니, 
그곳에서 온 세상의 물감을 섞은 듯한 
칠흑이 스며 나왔다. 

거의 다 읽었는데, 하고 
비탄할 틈도 없이, 나는 칠흑에 빨려 들어갔다. 

이렇게 해서 세상은 오늘도 멸망했습니다. 




3: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6/17(火) 21:41:18.07 ID:1bbbq6cSo

말은 이렇게 해도 아무 걱정 없다. 
다음날 아침이 되면, 나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침대에서 눈을 뜬다. 
실제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이다. 
나를 제외한 사람들에겐, 평범하게 자고 일어났다는 기억 밖에 없는 듯하다. 

어릴 적, 아침에 일어나서 엄마한테 말한 적이 있었지. 
어제 멸망한 거, 엄청났지, 라고. 
전날엔 세상의 모든 물건이 빛을 내면서 
빠직빠직하고 터지면서 사라져 갔기에. 
그 날 나는 불꽃놀이를 본 것처럼 흥분했었다. 

엄마는 뭐라는 거야 얘는, 이라는 눈으로 나를 보았다. 
그 때 왠지 깨달을 수 있었다, 이 현상은 나한테만 일어나는 것 같다. 




5: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6/17(火) 21:47:11.25 ID:1bbbq6cSo

그래서, 그 날도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눈을 떴다. 
기분은 최악이었다. 
어젯밤은 지구가 전부 불타버렸기 때문에 
굉장히 괴로웠기 떄문이다. 

어떤 식으로 세상이 끝나더라도, 여전히 아침은 온다. 
아침이 오면 대학에 가야한다. 
나른한 몸과 활력이 없는 마음을 이끌고, 
나는 세면대로 향했다. 

대학에 가면, 또 내키지 않는 작업들이 기다리고 있다. 
아ー아, 차라리, 세상이 끝나버리면 좋을 텐데. 




6: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6/17(火) 21:52:07.60 ID:1bbbq6cSo

결국 오늘도 밤까지 연구실에 박혀있었다. 
학회 직전이라, 발표를 위해 만든 PPT를 
교수님께 퇴짜 맞고, 다시 제작, 
또 퇴짜 맞고 다시 만들기, 
그걸 반복하며 그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처럼 그다지 요령 없는 
옆자리의 동기와 같이 뒷담화를 하며 
우리는 좀처럼 나아가지 않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었다. 

「이런 세세한 거까지 고치라고 할 거면 
 그냥 자기가 만들라고, 망할 자식아」 

외모는 그런대로 괜찮은데도, 
입이 험해서 그녀를 여자로 볼 수가 없다. 




7: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6/17(火) 21:59:15.66 ID:1bbbq6cSo

피로로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에너지 드링크로 혹사시키니 
묘하게 기분이 좋아져서, 
쓸데없는 얘기로 이야기꽃을 피운다. 

그 날 가장 달아올랐던 주제는
『어느 샌가 사라진 과자에 대해서』였다. 

「시게킥스, 고속버스 타기 전에 멀미약 대신 사려고 했더니, 
 어째선지 아무데도 안 팔더라구. 웃기지 말라고!」 

「어라, 우리집 근처 편의점엔, 그냥 팔고 있는데」 

진짜로!? 하고 그녀는 눈을 반짝였다. 

「다음에 있는 대로 다 사와」 

「돈은 줘야 돼」 

「에ー」 




8: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6/17(火) 22:05:54.40 ID:1bbbq6cSo

이러쿵저러쿵하는 사이 오늘도 시간이 되었다. 
왠지 우리 연구실은 밤샘작업은 금지하고 있기에, 
날짜가 바뀌기 전에 학교에서 나가야한다. 

「오늘도 못 끝냈네」 

「정말 싫다니깐!」 

차라리 대학이 망해버려라, 하고 떠들썩하게 외치면서 
그녀는 양손을 휘둘렀다. 

「사실은 매일 멸망하고 있어」 

그 때, 나는 정말로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었던 것을, 
머리가 돌아가지 않아서인지 툭, 말해버렸다. 




9: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6/17(火) 22:10:50.80 ID:1bbbq6cSo

저질렀군, 하고 뒤늦게 깨닫고는, 
그녀의 반응을 살핀다. 
그녀는 평소엔 가늘던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보고 있었다. 

위험한데, 이상한 녀석이라고 생각하려나. 
농담인 척하고 넘겨야겠다. 

「이야ー, 어제는 엄청났다구? 
 느긋하게 심야방송 보고 있었더니 갑자기 뜨거워져선 말야, 
 정신 차렸을 땐 집도 나도 전부 불타고 있는 거야」 

엄청난 기세로 제무덤을 파는 나. 




10: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6/17(火) 22:17:17.58 ID:1bbbq6cSo

「그 전날은 즐거웠지」하고 그녀가 말했다. 

「바닥도 공기도, 나마저도 액체가 되어선, 
 엉망진창 섞여서 흘러갔지」 

나는 놀라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건 확실히, 내 기억과도 일치했다. 

「너도?」나는 그녀를 가리켰다. 

「나도」그녀는 자신을 가리켰다. 

이렇게 가까이에 같은 체험을 한 사람이 있다니, 
지금까지 몰랐었다. 




11: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6/17(火) 22:23:30.90 ID:1bbbq6cSo

이 현상에 대해서, 그녀와 여러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하지만 첫마디를 생각하고 있을 때 알람이 울렸다. 
5분 전, 이제 나가야 할 시간이다. 

서둘러서 돌아갈 준비를 하고, 문단속을 한다. 
둘이서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이 얘기는 다음에 느긋하게 하자, 고 약속했다. 

「학회가 끝나고 나서 할까」하고 그녀는 말했다. 

확실히, 그 때까지는 깊이 얘기할 여유도 없을 것 같다. 




12: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6/17(火) 22:26:10.22 ID:1bbbq6cSo

학교를 나와, 내일 보자, 고 손을 흔든 뒤 헤어졌다. 




13: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6/17(火) 22:33:35.65 ID:1bbbq6cSo

샤워를 하고 침대에 들어간 나는, 
조금 두근두근했다. 
지금까지는 매일 밤 혼자서 괴로워하거나 즐거워하거나 할 뿐이었지만
내일부터는 그것을 남과 공유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세상의 끝이 조금 기대되었다. 

눈을 감고 있으니, 침대가 약간 떨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머지않아 방 전체가 강렬한 진동에 휩싸여간다. 

이렇게 오늘도 세상은 멸망했습니다. 




14: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6/17(火) 22:36:39.03 ID:1bbbq6cSo

다음날, 그녀는 없었다. 




15: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6/17(火) 22:42:07.00 ID:1bbbq6cSo

옆자리는 텅 비어있었다. 
청소당번표에도 그녀의 이름은 없었고, 
명부를 봐도 이름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사라져버렸구나, 하고 
어쩐지 납득할 수 있었다. 

왜 그녀가 사라졌는가 
왜 내가 사라지지 않았는가 
알 수 없는 건 잔뜩 있지만, 
그래도 일어나버린 일은 어쩔 수 없다. 
그녀는 사라지고, 난 사라지지 않았다. 
세상일이란 게 불합리하고 뜻대로 되지 않는 거니까, 
난 그걸 받아들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겠지. 




16: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6/17(火) 22:50:42.95 ID:1bbbq6cSo

「괜찮은 거 같은데」하고 PPT에 OK를 받았기에, 
나는 어제보다 빨리 돌아갈 수 있었다. 

저녁은 먹고 남은 걸로 적당히 때우고, 
고양이 세수하듯 빨리 샤워를 마치고, 
나는 침대에서 책을 읽었다. 

그다지 행복하진 않은 소년이 적당히 구원 받고, 
하지만 여전히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 채로, 책은 끝났다. 
분명 그 후로도 이 모습대로 소년의 세계가 계속되겠지, 하고 
책의 뒤표지를 보며 생각했다. 




17: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6/17(火) 22:56:26.98 ID:1bbbq6cSo

할 일도 더 이상 없었기에, 
나는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잠시 후면, 평소처럼 세상이 끝난다. 
어느 누구의 세상도 끝나지 않겠지만, 
내 세상은 오늘도 끝난다. 

그녀의 얼굴을 떠올렸다. 
어느 샌가 나는 울고 있었다. 





18: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6/17(火) 22:58:09.77 ID:1bbbq6cSo

끝나지 말아줘. 
부탁이야. 
끝나지 마. 
부탁이니까. 



끝나지 마!! 




19: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6/17(火) 23:00:54.85 ID:1bbbq6cSo

어딘가 가까운 곳에서 폭발음이 들리고, 



이렇게 오늘도 세상은 멸망했습니다. 




20: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6/17(火) 23:17:50.36 ID:1bbbq6cSo

그 후. 


학회의 발표는, 무난하게 끝났다. 
그 후에 있던 뒤풀이에서, 같이 떠들고 놀 사람이 
한 명 모자라다는 것이 나는 슬프게 느껴졌다. 

딱히 변함없이 내 나날은 흘러가고, 
여전히 세상은 계속 멸망하고 있다. 

이 불합리하고 이해할 수 없는, 받아들이기 힘든 현상, 
하지만 난 최근엔 조금 기대하고 있다. 
부조리하게 사람이 사라지는 일이 있다면, 
부조리하게 사람이 돌아오는 일도 
혹시 있을지도 모른다. 




21: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6/17(火) 23:23:13.52 ID:1bbbq6cSo

그 때는, 내가 잔뜩 사둔 이 녀석을 
울 때까지 먹여줘야지. 

이젠 내 기억에 밖에 남아있지 않은 
그 녀석을 떠올린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침대 위에서, 
시게킥스를 먹으면서 
세상의 끝을 기다리고 있다. 




22: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6/17(火) 23:29:08.93 ID:1bbbq6cSo

이상입니다.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첫 스레+갑작스런 작성에 준비가 미흡해 죄송합니다. 




23: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6/17(火) 23:30:26.40 ID:Ll2GfCzAO

수고 

이런 거 싫지 않아 




24: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6/17(火) 23:31:22.44 ID:rVl1FflDO

수고 




25: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SSL) 2014/06/17(火) 23:32:58.79 ID:SS4P6OPH0

수고


출처 : http://ex14.vip2ch.com/test/read.cgi/news4ssnip/1403008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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