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 1 ◆aPqsLiX.0g @\(^o^)/ 2015/11/02(月) 00:47:58.35 ID:isNjsBjJ0.net


그 뒤로 며칠 동안은, 나오와 얼굴을 마주칠 일이 거의 없어, 
둘이서 연습했던 그날의 일을, 계속 사과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째선지 나는 그게 마음에 걸려, 공부에도 집중할 수 없었다. 




171: 1 ◆aPqsLiX.0g @\(^o^)/ 2015/11/02(月) 00:51:04.68 ID:isNjsBjJ0.net

며칠 뒤 아침, 거실로 내려오니 엄청 분주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나오「엄마! 왜 안 깨워준 거야!」 
숙모「무슨 말이니. 몇 번이나 깨웠잖아. 네가 괜찮다고 그러니까」 
나오「아이 참ー, 이래선 시간 내에 못가잖아!」 
늦잠을 잔건지, 나오가 엄청 화난 표정으로 숙모와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172: 1 ◆aPqsLiX.0g @\(^o^)/ 2015/11/02(月) 00:52:20.06 ID:isNjsBjJ0.net

숙모「정말이네. 이 전차는 못 타니까…그럼 30분은 늦겠구나」 
숙모가 시간표 같은 것을 보면서 중얼거린다. 

나오「집합시간에 못 맞추잖아…엄마 차로 태워다줘」 
숙모「안 돼. 나 오늘은 빨리 출근할 차례라 이제 가야돼」 
나오「뭐ー? 어째서 오늘은 한가하다며!」 

숙모「할아버지랑 할머니는 병원에 가버렸으니, 안되겠네」 
나오「진짜 말도 안 돼! 그럼 진짜로 지각이잖아…!」 
그 말다툼은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나는 계단 옆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187: 1 ◆aPqsLiX.0g @\(^o^)/ 2015/11/03(火) 01:27:06.75 ID:9B6+3UGn0.net

기회를 엿보다가, 무슨 일인지 물어봤다. 

나「저기, 무슨 일인가요…?」 
숙모「나오, 오늘 야구부 응원인 모양인데, 보다시피 늦잠을 잤단다」 
나「아아, 그렇구나…」 
숙모「야구 응원정도는, 조금 지각해도 괜찮잖니?」 
숙모가 질렸다는 듯이 나오에게 묻는다. 

나오「안 돼! 꼭 가야돼!」 
마치 가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듯이, 나오의 어조는 거칠었다. 
숙모「어째서 그렇게 화내는 건진 모르겠지만…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숙모가 그렇게 말하자, 나오는 울먹거리며 어깨를 떨구었다. 




188: 1 ◆aPqsLiX.0g @\(^o^)/ 2015/11/03(火) 01:28:13.37 ID:9B6+3UGn0.net

나도 아무래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 물어보았다. 

나「저기, 차를 타고 가면 시간 내에 갈 수 있나요?」 
숙모「어? 뭐, 지금부터 전차를 타고 가는 것 보다는…」 
내 말을 듣고, 나오가 밝아진 표정으로 이쪽을 보았다. 

나「저, 운전면허는 있으니까…바래다줄 수는 있는데」 
내가 그렇게 말하니 나오는 한 층 더 기세 좋게, 
「응, 응, 엄마! 괜찮지!?」하고 밀어붙였다 




189: 1 ◆aPqsLiX.0g @\(^o^)/ 2015/11/03(火) 01:29:18.78 ID:9B6+3UGn0.net

숙모「저기 말이야, 1군한테 민폐잖니…」 
나오「그치만 그밖에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괜찮잖아!」 
숙모「하아ー정말…이 아이는…」 
숙모는 그렇게 말하고는, 미묘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나「이런 긴급사태니까, 전혀 상관없어요」 
나「괜찮아요, 안전운전할 테니까」 

숙모「그럼 미안하지만, 이 고집불통 좀 데려다주겠니」 
숙모「정말로, 조심하렴. 서두르지 않아도 되니까」 
숙모는 그렇게 말하며, 내게 차키를 넘겨주었다. 




190: 1 ◆aPqsLiX.0g @\(^o^)/ 2015/11/03(火) 01:33:03.26 ID:9B6+3UGn0.net

나오도 허둥지둥하며, 서둘러서 가방이나 짐을 챙겨온다. 
나갈 때, 숙모가 나와 나오에게, 
「날이 더우니까」라며 포카리 페트를 주었다. 

차에 타니, 역시나 내부는 사우나 같은 열기에 둘러싸여있었고, 
나오가 「빨리 에어컨, 에어컨」하고 나를 재촉했다. 

나「금방은 안 켜질 테니까, 잠시 창문 열어두자」 
그러고 창문을 여니, 밖에서 「쓰쓰쓰쓰쓰쓰…」하고 시끄러울 정도로 매미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는 건 매미소리 뿐이고, 바람은 조금도 들어오지 않았다. 




201: 1 ◆aPqsLiX.0g @\(^o^)/ 2015/11/03(火) 23:23:59.61 ID:vjeDc4kG0.net

처음으로 차를 탔기에 처음엔 긴장했지만, 한동안 운전하고 있으니 
완전히 요령을 익혀, 나도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나「숙모 차 빌려온 거 같은데…괜찮으려나」 
나오「엄마는 자전거타고 나가시니까…괜찮아요」 
나「그래」 
차 안은 둘만 있어서 그런지, 좀처럼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 

나는 「나오에게 사과해야지」하고 몇 번이나 생각했지만, 그것도 좀처럼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202: 1 ◆aPqsLiX.0g @\(^o^)/ 2015/11/03(火) 23:40:49.37 ID:vjeDc4kG0.net

나오「저기, 왠지…민폐 끼쳐서…죄송해요」 
나「응, 뭐가? 딱히 상관없어 이 정도는」 
나「나도 방에만 있었으니, 기분전환으로 딱 좋고」 
나오「그런가요…감사합니다」 

나는 나오의 그 대답이 왠지 석연치 않았다. 




203: 1 ◆aPqsLiX.0g @\(^o^)/ 2015/11/03(火) 23:42:01.59 ID:vjeDc4kG0.net

나「그 존댓말 말야…그만두지 않을래?」 
나오「에?」 
나「나이도 두 개밖에 차이 안 나고, 친척이니까…」 
나오「아, 그럼…응. 알겠어」 
나「응, 그거면 돼」 

나오는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내 제안을 받아들여주었다. 
나는 어쩐지, 그게 조금 기뻤다. 




204: 1 ◆aPqsLiX.0g @\(^o^)/ 2015/11/03(火) 23:50:03.01 ID:vjeDc4kG0.net

나「저기, 전엔 미안했어」 
나오「어, 뭐가? 무슨 일 있었던가…」 
나오는 정말로 무슨 얘기인지 모르는 듯했다. 

나「요전에, 집 정원에서 배구했을 때…갑자기 들어가 버려서 미안해」 
나오「아아…그 때…」 

나오「그건, 나도 말실수 했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나「으으응, 그렇지 않아. …그러니까, 미안」 
나오도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몰랐는지, 
「아니, 그게…」하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 
나는 또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었구나, 싶어서 마음이 불편했다. 




205: 1 ◆aPqsLiX.0g @\(^o^)/ 2015/11/04(水) 00:04:01.44 ID:mfxSqCDK0.net

나오「만약」 
나「응?」 
나오「또 기회가 된다면, 같이 연습해줄래?」 
나오「혼자서 하는 거보다, 훨씬 도움이 됐으니까」 
나「아아, 좋아. 숨돌리기에도 좋으니까, 언제든 부탁해」 
그렇게 말하니 나오는, 「응, 잘 부탁해」하고 웃음을 띄우며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나도 나오의 그 표정을 보고, 어쩐지 안심이 되었다. 
다행이다, 사과해서. 
결국 고민하고 있었던 건 내 일방적인 걱정이었고, 
나오는 훨씬 마음이 넓은 아이였던 모양이다. 




206: 1 ◆aPqsLiX.0g @\(^o^)/ 2015/11/04(水) 00:06:47.81 ID:mfxSqCDK0.net

옆을 보니, 조수석에 앉은 나오의 머리에, 반짝하고 빛나는 머리끈이 보였다. 
잘 보니, 나름 꾸미고 나온 모양이었다. 

나「저기, 그 머리끈―」 
나오「이거? 딱히……」 
나「괜찮네. 잘 어울린다 생각하는데」 
나오「에, 정말? 안 이상해?」 

나는 그런 나오를 보면서 조금 웃음이 나왔고, 
「괜찮아, 안 이상하니까」라고 대답해주었다. 




207: 1 ◆aPqsLiX.0g @\(^o^)/ 2015/11/04(水) 00:13:37.09 ID:mfxSqCDK0.net

나오는, 손에 뭔가를 소중한 듯이 쥐고 있었다. 
야구 유니폼 모양을 한, 부적 같은…그런 물건이었다. 

나「그건, 부적이야?」 
나오「아…응, 그런 거야」 
나는 「하하ー앙」하고 생각하며,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나오가 어째서 그렇게까지 시간 내에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는지, 알 것 같았다. 
그걸 눈치 채고 나서는,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것을 참는 게 힘들어서, 조금 고생했다. 




208: 1 ◆aPqsLiX.0g @\(^o^)/ 2015/11/04(水) 00:24:19.50 ID:mfxSqCDK0.net

30분 정도 차를 타고 달리니, 목적지인 야구장에 가까워졌다. 
야구장 부지에 들어서서, 「주차장은 어디냐―」하며 차를 몰고 있으니, 
나오가 갑자기 「아, 니시군!」하고 창밖을 보여 소리쳤다. 

내가 「뭐?」하고 되묻기도 전에, 
나오는 「여기면 됐으니까! 세워줘 세워줘!」하고 좌석을 흔들거렸다. 
나「돌아가는 건, 어떡할 거야?」 
나오「다 끝나면 학교 들를 테니까, 괜찮아!」 

나오는 「고마워!」하고 기세 좋게 차에서 뛰쳐나가, 
구장 옆에 있던 몇 명의 야구소년들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가장 앞에 있던 날카롭게 생긴 남학생과 얘기하는 모양이었다. 




209: 名も無き被検体774号+@\(^o^)/ 2015/11/04(水) 00:26:00.46 ID:sb28UB8W0.net

달콤씁쓸하군w 
지원




210: 名も無き被検体774号+@\(^o^)/ 2015/11/04(水) 00:26:01.73 ID:2Ae5m9aD0.net

청춘이구나 




211: 1 ◆aPqsLiX.0g @\(^o^)/ 2015/11/04(水) 00:29:42.89 ID:mfxSqCDK0.net

「그렇군― 저 녀석이, 니시군이구나」 
나는, 「부적 제대로 줬으려나」하고 생각하며, 
숙모에게 빌린 차를 주차장에 세우고, 구장으로 들어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는 어쩐지 즐거워져서, 
조금 들뜬 기분으로 구장으로 걸어갔다. 




212: 1 ◆aPqsLiX.0g @\(^o^)/ 2015/11/04(水) 00:31:34.78 ID:mfxSqCDK0.net

야구장이라고 해도 정말로 간소한 구장이라, 
거의 야외 운동장 같은 곳이었다. 
양 학교의 응원단과, 가족 같은 사람들, 다른 학교의 야구부? 가 엄청 많아서, 그런대로 관객은 있었다. 

그리고 나는 1루 가까이에 있는 외야석에 앉아, 
멀리서 시합을 지켜보기로 했다. 
나오네 학교는 1루쪽 관객석을 차지하고 있었고, 제법 사람이 많았다. 

나는, 「애초에 이거 몇회전이지」같은 걸 생각하며, 
머리에 타올을 뒤집어쓰고, 숙모에게 받은 포카리를 마셨다. 




213: 1 ◆aPqsLiX.0g @\(^o^)/ 2015/11/04(水) 00:32:55.40 ID:mfxSqCDK0.net

정오 직전의 시간대인데다, 구장에는 지붕도 뭐도 없었던 탓에, 
머리 위에선 말도 안 되게 새하얀 햇빛이 내리쬐고 있어서, 
당장에라도 타버릴 것 같았다. 

「매ー앰 매ー앰」하고 멀리서 들려오는 매미소리를 멍하게 듣고 있으니, 
3루쪽에서 「파파파ー앙!」하고 응원가 연주가 힘차게 시작되어서, 
「아, 시작했구나!」하고 몸을 일으켰다. 




214: 1 ◆aPqsLiX.0g @\(^o^)/ 2015/11/04(水) 00:34:23.33 ID:mfxSqCDK0.net

저 멀리서 야구소년들이 힘차게 뛰어다니고 있다. 
어느 쪽 학교가 공을 쳐도 구장 전체에 「와아아아아!」하고 함성소리가 일고, 
「빠ー빠ー빱빠바ー!」하고 응원악단의 연주소리가 높게 울려 퍼진다. 

그걸 보고만 있어도 정말 상쾌해져서, 전혀 관계없는 나도, 
「좋았어어어!」 「잘한다ー!」하고 소리를 높일 정도였다.

악단의 연주가 또 재밌게도, 
에반게리온이나 드래곤퀘스트의 곡까지 연주해서, 
요즘은 별 걸 다 하는구나, 하고 귀가 즐거웠다. 
전형적인 응원가도 좋지만, 아는 노래가 흘러나오면, 어쩐지 즐겁다. 




215: 1 ◆aPqsLiX.0g @\(^o^)/ 2015/11/04(水) 00:35:50.37 ID:mfxSqCDK0.net

그렇게 나도 흥분하고 있을 때, 
『4번 타자, 니시, 군』하는 안내방송과 함께, 
아까 그 소년이 타석에 섰다. 

「오오, 니시군, 에이스에 4번 타자구나. 제법이네」 
라고 생각하며, 「이래선 나오가 좋아하는 것도 당연하네」하고 웃음이 나왔다. 

지금까지의 연주보다도 한 층 더 힘차게 「빰빠바ー암!!」하고 「Come on!![각주:1]」이 울려 퍼진다. 
힘찬 곡이어서, 응원하는 사람들도 자기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다. 
「날려버려라ー! 니ー시! 니ー시!」하는 응원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 힘찬 응원을 들으니, 나오네 학교는 니시군에게 특히 기대가 크구나, 하는 걸 알 수 있었다. 




216: 1 ◆aPqsLiX.0g @\(^o^)/ 2015/11/04(水) 00:37:54.02 ID:mfxSqCDK0.net

니시군이 힘차게 헛스윙을 할 떄마다, 
비명과도 같은「아ーー…」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좋아ー다음다음!!」하는 야구부 응원단의 소리가 날아들었다. 

나도 관계없는 사람이지만, 어째선지 그가 쳤으면 하는 마음이 엄청나게 끓어올라서, 
「날려버려ー니ーー시!!」하고 소리를 높였다. 

열기가 가득 찬 구장. 그는 「까앙!」하고 경쾌한 소리를 내며 공을 쳤지만, 
내야에 떨어져, 순식간에 쓰리아웃이 되었다. 




218: 1 ◆aPqsLiX.0g @\(^o^)/ 2015/11/04(水) 00:42:58.45 ID:mfxSqCDK0.net

시합은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는 경기였지만, 
그 날 「니시군」이 안타를 치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나오네 학교는 아깝게도 패배를 맛보았다. 
인사를 하고 1루쪽 스탠드로 돌아오는 야구소년들은 어깨를 떨구고 있었고, 
울며 주저앉는 사람도 있었다. 

스탠드의 학생들도 「고마워ーーー!」 「수고했어ーーー!」하고 
소리를 높여서, 서로 고마워하고 격려해주고 있었다. 
멀리서 그저, 「매ー앰 매ー앰」하고 시끄러운 매미소리만이 날아와, 스탠드의 떠들썩한 소리에 섞여 들어갔다. 




220: 1 ◆aPqsLiX.0g @\(^o^)/ 2015/11/04(水) 00:47:05.92 ID:mfxSqCDK0.net

그 중심에는, 울고 있는 야구소년들과, 그 니시군의 모습. 
나는 마음속으로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고교배구 결승전을 보러 갔을 때 느꼈던 감정과, 비슷했다. 
나도 할 수만 있다면, 다시 한 번 저 열정 속으로 뛰어들고 싶다. 

수많은 응원과 빛을 한 몸에 받으며, 동료들과 끌어안고 뛰어다니고, 
이기면 기뻐하고, 지면 같이 슬퍼하고… 

나의 꿈―그것은, 배구를 하고 싶다는 것도 당연하지만… 
아마, 한 번만 더, 저 반짝반짝하는 빛과 뜨거움 속에, 뛰어들고 싶었던 것이다. 




221: 1 ◆aPqsLiX.0g @\(^o^)/ 2015/11/04(水) 00:49:41.91 ID:mfxSqCDK0.net

끝까지 할 수 없었던 배구, 부활동. 
설사 도중에 지더라도, 마지막까지 했다면, 
동료들과 함께 뛰었다면… 

어떤 광경이 보였을까. 
나는 그것을 몰랐기에,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니시군이나, 고교배구에서 빛나고 있던 선수들처럼… 
동료들과 함께 뛰어간 그 끝에는, 대체 어떤 풍경이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222: 1 ◆aPqsLiX.0g @\(^o^)/ 2015/11/04(水) 00:50:44.79 ID:mfxSqCDK0.net

시합이 끝나고, 두 학교의 응원단이나 가족들이 우르르 빠져나갔다. 
숙모에게 받은 포카리는 진작에 다 마셨기에, 
자판기에서 주스라도 사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구장 옆에 있는 자판기 앞으로 가니, 본 적이 있는 물건이 떨어져있었다. 
유니폼 모양을 한…부적이다. 




223: 1 ◆aPqsLiX.0g @\(^o^)/ 2015/11/04(水) 00:52:21.44 ID:mfxSqCDK0.net

처음엔 눈을 의심했지만, 그것은 틀림없이, 
아까 보았던 나오가 만든 것이었다. 

「어째서 이런 데에 떨어져있는 거지」하고 생각하며 주웠다. 
부적에는, 「NISHI」라는 글자와 등번호가 수놓아져있었다.

끈이 끊어진 것도 아니고, 주머니에서 떨어져버린 걸까. 
아니면, 설마 버렸다던가… 
아까까지 전력을 다하던 그 소년이, 그런 짓을 했다고는 믿을 수 없었다. 




226: 1 ◆aPqsLiX.0g @\(^o^)/ 2015/11/04(水) 01:47:12.04 ID:mfxSqCDK0.net

줍기는 했지만, 이걸 어떡해야할까. 
나오에게 보여주는 게 나을까, 
혹시 건네주지 못해서, 나오가 버린 걸지도 모른다. 

건네주지 못했다곤 해도, 스스로 고생해서 만든 걸 버리거나 할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어떡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일단, 그대로 둘 수는 없었기에 내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이걸 가지고 돌아가도 될지 알 수 없었지만,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귀가길에는 아직 해가 높아서, 돌아가면 공부해야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228: 1 ◆aPqsLiX.0g @\(^o^)/ 2015/11/04(水) 01:51:31.78 ID:mfxSqCDK0.net

그날 밤, 나는 빨리도 집중력이 떨어져서, 
숙모와 저녁준비를 하다 보니, 나오가 돌아왔다. 

열쇠를 잃어버렸는지, 인터폰을 계속 울려서, 
숙모의 「열어주렴」이라는 말에 나는 현관문을 열어주었다. 

내가 문을 열고, 「어서와」라고 말하니, 「다녀왔어」라고만 말하고 
곧바로 계단을 향했다. 
부적에 대한 것, 말하는 게 좋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으니, 
나오는 뒤를 돌아보고 「오늘은 고마웠어」라고만 말하고 계단을 올라갔다. 
피곤한 건지, 표정은 엄청 어두웠다. 




229: 1 ◆aPqsLiX.0g @\(^o^)/ 2015/11/04(水) 01:52:59.63 ID:mfxSqCDK0.net

「곧 저녁 먹을 거야」라고 말하니, 「응」이라고만 대답했다. 
하지만, 나오가 저녁식사에 나타나는 일은 없었다. 
「나중에 먹을래」라고만 말하고, 가족 앞에 얼굴을 보이지는 않았다. 

나는 조금 걱정되었지만, 여고생은 원래 저런 걸까, 하고 생각했다. 
고등학생 때, 사이좋은 여자아이들은 많았지만, 사귄 적은 없었다. 
(미카한테는 차여버렸고) 

나는 집에서는 그 아이들이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모른다. 
학교에서는 다들 반응이 좋았고, 잘 웃고 있었지만, 
그야 다들 집에 돌아가면 「솔직한 모습」으로 돌아가겠지, 라고 혼자 납득했다. 




230: 1 ◆aPqsLiX.0g @\(^o^)/ 2015/11/04(水) 01:55:54.90 ID:mfxSqCDK0.net

내가 걱정해줘봐야, 나오한테는 민폐겠지. 

거기다 나는 재수생 식객인데다가, 이유도 모르고 갑자기 집에 찾아온 사람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오는 나를 꽤나 받아들여주고 있는 편이겠지. 
좀 더, 근본적으로 거부하는 여자아이도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오는 엄청 상냥한 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전부, 내가 배구를 했으니까, 라는 이유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231: 1 ◆aPqsLiX.0g @\(^o^)/ 2015/11/04(水) 01:57:16.28 ID:mfxSqCDK0.net

그날로부터 며칠 후의 아침, 말도 안 되는 더위에 눈이 뜨였다. 
열기와 내 땀에 빠져 죽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일어났다. 
틀림없이, 여기에 와서 최고로 더운 날이었다. 

1층에 내려가니, 숙모가 가장 먼저 말을 걸어왔다. 
숙모「오늘은 덥네~ 지금 보리차 갖다줄 테니까 기다리렴」 
나「정말 덥네요…」 
숙모「열사병 걸리지 않게, 조심하렴」 
그 말을 들으며 가져다주신 보리차를 마셨다. 




232: 1 ◆aPqsLiX.0g @\(^o^)/ 2015/11/04(水) 02:00:06.83 ID:mfxSqCDK0.net

나「오늘, 할머니는」 
숙모「할머니는, 방에 계실걸. 할아버지는 나가셨고」 
숙모「나는 슬슬 일하러 갈 건데, 거기에 주먹밥 만들어뒀으니, 먹으렴」 
감사합니다, 하고 대답하며 거실로 나가니, 
벽에 기대어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나오가 있었다. 

내가 「잘 잤어?」하고 물으니, 「좋은 아침ー」하고 성의 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거실 탁자에 놓여있던 주먹밥을 먹으며, 말을 걸었다. 




233: 1 ◆aPqsLiX.0g @\(^o^)/ 2015/11/04(水) 02:03:20.39 ID:mfxSqCDK0.net

나「오늘 부활동은?」 
나오「오늘은 쉬는 날」 
나「아, 그렇구나」 
나오「숙제해야겠네ー」 
말을 하는 도중에도, 나오의 시선은 계속 TV를 향해있었다. 

창은 열려있었고, 바로 옆에 선풍기가 놓여있었다. 
그오오오오, 하고 큰 소리를 내며, '강'으로 틀어져있었다. 
다른 가족들은 강으로 틀지 않는다. 분명, 나오가 한 짓이다. 




244: 1 ◆aPqsLiX.0g @\(^o^)/ 2015/11/05(木) 00:29:51.06 ID:J77VLEdA.net

나도 더웠기에, 별 말은 하지 않았고, 
TV를 보면서 주먹밥을 먹는다. 

시시한 아침 뉴스. 밖에서는, 매ー앰 매ー앰하고 매미소리가 들렸다. 
창문 바로 앞에는, 메리 골드가 드문드문 피어있었다. 
활짝 피어있다는 것은, 
나오가 성실하게 물을 주고 있다는 증거일까. 




245: 1 ◆aPqsLiX.0g @\(^o^)/ 2015/11/05(木) 00:31:33.20 ID:J77VLEdA.net

숙모「나오, 너 오늘은 집에 있는 거지?」 
갑자기, 거실로 들어온 숙모가 나오에게 말을 걸었다. 

나오「아마 있을 텐데. 왜ー?」 
숙모「오늘 할아버지 안계시니까. 밭에 물 좀 주렴」 
나오「에에ー? 이렇게 더운데? 싫어어」 
나는 무슨 일인지 몰라서, 주먹밥을 먹던 손을 멈추고 둘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숙모「그럼 이 더운 날에 할머니께 시킬 거니?」 
숙모「집에 있을 거니까, 해두렴」 
나오「에ー, 그치만」 
숙모「부탁해, 할아버지도 오늘은 아마 밤까지 돌아오시지 않을 테니까」 




246: 1 ◆aPqsLiX.0g @\(^o^)/ 2015/11/05(木) 00:34:53.91 ID:J77VLEdA.net

숙모는 그렇게 말하고 서둘러 현관을 나섰다. 
나오「진짜 싫다…이렇게 더운데 밭에 나가기 싫어」 
나「밭에 물주는 거야? 옆에 있는 밭?」 
나오「응, 맞아. 물은 꼭 줘야 해서」 

나는 잘 몰랐기에, 계속해서 물어보았다. 
나「헤ー그렇구나. 그거 역시, 포도밭 같은 거야?」 
나오「응, 맞아. 포도」 
나오「이 근처는 전부 포도농가 뿐이라, 매년 기르고 있어」 




247: 1 ◆aPqsLiX.0g @\(^o^)/ 2015/11/05(木) 00:41:51.06 ID:J77VLEdA.net

나「헤에, 포도구나. 굉장하네, 포도 같은 건 좀처럼 못 먹는데」 
나오「그래? 역시 도쿄는 그런가보네」 
나오「곧 싫증날 만큼 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나오는 그렇게 말하며 히죽히죽 웃었다. 
나는 그게 조금 귀엽다고 생각했다. 

나「왠지 재밌어 보이는데. 물 주는 거 도와줄까?」 
나오「어, 진짜? 도와줘 도와줘!」 
내가 그렇게 말하니, 나오는 기쁜 듯이 일어섰다. 

나오「그거 다 먹으면 준비해서 바로 나와!」 
그렇게 말하고 나오는 서둘러 계단을 올라갔다. 




248: 1 ◆aPqsLiX.0g @\(^o^)/ 2015/11/05(木) 00:45:04.82 ID:J77VLEdA.net

면으로 된 잠옷을 벗고, 일단 T셔츠로 갈아입고 수건을 들고 밖으로 나섰다. 
아직 오전인데도, 찜통 같은 더위였다. 
먼 곳의 경치가 흔들흔들하고 끓고 있는 것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틀림없이, 올 여름 최고의 더위다. 

나오는 창가의 꽃에 물을 주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입고 가도 되겠어?」하고 나를 보며 말했다. 
나「안 돼?」 
나오「상관없지만, 타거나 벌레에 물릴걸?」 

그러고 보니 나오는 긴팔, 긴바지로 완전 무장을 하고 있었다. 




249: 1 ◆aPqsLiX.0g @\(^o^)/ 2015/11/05(木) 00:46:27.58 ID:J77VLEdA.net

나「뭐, 그 정도면 상관없어. 타는 거든 벌레든, 크게 신경 안 쓰니까」 
나오는 「흐ー응, 그럼 됐어」하고, 수돗가에서 호스를 끌고 갔다. 

나「이 호스를, 저쪽 밭까지 가져가는 거야?」 
나오「맞아. 우리는 관수설비가 없으니까. 항상 이렇게 하고 있어」 
나오「내가 들고 갈 테니까, 호스가 꼬이지 않게, 거기서 들고 있어」 
나「오케ー」 
그렇게 말하곤, 나오는 호스를 스륵스륵하고 옆에 있는 포도밭까지 가져간다. 




250: 1 ◆aPqsLiX.0g @\(^o^)/ 2015/11/05(木) 00:47:32.43 ID:J77VLEdA.net

매년 돕고 있는 걸까, 제법 익숙한 모습이었다. 
나도 호스를 잡아주며, 포도밭에 들어선다. 

나오「아, 거기!」 
나「어?」 
나오「지네! 지네있어!」 
나「으에에에!?」 
갑작스런 말에, 무심코 이상한 소리를 내버렸다. 




251: 1 ◆aPqsLiX.0g @\(^o^)/ 2015/11/05(木) 00:48:45.48 ID:J77VLEdA.net

나오「아하핫! 거짓말이야! 지네 같은 거 없어」 
나오는 즐거운 듯이, 입을 크게 벌리며 웃었다. 

나「너무하네ー. 왜 그런 거짓말을 한 거야」 
나오「미안미안. 그래도 진짜로 나올 때도 있으니까, 조심해」 
나오는 어지간히 재밌었는지, 한동안 크크큭, 하고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며칠 전에는 어쩐지 풀죽은 듯이 보였기에, 
비록 놀림 받더라도, 나오가 즐겁게 웃는 모습을 보니 어쩐지 안심이 되었다. 




252: 1 ◆aPqsLiX.0g @\(^o^)/ 2015/11/05(木) 01:05:04.81 ID:J77VLEdA.net

수돗가로 돌아와 신호를 보낸다. 
나「그럼 물 튼다ー」 
나오「알겠어ー」 
수도꼭지를 비트니, 후욱 하고 물이 지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대로 조금씩 포도밭을 향한다. 

머리위에는 포도나무 잎이 겹쳐져있어서, 
포도밭에는 수많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바람이 불면, 포도잎도 흔들려, 그늘이 반짝반짝하고 빛났다. 




253: 1 ◆aPqsLiX.0g @\(^o^)/ 2015/11/05(木) 01:06:31.97 ID:J77VLEdA.net

그 안에서 진지한 얼굴로 물을 주는 나오를, 한동안 멍하게 바라보았다. 
나「오ー, 이렇게 물을 주는 거구나」 
나오「맞아. 그치만 너무 많이 주면 안 되니까, 며칠에 한번 정도」 
나오「날이 계속 더우면, 그냥 물을 뿌려주기도 해」 

전부 처음 하는 일이었고, 이런 농작업은 첫경험이었다. 
나「이런 거 처음이라, 왠지 두근두근하네」 
내가 그렇게 말하다, 나오는 「거짓말ー」이라며 웃었다. 
나오「뭐, 집이 농가가 아닌 이상 그렇겠지」 




254: 1 ◆aPqsLiX.0g @\(^o^)/ 2015/11/05(木) 01:12:49.54 ID:J77VLEdA.net

나「어째서 포도에 종이주머니 같은 걸 씌우는 거야?」 
나오「화상 입기 때문이야」 
나「화상? 포도가?」 
나오「그래. 햇빛에 오래 노출시키면 안 좋아」 

나「헤에ー…」 
나는 호스를 받쳐주면서, 물을 주고 있는 나오를 바라보았다. 




255: 1 ◆aPqsLiX.0g @\(^o^)/ 2015/11/05(木) 01:44:19.93 ID:J77VLEdA.net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이 흔들리며, 나오와 나를 비춘다. 그게 눈부셨다. 
나오「있지」 
나「왜?」 
나오「…역시 됐어」 
나「하? 왜 그래? 신경 쓰이게」 

그러자, 나오는 미안한 듯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나오「어째서, 배구 그만뒀어?」 
나「에」 
나오의 말에 빈틈을 찔려 심장이 크게 뛴다.




256: 1 ◆aPqsLiX.0g @\(^o^)/ 2015/11/05(木) 01:45:25.01 ID:J77VLEdA.net

나오「미안. 사실은 안 묻는 게 좋다고 생각했지만」 
나오「싫으면, 대답하지 않아도 되니까」 

나는 한동안 고민했다. 
어째선지, 나오에게 부상에 대해 얘기하는 게 꺼려졌다. 
아마 숙모나 삼촌도, 
내가 허리를 다쳐 배구를 그만뒀다는 건 전해 듣지 못했을 것이다. 
상처를 입은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져, 나는 숨기고 싶었던 것이다. 




257: 1 ◆aPqsLiX.0g @\(^o^)/ 2015/11/05(木) 01:48:04.17 ID:J77VLEdA.net

나「이미 충분히 했으니까. 만족해서」 
나「깊은 의미는 없어」 

나오「배구, 싫어진 거야?」 
나는 고개를 옆으로 크게 저었다. 
나「설마. 엄청 좋아해. 다른 어떤 운동보다도 좋아해」 

나오는, 「흐ー응…」하고, 계속해서 물을 주었다. 
어쩐지, 꿰뚫어보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258: 1 ◆aPqsLiX.0g @\(^o^)/ 2015/11/05(木) 01:49:15.93 ID:J77VLEdA.net

나오「이거 끝나면, 대전해주지 않을래? 하루라도 공을 안 만지면, 불안해서」 
나오「공부해야 돼…?」 
나「오, 할래? 상관없어. 그럼 빨리 끝내자」 
내가 그렇게 말하니, 나오는 「응!」하고 미소를 보였다. 

지금은 복잡한 일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 
나오에게 미소가 돌아왔다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했다. 




259: 1 ◆aPqsLiX.0g @\(^o^)/ 2015/11/05(木) 01:50:21.91 ID:J77VLEdA.net

햇빛은 여전히 강하다. 이제 여름도 한창이다. 
「좋아! 이 정도면 됐나!」하며 나오는 밭에서 호스를 거두고, 
집 앞을 향해 기세 좋게 물을 뿌렸다. 

포물선을 그리며 흩어지는 물방울은, 
햇빛을 반사하며 프리즘처럼 반짝반짝하고 흩어져갔다. 
그 빛나는 광경에, 어째선지 내 가슴이 꾸욱하고 죄어왔다. 




277: 1 ◆aPqsLiX.0g @\(^o^)/ 2015/11/05(木) 22:34:33.43 ID:NHoSgdPp.net

나오가 공을 통통 튀기며 현관에서 나타났다. 
나는 수돗가에서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있었다. 

나오「전에 했던 것처럼 해도 돼?」 
나「응, 괜찮아」 
나는 물에 젖은 입가를 손으로 닦으며 말했다. 
물을 마셨더니 기분이 들뜨기 시작했다. 




278: 1 ◆aPqsLiX.0g @\(^o^)/ 2015/11/05(木) 22:35:53.66 ID:NHoSgdPp.net

「간다」 
나오가 공을 휙, 하고 던지곤, 나를 항해 내리쳤다. 
팡, 하고 양 팔로 리시브한 뒤, 나오의 머리 위로 살포시 되돌려주었다. 

나오가 「역시」하고 웃으며, 나를 향해 토스를 올린다. 
깔끔하게 토스가 올라와, 「칠 수 있겠어」라고 생각했다. 
휘두른 손은 파앙, 하고 기분 좋게 공을 때렸고, 
꽤 빠른 속도로 자세를 잡고 있는 나오를 향해 날아갔다. 

궤도가 안정적이었기에, 
나오는 거의 움직이지 않고 리시브를 높게 올렸다. 

나오는 리시브를 하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빠르네」하고 중얼거렸다. 
나는 「나이스 커트」라고 말하며, 약간 낮게 토스를 올린다. 
나오는 「좋았어!」라고 말하며 공의 궤도를 유심히 보고는, 파앙! 하고 공을 때렸다. 




279: 1 ◆aPqsLiX.0g @\(^o^)/ 2015/11/05(木) 22:39:17.08 ID:NHoSgdPp.net

내가 자세를 잡고 있던 곳에 딱 맞게 공이 날아와서, 
「오케이!」라고 말하며 리시브를 나오에게 되돌려준다. 

나오도 「나이스 커트」라고 웃으며 나에게 토스를 올려주었다. 
이것도 딱 치기 좋은 토스다. 
나는 경쾌하게 공을 때리며, 나오에게 꽂아 넣었다. 

공이 약간 앞쪽으로 떨어지려 해서, 나는 아차 싶었다. 
나오가, 「좋았어ー!」하고 외치며 땅에 슬라이딩을 했다. 
공은 나오의 눈앞에 떨어졌고, 나오는 그대로 땅에 미끄러졌다. 




280: 1 ◆aPqsLiX.0g @\(^o^)/ 2015/11/05(木) 22:51:02.81 ID:NHoSgdPp.net

나「위, 위험하잖아!」 
나오「아야…습관적으로 그만, 플라잉 해버렸네」 
나오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보곤 「저질러버렸네」하는 느낌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나「그 집념은 좋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밖이니까…손 같은 데는 괜찮아?」 

나오「응, 괜찮아」 
나오는 옷이 흙투성이가 되었지만, 상처는 없어보였다. 

나「다행이다. 중요한 시합이 있댔잖아? 너무 무리하지마」 
나오「그런 공, 시합에서 자주 보는데, 좀처럼 받아내기가 어려워서」 
나오는 옷을 털며 일어나서는, 나를 쳐다보았다. 




281: 1 ◆aPqsLiX.0g @\(^o^)/ 2015/11/05(木) 22:52:05.18 ID:NHoSgdPp.net

나는 뭔가 느낌이 오는 게 있어, 나오의 자세를 봐주기로 했다. 
나「잠시 리시브 자세 잡아봐」 
나오「응?…이렇게 하면 되려나」 
나오는 무릎을 굽히고 허리의 중심을 낮추었다. 

나「응, 잘못되진 않았네」 
나「하지만 그래선 앞에 공이 떨어질 때, 곧바로 대응할 수가 없어」 
나오「그렇구나」 

나도 리시브 자세를 취하며, 나오에게 보여주었다. 
나「단순히 무릎을 굽히기만 해선 안 돼」 
나「무릎 뼈를 자신의 발목보다 앞에 둔다고 생각하면 돼」 




282: 1 ◆aPqsLiX.0g @\(^o^)/ 2015/11/05(木) 23:02:51.14 ID:NHoSgdPp.net

나오「발목보다 앞에…?」 
나「맞아. 그렇게 하면 중심을 낮추면서도 자연스럽게 몸이 앞으로 가잖아?」 
나오「아, 진짜다! 어쩐지 움직이기 쉬워진 거 같아」 

나오는 얼굴이 환해지면서, 몇 번이고 그 자세를 확인했다. 
나「이게 리시브의 기본이야」 
나「스모 준비자세 같다는 말 많이 들었었는데」 
그렇게 말하며 웃으니, 나오도 「진짜네w」하며 웃었다. 

나「나도 고1때 리시브가 약했었으니까, 코치한테 몇 번이나 잔소리를 들었거든」 
나「이젠 완전히, 머리에 박혀버렸어w」 




283: 1 ◆aPqsLiX.0g @\(^o^)/ 2015/11/05(木) 23:06:21.40 ID:NHoSgdPp.net

나오는 반짝거리는 표정으로, 「응응」하고 끄덕이며 반복해서 자세를 확인했다. 
나「공 쳐줄 테니까, 한번 커트해봐」 
나오「응, 알겠어ー!」 
나는 약간 받기 힘든 공을 보내자, 나오는 스슥, 하고 미끄러지듯 움직이며 공을 받아내었다. 

나「맞아, 그거야! 잘하잖아」 
나오「와ー, 전혀 다른 거 같아!」 
나「아까는 이 공에 뛰어들려고 했었으니까w」 
나오「그러게w」 




284: 1 ◆aPqsLiX.0g @\(^o^)/ 2015/11/05(木) 23:08:09.08 ID:NHoSgdPp.net

나오와 배구를 하고 있으면 즐거웠다. 
허리의 통증도, 잠깐이지만 잊을 수 있었다. 
나오는 내 말을 솔직하게 받아들였고, 
그것을 열심히 실천하려고 하였다. 

그런 나오를 보고 있으면, 
나도 잃어버린 많은 마음들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오「1, 가르치는 거 잘하네」 
나오는 숨을 헐떡이며, 나를 향해 말했다. 

그 말이 기뻐서, 가슴이 뜨거워져서 그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오「아 더워라. 슬슬 물 좀 마셔도 될까?」 
나「응, 마셔. 열사병이라도 걸렸다간 위험해」 




285: 1 ◆aPqsLiX.0g @\(^o^)/ 2015/11/05(木) 23:09:36.26 ID:NHoSgdPp.net

대낮의 새하얀 햇빛이 마당을 비추고 있었다. 너무 덥다. 

나오「1한테 배우면 실력이 엄청 늘지도 모르겠네」 
나오는 수돗가에서 물을 마시며 그렇게 말했다. 
나는 역시, 그 말이 순수하게 기뻐서, 조금 부끄러웠다. 

나「내 덕분은 아니지. 나오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나오「역시 그렇지?」 
나오는 그렇게 말하며, 밝게 웃었다. 
발랄한 웃음, 이란 건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겠지. 
그 미소를 보고, 아주 약간 마음이 두근거린 것 같았다. 




287: 1 ◆aPqsLiX.0g @\(^o^)/ 2015/11/05(木) 23:13:34.19 ID:NHoSgdPp.net

나오와 둘이 있을 때, 그 「부적」에 대해 얘기할까 생각했지만, 
나오의 밝은 표정을 보고 있으니, 어쩐지 얘기하기가 무서워졌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일을 말했다간 이 미소가 사라져버리는 게 아닐까, 하고 
나는 「쓸데없는」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런 건 생각하지 말고, 말해버렸으면 좋았을 것을. 




294: 1 ◆aPqsLiX.0g @\(^o^)/ 2015/11/06(金) 01:24:42.02 ID:8z+/2djX.net

점심을 먹고, 오후부터 내 방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더니 
「띵ー똥」하고 인터폰이 울리는 소리가 났다. 

나오가 내려가는 기척도 없고, 숙모도 없는 모양이라, 
「괜찮으려나?」하고 생각하며 내가 현관문을 열었다. 
거기엔, 머리가 짧은 처음 보는 소년이 서 있었다. 
전에 야구관전 때 봤던 교복이었기에, 아마 나오네 학교의 학생이겠지. 




295: 1 ◆aPqsLiX.0g @\(^o^)/ 2015/11/06(金) 01:25:46.66 ID:8z+/2djX.net

남자「아, 에? 안녕하세요…」 
나「안녕하세요…」 
그는 정말로, 「예상치 못한 녀석이 나왔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남자「나오씨, 계신가요…?」 
나「아, 네. 잠시만요」 

나는 그대로 2층으로 올라가, 나오의 방문을 노크했다. 
나「어떤 남자애가 찾아왔는데」 
그러자, 안에서 「에ー? 또 타쿠미겠지」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오는 서둘러 현관으로 내려갔고, 
「역시나. 무슨 일이야ー?」하고 친근하게 대화를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계단 한가운데에서 살펴보고 있었다. 




296: 1 ◆aPqsLiX.0g @\(^o^)/ 2015/11/06(金) 01:39:26.54 ID:8z+/2djX.net

소년「아니, 먹물 놔두고 와서 가지러왔어」 
소년「교실 입구가 잠겨있었으니까, 이쪽으로 들여보내줘」 

나오「또 그거야. 제대로 좀 챙겨」 
소년「할 수 없잖아. 선생님 안 계셔?」 
나오「할머니는 밖에 나갔어」 

아무래도 그는, 여기 서예교실에 다니고 있는 학생인 모양이다. 
집에 아무도 없어서인지, 듣기 싫어도 대화가 들려온다. 
나오와 대화하는 모습을 보니, 꽤나 오래된 사이인 모양이다. 




297: 1 ◆aPqsLiX.0g @\(^o^)/ 2015/11/06(金) 02:03:09.16 ID:8z+/2djX.net

소년「그보다 아까 그 사람 누구야? 오빠는 없었지?」 
나오「친척…이라고 해야 하나. 재수생이고, 우리 집에 공부하러 와있어」 
소년「흐ー응. 키 엄청 커서 쫄았어w」 
나를 주제로 대화가 이어져, 약간 움찔하며 식은땀이 나올 것 같았다. 

소년「그러고 보니, 노가타 선생님 왔었어, 학교에」 
나오「에, 선생님이? 오늘 부활동 없는데」 
소년「교무실에서 우연히 만났어. 출산휴가 결정됐다더라」 
나오「엣!? 그거 진짜야??」 

나오가 갑자기 큰 소리를 냈기에, 내 심장이 벌떡, 하고 뛰어올랐다. 




310: 1 ◆aPqsLiX.0g @\(^o^)/ 2015/11/07(土) 03:12:59.56 ID:2DGFGa60.net

나오「아직 우리는 아무 얘기도 못 들었는데…」 
소년「아ー그렇구나. 다음 부활동 때, 말해주지 않을까」 
소년「그 배로는 무리도 아니지. 지금까지 잘도 해오셨어」 
나오「응…정말, 그렇긴 하지…」 

소년「여자 배구부, 대회 있다고 그러지 않았나?」 
나오「…있어」 
소년「괜찮겠냐? 선생님 없이」 
나오「모르겠어…」 

나오가 그 말 이후로, 한동안 대화가 끊겼다. 
교실 쪽에서, 타박타박 하고 발소리가 들렸다. 




311: 1 ◆aPqsLiX.0g @\(^o^)/ 2015/11/07(土) 03:15:43.92 ID:2DGFGa60.net

잠시 후 현관 쪽에서 「그럼 간다」하고 남자애가 나갔다. 
계단의 층계참에 한동안 서있었지만, 
나오가 돌아오지 않기에, 나는 서예교실 쪽을 보러 갔다. 

그곳에는, 교실에 멍하게 서있는 나오가 있었다. 

나「무슨 일이야. 여기, 덥지 않아?」 
교실 안은 냉방도 켜져 있지 않았고 문이 닫혀 있어서, 심하게 더웠다. 
입구 옆의 작은 창문으로 석양이 비추고 있었다. 




312: 1 ◆aPqsLiX.0g @\(^o^)/ 2015/11/07(土) 03:17:39.20 ID:2DGFGa60.net

나오「어떡하지」 
나「…노가타 선생님이, 부활동의 고문 선생님이야?」 
나오「들었어?」 
나「들리더라」 
내가 그렇게 말하니, 나오는 고개를 숙이고 입을 다물었다. 

교실이 너무 더워서, 나는 작은 창문을 열었다. 
나오「거기 열면 벌레 들어와」 
나「그치만, 더운걸」 

창문을 여니, 방충망이 없었다. 
하지만 바깥바람이 들어와, 조금은 나아졌다. 




313: 1 ◆aPqsLiX.0g @\(^o^)/ 2015/11/07(土) 03:19:17.28 ID:2DGFGa60.net

나「무슨 일이야」 
나오「고문 선생님이, 출산휴가 낸대」 
나「응, 들었어」 
나오「대회…어떡하지」 
나오는 고개를 숙인 채 들지 않았다. 

나「감독이 없으면 불안하겠지만…할 수밖에 없잖아」 
나오「응…」 
나「그렇게 풀죽어 있어도, 어쩔 수 없잖아」 
나오「응」 




321: 1 ◆aPqsLiX.0g @\(^o^)/ 2015/11/07(土) 19:59:15.91 ID:dlhGMPwp.net

나는 나오와 대화한 후, 부엌으로 돌아가 보리차를 마시고 한숨 돌렸다. 
하지만, 방에 돌아가려고 하니 아직 교실에 불이 켜져 있었다. 

나「언제까지 이 더운 곳에 있을 거야」 
나오「응」 
나「선생님이 쉬는 건 충격이겠지만 말이야, 스스로 할 수 밖에 없잖아?」 

나오「그런 건 알고 있다고!」 
나오의 말이 갑자기 거칠어졌기에, 나는 놀랐다. 




322: 1 ◆aPqsLiX.0g @\(^o^)/ 2015/11/07(土) 20:04:58.38 ID:dlhGMPwp.net

나오「나, 주장이란 말이야…실력이 좋지도 않은데」 
나오「선생님이 없으면, 전부 내가 해야 해. 연습도 시합지시도, 전부…」 
나는, 무슨 말을 해줘야할지, 곧바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나오「마지막 시합이니까, 전력을 다해서 이기고 싶었는데…무리야…」 
나오는 그렇게 말하곤, 다시 고개를 떨구었다. 

나「그치만…그게 주장이잖아. 정신 차려」 
나오「1은 실력이 좋으니까 좋겠지! 분명 내 기분 따위 모를 거야!」 
나오「실패하거나, 마음대로 플레이하지 못한 경우 따위 없을 거아냐!?」 




323: 1 ◆aPqsLiX.0g @\(^o^)/ 2015/11/07(土) 20:11:47.17 ID:dlhGMPwp.net

나오의 말이, 내 가슴을 찔렀다. 

나「그건……」 
나오「키도 크고, 레프트에다 에이스였잖아!?」 
나「나오」 
나오「이런 불안한 기분, 가져본 적도 없으니까 그렇게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거잖아!」 
나「나오, 들어줘」 

나「나는 더 이상, 배구를 하지 못 해」 




324: 1 ◆aPqsLiX.0g @\(^o^)/ 2015/11/07(土) 20:13:50.34 ID:dlhGMPwp.net

그 말을 듣고, 나오는 입을 벌린 채 나를 바라보았다. 
나오「에…?」 
나「말하지 않아서, 미안해」 

나「나, 허리를 다쳐서. 이제 두 번 다시 배구를 할 수 없어」 
나오「에, 그치만…이제 배구는 만족했다고…」 
나「응, 미안. 그건 거짓말이었어」 




325: 1 ◆aPqsLiX.0g @\(^o^)/ 2015/11/07(土) 20:19:18.66 ID:dlhGMPwp.net

나「나는 이제, 배구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어」 
나「공에 뛰어들거나, 마음껏 뛰어올라 스파이크를 친다던가, 할 수 없어」 
나오「거짓말…」 

밖에서, 「맴맴매ー앰…」하고 매미소리가 들려와, 
한동안 대화가 끊겼다. 
얼어붙은 분위기 속에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방 안이 더워서, 등에 땀이 흐르고 있었다. 




326: 1 ◆aPqsLiX.0g @\(^o^)/ 2015/11/07(土) 20:21:01.42 ID:dlhGMPwp.net

나오「미, 미안해…나, 아무것도 몰라서…」 
나오는 약간 눈시울이 붉어지고,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그런 나오를 보고 있자니, 
나도 감정이 북받쳐 전부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사실은 계속 꿈이었어」 
나「고교배구에 나가서, 그 오렌지색 코트에 서서―」 
나「지든 이기든, 코트에 수많은 바람을 일으키는 거야」 
나「나는 여기에 있다! 하고 말이야」 
나「마음껏 플레이하고, 마지막엔 동료들과 힘껏 끌어안는 거야」 
나오는, 조용히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327: 1 ◆aPqsLiX.0g @\(^o^)/ 2015/11/07(土) 20:22:04.93 ID:dlhGMPwp.net

나「그 때는, 과연 어떤 풍경이 보이게 될까」 
나「그 풍경을 보는 게, 내 꿈이었어」 
나오는 자기 일처럼 들어주었지만, 입술을 깨물고 쳐다볼 뿐이었다. 

나는 아차 싶어 바로 말을 돌렸다. 
나「아, 미안해. 이런 얘기 들어봐야 곤란할 뿐이지」 
나오는 약간 고개를 숙인 채, 입을 열었다. 




328: 1 ◆aPqsLiX.0g @\(^o^)/ 2015/11/07(土) 20:27:21.07 ID:dlhGMPwp.net

나오「응.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어…」 
나오「그러니까, 내일 우리 부활동에 와줘」 
갑자기 이런 말을 꺼내다니, 나는 당황했다. 

나「에, 무슨 뜻이야?」 
나오「나, 1한테 배구 배우고 싶으니까. 선생님 대신에 코치가 되어줘」 

나오「나랑 같이, 다시 한 번 배구 하지 않을래?」 




331: 1 ◆aPqsLiX.0g @\(^o^)/ 2015/11/07(土) 20:44:25.52 ID:dlhGMPwp.net

나오는, 선명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 
누군가가 나를 그렇게 바라보는 건 처음이었다. 

나「그렇게 말해도, 갑자기 관계도 없는 사람이…」 
나오「…역시 공부 때문에 바빠?」 

내가 여기에 온 목적―그건 물론 공부지만― 
하지만 그것만 하고 있는다고, 의미가 있을까? 
그 앞에는 꿈도 목적도 없다. 아무 것도 없는데 공부만 하고 있다. 

나오네 배구부와 함께 열심히 한다면, 그 앞에는 무엇이 있을까― 
무엇이, 보일까? 




332: 1 ◆aPqsLiX.0g @\(^o^)/ 2015/11/07(土) 20:47:54.26 ID:dlhGMPwp.net

나오「대회까지, 1주일동안만…부활동에 와주지 않을래?」 
나오「부탁이야…!」 
나오는 올곧은 눈이 나를 바라보았다. 

나오의 말은, 신기한 힘을 가진 것 같았다. 
평소의 나라면, 틀림없이 거절했겠지. 
배구를 떠올리면 괴로우니까, 
배구를 피하고, 배구를 잊으려고 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나오와는 왠지 같이 배구가 하고 싶었다. 
다시 한 번 할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런 생각이 들었다. 




334: 1 ◆aPqsLiX.0g @\(^o^)/ 2015/11/07(土) 20:51:50.52 ID:dlhGMPwp.net

나「나라도 괜찮다면, 힘이 되어줄게」 
나「코치 같은 건 해본 적 없으니까, 잘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말이야…」 
내가 그렇게 말하자, 나오는 후훗, 하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나오「거봐, 역시」 

나「뭐가?」 
나오「1은 아직 배구가 하고 싶은 거야. 틀림없어」 
나오는 힘없이 웃으며 내게 말했다. 

나오「1은, 자기가 좋아하는 걸 멋대로 끝내려하고 있지 않아?」 
나오「꿈이었다…라니 그게 뭐야? 꿈이라면, 아직 쫓아가면 되잖아」 
나오「적어도, 나라면 그렇게 할 거야」 
그렇게 말하곤, 나오는 웃으며 고개를 기웃거렸다. 




335: 1 ◆aPqsLiX.0g @\(^o^)/ 2015/11/07(土) 20:53:17.43 ID:dlhGMPwp.net

나는, 다치고 나서 배구와 엮이는 걸 일부러 피해왔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 때문에, 언제까지고 배구를 잊지 못하고, 
그 장애물에 계속 발목을 잡혀왔다.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건…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꿈은…… 

그 날 저녁식사 후,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던 내게 나오가 말을 걸어왔다. 
나오「내일 임시 코치가 와준다고, 모두에게 말해뒀어」 
나「모두? 무슨 뜻이야?」 
나오는 멀뚱멀뚱 쳐다보며, 스마트폰을 가리켰다. 




336: 1 ◆aPqsLiX.0g @\(^o^)/ 2015/11/07(土) 20:55:01.62 ID:dlhGMPwp.net

나오「LINE말이야. 배구부 채팅방」 
나「아아, 그 말이었구나」 

나오「다들 제법 기대하고 있어. 잘됐네」 
나「에, 진짜? 어쩐지 긴장되는데」 
그렇게 말하자 나오는 「어째서w」하고 웃었다. 

나오「오늘 했던 것처럼 가르쳐주면 돼」 
나「응, 알겠어」 
나오「나중에 LINE 아이디 가르쳐줘」 
나「응 알았어」 




337: 1 ◆aPqsLiX.0g @\(^o^)/ 2015/11/07(土) 20:56:40.19 ID:dlhGMPwp.net

나오「도와줄까? 그거」 
나「아니, 괜찮아. 이건 하숙하고 있는 내가 할 일이야」 
도움은 거절했지만, 내가 그릇을 씻고 있는 동안, 나오는 내 옆에 서있었다. 
그 때, 나오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는, 나는 보지 못했다. 

모기향의 냄새가 났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TV를 보며 웃는 소리가 들렸다. 
삼촌은 여전히 툇마루에서 한대 피고 계신 모양이었다. 

여름밤의, 평소와 같은 평온한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 속에서, 접시를 씻는 소리만이 들렸다. 




339: 1 ◆aPqsLiX.0g @\(^o^)/ 2015/11/07(土) 20:58:35.91 ID:dlhGMPwp.net

나오「내일, 일찍 가야하니까. 늦잠자면 안돼」 
나「알겠어. 나오도 늦잠자지마」 
나오「시끄러」 

설거지가 끝난 후, 나는 어둑해진 마당으로 나왔다. 
안 쓰는 자전거가 있는 모양이라. 내일 내가 쓰기위해 꺼내두려고 했다. 
거실에서 비춰지는 불빛과, 드문드문있는 가로등 밖에 의지할 게 없었다. 




341: 1 ◆aPqsLiX.0g @\(^o^)/ 2015/11/07(土) 21:01:50.49 ID:dlhGMPwp.net

포도밭 옆의, 창고 같은 곳에서 자전거를 꺼내와
수돗가 옆에 세워두니, 툇마루에 있던 삼촌이 말을 걸어왔다. 

삼촌「자전거를 꺼내오다니, 무슨 일이고?」 
나「아, 아뇨. 내일 잠깐 쓰려구요」 
삼촌「내일 어디 나가나?」 
그 질문에 잠시 당황했지만, 곧바로 「부활동입니다」하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삼촌은 「하하!」하고 크게 웃더니, 「1은 고등학생이었나」하고 웃었다. 
삼촌「잠깐 여기 앉아보그라」 
그렇게 말씀하셔서, 나는 삼촌 옆에 앉았다. 




342: 1 ◆aPqsLiX.0g @\(^o^)/ 2015/11/07(土) 21:05:54.59 ID:dlhGMPwp.net

삼촌「나오네 부활동이라도, 보러 가는기가」 
나「아, 맞아요. 부탁받은 게 있어서」 
삼촌은 후우, 하고 연기를 내뱉었다. 

삼촌「그런거 하지 말고, 공부해야 되는 거 아니가?」 
나는 갑작스런 말에 움찔하여, 체온이 올라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아뇨…물론 공부도…」 
삼촌「공부에 집중하려고 여기로 왔다고 들었는데」 
삼촌「우째가 부활동 같은 델 가게 된기고」 
나「…죄송합니다」 

찌는듯이 더운 여름밤에, 마치 주위가 얼어붙은 것 같았다. 
설마 혼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던 나는, 
움켜진 주먹에서 식은땀이 흘러나왔다. 




343: 1 ◆aPqsLiX.0g @\(^o^)/ 2015/11/07(土) 21:11:07.03 ID:dlhGMPwp.net

삼촌「…라고, 맨날 잔소리 들었었제?」 
나「…네?」 
삼촌「1군, 사실은 공부 별로 안 좋아하제?」 
삼촌의 태도가 순식간에 바뀌었기에,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삼촌「그보다, 다른 하고 싶은 게 있는기라」 
삼촌「들었다, 밭일도 도와줬었담서」 
삼촌「마당에서 나오랑 배구도 하고 있다고」 

삼촌「그래도 나는, 그거면 된다고 생각한데이」 
삼촌「공부만 하고 있다가는, 사람이 이상해져버린다 아이가」 
찌르르ー하고 여름 벌레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며, 삼촌의 옆모습이 어둠속에 덩그러니 떠있었다. 




344: 1 ◆aPqsLiX.0g @\(^o^)/ 2015/11/07(土) 21:12:47.81 ID:dlhGMPwp.net

나「내일 부활동 말인데요」 
나「저, 최근 몇 년 동안 계속, 하고 싶은 일이 없었어요」 
나「하고 싶지도 않은 공부를 매일매일 계속 하고, 그렇게 지내왔어요」 

나「하지만 지금, 정말로 하고 싶다고 생각한 일이, 눈앞에 왔어요. 벌써 몇 년 동안이나 없었는데」 
나「그러니까 내일, 저는 나오의 부활동에 다녀오겠습니다.」 

나는 정신없이, 지금 내 마음속에 있던 말을 꺼냈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마음속에서 불타오르는 생각을 주저 없이 내뱉었다. 




346: 1 ◆aPqsLiX.0g @\(^o^)/ 2015/11/07(土) 21:20:34.45 ID:dlhGMPwp.net

삼촌「1군, 무슨 일이고?」 
나「네?」 
삼촌「지금, 엄청 즐거워보이네」 
나는 삼촌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나「에, 그런가요?」 
삼촌「어딘가, 표정이 좋아보이더라」 
스스로도 눈치 채지 못했다. 그런 표정을 짓고 있었나. 
그렇다기보단,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나. 

삼촌「뭐,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일찍 일어나서 부활동 하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지」 
삼촌은 그렇게 말하곤, 웃으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나도, 「그럴지도 모르겠네요」하고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347: 1 ◆aPqsLiX.0g @\(^o^)/ 2015/11/07(土) 21:21:41.58 ID:dlhGMPwp.net

나는, 변하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과거의 망령에 사로잡힌 채 흘러온 이곳에서, 
나는 무언가 소중한 것을 발견하려 하고 있었다. 

그 날, 처음으로 나오에게서 LINE이 왔다. 
「내일 8:30에는 집에서 나갈 거니까」 
라고 쓰인, 간결한 문장이었다. 

기합을 넣어서 답장하기도 좀 그래서, 
나는 「오케ー이」라고만 대답했다. 




348: 1 ◆aPqsLiX.0g @\(^o^)/ 2015/11/07(土) 21:31:16.88 ID:dlhGMPwp.net

같은 집에 있는데 LINE을 하는 것도 묘한 느낌이었다. 
내 방에 있는 것도, 약간 들뜬 기분이 들었다. 
조그만 전등 외에는 불을 다 끈 뒤, 한동안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있었다. 

창밖에서는 여전히 벌레소리가 들려왔다. 
그 날은, 어쩐지 신기한 밤이었다. 
새삼스럽게, 내가 전혀 다른 세상에 온 듯한, 그런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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