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4: 1 ◆aPqsLiX.0g @\(^o^)/ 2015/11/18(水) 01:41:19.87 ID:xK8lMwpC.net


저녁이 되자 두껍게 하늘을 덮고 있던 구름은 사라지고, 
기분 좋은 저녁 하늘이 펼쳐졌다. 

동쪽 하늘은 어둠에 물들어 있었고, 서쪽 하늘은 주홍빛 파도가 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분명 불꽃축제는 개최되겠지, 하고 생각했다. 




544: 1 ◆aPqsLiX.0g @\(^o^)/ 2015/11/18(水) 21:04:03.92 ID:anNfxHXg.net

나오는 역시 저녁 식탁에 나타나지 않으려나 생각했지만, 
숙모가 부르는 소리에 거실로 내려가자, 그 속에 나오가 있었다. 

나오는 약간 눈이 부어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가족들 사이에서 평소처럼 밥을 먹고 있었다. 

그저 TV를 보며 힘없이 웃는 나오의 모습에, 내 마음은 소란스러워졌다. 
스스로도 잘 모르겠지만, 평소처럼 행동하고 있는 나오를 보니 가슴이 아팠다. 




545: 1 ◆aPqsLiX.0g @\(^o^)/ 2015/11/18(水) 21:09:23.07 ID:anNfxHXg.net

저녁을 먹은 후, 방에서 창문을 열고 선풍기를 돌린 채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러자, 밖에서 「퍼퍼펑!」하는 소리가 들리며, 
산기슭 쪽에서 불꽃이 올라오는 게 보였다. 

「이 정도로 잘 보이는구나」하고 감격하며, 곧바로 1층으로 내려갔다. 

나「불꽃놀이, 시작했네요!」 
숙모「그러네, 잘 보이지?」 
툇마루에는, 삼촌과 할아버지가 투명한 재떨이를 두고, 둘이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TV앞에서, 나오가 침울한 모습으로 폰을 만지고 있었다. 




546: 1 ◆aPqsLiX.0g @\(^o^)/ 2015/11/18(水) 21:10:27.12 ID:anNfxHXg.net

숙모「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에 포도 땄으니까 먹으렴」 
그렇게 말하며 숙모는 거실 탁자에 포도 세송이를 가져왔다. 

나「이거, 혹시 옆에 있는 밭에서 딴 건가요?」 
내가 흥분하며 물어보자, 숙모는 
「맞아. 1군이 나오랑 같이 물 줬던 곳」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547: 1 ◆aPqsLiX.0g @\(^o^)/ 2015/11/18(水) 21:14:19.45 ID:anNfxHXg.net

눈앞에 놓인 싱싱한 포도를 보고, 조금 기뻐졌다. 

옆에 있던 나오에게 「이거 무슨 포도야?」하고 물으니, 
「거봉이야, 제일 맛있는 거ー」하고 힘없이 대답했다. 

나「이거, 우리가 물 준 거잖아? 그걸 먹을 수 있다니 대단하지 않아!?」 
내가 흥분하며 그렇게 말하자, 나오는 웃었다. 
나오「무슨 말이야, 오버하기는」 




548: 1 ◆aPqsLiX.0g @\(^o^)/ 2015/11/18(水) 21:16:34.97 ID:anNfxHXg.net

하지만 나는, 나오와 둘이서 물을 줬던 날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 때, 나오는 입을 크게 벌리며 웃고 있었다. 

엄청 즐거워했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오고 나서, 정말로 다양한 나오의 표정을 봐왔다. 

입을 크게 벌리며 즐거운 듯 웃는 모습이나, 장난스럽게 히죽거리는 모습, 
배구에 대해 진지하게 임하는 눈빛이나, 풀죽어서 고개를 숙이고 있던 모습, 
그리고 빗속에서 보여주었던 우는 모습과, 만면의 미소… 

그 모든 것이 내 마음에 강하게 남아 있었고, 그 모든 것이 나오였다. 
그리고, 그 수많은 표정에 의해, 나는 움직이고, 변하기 시작했다. 




549: 1 ◆aPqsLiX.0g @\(^o^)/ 2015/11/18(水) 21:19:54.29 ID:anNfxHXg.net

하지만 지금의 나오의 표정은…평소와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나오의 표정은… 
내 마음속에 남기고 싶지 않다, 고 생각했다. 
그 순간, 나오의 입에서 툭 하고 말이 흘러나왔다. 

나오「불꽃축제…가고 싶었는데」 

그 말을 듣고, 심장이 크게 뛰는 것을 느꼈다. 
여러 생각이 들기 전에, 곧바로 입을 통해 내 마음을 뱉어낸다. 




550: 1 ◆aPqsLiX.0g @\(^o^)/ 2015/11/18(水) 21:38:41.15 ID:anNfxHXg.net

나「그럼, 가자」 
나오「하? 뭐라는 거야?」 
나오가 오른손에 포도를 든 채 나를 쳐다보았다. 

나「가고 싶다며. 아직 시간은 충분하잖아」 
나「같이 가자」 

나오는 내게서 시선을 돌리고 고개를 숙였다. 
나오「그, 그치만…」 
나오「1은 공부도 해야 되고, 이 이상 폐를 끼칠 순 없잖아」 
나「그렇지 않아」 
나는 강하게 말했다. 




551: 1 ◆aPqsLiX.0g @\(^o^)/ 2015/11/18(水) 21:50:27.06 ID:anNfxHXg.net

나오「어?」 
나「내가 가고 싶어, 내가. 그러니까, 같이 가자」 
나오「에ー…?」 
나오는 말문이 막힌 듯,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나「가자. 자전거 타고 가면 금방이잖아. 응? 나오」 
나오는 잠시 「음ー…」하고 고개를 기웃거리며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나오「알겠어…」 
나는 그 말을 들은 순간, 기분이 확 좋아져서 「앗싸!」하고 외치고 말았다. 




552: 1 ◆aPqsLiX.0g @\(^o^)/ 2015/11/18(水) 21:58:01.82 ID:anNfxHXg.net

나오「좋긴 하지만…잠시 기다려」 
나「왜 그래?」 
나오「준비할 테니까, 기다려. 다 알면서」 

그 말을 듣고 나는 들뜬 기분이 가라앉지 않아, 집 밖에서 현관 앞에 앉아, 
혼자서 멀리서 올라오는 불꽃을 바라보고 있었다. 

펑…파직파직…하는 소리가 빛 보다 약간 늦게 들려온다. 
멀리서 작게 빛나는 불꽃은, 어쩐지 슬프게 느껴졌다. 




553: 1 ◆aPqsLiX.0g @\(^o^)/ 2015/11/18(水) 22:04:40.49 ID:anNfxHXg.net

찌르르르…하는 벌레소리와, 툇마루에서 얘기중인 삼촌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찜통더위라 그런지, 티셔츠 하나와 반바지만 입고 있었는데도 땀이 났다. 

나는 멍하니 온갖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오가 어떤 복장으로 나오려나, 라던가 
나오랑 둘이서 불꽃을 보다니 좀 부끄럽네, 라던가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해나가면 좋을까―라던가. 




554: 1 ◆aPqsLiX.0g @\(^o^)/ 2015/11/18(水) 22:20:50.08 ID:anNfxHXg.net

머릿속이 복잡하져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게 되었다. 
조금 있으니, 현관문이 열리며 나오가 나왔다. 

나오「기다렸지…」 
나는 나오를 보고 「오오」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나오는 심플한 티셔츠에 치마를 입고, 긴 머리에는 모자를 쓰고 있었다. 
평소에는 체육복이나 교복, 실내복 모습 밖에 본 적이 없었기에, 
사복을 입고 있는 나오는 약간 세련되어 보여서, 신선했다. 




555: 1 ◆aPqsLiX.0g @\(^o^)/ 2015/11/18(水) 22:54:57.86 ID:anNfxHXg.net

나「뭐야, 머리에 그건」 
나오「모자야, 밀짚모자. 바보」 

나「그거 쓰고 가는 거야w」 
나오「정말, 계속 놀릴 거면 안 갈 거야」 
그렇게 말하며 나오가 뾰로통해졌기에, 나도 
「거짓말이야, 잘 어울려」하고 부끄러운 대사를 하고 말았다. 자업자득이다. 




556: 1 ◆aPqsLiX.0g @\(^o^)/ 2015/11/18(水) 22:58:06.74 ID:anNfxHXg.net

나「그렇게 꾸미고 나갈 필요 있어?」 
나오「그치만 학교 사람들이랑 만날지도 모르고」 
나오「이상한 모습 하고 있다가 만나면 싫잖아」 
나는 그렇긴 하네…하고 생각하다가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나「어, 근데 말이야. 나랑 같이 있는 건 봐도 괜찮은 거야?」 
나오「딱히 상관없는데. 거기다 1은 학교사람도 아니고, 도쿄로 돌아갈 테니까」 
나「아…」 

나는 그 말을 듣고 떠올려버렸다. 
최근엔 과거를 돌아보며 풀 죽어 있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이것도 다 지금의 충실한 생활이 즐겁기 때문이다. 




557: 1 ◆aPqsLiX.0g @\(^o^)/ 2015/11/18(水) 23:05:52.81 ID:anNfxHXg.net

하지만, 나는 여름이 끝나면 도쿄로 돌아가야만 한다. 
여기서 이렇게 있을 수 있는 것도,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다. 

전혀 몰랐던 이 시골에서, 
편하게 웃으며, 포도를 먹고, 
나오와 같이 지내는 것도, 나오와 배구를 할 수 있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게 끝나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나는 아직 그걸 알 수 없었다. 




566: 名も無き被検体774号+@\(^o^)/ 2015/11/19(木) 13:01:35.78 ID:1SStI5U7.net

여름의 끝인가 
애절하네, 가슴이 죄어온다 




582: 名も無き被検体774号+@\(^o^)/ 2015/11/21(土) 18:31:33.28 ID:XhTOBBYG.net

뭐지. 이 그리운 느낌은. 




587: 1 ◆aPqsLiX.0g @\(^o^)/ 2015/11/21(土) 23:13:25.99 ID:XQ9/mf6g.net

자전거를 꺼내려고 하자, 삼촌이 말을 걸어왔다. 
삼촌「오, 어데가노?」 
나「잠깐, 불꽃을 가까이서 보고 싶어서요w」 

그러자 삼촌은 취한건지, 
「누가 나오한테 엄한 짓 못하게 잘 지켜줘라! 아, 1군도 이상한 짓 하면 안된데이!」 
하며 웃었다. 

옆에 있던 할아버지는 조용히 「조심해서 다녀오너라」라고 말해주셨다. 




588: 1 ◆aPqsLiX.0g @\(^o^)/ 2015/11/21(土) 23:16:04.49 ID:XQ9/mf6g.net

나는 「네」하고 대답하고, 나오에게 「가자」하고 말을 걸었다. 

나「나오, 빨리빨리!」 
나는 그렇게 말하고, 전력으로 페달을 밟았다. 
나오는 뒤에서 「기다려!」하고 따라왔다. 

벌써 몇 번이나 지나다닌 내리막길을 전속력으로 내려간다. 
여름 바람은 온 몸으로 느껴졌고, 엄청난 속도로 가로등이 지나갔다. 
나는, 나오를 불꽃축제에 데려가는 만화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 




590: 1 ◆aPqsLiX.0g @\(^o^)/ 2015/11/21(土) 23:18:23.62 ID:XQ9/mf6g.net

자전거 페달을 밟을 때마다, 심장이 점점 빨라지는 게 느껴졌다. 
그것은 가까워지는 불꽃소리에 맞춰 기세를 가하기 시작헀다. 

언덕을 전속력으로 달려 내려오니, 평평한 길이 나왔다. 
옆에는 강이 흐르고 있었고, 
멀리 보이는 다리 위에는 노점상의 불빛이 보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불빛 사이를 걸어 다니고 있었다. 




591: 1 ◆aPqsLiX.0g @\(^o^)/ 2015/11/21(土) 23:20:15.44 ID:XQ9/mf6g.net

여기까지 와서, 나오가 「역시 안 되겠어」라고 말하며 갑자기 멈춰 섰다. 

나「왜 그래?」 
나오「혹시, 마주칠지도 모르니까…」 
나는 잠시 생각했다. 

나「나오를 거절한 사람…말이구나」 




592: 1 ◆aPqsLiX.0g @\(^o^)/ 2015/11/21(土) 23:21:50.89 ID:XQ9/mf6g.net

나오「혹시 다른 아이랑 같이 있으면…나…」 
나오는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나는 고민했다. 이대로라면, 나오를 데리고 나온 의미가 없다. 
그렇기는커녕, 나오를 더욱 상처 입힐지도 모른다. 

나오는 불꽃축제에 가고 싶어 했다. 
나오의 그 표정을 바꿔주고 싶었다. 
하지만, 내게는 무리였던 걸까? 




593: 1 ◆aPqsLiX.0g @\(^o^)/ 2015/11/21(土) 23:23:01.26 ID:XQ9/mf6g.net

순간, 나는 떠오르는 게 있었다. 

나「강변의 해바라기 밭으로 가자」 
나오「어?」 

나「강가에, 해바라기가 피어있는 걸 봤었어」 
나「거기서 보자구, 불꽃」 

나「해바라기, 좋아하잖아」 




594: 1 ◆aPqsLiX.0g @\(^o^)/ 2015/11/21(土) 23:29:07.07 ID:XQ9/mf6g.net

내가 그렇게 말하자, 나오는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나「말해줬었잖아, 꽤 지난 일이지만」 
나오「그랬던가」 

그렇게 말하고, 나오는 웃으며 끄덕였다. 
나오「거기라면 사람도 적을 테고, 좋아」 
그 말을 듣고 나는 「좋았어」라고 말하며 자연스레 웃음이 나왔다. 




595: 1 ◆aPqsLiX.0g @\(^o^)/ 2015/11/21(土) 23:31:34.82 ID:XQ9/mf6g.net

나「나오, 가자」 
그렇게 말하자, 나오는  「응」하고 끄덕이고 내 뒤를 따라왔다. 

길옆에 두 대의 자전거를 세워두고, 강가의 해바라기 밭을 향해 내려갔다. 
그 동안에도, 머리위에는 불꽃이 몇 개나 소리를 내며 올라갔다. 

불꽃이 올라올 때마다, 나오가 「와아」하고 위를 쳐다보았기에, 
발을 헛디디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그리고 한동안 걸으니, 작은 해바라기 밭에 도착했다. 




597: 1 ◆aPqsLiX.0g @\(^o^)/ 2015/11/21(土) 23:38:52.71 ID:XQ9/mf6g.net

불꽃이 올라가며, 해바라기를 다양한 색깔로 물들였다. 
그건 신기한 광경이었다. 
원래는 밝은 노란색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나「여기서도, 잘 보이네」 
그렇게 말하고 나오를 보았지만, 묵묵히 그저 불꽃을 바라볼 뿐이었다. 




598: 1 ◆aPqsLiX.0g @\(^o^)/ 2015/11/21(土) 23:47:12.02 ID:XQ9/mf6g.net

작은 가로등 밖에 없으니까, 
불꽃이 없을 때는 주변이 매우 어두워졌다. 

그러는 사이에 또 불꽃이 몇 발인가 올라가, 
옆에 있는 나오와 해바라기를 선명히 비추었다.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나오가 갑자기 해바라기 속으로 달려갔다. 
나「잠깐, 어디 가는 거야」 
나오「아무데도 안 가」 




599: 1 ◆aPqsLiX.0g @\(^o^)/ 2015/11/21(土) 23:51:19.24 ID:XQ9/mf6g.net

나는 서둘러 나오를 쫓아갔다. 
해바라기 속에서 멈춰서있는 나오를 발견하고, 안심했다. 

나「어두운데, 위험하잖아」 
나오「응, 알고 있어」 

나오「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다행이야」 
나「그래, 그럼 다행이다」 
펑, 펑, 파지지직… 
그 동안에도, 머리 위에는 불꽃 몇 개가 피었다가 지고 있었다. 




600: 1 ◆aPqsLiX.0g @\(^o^)/ 2015/11/21(土) 23:55:30.91 ID:XQ9/mf6g.net

나오「있지」 
나「왜?」 
불꽃의 영향도 있었는지, 주고받는 대화가 짧아졌다. 

나오「사랑이란 건, 저 불꽃같은 거라 생각해」 
나「에, 뭐야 그게」 
나오「내 마음도, 지고 사라졌으니까」 

약간 농담 섞인 말을 건넬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나오가 진지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기에, 
나도 진지하게 대답하기로 했다. 




601: 1 ◆aPqsLiX.0g @\(^o^)/ 2015/11/21(土) 23:56:34.33 ID:XQ9/mf6g.net

나「저렇게 화려하게 피었다가 진 거야?」 
나오「으으응…전혀 아니야」 

나오「저만큼 예쁘게 피었다면…지지 않았을지도 모르지」 

나오는 그렇게 말하고, 모자를 눈을 가릴 정도로 깊게 눌러 썼다. 
그런 나오를, 머리위에서 커다란 불꽃이 비춰주고 있었다. 




602: 1 ◆aPqsLiX.0g @\(^o^)/ 2015/11/22(日) 00:01:33.14 ID:AdKJxWeq.net

나「저기, 나오」 
나오「…왜」 
나오는 밀짚모자로 눈을 가린 채 대답했다. 

나「져버렸다면, 그것도 좋은 거잖아. 깔끔하게 다시 시작할 수 있어」 
나「계ー속 마음에 남는 편이 더 큰일이라고」 
나는 마치 나에게 들려주듯이, 나오에게 말했다. 




603: 1 ◆aPqsLiX.0g @\(^o^)/ 2015/11/22(日) 00:05:29.59 ID:AdKJxWeq.net

나「다음엔, 해바라기 같은 사랑을 하면 돼」 
나오「뭐야, 그게」 
내 말을 듣고, 나오는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나「해바라기는, 사라지지 않으니까」 
나오「그치만, 여름이 지나면 말라버리는걸」 
나「마르지 않도록 하면 돼」 

나오는 「말도 안 되는 소리w」하며 불평했지만, 표정엔 미소가 돌아와 있었고, 
나는 마음이 따뜻해진 건지, 안심이 된 건지, 형용하기 어려운 기분이 들었다. 




605: 1 ◆aPqsLiX.0g @\(^o^)/ 2015/11/22(日) 00:12:58.03 ID:AdKJxWeq.net

나「거기다, 아직 큰 불꽃이 하나 남았어」 
나오는 「그게 뭐야」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금방 눈치 채고, 

「알고 있어, 반드시 이길 거야」하고 자신 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까까지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던 주제에, 라며 웃음이 나올 뻔 했지만, 
나오가 다시 활기를 되찾아서, 나는 정말로 기뻤다. 




606: 1 ◆aPqsLiX.0g @\(^o^)/ 2015/11/22(日) 00:14:13.34 ID:AdKJxWeq.net

나「모레였지, 하계대회」 
나오「응, 그래」 

나「후회가 없도록, 마지막까지 힘내」 
나오「열심히 할 거야, 반드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머리 위에서, 커다란 금색의 불꽃이 하늘에 커튼처럼 펼쳐졌다. 
나오의 불꽃이, 부활동의 집대성이, 화려하게 필 수 있기를― 
나는 그렇게 빌었다. 




617: 1 ◆aPqsLiX.0g @\(^o^)/ 2015/11/22(日) 20:10:38.62 ID:PVGs7r0u.net

다음날 아침, 나오는 어제 일이 마치 거짓말이라는 듯, 
힘차게 부활동을 했다. 
다 털어낸 듯이, 평소와 같은 웃는 얼굴로, 
소리를 높이며 공을 쫓아다녔다. 

나오의 컨디션이 돌아오자, 자연스럽게 팀 전체의 분위기도 좋아져, 
내가 코치를 맡은 이후 가장 활기가 넘쳤다. 
연습중, 치카게가 「나오 선배, 부활했네요」라며 웃었다. 




618: 1 ◆aPqsLiX.0g @\(^o^)/ 2015/11/22(日) 20:14:07.76 ID:PVGs7r0u.net

치카게「1씨, 선배한테 뭔가 말해줬어요?」 
나「으ー음…그건 좀, 비밀이랄까」 

내가 미소를 띤 채 그렇게 말하자, 치카게는 의미심장하게, 
「1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네요」라며 즐거운 듯이 웃고 있었다. 

그게 뭘 의미하는지, 조금 신경 쓰였지만, 이내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620: 1 ◆aPqsLiX.0g @\(^o^)/ 2015/11/22(日) 20:19:01.08 ID:PVGs7r0u.net

어쨌든, 지금 이 체육관에는 웃는 얼굴의 나오가 있고, 
컨디션이 최고조인 팀이 있다. 

남은 건 내일의 하계대회에서, 이 눈으로 보는 게 전부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621: 1 ◆aPqsLiX.0g @\(^o^)/ 2015/11/22(日) 20:21:01.99 ID:PVGs7r0u.net

부활동이 끝나고, 나오는 부원들 앞에서 
「다들, 지금까지 고마워. 내일은 마지막까지 즐겁게 웃는 얼굴로 힘내자」라고 말했다. 

투명한 눈동자에, 감사의 마음이 가득 차 있었다. 
고등학교 3년간의 부활동, 그것은 분명 누구에게 있어서도 매우 소중한 것이다. 

나오에게 있어 이 3년도, 분명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겁고, 소중한, 긴 듯 짧은 듯한 3년이었을 것이다. 




622: 1 ◆aPqsLiX.0g @\(^o^)/ 2015/11/22(日) 20:34:42.28 ID:PVGs7r0u.net

최근 1주일 동안은, 나도 그 소중한 3년의 일부였다. 
그렇게 생각하자, 어쩐지 약간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리고 나 자신도, 
내가 다하지 못한 3년을 겹쳐보고 있었다고, 강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체육관을 나올 때, 나오는 나에게 
「나, 기합 충전하고 올게」라며 집 열쇠를 넘겨주었다. 

그건 즉, 「먼저 집에 가있어」라는 자주 주고받던 표현이지만, 
기합을 넣는다니 무슨 뜻이지? 하고 말의 의미까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623: 1 ◆aPqsLiX.0g @\(^o^)/ 2015/11/22(日) 20:37:38.33 ID:PVGs7r0u.net

저녁, 집에 돌아온 나오는 완전히 바뀌어있었다. 
어깨까지 내려오던 긴 머리를, 
산뜻하게 숏컷으로 바꾼 것이다. 

거실에서 나오와 딱 마주치고, 
그 변화에 내 심장이 크게 뛰었다. 
나오「다녀왔어」 
나「어…어서와」 




624: 1 ◆aPqsLiX.0g @\(^o^)/ 2015/11/22(日) 20:41:28.79 ID:PVGs7r0u.net

이렇게까지 이미지 변화한 여자아이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은 실례라고 생각해, 
부끄러워서 눈이 핑핑 돌았지만, 용기를 냈다. 

나「엄청 짧게 잘랐네. 잘 어울려」 
그러자 나오는 「풋」하고 웃으며, 
「고마워」하고 말했다. 

나오「그렇게 진지하게 얘기하니, 이상한 느낌이네」 
나오는 그렇게 말하곤 자신의 머리를 만지며 수줍은 듯이 미소 지었다. 




625: 1 ◆aPqsLiX.0g @\(^o^)/ 2015/11/22(日) 20:42:38.52 ID:PVGs7r0u.net

일을 마치고 부엌에 있던 숙모도 
「어머! 그렇게나 잘랐니! 예쁘네」라고 해서, 
나오는 기분 좋은 듯 싱글싱글 웃고 있었다. 

솔직히, 나오가 어떤 심정으로 머리를 잘랐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머리를 자른 나오의 표정은「무언가를 결심한」것처럼 보였다. 

하얀 목덜미가 드러나 시원해진 나오의 표정에서는, 
강한 마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626: 1 ◆aPqsLiX.0g @\(^o^)/ 2015/11/22(日) 20:46:20.21 ID:PVGs7r0u.net

그리고, 하계대회 당일이 되었다. 
대회장소는 옆 마을의 고등학교로, 거기까지는 자전거를 타고 갔다. 

한번 나오네 학교에 집합했을 때, 나오를 팀원들이 둘러싸고, 
「나오 선배 어떻게 된 거에요!」 
「엄청 귀엽잖아ー! 짧은 거 잘 어울려ー!」 
「기합 넣고 왔구나ー」 

하고 머리에 대한 반응을 총알처럼 쏟아냈다. 




627: 1 ◆aPqsLiX.0g @\(^o^)/ 2015/11/22(日) 20:47:41.99 ID:PVGs7r0u.net

맑게 갠 늦여름의 어느 날이었다. 
나오의 3년간의 마음이 결실을 맺기에는, 더 없이 좋은 날이었다. 

시야가 좁아질 정도로 새하얀 햇빛이 거리를 비추고 있어서, 
모든 것이 들떠있는 것처럼 보였다. 

여름의 막바지라 그런가. 
내 가슴도, 아침부터 크게 뛰고 있었다. 





629: 1 ◆aPqsLiX.0g @\(^o^)/ 2015/11/22(日) 20:51:24.31 ID:PVGs7r0u.net

대회장에 도착해, 체육관 밖에 부원들이 집합했다. 
스크럼을 짜고, 나오의 소리가 크게 울렸다. 
「오늘은, 최선을 다하고, 마지막까지 즐기자!」 

「오ーーー!」부원들 모두의 기합소리가 푸른 하늘에 빨려 들어갔다. 

그 안에, 나도 있었다. 
눈부실 뿐인 태양을 어째선지 올려다보면서, 
「엄청난 햇빛이네」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빛이 내리쬐는 곳에, 나도 있었다. 
나오와 부원들과 함께. 




631: 1 ◆aPqsLiX.0g @\(^o^)/ 2015/11/22(日) 21:00:36.81 ID:PVGs7r0u.net

체육관은, 시합 전 특유의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나도, 몇 번이나 느껴왔던 분위기다. 

아침 일찍, 온 몸에 에너지와 의욕이 가득 찬 상태에서 하는 연습. 
묘한 고양감에 휩싸여, 뭐든지 할 수 있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나오가 공을 끌어안은 채 코트 옆에 서있었다. 
짧게 자른 머리를, 묶고 있었다. 




632: 1 ◆aPqsLiX.0g @\(^o^)/ 2015/11/22(日) 21:02:11.28 ID:PVGs7r0u.net

나「왜 그래?」 
나오「아니……」 
나오는 그렇게 말하고,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나「긴장, 하고 있구나」 
나오「응…」 
나오가 굳은 얼굴로 끄덕였다. 




633: 1 ◆aPqsLiX.0g @\(^o^)/ 2015/11/22(日) 21:03:40.80 ID:PVGs7r0u.net

나「저기, 나오」 
나오「응…?」 
나「지금 뭐가 들려?」 
내 질문이 갑작스러웠는지, 나오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신발이 미끄러지는 소리, 공이 튀는 소리, 스파이크 후 착지할 때의 진동, 기합소리…」 
나「이 모든 게, 배구지」 
나오는 신기한 듯이 「그러네」하며 나를 보았다. 




634: 1 ◆aPqsLiX.0g @\(^o^)/ 2015/11/22(日) 21:05:17.15 ID:PVGs7r0u.net

나「엄청 좋은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나오「응…맞아」 
나「이 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두근두근거려」 

그렇게 말하고 있는 동안에도, 여자 배구부의 후배들이 
「오케이ー!!」하고 웃는 얼굴로 기합소리를 내고 있었다. 

나「너무 많은 생각 하지 마. 이 분위기를, 즐기고 와」 
나「오늘로 마지막이야」 

내가 그렇게 말하자, 나오는 한동안 체육관 안을 바라보았다. 
마치 소중한 것을 지켜보는 듯한, 그런 표정이었다. 




635: 1 ◆aPqsLiX.0g @\(^o^)/ 2015/11/22(日) 21:08:23.78 ID:PVGs7r0u.net

나오에게 들려준 말은, 그대로 나 자신에게도 들려주는 듯했다. 
배구를 계속 했어야할 3년간. 

도중에 끊어져버린 나의 꿈. 
내가 하고 싶었던 것, 보고 싶었던 것, 그건―― 




636: 1 ◆aPqsLiX.0g @\(^o^)/ 2015/11/22(日) 21:09:27.70 ID:PVGs7r0u.net

하계대회의 참가 팀은 7팀이었고, 그 중 한 팀이 시드가 되었다. 
추첨결과, 나오네 학교가 시드가 되어, 첫 경기는 2회전이 되었다. 

「한 번만 이기면 그대로 결승이다」 
부원들 모두가 긴장한 빛이 역력해서 불온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거기다, 나도 코치로서 코트 옆에서 지시하는 게 처음이라, 
잘 지휘할 수가 없었다. 

그 결과, 첫 경기는 무참히 패배하고 말았다. 




637: 1 ◆aPqsLiX.0g @\(^o^)/ 2015/11/22(日) 21:10:34.08 ID:PVGs7r0u.net

나도 당황해버려서 제대로 된 조언을 해주지 못하고, 
나오도 긴장 때문인지 잘 움직이지 못해, 
결과, 팀 전체의 기세가 다운되어버려서, 
잘 풀린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 




638: 1 ◆aPqsLiX.0g @\(^o^)/ 2015/11/22(日) 21:12:25.45 ID:PVGs7r0u.net

시합 후, 밖에서 집합한 부원들은 다들 어두운 표정이었다. 
어떡해야하나…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오「아직 다음 경기가 남았어」 
나오의 빛나는 표정은, 이 우울한 분위기를 날려버렸다. 

나오「3위 결정전이 있으니까」 
나오「마지막까지 힘내서, 거기서 이기자」 
나오「아직, 끝나지 않았어」 

패배해버려서, 진심으로 풀죽어있을 거라 생각했던 나오가, 
한층 더 빛나는 표정으로, 부원들을 고무시켰다. 




639: 1 ◆aPqsLiX.0g @\(^o^)/ 2015/11/22(日) 21:14:26.53 ID:PVGs7r0u.net

치카게「맞아요! 다들, 마지막까지 힘내자구요!」 
「맞아, 아직 다음 경기가 남아있으니까!」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말고 힘내자!」 

나오의 마음이,  팀을 본래의「그 분위기」로 되돌려놓았다. 

나는 그 모습이 기뻐서,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나오, 대단해. 
너의 노력, 배구에 대한 마음, 그것들이 분명히 보답해줄 거야. 
그런 생각을 하면서. 




640: 1 ◆aPqsLiX.0g @\(^o^)/ 2015/11/22(日) 21:16:33.22 ID:PVGs7r0u.net

집합이 끝나고, 부원들이 체육관으로 돌아가던 때였다. 
나오가 혼자서 하늘을 바라보는 채 서있었다. 
정오가 막 지난, 강한 햇빛을 띤 하늘이었다. 

나「나오, 뭐하고 있어」 
내가 말을 걸자 나오는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바람이 불어, 나오의 짧아진 앞머리가 흔들렸다. 

나「나오?」 




641: 1 ◆aPqsLiX.0g @\(^o^)/ 2015/11/22(日) 21:22:49.41 ID:PVGs7r0u.net

나오「마지막까지, 열심히 할 테니까」 
나오는 그 말만을 남기고, 그대로 체육관으로 돌아갔다. 

그 나오의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나는 한동안 그곳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나오의 맑은 표정은, 내 가슴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정오가 지나 딱 좋은 시간, 3위 결정전이 시작되었다. 
첫 경기와 다르게, 나오도 다른 모두도 침착해있는 모습이었다. 
나는 두근거리긴 했지만, 곧바로 이건 「기대」때문이란 걸 깨달았다. 




642: 1 ◆aPqsLiX.0g @\(^o^)/ 2015/11/22(日) 21:31:23.24 ID:PVGs7r0u.net

내가 이곳에 오고 나서 부터의 모든 것, 
그리고 나오의 3년간의 모든 것이, 지금 이 순간에 압축되어있었다. 
울든 웃든, 이제 이걸로 마지막이다. 

「삐ーーー」하고 주심의 호루라기 소리가 체육관에 울려 퍼지고, 
양 학교의 선수가 네트로 모인다. 

나도 코트 옆의 감독석에서, 후보 선수들과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손뼉을 치며, 「좋았어 가자!!」하고 소리를 높였다. 
코트 안에 있던 치카게도 힘껏 소리를 질러, 시동이 걸렸다. 




643: 1 ◆aPqsLiX.0g @\(^o^)/ 2015/11/22(日) 21:35:35.84 ID:PVGs7r0u.net

시합 개시의 순간, 서브커트를 준비하는 나오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끄덕이며, 「가」하고 말을 걸었다. 
나오는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시합은 3세트로, 먼저 2세트를 얻은 쪽의 승리다. 
첫 번째 서브커트, 치카게가 잘 잡아내어, 
세터에게 최고의 리시브를 보내주었다. 




644: 1 ◆aPqsLiX.0g @\(^o^)/ 2015/11/22(日) 21:57:14.53 ID:PVGs7r0u.net

토스는 나오가 있는 레프트로 날아가, 
팀 전원이 「나오!!」하고 외쳤다. 
나도 몸 속 깊숙히 부터 「나오, 가라!」하고 외쳤다. 

높게 날아올라 내려친 나오의 스파이크는, 
블록 사이를 통과해, 상대방 코트를 때렸다. 

순간, 와아! 하는 환호성이 일고, 체육관이 끓어오른다. 
온 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한, 그런 흥분되는 순간. 




646: 1 ◆aPqsLiX.0g @\(^o^)/ 2015/11/22(日) 22:06:53.37 ID:PVGs7r0u.net

나「오케이 좋아!!」 
무심코 크게 파이팅 포즈를 취해버렸다. 
나를 따라서 후보 아이들도 「오케이ー!」하며 일어선다. 

코트 속을 달리는 나오는 만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치카게는 벤치에 있는 아이들에게 기쁜 듯이 손을 흔들어 주었다. 

나오네 팀의 장점이 충분이 드러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분명 할 수 있어…… 




647: 1 ◆aPqsLiX.0g @\(^o^)/ 2015/11/22(日) 22:11:05.13 ID:PVGs7r0u.net

나오의 첫 번째 스파이크 덕에 컨디션을 완전히 회복한 건지, 
1세트는 큰 어려움 없이 이길 수 있었다. 
경기를 마치고 돌아온 레귤러 멤버들을 모두가 북돋아주었다. 

나「좋았어! 이대로 가자!!」 
나「즐기고 오면 돼!」 

스크럼을 짠 부원 모두를 향해 혼신의 기합을 불어 넣는다. 
「네!」하고 반짝이는 표정으로 대답이 돌아왔다. 

내가 「가볼까!」라고 하니 
나오가 「2세트도 이대로만 가자!」하고 외쳤다. 
「오ー!!」하는 강한 기합소리가 울려 퍼졌고, 
나도 「좋아」하고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648: 1 ◆aPqsLiX.0g @\(^o^)/ 2015/11/22(日) 22:14:54.72 ID:PVGs7r0u.net

2세트도 시작은 좋았지만, 
치카게의 리시브 미스를 시작으로, 서서히 흔들리고 말았다. 
모두의 노력이 아쉽게도, 2세트는 근소한 차이로 지고 말았다. 

하지만, 모두의 상태는 이전 시합과는 달랐다. 

나오「서브 커트가 조금 흔들리기 시작했네」 
치카게「그러네요…제 실수가 역시…」 
나오「으으응, 괜찮아. 다시 한 번 가자!」 
「네!」 




649: 1 ◆aPqsLiX.0g @\(^o^)/ 2015/11/22(日) 22:16:03.49 ID:PVGs7r0u.net

이 상황이 되어서도 나오도 다른 모두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렇구나. 
배구는 즐겁다. 그런 것이다…… 
분명, 계속, 그럴 것이다… 

그런 생각을 했더니 감회에 젖어,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지만, 
곧바로 다시 말을 꺼냈다. 
나「커트 할 때는, 자세는 낮추고, 무릎은 발목보다 앞에, 알겠지」 
「네!」 

나「괜찮아, 흐름은 결코 나쁘지 않아」 
나「다들, 엄청 열심히 하고 있잖아?」 
「네!」 




650: 1 ◆aPqsLiX.0g @\(^o^)/ 2015/11/22(日) 22:23:30.43 ID:PVGs7r0u.net

나「다음 세트가, 진짜 마지막이야」 
나「다들, 즐기고 와!」 
내가 그렇게 말하자, 모두의 「네!」하는 소리가 강하게 울려 퍼졌다. 

마지막 세트가 시작되기 직전, 나오가 내 앞에 서있었다. 
꽉 하고 주먹을 쥐고, 작게 파이팅 포즈를 취했다. 
나오「즐기고 올게」 
방긋 웃으며, 그대로 코트 속으로 달려갔다. 




652: 1 ◆aPqsLiX.0g @\(^o^)/ 2015/11/22(日) 22:29:57.69 ID:PVGs7r0u.net

그 순간, 바람인 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바람이 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불기 시작했다」는 편이, 
정확할지도 모른다. 
단지, 정말로 내 가슴속에 뜨거운 바람이 지나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 세트는 대접전이었다. 
15점 매치의 짧은 시합이, 어느새 15-15가 되어있었다. 
여기까지 오면, 체육관에는 수많은 관객들이 있고, 
양 학교의 응원도 기백이 남달라진다. 




653: 1 ◆aPqsLiX.0g @\(^o^)/ 2015/11/22(日) 22:33:52.88 ID:PVGs7r0u.net

그런 절박한 상황 속에서, 우리 팀의 서브가 실패해버려, 
15-16이 되었다. 

앞으로 1점만 뺏기면― 
팀의 분위기가 무거워지고, 큰 부담이 가해진다. 

에이스인 나오는 후방에 있었다. 
모두가 낙심하던 그 순간이었다. 
나오「괜찮아! 포기하지 말고 가자!!」 
나오의 오늘 중 최고의 기합소리가, 코트 위에서 메아리쳤다. 




654: 1 ◆aPqsLiX.0g @\(^o^)/ 2015/11/22(日) 22:40:33.15 ID:PVGs7r0u.net

나도 정신 차리고, 「괜찮아!! 1점 뺏어오자!!」하고 소리를 질렀다. 
치카게도 정신을 차렸는지, 「1점 1점! 침착하게 가자ー!」 
하고 소리를 높였다. 

휘슬이 불고, 상대 팀에서 강렬한 플로터 서브가 날아온다. 
치카게가 힘껏 슬라이딩 해, 코트를 미끄러지며 받아냈다. 

장내에 「오오!」하는 소리가 터졌고, 
팀 전원이 「받았다ー!!」하고 목이 터지도록 외쳤다. 




655: 1 ◆aPqsLiX.0g @\(^o^)/ 2015/11/22(日) 22:44:24.54 ID:PVGs7r0u.net

세터가 열심히 토스를 올렸고, 센터가 페이크를 섞어 공을 쳤다. 
그 페이크에 상대는 허를 찔려, 1점을 되찾는데 성공했다. 

「우와아아아!!」하는 환성이 일고, 
흐름이 한순간에 이쪽으로 돌아왔다. 
나「좋았어! 나이스!!」 




656: 1 ◆aPqsLiX.0g @\(^o^)/ 2015/11/22(日) 22:50:03.97 ID:PVGs7r0u.net

미끄러지면서까지 공을 받아낸 치카게는, 코트 위에서 동료들에게 둘러싸인 채 웃고 있었다. 
16-16이다. 

1점을 회복했기에, 후방에 있던 나오가 전방으로 돌아왔다. 
나「좋아, 다시 이제부터야! 침착하게 가자!」 

나는 코트위에 서있는 6명에게, 열심히 응원을 보냈다. 




657: 1 ◆aPqsLiX.0g @\(^o^)/ 2015/11/22(日) 22:55:02.76 ID:PVGs7r0u.net

이쪽에서 서브가 날아가고, 상대 코트에서 리시브가 올라온다. 
하지만 토스가 흔들려서, 상대방의 스파이크 미스를 유발했다. 

비명과도 같은 환호성이 울리고, 
나오네 선수들은 코트 속에서 방방 뛰며 기뻐했다. 

벤치에 있던 나도, 후보 선수들도, 「앗싸!」하고 소리를 질렀다. 
17-16.
앞으로, 1점이다. 
앞으로 1점으로, 모든 게… 




658: 1 ◆aPqsLiX.0g @\(^o^)/ 2015/11/22(日) 22:59:37.03 ID:PVGs7r0u.net

휘슬이 울린다. 이쪽의 서브는 깔끔하게 상대방 코트로 날아가, 
깨끗하게 리시브가 올라갔다. 
강한 스파이크가 되돌아온다. 

하지만 치카게가 잘 받아내어, 
운명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깔끔한 리시브가 세터에게 전달되었다. 

나오「레프트!」 
레프트에는, 나오가 기다리고 있다. 

체육관의 모두가 나오를 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659: 1 ◆aPqsLiX.0g @\(^o^)/ 2015/11/22(日) 23:03:29.00 ID:PVGs7r0u.net

나는 「나오, 가라!!」하고 외쳤다. 
나오가 있는 레프트에, 깔끔하게 토스가 올라갔다. 
심장이, 두근 하고 큰 소리를 냈다. 

체육관의 모든 시선과 빛을 받으며, 나오가 높이 날았다. 
마치 스톱모션처럼, 시간이 느리게 흘러갔다. 

나오가 친 스파이크는, 
상대방 코트 바닥을 때렸다. 
그 순간, 모든 것이 폭발한 듯이, 
「와아!!」하는 환호성이 일어났다. 




660: 名も無き被検体774号+@\(^o^)/ 2015/11/22(日) 23:08:30.58 ID:X7f1dezK.net

엄청나네… 
광경이 눈에 보이는 거 같아 




661: 1 ◆aPqsLiX.0g @\(^o^)/ 2015/11/22(日) 23:09:17.04 ID:PVGs7r0u.net

스파이크를 꽂은 나오는, 코트 속을 달리며 소리를 질렀다. 
삐이, 하고 휘슬이 높게 울리며, 나오네 학교가 승리했음을 알렸다. 

나오는 코트 속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마치 한여름의 태양처럼, 
넘치는 미소를 흘리고 있었다. 
그 태양과 같은 미소가, 내 마음을 비추었다. 




662: 名も無き被検体774号+@\(^o^)/ 2015/11/22(日) 23:11:21.07 ID:InSBrJXx.net

만세! 이겼다 이겼다! 




663: 1 ◆aPqsLiX.0g @\(^o^)/ 2015/11/22(日) 23:11:59.47 ID:PVGs7r0u.net

순간, 그 빛에 의해 내 미래가 보였다. 
나는, 확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이 1주일동안, 얼마나 즐거웠고, 
지금 이 순간, 내가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꿈이, 생겼다. 
나오의 미소가, 내 꿈을 향한 길을 밝게 비춰주었다. 




664: 1 ◆aPqsLiX.0g @\(^o^)/ 2015/11/22(日) 23:16:10.62 ID:PVGs7r0u.net

인사가 끝나고, 선수들이 감독석으로 돌아와 내 앞에 모였다. 
나오는, 벌써 뚝뚝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나오「으에엥…해냈어…」 
「선배…」 
나오의 울음에 이끌려, 다른 부원들도 점점 울기 시작한다. 
나까지, 눈물을 글썽이고 말았다. 

나「다들, 정말로 잘해줬어」 
눈을 붉게 적신 모두가, 나를 바라보았다. 

나「특히, 3학년」 
나「오늘의 시합은…아니, 배구는 즐거웠어?」 
내가 그렇게 말하자, 3학년들은 연달아 눈을 비비며 울기 시작했다. 




665: 1 ◆aPqsLiX.0g @\(^o^)/ 2015/11/22(日) 23:19:23.55 ID:PVGs7r0u.net

나「지금까지 정말로 열심히 했어」 
나「배구가 좋다면, 앞으로도 계속 했으면 해」 
그렇게 말하자, 
「네!!」하고 힘찬 대답이 돌아왔다. 

그 후, 많은 동료와 후배들에게 둘러싸여 울고 웃는 나오의 모습을 보고, 
눈물이 날 정도로 가슴속에서 따뜻한 것이 올라왔다. 
시합후의 흥분이나 떠들썩함이 가라앉기까지는, 시간이 걸릴듯했다. 




667: 1 ◆aPqsLiX.0g @\(^o^)/ 2015/11/22(日) 23:26:53.51 ID:PVGs7r0u.net

지금은 3년간의 달성감, 추억, 충실감, 그것들에 잠겨있기를 바란다. 
모두들, 나오도, 정말로 열심히 했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체육관의 천장을 바라보았다. 
나 혼자에겐, 이 체육관의 천장은 너무 높다.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라면…이 천장에도 닿을지도 몰라, 
그런 생각을 하니,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배구를 계속 하는 방법은, 한가지만이 아니다. 
전에도 생각했던 거지만, 누구든 포기하지 않으면 
빛날 수 있다. 
분명, 그럴 것이다. 




668: 1 ◆aPqsLiX.0g @\(^o^)/ 2015/11/22(日) 23:34:13.99 ID:PVGs7r0u.net

나는 그 후, 체육관 밖의 수돗가에 앉아, 혼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탁 트인 넓고 푸른 하늘이라, 
마치 내 마음을 반사시키고 있는 듯했다. 

눈부시다. 눈부시지만, 나는 계속 바라보았다. 

나오「뭐 하고 있어, 이런 데서」 
눈이 빨간 나오가, 내 옆에 와서 앉았다. 




669: 1 ◆aPqsLiX.0g @\(^o^)/ 2015/11/22(日) 23:35:26.35 ID:PVGs7r0u.net

나「다른 애들하고 같이 안 있어도 돼?」 
나오「응. 어차피 나중에 얘기할 거고」 
나「그래」 

바람이 스쳐지나간다. 열기를 품은, 여름 바람이다. 
옆을 보니, 나오도 눈을 가늘게 뜨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짧아진 머리에, 새하얀 목덜미가 햇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670: 1 ◆aPqsLiX.0g @\(^o^)/ 2015/11/22(日) 23:37:30.36 ID:PVGs7r0u.net

나「있지, 나오」 
나오「왜 그래?」 
나「나, 꿈을 찾았어」 

내가 그렇게 말하자, 나오는 나를 바라보았다. 
햇빛을 품은 듯한, 맑은 눈동자였다. 

나「고등학교 선생님이 돼서, 배구부의 고문이 될 거야」 
나「그래서, 평생 배구를 계속 할 거야」 
내가 그렇게 말하자, 
나오는 「진짜?」하고 미소를 지었다. 




671: 1 ◆aPqsLiX.0g @\(^o^)/ 2015/11/22(日) 23:40:38.02 ID:PVGs7r0u.net

나「그러니까, 도쿄의 교육대학에 갈 거야」 
나「이번엔, 반드시」 
나「이건, 내 꿈이니까」 

나오는 「후후」하고 만면에 미소를 띤 채 
「열심히 해」하고 말했다. 
그렇게 웃는 나오를 보며, 내 가슴이 뜨거워졌다. 




672: 1 ◆aPqsLiX.0g @\(^o^)/ 2015/11/22(日) 23:41:59.37 ID:PVGs7r0u.net

나오「나는, 어떡할까…」 
나오「배구도, 꿈도, 아직 못 찾겠어…」 
그 순간, 나오에 대한 내 마음이 흘러넘쳤다. 

나는, 옆에 있던 나오의 손을 잡았다. 

나오「어…? 뭐, 뭐야…?」 
나「나오, 지금까지 정말로 고마웠어」 
나「나오를 만났으니까, 꿈을 찾을 수 있었어」 




674: 1 ◆aPqsLiX.0g @\(^o^)/ 2015/11/22(日) 23:48:38.39 ID:PVGs7r0u.net

나오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나오「에, 그치만…딱히 나는 아무것도…」 
나「아니, 나오가 없었으면, 나는 계속 그대로였을 거야」 

나는 나오의 손을 강하게 쥐었다. 
나「나오, 도쿄에서 기다릴 테니까」 
나「같이, 도쿄의 대학에 가자」 




675: 1 ◆aPqsLiX.0g @\(^o^)/ 2015/11/22(日) 23:52:40.96 ID:PVGs7r0u.net

나의 말에, 나오는 「…열심히 해볼게」하고 대답했다. 
나는 기뻐서, 「우와, 만세!」하고 말해버렸다. 

하늘은 정말로 맑게 개어있었다. 
그 푸른빛은 어디까지나 이어져있는 것 같았다. 
꿈이 시작된 날, 그것은 어느 여름날의 만남이었다. 




676: 1 ◆aPqsLiX.0g @\(^o^)/ 2015/11/22(日) 23:55:22.42 ID:PVGs7r0u.net

한 번 잃어버렸던 꿈이, 다시 빛을 되찾고 눈앞에 나타났다. 
그런 저의 이야기였습니다. 

이렇게,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입니다. 
한 달 동안, 어울려준 사람들, 감사합니다. 




677: 名も無き被検体774号+@\(^o^)/ 2015/11/22(日) 23:59:02.32 ID:X7f1dezK.net

수고했어. 
좋은 이야기였다… 




680: 名も無き被検体774号+@\(^o^)/ 2015/11/23(月) 00:03:19.19 ID:2HFLBwDh.net

수고하셨습니다! 
끝까지 써줘서 고마워♪ 




682: 1 ◆aPqsLiX.0g @\(^o^)/ 2015/11/23(月) 00:04:42.91 ID:/6Gd4nKA.net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는 저 토미자와 미나미의 창작이었습니다. 
그러니, 이야기로써 즐겨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준 사람, 감사합니다. 




683: 名も無き被検体774号+@\(^o^)/ 2015/11/23(月) 00:05:18.34 ID:U+D+iXqR.net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고마워요(^^) 




698: 名も無き被検体774号+@\(^o^)/ 2015/11/23(月) 01:24:54.26 ID:2HlugQUL.net

역시 창작인가……. 하지만 묘사가 알기 쉬워서 재밌었어. >>1 수고




704: 名も無き被検体774号+@\(^o^)/ 2015/11/23(月) 14:08:13.98 ID:Dqv4gk7G.net

고마워




705: 名も無き被検体774号+@\(^o^)/ 2015/11/23(月) 16:51:53.12 ID:EUiDKWvT.net

좋은 이야기였다 




출처 : http://hayabusa3.2ch.sc/test/read.cgi/news4viptasu/1446046979/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