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17:16:48.32 ID:SluoaBc3o

그는 전신이 철로 되어있단 걸 빼면 평범한 인간이었기에 
당연히 사람들이 그러듯 웃고 있었지만, 
어쨌든 얼굴도 철로 되어있었기에 
그 때마다 그의 얼굴은 거슬리는 소리를 내며 삐걱댔다. 

그 딱딱하게 굳은 미소는 누가 봐도 화난 것처럼 보였기에, 
그가 웃으면 주위 사람들은 다들 비명을 지르면서 도망갔다. 
누구도 그를 화나게 할 생각은 없다. 
그에게 맞으면, 아마 아픈 걸론 끝나지 않을 테니까. 

그래서 언제부턴가, 그는 전혀 웃지 않게 되었다.




2: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17:20:39.81 ID:SluoaBc3o


명백히 사람과는 다른 그 모습이 무서웠던 건지, 
그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부모조차도 그를 종기 취급하듯 했다. 
그들도 어떻게 대해야할지 잘 몰랐던 것이겠지. 
그래도 그를 버리자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는 걸로 미루어 봤을 때 
충분히 양심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부모의 태도를 보면서 자랐으니, 
그는 굉장히 내성적이고 겸손한 성격으로 자랐다. 
겉모습이 굉장히 무섭다는 건 변하지 않았지만. 




3: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17:25:13.98 ID:SluoaBc3o

길을 걷고 있으면, 거기에 엄청난 인파가 몰려있더라도 
그의 주변엔 떡하니 틈이 생겼다.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다가가지 않으려고 하면서도, 
공포와 호기심이 섞인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우리에서 해방된 맹수가 된 기분을 맛보며, 
그는 몸을 삐걱삐걱 울리면서 걸어간다. 

나를 말이 통하지 않는 괴물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철로 된 자신의 팔을 바라보면서, 그는 생각한다. 
내가 약간의 변덕으로 누군가를 때려 죽일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때리는 것만으로 사람을 죽이는 건, 보통 인간도 똑같이 할 수 있으면서. 




4: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17:31:45.16 ID:SluoaBc3o

주위 사람들은 항상 그런 태도라, 그는 집에 틀어박혀있는 걸 좋아하게 되었지만, 
집에 박혀있으면 박혀있는 대로, 부모가 곤란한 표정으로 그의 눈치를 살핀다. 
그 모습은 제법 그의 마음을 깎아 내리기에, 
결국 그는 무사히 졸업을 할 정도로는 학교에 다녔다. 

교사도 동급생들도 그의 외모만 보려고 하는 사람들뿐이라 
그 시선이나 태도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성가실 뿐이었다. 
하지만, 가능한 눈에 띄지 않게 숨죽여 생활하고 있었기에 
그렇게까지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 




5: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17:35:52.22 ID:SluoaBc3o

초등학교에선 체육관 뒤에 있는 작은 텃밭, 중학교에서는 옥상으로 가는 층계참, 
고등학교에서는 선생님한테서 열쇠를 빼돌려 생물준비실. 
그곳이 그가 있을 곳이었다. 
누군가 올 걱정이 없는 장소만이 그가 맘 놓고 있을 수 있는 곳이었다. 
혼자서 편히 앉아, 책을 읽거나 숙제를 하거나 하면서, 
그는 기나긴 쉬는 시간을 어찌어찌 보낼 수 있었다. 

다행히, 공부는 싫지 않았다. 
적어도, 수식이나 화학반응이나 세계역사는 
그가 철로 되어있다는 이유로 태도를 바꾸거나 하지 않았다. 
종이위에 늘어선 무기질한 글자는, 사람들이 입으로 하는 말보다도 
그에겐 훨씬 상냥하게 느껴졌다. 
자연히 그는 높은 성적을 받게 되어, 
그리고 그 지역에서 그런대로 유명한 대학에 합격했다. 




6: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17:41:29.09 ID:SluoaBc3o

이런 모습이니까, 적어도 어느 정도의 학력은 갖고 있는 편이 좋다. 
진학을 결심한 것은 스스로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었지만, 
그래도 앞으로 시작될 대학생활을 생각하니 그의 마음은 무거워졌다. 
어차피 또, 다들 날 피하겠지. 




7: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17:47:44.04 ID:SluoaBc3o

* 


대학생활이 시작된 후로도, 그가 하루를 보내는 방식은 딱히 변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꽂히는 시선을 모른척하고 서둘러 피하기, 
교실에선 가능한 구석자리에 앉고, 조별과제가 있는 강의는 가능한 피한다. 
특히 입학 직후에는 동아리나 모임을 권유하는 사람이 많았기에, 
사람들을 피해 다니기가 제법 어려웠다. 
당연히, 그는 알바도 동아리활동도 할 생각은 없었다. 
나를 받아들여줄 집단이 있을 리가 없다, 그렇게 생각했다. 

캠퍼스가 넓은 탓에 피난장소를 찾는 덴 제법 고생했지만, 
지도를 열심히 쳐다본 결과, 낡은 교사가 늘어선 곳 주변에 
사각지대에 놓인 작은 공간을 찾았다. 
실제로 가보니, 그곳은 교사나 나무에 둘러싸여있어 사람 눈에 띄기 어렵고,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이상적인 장소였다. 
거기다, 낡아빠진 기둥과 지붕 밑에 낡은 금속제 벤치가 놓여있어 
안성맞춤인 장소였다. 




8: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17:53:26.63 ID:SluoaBc3o

그는 천천히 벤치에 앉아, 몸무게 때문에 부서지지 않는지 주의 깊게 확인했다. 
그리고 깊은 숨을 쉬고, 이 새로운 비밀기지의 풍경을 다시 바라보았다. 
균열을 메운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있는 교사, 이끼 낀 바닥, 질척질척한 배수구, 그리고 차가운 벤치. 
이 축축하고 약간 어두운 공간은, 굉장히 그의 마음에 들었다. 

이걸로 겨우, 혼자 있을 수 있다. 
그는 가방에서 책을 꺼내, 펼쳐들었다. 
그 벤치에 앉아 있으면 정말로 편안해져서, 
오랜만에 그는 진심으로 평온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평온은, 그렇게 오래 가진 못했지만. 




11: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18:04:26.53 ID:SluoaBc3o

비밀기지를 발견하고 약간 시간이 지난 어느 날. 
그의 마음에 든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있으니, 
갑자기 누군가의 발소리가 다가왔다. 
지금까지 이곳에 사람이 지나간 적은 없었으니까 
그것만으로도 그는 펄쩍 뛸 정도로 놀랐다. 
서둘러 어딘가에 숨으려고 했지만 숨을 장소를 찾을 수 없어서, 
그는 가만히 숨을 죽이고, 그 사람이 지나가길 기다리기로 했다. 

빨리 발소리가 지나가기를 바랐다. 

하지만, 발소리의 주인은 곧바로 그에게 다가와서, 
「옆에 앉아도 될까요?」하고 물으면서 그의 왼쪽에 앉으니까, 
철로 되어있는 그의 심장은, 한순간 완전히 멈출 수밖에 없었다. 




12: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18:09:14.85 ID:SluoaBc3o

새하얘진 풍경이 색을 되찾을 때까지 수초의 시간이 흘렀다. 
어찌어찌 놀람과 긴장을 진정시키고는, 
고개는 책을 향한 채로, 그는 곁눈질로 옆 사람을 엿보았다. 

나에 대해서 알고 다가온 것일까. 
멀리서 반쯤 장난으로 놀리는 사람은 몇 명인가 있었지만, 
갑자기 직접 말을 걸어온 사람은 처음이다. 
대체 무슨 속셈이지? 

「뭐 읽고 계세요?」 

들려온 것은, 약간 새되고, 잘 울려 퍼지는 목소리였다. 




13: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18:14:11.79 ID:SluoaBc3o

그는 고개를 들고, 옆을 보았다. 
그곳에 앉아 있는 건 아마도 대학생인 여자아이로, 
작은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가방과 기타케이스를 메고, 
묵직한 헤드폰을 목에 걸치고 있었다. 

그는 책을 들어올려, 표지를 보여주었다. 

그 작가 알아요, 하고 그녀는 기쁜 듯이 웃었다. 
그리고는 그 작가는 젊은 나이에 병으로 죽은 일이나, 유작에 대한 얘기나, 
그런 것들을 줄줄이 얘기했다. 

갑작스런 수다쟁이의 방문에 당황해서, 그의 시선은 어디를 향해야할지 몰라서 
손에 든 책과 옆에 앉은 그녀 사이에서 맴돌고 있었다. 




14: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18:19:35.27 ID:SluoaBc3o

그는 한동안 조용히 있었다. 
이건 딱히 그녀의 얘기를 들으려는 게 아니라, 
단순히 그의 입에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알겠지만, 오랫동안 말하지 않으면 
말을 입에 담는 게 점점 힘들어진다. 

한참동안 책의 저자에 대해서 말하고 나서 그녀는 겨우 말을 멈추고, 
그의 표정을 살피며, 혹시 방해했나요, 하고 물었다. 

「무슨」 

심하게 쉰 목소리가 나오자, 그는 기침을 했다. 
그 움직임에, 그의 몸은 크게 삐걱거렸다. 

「무슨 목적이야」 

다시 내뱉은 그 질문에, 그녀는 
「소문을 듣고, 한 번 얘기해보고 싶어져서」라고 대답했다. 




15: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18:23:19.48 ID:SluoaBc3o

정말로 온 몸이 철이네요, 하고 그녀는 말했다. 
그건 역시나 그의 이상한 모습을 재밌어하는 말투로, 
그의 신경을 긁어 놓기엔 너무나도 충분했다. 
그는 옆에 앉은 여자를 있는 힘껏 째려보고는, 
재미로 찾아온 거면 당장 꺼져, 라고 최대한 낮은 목소리로 겁을 줬다. 

「에ー, 좀 더 얘기해요」 

그녀에겐 효과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아무런 타의도 없이 실실 웃는 모습에, 
그는 오히려 독기가 빠져버렸다. 





16: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18:27:02.38 ID:SluoaBc3o

「이름 가르쳐 주실래요?」 

「…………」 

「그럼 테츠 씨[각주:1]라고 부를게요, 
 온 몸이 철로 되어있으니」 

「…………」 

「그럼 저는 고기라고 불러주세요. 
 온 몸이 고기로 되어있으니」 

「……그건 좀 아닌 거 같은데」 

「우헤헤헤헤」 

그녀는 그가 대답해준 것이 기쁜 것 같았다. 




17: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18:28:35.83 ID:SluoaBc3o

「테츠 씨는, 무표정이네요」 

「……내가 웃으면, 얼굴이 삐걱대며 시끄러우니까」 

「괜찮아요. 저, 칠판 긁는 소리도 아무렇지 않으니까」 

「하아」 

「그러니까 웃어주세요. 자!」 

「자, 라고 말해도 말이지」 

갑자기 웃을 수 있겠냐, 하고 그는 말했다. 
저는 가능한데요, 하고 그녀는 소리 높여 웃었다. 




19: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18:36:20.66 ID:SluoaBc3o

「뭐든 말 좀 해주세요, 대화가 안 되잖아요」 

잘 못해, 하고 그는 대답했다. 
지금까지 사람과 제대로 대화한 적은, 셀 필요도 없을 만큼 적다.
어째서 이 아이는 처음 보는 사람한테 이렇게나 잘 말할 수 있는 거지. 
모터라도 달렸나? 

「지금 읽고 있는 책의 감상이라던가」 

「…………다 읽지도 않은 책의 감상 따위 말 못하지」 

「그도 그러네요」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또 웃었다. 
그녀에게 있어선, 이 아무렇지도 않은 대화의 대부분이 재밌는 모양이었다. 




20: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18:39:40.49 ID:SluoaBc3o

갑자기, 그녀의 가방에서 요란한 소리가 났다. 
뭔가 연락이 온 것 같았다. 
그녀는 당황하며 큰 가방을 뒤적여 휴대폰을 꺼내고, 
화면을 보더니 괴상한 소리를 질렀다. 

「서클 집합시간, 늦었어요!」 

「그래」 

「그럼 이만 가볼게요!」 

「…………」 

「그럼, 또 올게요!」 

또 오는 거냐.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21: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18:43:07.72 ID:SluoaBc3o

다음에 만날 땐 책 감상 들려주세요. 
그 말을 남기고, 그녀는 당황한 모습으로 떠나갔다. 
그곳엔 멍한 표정으로 벤치에 앉아있는 그와, 
폭탄이 터지고 난 듯한 정적만이 남아있었다. 

잠시 후, 아무래도 이 비밀기지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닫고, 
어째서 이렇게 된 거야, 하고 그는 탄식했다. 




22: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18:46:38.41 ID:SluoaBc3o

그 아이는 다시 올 것이다. 
더 이상 여기선 혼자 있을 수 없을 것 같다. 

어째서 이렇게 된 거지, 하고 그는 다시 한 번 탄식했다. 

그게 그렇게까지 싫지는 않는다는 점이, 
스스로도 놀라웠기 때문이었다. 




24: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18:50:41.89 ID:SluoaBc3o

* 


그 일이 있은 후로, 그 여자아이는 종종 그의 비밀기지를 습격했다. 

여전히 커다란 짐을 끌고 와, 작은 동물처럼 그의 눈치를 살피고, 
그가 벤치의 오른쪽으로 약간 옮겨 앉은 걸 확인하고는, 
그녀는 기쁜 듯이 옆의 빈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정말 수다스러웠다. 
일상적이고 시시한 일 이나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얘기하는 걸 
그녀는 정말로 사랑하는 모양이었다. 
특히 책 얘기로 넘어가면 입을 멈출 수 없다는 듯, 
마음에 드는 이야기에 대해 그녀는 줄줄이 얘기했다. 




25: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18:53:55.81 ID:SluoaBc3o

음악 서클이니 카페 알바니, 그녀는 제법 바빴던 탓인지 
독서량은 그에 비해서 적었지만, 
그 대신 그녀는 한권한권을 깊이 읽고 있었다. 
그리고 자세한 감상이나 평론을 그의 앞에서 늘어놓았다. 

처음엔 그에 적당히 대답해주던 그는, 
어느 샌가 분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그저 책을 흘려 읽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26: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18:57:34.67 ID:SluoaBc3o

그는 더욱 책을 열심히 열중해서 읽었고, 
그녀에게 지지 않고 감상을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제대로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자, 
그녀는 역시 기쁜 듯이 웃었다. 

이건 실제로 대화를 해보고 처음 깨달은 건데, 
그에겐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았던 모양이다. 
대화 자체는 여전히 어려웠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려고 하는 건 즐거웠다. 




28: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19:01:14.15 ID:SluoaBc3o

그녀는 판타지나 SF 같은, 
비현실적인 요소가 많은 이야기를 좋아했다. 
특히 로봇이나 안드로이드가 나오는 얘기를 정말로 좋아해서, 
전기양[각주:2]에 대해서 열심히 얘기하는 그녀를 보고 있으면, 
그녀가 어째서 자기에게 말을 걸려고 했는지, 그 이유를 어쩐지 알 수 있었다. 


「영혼이란 건 있을까요?」 

그 날, 그녀는 갑자기 그런 얘기를 꺼냈다. 

「한 치의 벌레에도 닷푼의 영혼이 있다[각주:3]고 하지만, 
 대체 뭘 보고 영혼이 있다고 하는 걸까요」 




29: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19:04:28.61 ID:SluoaBc3o

없는 게 아닐까, 하고 그는 대답했다. 

「영혼 따위, 사후의 공포를 두려워한 인간이 멋대로 생각해낸 거잖아? 
 윤회전생이나, 극락정토나, 그런 걸 갖다 붙이려고」 

이 정도 시간이 흘렀을 땐 그도 제법 잘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입학하고 나서 벌써 1년 이상 지나고, 
2학년이 되었네요ー, 라는 그녀의 말을 듣고 
그는 처음으로 자기들이 동급생이라는 걸 알았다. 

「그런 논리면 인간이 생각해낸 건 전부 부정되어 버릴 걸요. 
 좀 더 꿈과 로망을 가지자구요ー」 

그녀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 




30: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19:07:48.97 ID:SluoaBc3o

「영혼이 있다고 가정하고!」 

「그래그래, 있다고 가정하고」 

「식물엔 영혼이 깃들어 있을까요」 

「그다지 생각해본 적 없는데. 
 식물인가,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 자연스러우려나?」 

「그렇겠죠. 
 그렇게 생각하면, 영혼=생명은 아니네요」 

「식물도 살아는 있으니까」 

「네. 그리고, 한편으론 벌레에겐 영혼이 있다고 하죠. 
 그렇다는 건, 거기에 의사가 있는가, 가 열쇠인 게 아닐까요」 

「자아가 있는 것에 영혼이 깃든다는 거야?」 

「맞아요!」 

그녀는 기세 좋게 끄덕였다. 




31: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19:12:37.87 ID:SluoaBc3o

「말하자면 말이죠, 이후에 인공지능의 개발이 순조롭게 이루어진다고 하면, 
 언젠가 자아라고 불러도 손색없는 것을 갖게 될 거라 생각하는데요」 

「아아, 그렇구나」 

이쯤에서 그는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비생물도 언젠간 영혼이 깃들지도 모른다고?」 

「그거에요!」 

「그건, 확실히 로망이네」 

「네, 꿈과 로망이에요」 

그런 식으로 생각한다면, 
일단은 나도 영혼을 갖고 있다고 해도 되는 걸까. 
이런, 무기질한 몸이라도. 




32: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19:17:23.06 ID:SluoaBc3o

「영혼을 가진 로봇이 탄생했다고 가정하고 말야」 

「네」 

「그 녀석은 그래도 살아있다고는 못하는 걸까? 
 영혼과 생명은, 다른 거잖아」 

「으ー음, 살아있다고는 생각하기 힘들지 않을까요. 
 대사 작용도 번식도 안하니까, 그건 역시 비생명체라는 거고」 

「그렇겠지」 

「하지만 어떤 로봇이라도, 움직이기 시작한 순간이 있다면, 
 움직임이 멈추는 순간도 분명히 있어요. 
 그걸 로봇이 태어나, 살아가고, 그리고 죽는 거라고, 
 그렇게 말해도 되지 않을까 전 생각해요」 

과연 그렇군, 하고 그는 탄식했다. 




33: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19:21:25.66 ID:SluoaBc3o

「테츠씨는, 언젠가 죽는 거죠?」 
잠시 생각에 빠진 그에게,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제법 노골적인 질문이다. 

「아직 죽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는데」 
그는 그렇게 대답했다. 

자신이 사실은 로봇인 게 아닐까 확인해보고 싶어져서 
머리를 깨부숴보려고 한 적도 몇 번이나 있다, 는 건 말하지 않았다. 
쇠망치로 머리를 내려칠 용기가 결국 없었다는 것도. 




34: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19:26:51.60 ID:SluoaBc3o

「적어도 테츠씨는 살아있어요」 

「그러길 바라고 있어」 

「그럼 역시 언젠가 죽겠죠」 

「그러길 바라고 있지」 

「화장하려면 힘들겠네요」 

「용광로를 예약해둬야겠네」 

「엄지를 세우고 천천히 가라앉아주세요」 

「죽어있는데도?」 

「아이 윌 비 백, 이라고 하면서」 

「억지 부리지 마」 

너무나도 경솔하고 시시한 농담에, 둘 다 웃고 말았다. 
그의 얼굴이 삐걱대는 소리는, 그보다 조금 큰 그녀의 웃음소리가 가려주었다. 





35: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19:30:29.01 ID:SluoaBc3o

그는 점점 그녀가 오기를 내심 기다리게 되었다. 
빈도는 그렇게 높진 않아서, 기껏해야 1달에 2,3번 정도라, 
대부분의 경우, 그는 어깨가 약간 처진 채로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가끔 장난을 쳤다. 
멀리서 자석을 던진 적도 있었다. 

그는 혼자선 자석을 뗄 수 없다. 
떼려고 하면 손이 다시 자석에 붙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해보려고 당황해서 허둥거리는 그의 우스운 꼴을 보고, 
그녀는 배를 잡고 웃었다. 




36: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19:33:44.60 ID:SluoaBc3o

「역시 자석, 달라붙네요!」 

「당연하지! 떼 줘 이거!」 

「아뇨, 안 붙는 철도 있어요. 스테인리스라던가」 

「잡지식은 됐으니까 떼 줘」 

「테츠씨를 찾고 싶을 땐, 강한 자석을 갖고 올게요」 

「자석 떼 줘!」 




37: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19:38:01.32 ID:SluoaBc3o

그 밖에도, 그녀는 다양한 면에서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예를 들면 그 겨울날의 일이다. 


추위에 약했던 듯, 그녀는 온 몸을 니트로 감싼 복장을 하고 있었다. 
그 부푼 모습은 마치 겨울을 준비하는 다람쥐 같아서, 그는 무심코 웃어버렸다. 
뭐에요, 하고 그녀는 볼을 부풀리면서 옆에 앉았다. 




38: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19:41:08.92 ID:SluoaBc3o

「테츠씨는 안 추워요?」 

「아니 딱히」 

「어째서에요, 철이니까 온 몸이 금방 차가워지잖아요」 

「그렇긴 한데, 더위나 추위를 애초에 그다지 느끼질 못해」 

「뭐야 그게, 치사해!」 

뭐가 치사하단 거야, 하고 그는 말했다. 
그렇게 말하곤, 그는 약간 화가 나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39: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19:46:53.05 ID:SluoaBc3o

「더위든 추위든, 너희에겐 그저 귀찮을 뿐일지 몰라도 
 나는 그걸 아무리 원해도 느낄 수 없다고. 
 그저 상상할 수밖에 없어」 

감각이 남보다 적다는 것. 
그것은 즉 철로 된 몸이 눈에 비치는 세상을 좁게 만들어 버린다는 것, 
그가 자신의 몸을 가장 증오하는 때는 그것을 실감했을 때이다. 

그녀는 뭐라 해야 할지 곤란해 하다가, 
그리곤 고개를 약간 숙이고「죄송해요」하고 중얼거렸다. 

그는 다시 울컥했다. 
평소의 표정과 그다지 차이가 나지는 않았지만. 




40: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19:50:11.37 ID:SluoaBc3o

그녀는 오른쪽 장갑을 벗고, 책을 들고 있던 그의 왼손에 자신의 오른손을 살짝 살짝 겹쳤다. 
「앗 차거!」하고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 

그의 심장이 고동쳤다. 
비명 때문이 아니라, 물론 그녀의 손 때문이다. 

「조금은 따뜻해요?」 

「아니, 딱히」 

그녀의 오른손이 그의 왼손을 꼭 잡았다. 

「할 수 없으니까, 따뜻하게 해드릴게요」 

그 날 읽던 책을, 그는 다시 읽어야 했다. 
내용이 전혀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41: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19:53:42.39 ID:SluoaBc3o

더 이상 말할 것도 없지만, 그는 그녀를 꽤 좋아했다. 
하지만「온 몸이 철로 되어있는 사람은 좀..」이라고 해버리지 않을까 해서, 
예를 들어 데이트를 신청한다던가, 그의 마음을 전한다던가, 
그런 행동을 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거절당하는 데엔 충분히 익숙했지만, 
혹시 그녀와의 관계가 끊어져버리면 
아마 나는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42: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19:57:07.65 ID:SluoaBc3o

결국 그는 상황을 바꾸려고 하지 않고,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서 가끔 벤치에 놀러오는 그녀를 기다릴 뿐이었다.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그녀가 일부러 자신과 얘기하기 위해 놀러온다, 그것만으로도.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어도,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엄청난 속도로 시간은 흘러간다. 

눈 깜짝할 사이에 4년이 지나, 
두 사람은 졸업을 맞이한다. 




43: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20:08:07.42 ID:SluoaBc3o

* 


그는 졸업식엔 나가지 않았다. 
아쉬워 할 학생시절도 되돌아볼 추억도 딱히 없다. 
졸업은 그에게 있어서 기념할 것이 아니라, 
커리큘럼을 어떻게든 소화해냈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었다. 

졸업증명서와 필요하지도 않은 선물만 받고, 
그는 곧바로 항상 있던 장소로 왔다. 
그리고 벤치의 오른편에 앉아, 가방에서 꺼낸 책을 펼쳐 들었다. 

정장은 제대로 입고 있었다. 

약속은 하지 않았다. 
그저, 와주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다. 




44: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20:12:04.32 ID:SluoaBc3o

「잘 어울리네요」 

그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이야기가 수십 페이지 정도 나아간 후였다. 
그는 책을 덮고 고개를 들었다. 

그곳엔 화려하게 꾸며 입은 여성이 있었다. 
그는 그 모습에, 잠시 눈을 돌릴 수 가 없었다. 

「뭔가 하실 말씀은 없으신가요」 
하고, 그녀는 후리소데[각주:4]를 입은 모습을 자랑하듯이, 
히죽거리며 그에게 물었다. 




45: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20:16:07.85 ID:SluoaBc3o

딱히 없어, 하고 그는 말했다. 

잘 어울려, 귀엽네,
사실은 그런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걸 실제로 말했을 때의 부끄러움을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녀는 졸업증명서가 든 통으로 그의 머리를 가볍게 쳤다. 
데ー엥, 하고 맑은 소리가 났다. 




46: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20:19:45.14 ID:SluoaBc3o

이제 졸업이네요, 하고 말하며 그녀는 그의 왼쪽, 
언제나 앉던 곳에 앉았다. 

「순식간이었던 거 같아요」 

그러네, 하고 그는 대답했다. 

「못 다한 일투성이에요」 

그 말엔 그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녀와는 달리, 자신의 의지로 하려 했던 일 따위 
그에겐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47: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20:23:06.66 ID:SluoaBc3o

「처음엔 흥미본위였어요」 
테츠씨에게 말을 걸었던 건, 하고 그녀는 말했다. 

그는 천천히 끄덕였다. 
그런 건 한참 전에 알고 있었다. 

「처음엔 흥미본위였어요. 
 온 몸이 철로 되어있는, 사람이라곤 생각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엄청 궁금했어요. 
 대체 어떤 사람일까.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떤 걸 생각하고, 
 어떻게 살아왔을까, 하고. 
 여러 가지 얘기해보고 싶어졌어요」 

실제로 얘기해보니 어땠어?, 하고 그는 물었다. 

그냥 어둡고, 외로워하는 평범한 사람이었네요, 하고 그녀는 웃었다. 




48: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20:27:30.05 ID:SluoaBc3o

「하지만 왠지 어린아이처럼 보였어요. 
 혼자 책을 읽고 있는 테츠씨의 모습이, 
 같이 놀자고 해주길 기다리는 것처럼, 
 엄마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어린아이처럼. 
 그래서 다음으로 든 생각은 동정이었다고 생각해요. 
 아마, 그런 식으로 위에서 내려다보는 감정이 있었어요」 

그는 또 끄덕였다. 
그것도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 

「갑자기 이런 말 해서 죄송해요」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머리를 숙였다. 




49: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20:31:35.23 ID:SluoaBc3o

화나셨나요, 하고 불안해하는 그 물음에, 
그는 천천히 고개를 젓고, 「아무래도 상관없어」하고 대답했다. 

내치듯이 말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는 그 대답에, 
그녀는「감사합니다」하고 말했다. 

실제로, 그녀가 말을 걸어온 이유 따위, 
그건 정말로 아무래도 좋을 일이었다. 
지금까지 계속 둘이서 해왔던, 
싱거운 얘기에 비하면, 훨씬. 




50: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20:35:30.46 ID:SluoaBc3o

「이 뒤에 서클 사람들하고 뒤풀이가 있어요. 
 졸업 기념이에요. 
 다들, 취직이니 진학이니 해서 뿔뿔이 흩어지니까요. 
 저도 먼 곳에 취직하게 됐고」 

「그래」 

「테츠씨는 여기에 남으실 거죠」 

「아직 집을 떠날 수는 없으니까」 

「그럼 떨어지게 되겠네요」 

그러네, 하고 쉰 듯한 목소리가 그의 목에서 나왔다. 




51: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20:38:52.81 ID:SluoaBc3o

「뭔가 할 말은 없으신가요」 

그녀는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번엔 웃고 있지 않았다. 
그는 그 시선을 피하듯이, 
앞에 있는 나무를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52: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20:42:18.88 ID:SluoaBc3o

원하는 대답이, 아까와는 다른 종류의 대답이란 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그는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거운 침묵만이 두 사람 사이에 찾아왔고,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바람이 나무를 흔드는 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묘하게 귀에 거슬렸다. 




54: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20:46:02.79 ID:SluoaBc3o

「슬슬 시간이 됐으니, 갈게요」 

그녀는 일어서서, 그의 앞으로 왔다. 
그리고, 그의 얼굴을 똑바로 응시했다. 

「이걸로 이별이네요」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55: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20:49:30.28 ID:SluoaBc3o

아까보다도 훨씬 세게, 졸업증명서가 든 통을 내려쳤다. 


「바ー보!!」 


그리고 그녀는 발을 돌려, 
익숙지 않은 게다 때문에 고생하며 빠른 걸음으로 떠나갔다. 




56: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20:53:13.61 ID:SluoaBc3o

머리를 울리는 충격이 온 몸에 퍼지는 것을 느끼며, 
지금부터 쫓아가도 쉽게 따라잡겠군, 같은 걸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는 일어나지 않고, 
그녀가 떠나간 방향을, 그저 멍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58: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20:56:43.48 ID:SluoaBc3o

처음엔, 다음으로. 

그럼 그 다음은 무엇이었을까, 하고 그는 생각했다. 
어째서 그녀는 계속 이 벤치에 와주었을까. 

그 대답을 사실은 알 것 같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봐야 어쩔 수 없는 일이었기에, 
그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59: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21:00:06.57 ID:SluoaBc3o

그리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은 채로, 그는 계속 벤치에 앉아있었다. 
주위가 어둠에 휩싸이고, 멀리서 누구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게 될 때 까지, 혼자서. 




61: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21:03:40.67 ID:SluoaBc3o

* 


대학을 졸업해도, 처음엔 그의 생활은 딱히 변하지 않았다. 

4년간 그는 어떤 마이너한 언어를 하나 익혔기에, 
그 번역 일을 해서 생계를 이어가려 했다. 

이거라면 직접 사람과 만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게 그의 계획이었고, 
그것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 
처음엔 아버지나 교수의 인맥에 의지했었지만, 
어느 정도 지나자 자연스럽게 의뢰가 들어오게 되었다. 




62: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21:07:39.68 ID:SluoaBc3o

곧 자립할 수 있게 되었고, 그는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아파트를 빌리기로 했다. 
3평짜리의 좁은, 하지만 어릴 적부터 꿈에 그리던 
자신만의 공간을 겨우 손에 넣었다. 

평소엔 방에서 일을 묵묵히 하다가, 피곤해지면 침대에 누워서 책을 읽는다. 
외출은 최소한의 쇼핑이면 된다. 
그에게 있어선 이상적인 환경이 그곳에 있었다. 

위화감은 곧 찾아왔다. 




63: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21:12:36.59 ID:SluoaBc3o

방의 정적을, 그는 견딜 수 없게 되었다. 

머릿속에서 울리는 이명에 그는 초조함을 감출 수 없었다. 
TV방송도, 스피커에서 울리는 음악도, 
이 정적을 없애줄 순 없었다. 

원인은, 생각할 것도 없이 알고 있었다. 

조용한 방과는 달리 혼란스러운 마음을 추스르고자, 
그는 그저 알코올에 몸을 맡겼다. 
체질 때문인지 그다지 취하지 않았고, 주량은 점점 늘어갔다. 




65: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21:16:03.33 ID:SluoaBc3o

그러다, 그는 거리를 비틀비틀 방황하게 되었다. 

어째서 이렇게 된 거지. 
전에는 괜찮았었는데. 

혼자 있는 게 엄청 엄청 외로운 것이란 걸, 
그 녀석 때문에 알아버렸잖아. 




66: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21:19:25.86 ID:SluoaBc3o

흔들리는 시선을 가만두지 못한 채 길을 걷는다.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웃어보인다. 
삐걱, 하고 큰 소리가 난다. 
상대방은 당연히 겁먹은 표정을 짓고, 
그리고 허둥지둥 도망간다. 

있지, 난 너랑 어떻게 얘기했었더라. 
어째서 넌 나와 얘기해줬더라. 

이제 와선, 더 이상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67: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21:22:54.21 ID:SluoaBc3o

조금씩 그의 몸은 녹슬어서, 움직이기 힘들게 되었다. 
아무래도 자신도 늙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는 건, 나도 언젠간 죽을 수 있는 걸까. 

언젠가 했던 대화를 떠올리며, 그는 조용히 웃는다. 

그렇게, 과거의 행복에 의지하며, 그는 걷는다. 




69: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21:26:14.44 ID:SluoaBc3o

나날이 그의 몸은 심하게 삐걱대기 시작했다. 
거슬리는 소리를 가려줄 새된 웃음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차가운 왼손은 계속 차가울 뿐이다. 

그는 그래도 계속해서 걸었다. 
곁에서 웃어줄 사람이 어딘가 없을지 찾아다니면서. 

계속. 




70: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21:29:37.32 ID:SluoaBc3o


이상입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 
정말로 감사합니다. 




71: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21:38:57.02 ID:tvCb4PJDO

애절하네ー…… 




72: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21:39:17.28 ID:dYBmZVR4o

슬프다… 




73: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21:41:22.98 ID:dYBmZVR4o

아니 그래도 재밌었다 
그래 재밌었어 
재밌다 




75: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22:02:32.24 ID:SluoaBc3o

전에 썼던 건 딱 하나,【Q「세상의 끝을 본 적 있어?」】라는 녀석입니다. 
그 기세로 홈페이지도 만들어버렸기에, 괜찮으시다면 찾아와주세요. 
http://sidedrain.web.fc2.com 


눈을 더럽혀서 죄송합니다. 
그럼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76: 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 2014/08/02(土) 23:50:39.18 ID:I7CVrprTo

재밌었다 수고 





출처 : http://ex14.vip2ch.com/test/read.cgi/news4ssnip/1406967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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