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9: 1 ◆aPqsLiX.0g @\(^o^)/ 2015/11/07(土) 21:32:26.67 ID:dlhGMPwp.net


다음날, 나오는 8시가 되기도 전에 준비가 끝났는지, 나를 몹시 재촉했다. 
배구화가 없다고 하니, 마지못해하며 자신의 운동화를 빌려주었다. 
나는 직접 코르셋을 준비하거나, 
수건이나 티셔츠를 준비하느라 고생했다. 

결국 8:30이 되기 전에 집을 나섰고, 나는 잠이 덜 깬 머리를 깨우느라 필사적이었다. 
나오「빨리!」 
나오는 집 앞의 도로에서 자전거에 올라탄 채 나를 재촉했다. 
여름 아침의 새하얀 빛이, 우리 두 사람을 감싸고 있었다. 




351: 1 ◆aPqsLiX.0g @\(^o^)/ 2015/11/07(土) 21:41:26.12 ID:dlhGMPwp.net

자전거를 타는 건 오랜만이라, 어쩐지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서두를 거니까, 내 뒤에서 따라와!」그렇게 말하는 나오의 등을 쫓는다. 

바람을 가르며 언덕길을 점점 내려간다. 
앞서가는 나오의 뒷모습이 작아져간다. 

늘 보던 포도밭이 옆을 스쳐 지나간다. 
역 앞의 길도 지나갔다. 멀리에, 산기슭의 마을이 조그맣게 보였다. 
햇빛을 받으며,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352: 名も無き被検体774号+@\(^o^)/ 2015/11/07(土) 21:56:56.05 ID:vTmj6fMO.net

일부분이라도 좋으니, 실사든 애니메이션이든 광고에 쓰였으면 하는 풍경이다! 




354: 1 ◆aPqsLiX.0g @\(^o^)/ 2015/11/07(土) 22:21:58.65 ID:dlhGMPwp.net

계속해서 내리막이라 바람을 마음껏 맞았기에 
더위는 그렇게 느끼지 못했다. 
나오가 마실 걸 사는 걸 깜빡했다며, 도중에 자판기 앞에 멈춰 섰다. 

나「저기, 그렇게까지 서두를 필요는 없는 거 아냐?」 
나오「그런가. 뭐 그럼 평범하게 가도 괜찮지만」 
나「뭐가 그렇게 초조한 거야?」 
나는 자판기의 그림자로 들어가, 나오의 표정을 살폈다. 

나오「딱히, 초조해하는 건 없는데」 
나오는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았다. 




355: 1 ◆aPqsLiX.0g @\(^o^)/ 2015/11/07(土) 22:23:49.42 ID:dlhGMPwp.net

나오「빨리 가서, 준비를 하고 싶었을 뿐이야」 
나오「…미안」 
나는 순간 「응?」하고 생각하며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나오가 사과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고 곧바로 말을 덧붙였다. 

나「그, 그만둬. 사과할건 없으니까. 딱히 상관없어」 
그렇게 말하자 나오는 「으으응」하고 고개를 젓고는, 
「갈까」하고 페달을 밟았다. 

여름의 아침햇빛이 내리쬐는 풍경 속에, 나오가 약간 앞에서 달리고 있다. 
「학교가 약간 멀기는 해」같은 말을 하며, 가끔씩 뒤를 돌아보았다. 

나는 계속, 긴 머리를 묶은 나오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나오가 돌아볼 때마다 눈이 마주쳐서, 약간 당황했다. 




358: 1 ◆aPqsLiX.0g @\(^o^)/ 2015/11/08(日) 00:57:20.42 ID:9/BsGJdf.net

점차 아무것도 없는 산길에서, 약간 차가 다니는 도로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몇 개인가 언덕을 내려가 도착한 곳에는 커다란 강이 있었고, 
그 강가에는, 해바라기 밭이 있었다. 

그리고, 그 건너편에 나오의 고등학교가 있었다. 
이거, 돌아가는 길은 훨씬 더 힘들겠는데, 하고 생각했다. 

나오의 뒤를 쫓아 교내에 들어가니, 세상이 확 바뀐 것 같았다. 
갑자기 분위기가 바뀐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놀라서 뒤돌아보니, 교문 너머에 우리가 왔던 길이 이어져 있었다. 




359: 1 ◆aPqsLiX.0g @\(^o^)/ 2015/11/08(日) 01:01:01.03 ID:9/BsGJdf.net

이런 일도 있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다가, 
멀리서 「여기야!」하고 부르는 나오 쪽을 다시 바라보고는, 
자전거 페달을 다시 밟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그립게 느껴졌다. 
그렇게 옛날 일도 아닌데, 고등학교는 이런 곳이었지, 하고 
눈에 비치는 모든 것이 친근하게 느껴졌다. 

어디서 들려오는지도 모를, 취주악부의 「부우~」하는 소리. 
아침연습인걸까. 성실한 학생이 연습 전에 와서 불고 있는 걸까. 




360: 1 ◆aPqsLiX.0g @\(^o^)/ 2015/11/08(日) 01:11:50.63 ID:9/BsGJdf.net

야구부는 벌써 운동장에서 「어이! 어이!」하고 기합을 넣으며 뛰고 있다. 
내 눈 앞을 활을 든 궁도부 무리가 지나간다. 
지금부터 시합이라도 있는 걸까. 

그런가하면, 엄청 큰 짐을 지고 걷고 있는 엄청 강해보이는 남자들도 지나갔다. 
럭비부나, 레슬링부…같은 곳인가? 

나오는 한발 앞서 자전거 보관소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있었다. 
나오「여기, 내 옆에 두면 되니까. 적당히」 
그 말을 듣고, 나오 옆에 자전거를 세운다. 

나「그건 그렇고, 부활동이 다양한 학교네」 
여기까지 오면서, 대체 얼마나 많은 부원들과 지나쳐왔을까. 




361: 1 ◆aPqsLiX.0g @\(^o^)/ 2015/11/08(日) 01:15:27.90 ID:9/BsGJdf.net

나오「뭐 그렇지. 일단은 전통이 깊은 학교니까, 부활동에는 상당히 힘을 쏟고 있어」 
나오「문무양도, 라면서 공부에도 엄격하지만 말이야」 
나「헤에, 좋은 학교구나」 

내가 그렇게 말하자 나오는, 
나오「그렇지도 않아. 근처의 아이들이 모여드는 평범한 학교야」 
라며 미소 지었다. 




362: 1 ◆aPqsLiX.0g @\(^o^)/ 2015/11/08(日) 01:20:27.44 ID:9/BsGJdf.net

나오「나는 부실에서 옷 갈아입고 올 테니까」 
나오「잠깐 여기서 기다려」 
그렇게 말했기에, 나는 자전거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세워져있는 수많은 자전거나, 눈앞의 수돗가를 바라보며, 
역시 여기는 고등학교구나, 하고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 공간만, 시간의 흐름이 다른 것 같았다. 

매년 많은 학생들이 졸업하고, 입학하며, 사람은 계속 바뀌지만, 
이 장소만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청춘의 시간이 계속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364: 1 ◆aPqsLiX.0g @\(^o^)/ 2015/11/08(日) 01:38:34.21 ID:9/BsGJdf.net

몇 분정도 기다리니, 나오가 뜀박질로 돌아와서는 「가자」라고 하며 나를 데려갔다. 

체육관은 자전거 보관소 바로 근처에 있었다. 
안에서는 이미 「파앙 파앙!」하고 공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나오는 어째서인지 「조금 있다가 들어와!」하며 나를 두고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농구부 남자애들이 나를 보고 「안녕하심까ーー!」하고 계속해서 인사했다. 
체육관 특유의 냄새. 끼익끼익 하는 운동화가 미끄러지는 소리. 
높은 천장에서 비추는 수많은 조명. 




365: 1 ◆aPqsLiX.0g @\(^o^)/ 2015/11/08(日) 01:39:56.21 ID:9/BsGJdf.net

그 속에 서서, 나는 약간 가슴 속에서 무언가 끓어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해보자! 하며 힘차게 운동화를 신으려 했더니, 
사이즈가 안 맞아 발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나「신발이 안 신기는데」 
나오「뒤꿈치 구겨 신으면 돼」 
나「그래선 위험하잖아」 




366: 1 ◆aPqsLiX.0g @\(^o^)/ 2015/11/08(日) 01:41:16.82 ID:9/BsGJdf.net

내가 그렇게 말하자, 나오는 「정말」하며 뾰로통해져서는 체육관 입구를 가리켰다. 
나오「입구 신발장에 누가 두고 간 신발이 몇 개 있으니까, 그거 써」 
나는 「알겠어」라고 대답하고, 낡은 신발장에서 적당한 것을 골라 
배구화를 신고 체육관 안으로 돌아갔다. 

그 동안, 나오는 체육관을 나누는 네트 너머로, 
계속 남자 농구부를 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나「준비, 안 해?」 
내가 말을 걸자, 허를 찔린 듯이 「아, 맞다」하고 이상한 소리를 내었다. 




368: 1 ◆aPqsLiX.0g @\(^o^)/ 2015/11/08(日) 01:46:54.01 ID:9/BsGJdf.net

나오가 창고 같은 곳으로 달려가, 혼자서 네트 포스트를 갖고 나온다. 
「위험하잖아!」라고 말하며 곧바로 도와주었다. 
「항상 혼자 하고 있으니까 괜찮아」라고 말은 했지만, 다리가 후들거리고 있었다. 

체육관에 네트를 세우는 작업, 몇 년 만일까. 
삐걱대는 네트소리가 어딘지 모르게 기분 좋게 느껴졌다. 

그렇게 둘이서 준비를 하고 있으니, 
다른 부원들도 모여와서 준비를 도와주었다. 
나중에 온 아이들은 다들, 나를 신기한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나도 별 수 없이, 「안녕하세요」하고 힘없이 가볍게 인사할 뿐이었다. 




369: 1 ◆aPqsLiX.0g @\(^o^)/ 2015/11/08(日) 01:50:31.44 ID:9/BsGJdf.net

나오는 후배 같이 보이는 아이에게, 「저 사람이에요?」라는 질문을 받고는 곤란한 듯이 웃고 있었다. 
나에 대해서 언제 설명할 생각인 걸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입구 쪽에서 농구부 남자들이 「안녕하세요ー!」하고 인사하기 시작했고, 
배가 커다란 한 여성이 들어왔다. 

걸으면서 남자아이들과 담소를 나누는 듯이 보였다. 
그걸 발견한 나오는, 곧바로 그 여성에게 달려갔다. 
아마도, 저 분이 여자 배구부의 고문선생님이겠지. 
나오는 그대로 선생님과 몇 분간 얘기하고 있었다. 




370: 1 ◆aPqsLiX.0g @\(^o^)/ 2015/11/08(日) 02:21:42.76 ID:9/BsGJdf.net

다른 아이들이 각자 스트레칭을 시작했기에, 
나도 구석에서 가볍게 몸을 풀고 있었다. 

그러자, 나오가 손짓을 하며 「이리 와」하고 나를 불렀다. 
의자에 앉은 선생님과, 나오를 가운데 두고 마주보는 형태가 되었다. 
내가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하니, 선생님은, 
「여자 배구부 고문인 노가타입니다」하고 웃으며 인사해주었다. 




371: 1 ◆aPqsLiX.0g @\(^o^)/ 2015/11/08(日) 02:34:50.72 ID:T3XlmZ6k.net

선생님「1군, 이라고 했지. 나오한테 들었지만, 네가 우리 아이들을 봐주기로 했다며?」 
나「아, 네. 얼마나 힘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선생님「정말, 갑작스럽게 미안해. 내가 이렇지만 않았어도」 
선생님「오늘도, 남편이 차로 데려다줬어w」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곤,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선생님「내일부터 출산휴가라, 그 동안은 다른 부의 선생님한테 부탁드리려 했지만」 
선생님「그래도 배구의 세세한 부분까지는 커버할 수 없으니까 말이야…」 
나「그렇죠…」 
선생님과 내가 대화하는 동안, 나오는 계속 선생님을 바라보고 있었다. 




372: 1 ◆aPqsLiX.0g @\(^o^)/ 2015/11/08(日) 02:39:10.26 ID:T3XlmZ6k.net

선생님「봐줄 수 있다면, 그건 든든하겠지만」 
선생님「지금부터 대화까지 1주일동안, 정말로 봐줄 수 있겠어?」 
그 말을 듣고, 내 안에서 수많은 것들이 다시 떠올랐다. 

도중에 그만둬버린 배구부 
배구를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그 날 
고교 결승전에서 빛나고 있던 그 에이스의 바람 
끝이 보이지 않는 공부의 나날 
과거의 환영에 쫓겨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게 없었던 나날들 




373: 1 ◆aPqsLiX.0g @\(^o^)/ 2015/11/08(日) 02:42:25.45 ID:T3XlmZ6k.net

그런 내가, 무슨 인연인지 지금, 
다시 체육관에 서서, 「부활동」을 하려고 하고 있다. 

찜통같이 더운, 이 체육관 안에, 
운동화가 미끄러지는 소리가 울리는 이 체육관에, 내가 있다. 
선생님의 그 질문에 망설임 없이, 
「네, 전력을 다하겠습니다」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선생님은 웃으며, 
「고마워. 다른 선생님한테도 잘 말해둘 테니까」하고 말해주었다. 
나는, 또다시 주어진 이 시간동안,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383: 1 ◆aPqsLiX.0g @\(^o^)/ 2015/11/08(日) 21:08:40.05 ID:m0gBmCcx.net

이야기가 끝나고, 나오가 기세 좋게 「집합!」이라고 외치자, 부원들이 모였다. 
그리고, 선생님이 출산휴가를 낸 것, 
내가 임시 코치를 맡게 된 것을 전달했다. 

선생님의 휴가가 대회 직전인 이 시기가 되어버리긴 했지만, 
부원들도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는지, 
다들 「선생님 건강하세요!」라던가 「힘내세요!」라고 말했다. 

그에 비해 나에 대해선 아는 게 없어서인지, 별다른 리액션은 없었다. 
다 같이 인사하며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하기에, 
그것이 약간 부끄러웠다. 




384: 1 ◆aPqsLiX.0g @\(^o^)/ 2015/11/08(日) 21:11:11.48 ID:m0gBmCcx.net

집합이 끝나자, 간단한 몸풀기를 하고, 각자 일대일연습을 시작했다. 
선생님이 「가서 봐주렴」이라고 웃으며 말하기에, 나는 「네」하고 대답한 뒤, 
연습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돌아다녔다. 

연습을 보고 있으면, 자세 잡을 때의 버릇이라던가, 
토스의 정확도라던가, 기본적인 것을 알 수 있다.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고, 기본은 확실히 되어있지만, 
역시 그렇게 잘하지는 않구나 하고 느꼈다. 

나오는 자신이 「잘 하지 않는다」고 딱 잘라 말했지만, 
이 중에서는 주장을 하고 있기도 해서 그런지, 역시 훨씬 뛰어난 것 같았다. 
「자아!」하고 기합을 높이며, 한 층 더 열심히 하고 있었다. 
파앙, 하고 공을 튀기는 소리와,  
끼익끼익, 하는 운동화가 미끄러지는 소리가 울려서 기분이 상쾌했다. 




385: 1 ◆aPqsLiX.0g @\(^o^)/ 2015/11/08(日) 21:12:34.67 ID:m0gBmCcx.net

나오가 「3인 연습 시작한다!」하고 외치자, 
「넷!」하고 기합소리가 울리며, 코트 안에 3명이 모였다. 
나는 코트 중앙으로 끌려와, 공을 보내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처음 보는 여자아이가 3명, 나를 보며 진지하게 자세를 잡고 있었다. 
제법 힘을 실어서 공을 쳤는데, 깔끔하게 리시브를 한 뒤 토스가 돌아온다. 
「꽤 하네」하고 생각하며, 이번엔 뒤쪽으로 공을 보낸다. 
깔끔하게 올라가, 또 다시 토스가 돌아온다. 




386: 1 ◆aPqsLiX.0g @\(^o^)/ 2015/11/08(日) 21:29:52.01 ID:m0gBmCcx.net

나는 텐션이 올라가 「좋았어!」하고 외쳤다. 
3명은 「자아!」하고 소리를 높였다. 

약간 짓궂게, 이번엔 레프트에서 라인에 아슬아슬하게 공을 보냈다. 
반응은 했지만, 손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 공은 코트 밖으로 날아갔다. 
나는 「역시」라고 생각하며, 곧바로 조언을 해주었다. 

나「기본은 되어있으니까, 자기한테 날아온 공은 깔끔하게 처리하지만」 
나「힘든 코스나, 예상 못한 곳으로 날아오면, 잘 대응하기 힘들지」 
나「계속 팔꿈치를 굽히고 있지 말고, 깔끔하게 자세를 잡고 받는 걸 의식해봐」 
내가 그렇게 말하자, 실책을 한 아이는 얼굴을 들고 「네!」하며 자세를 잡았다. 




388: 1 ◆aPqsLiX.0g @\(^o^)/ 2015/11/08(日) 21:34:37.06 ID:m0gBmCcx.net

「의욕이 넘치네!」라고 생각해 나도 다시 페인트 같은 공을 같은 코스로 보냈다. 
재빠르게 움직여, 공이 멋지게 올라갔다. 
앞에 있던 아이가 「오케이!」라고 말하며 토스를 올렸다. 

그대로, 뒤에 있던 아이를 향해 레프트에서 보내는 윙스파이크를 상정하고 공을 쳤다. 
파앙, 하고 공이 회전 없이 깔끔하게 올라가, 다시 물 흐르듯 내 쪽으로 토스가 돌아온다. 
코치역할인데도, 나는 즐거워서 푹 빠져있었다. 

「아아, 이건 배구야」 
「동료들에게 둘러싸여, 소리 높여, 열심히 공을 쫓는다, 이거야…」 
하는 마음이 솟아났다. 




390: 1 ◆aPqsLiX.0g @\(^o^)/ 2015/11/08(日) 21:48:47.65 ID:m0gBmCcx.net

휴식시간이 되자, 나도 완전히 땀범벅이 되어있었고, 
허리에 두르고 있던 코르셋이 땀에 절어 있는 것이 신경 쓰였다. 
허리에 약간 위화감이 있었지만, 제법 움직인 데에 비해 이 정도구나, 하고 생각했다. 

간단한 휴식이 끝나자, 나오가 기세 좋게 「서브 커트 가자ー!」하고 소리를 높였다. 
「네ーー에!」하는 기합소리가 흘러넘치고, 다들 코트에 나란히 섰다. 
나는 그 모습을 코트 밖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갑니다ー!」「와라!」「나이스 커트ー!」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여자란 걸 감안해도 활기차고 의욕이 넘치는 부구나, 하고 생각했다. 
전체적인 파워는 강호들에 비하면 좋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팀으로서의 분위기는 정말로 좋았다. 
이 팀의 주장을 맡고 있다니, 역시 나오는 열심히 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391: 1 ◆aPqsLiX.0g @\(^o^)/ 2015/11/08(日) 21:54:48.16 ID:m0gBmCcx.net

서브 커트 다음은 스파이크 연습이었다. 
의자에 않아 있던 선생님이 「스파이크를 잘 봐줬으면 좋겠다」고 했기에, 
나는 네트 근처의 방해되지 않는 위치에 서서, 자세 같은 것을 관찰하고 있었다. 

몇 명은, 제대로 공을 맞춰서 치고 있지만, 다른 아이들은 높이도 모자라고, 
공을 최고 타점에서 잘 쳐내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잠깐 괜찮을까」하고 말해 곧바로 모두를 모았다. 
나오가 「집합!」하고 모두를 불러 연습을 중단시켰다. 




392: 1 ◆aPqsLiX.0g @\(^o^)/ 2015/11/08(日) 21:59:27.27 ID:m0gBmCcx.net

나「다들, 스파이크를 칠 때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알아?」 
내가 그렇게 말하자, 대답하기 곤란한지,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나오가 작은 소리로, 「높이…?」하고 대답했다. 
나「응, 높이도 중요해. 하지만 아무리 높아도,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좋은 스파이크를 칠 수 없지」 
내가 그렇게 말하자, 다들 응응, 하고 끄덕이며 납득하는 듯했다. 

나「나오, 한번 공을 쳐 볼래?」 
나오가 제법 좋은 스파이크를 치고 있었기에, 나는 본보기로 보여주기를 요청했다. 
내가 밑에서부터 공을 토스해주자, 
나오는 높게 뛰어 네트 너머에 파앙, 하고 좋은 스파이크를 쳐냈다. 

내가 웃으면서 「나이스샷」이라고 말하자, 다른 아이들도 약간 웃었다. 
스파이크를 마친 나오는, 꽤나 부끄러운 듯 자신의 옷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393: 1 ◆aPqsLiX.0g @\(^o^)/ 2015/11/08(日) 22:02:09.09 ID:m0gBmCcx.net

나「나오의 스파이크가 좋은 점은, 체공시간이야」 
나「체공시간이 길면, 공을 가장 높은 곳에서 치기 쉬워져」 
나「거기다, 상대방의 블로킹도 잘 보이고, 거기다 상대 코트의 상황도 보여」 
내가 그렇게 말하자, 다들 눈을 반짝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나「스파이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체공시간이야. 그걸 의식하고 있으면, 제법 변할 수 있을 거야」 
내가 여기까지 말하자, 한 여자아이가 죄송한 듯이 「저기…」하고 소리를 내었다. 
「어떻게 하면, 체공시간을 늘릴 수 있나요?」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 질문에 바로 대답했다. 
나「와이어야. 와이어」 
내가 그렇게 말하자, 다들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396: 1 ◆aPqsLiX.0g @\(^o^)/ 2015/11/08(日) 22:49:22.40 ID:m0gBmCcx.net

나「자기 머리의 정수리 부분에 와이어가 달려있다고 상상해봐」 
나「그리고 점프한 순간에, 위쪽으로 힘껏 당겨지는 걸 이미지 하는 거야!」 

내가 머리위로 당기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자, 
다른 아이들도 따라하면서, 손을 머리위로 올리고 와이어를 이미지하기 시작했다. 
나는 웃으며, 「그래그래 이미지가 중요해」하고 스파이크 연습을 재개했다. 




397: 1 ◆aPqsLiX.0g @\(^o^)/ 2015/11/08(日) 23:58:59.31 ID:m0gBmCcx.net

기세 좋게, 「그럼, 간다ーー!」하고 외치자, 
거기에 호응하듯 「네ー에!」하는 기합소리가 들렸다. 

조언은 해줬지만, 역시 잘 치고 있는 아이들은 아까와 같은 아이들이었고, 
잘 되지 않는 아이들은, 좀처럼 잘 되지 않는다. 
하지만, 몇 명인가는 공을 쳐본 뒤 감을 잡은 건지, 「어딘가 달라진 것 같아」하고 말하며, 
미소 띤 얼굴로 몇 번이고 스파이크 자세를 반복했다. 

나는 그걸 보고, 「좋았어!」하고 웃는 얼굴로 성원을 보냈다. 




414: 1 ◆aPqsLiX.0g @\(^o^)/ 2015/11/10(火) 00:56:51.87 ID:VI45BVFQ.net

내가 조언을 해줬다고 해서, 
그건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내용, 요령에 불과하기에, 
곧바로 무언가 바뀌거나 하지는 않는다. 

단지, 실력이 늘거나 뭔가를 깨닫는 「계기」는 될 수 있기를 바랐다. 
내가 선수였을 때도, 「깨닫는 것은 언제나 자신. 스스로 깨닫고 나서 실력이 늘게 된다」 
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러니, 이 아이들이 스스로 깨우쳐 실력이 향상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여자 선수에 대한 지도 같은 건 지금까지 해본 적이 없어, 
내가 가르치고 있는 게 정말로 맞는 건지 불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때의 나는, 그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 전해줄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해줘야겠다는 생각만을 하고 있었다. 




415: 1 ◆aPqsLiX.0g @\(^o^)/ 2015/11/10(火) 00:58:27.79 ID:VI45BVFQ.net

그날의 나오는 상태가 좋았다. 
몇 번이고 스파이크를 호쾌하게 내리치고는, 
「와이어 얘기를 듣고 나서, 점프하기 쉬워진 거 같은 느낌이 들어!」 
하고, 웃는 얼굴로 뛰어다녔다. 
이 스파이크 연습 후, 팀원들의 미소가 늘어난 느낌이 들었다. 

그 후, 레귤러 멤버가 코트로 들어와 시합 형식의 연습이 진행되었다. 
진지하게 하면서도,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아, 너무 엄격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 모습을 고문 선생님은 의자에 앉아 미소 띤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좋은 부구나」 
나오가 마지막까지 부활동을 하고 싶다, 고 한 이유도 알 것 같았다. 




416: 1 ◆aPqsLiX.0g @\(^o^)/ 2015/11/10(火) 01:05:52.18 ID:VI45BVFQ.net

내가 고등학교에서 속해 있던 팀도, 이런 느낌이었다. 
아니, 좀 더 엄격했지만, 분위기는 비슷했다. 

그 때는 즐거웠다. 
다 같이 꿈을 향해 정신없이 달려가던 그 날, 
나도 지금의 나오와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꿈이라는 것은, 어딘가에 존재하고, 그것을 쫓아가는 것이다. 
그것이 이루어지는가 보다는, 쫓아가는 것에 의미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나의 꿈이 끝나버리면, 다시 새로운 꿈을 찾아낸다. 
인생이란, 그렇게 몇 개인가의 꿈을 쫓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417: 1 ◆aPqsLiX.0g @\(^o^)/ 2015/11/10(火) 01:14:59.73 ID:VI45BVFQ.net

나는 공을 튀기면서, 체육관의 격자창을 통해 밖을 보았다. 
정오를 넘긴 새하얀 햇빛이, 교사(校舍)와 교정을 감싸고 있었다. 
교정에서는, 축구부와 핸드볼부가 기합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 앞의 교사로 이어진 길을, 몇 명의 학생이 걸어가고 있다. 

나는 역시 배구가 하고 싶다. 
어떤 형태로든, 배구의 옆에 있고 싶다. 
오늘, 나오의 부활동에 와서, 나는 그런 내 마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418: 1 ◆aPqsLiX.0g @\(^o^)/ 2015/11/10(火) 01:23:39.10 ID:VI45BVFQ.net

돌아가려고 할 때, 걷기도 힘들어 보이는 선생님이, 
「내일부터, 잘 부탁드립니다」하고 머리를 숙이기에 당황했지만,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하고 힘을 실어 대답했다. 

체육관에서 나가려고 하자, 나오가 나를 불러 세웠다. 

나오「잠깐, 돌아가는 길 알겠어?」 
나「아…그다지 자신은 없는데…」 
그렇게 말하자 나오는 대놓고 얼굴을 찌푸리며, 
「역시ー? 정말, 귀찮네…」하고 말했다. 




419: 1 ◆aPqsLiX.0g @\(^o^)/ 2015/11/10(火) 01:27:14.72 ID:VI45BVFQ.net

나오「이대로 친구랑 도서관가려고 했는데」 
나「뭐, 어떻게든 되겠지. 괜찮아」 
나오「아니, 분명히 헤맬걸. 역까지 못 돌아갈 거야 아마」 
그렇게 말하고 나오는 부활동 멤버들에게 가서, 「일단 돌아갔다가 바로 연락할게」라고 얘기하고 있었다. 

자전거 보관소에서 나오는, 「오늘 안으로 꼭 외워야 돼」하고 못을 박았다. 
나오와 둘이서 자전거를 타고 교문을 나왔다. 

순간, 또 분위기가 바뀐 듯한 느낌이 들었다. 
뭐라고 할까, 시간의 흐름이 원래대로 돌아온, 그런 느낌이 들었다. 
뒤돌아보니 정면에는 교사, 옆에는 방금까지 내가 있었던 체육관이 있었다. 




420: 1 ◆aPqsLiX.0g @\(^o^)/ 2015/11/10(火) 01:33:25.82 ID:VI45BVFQ.net

나오「오늘은 느낌이 좋았어」 
약간 앞에서 가고 있는 나오는 기분이 좋아보였다. 
여름 햇빛을 잔뜩 받으며 달리고 있는데도, 기운이 넘치는 듯했다. 

나「역시 에이스잖아. 잘할 거라 생각했어」 
내가 그렇게 말하자, 뒤돌아보며 「진짜?」하고 미소 지었다. 

나오「그, 와이어였던가! 그거 재밌었어」 
나「아ー, 그거 말이구나. 그건 내가 중학생 때 선생님한테 들은거야」 
나「그걸 듣고 나서부터는, 스파이크를 치는 게 즐거워져서」 
나「그걸 모두가 맛보았으면 했거든」 
내가 그렇게 말하자, 나오는 싱글싱글 웃었다. 




421: 1 ◆aPqsLiX.0g @\(^o^)/ 2015/11/10(火) 01:59:41.65 ID:VI45BVFQ.net

나오「오늘은 즐거웠어」 
나「다행이네. 역시 부활동은 즐거운 게 최고라고 생각해」 
나오는, 미소를 띤 채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오「와줘서, 고마워」 
나「에?」 
내가 다시 묻자, 나오는 더 이상 대답해주지 않고, 
「여기서부턴 언덕이니까 힘들 거야!」라며 먼저 달려나갔다. 
나무 그늘 속으로 들어가자, 멀리서 매미 울음소리가 들렸다. 




433: 1 ◆aPqsLiX.0g @\(^o^)/ 2015/11/10(火) 22:35:29.00 ID:bbahwOnm.net

나는 다음날도 나오의 부활동에 참가했다. 
더 이상 고문 선생님의 모습은 없었고, 나와 3학년이 중심이 되어 연습을 진행했다. 

체육관 관리라는 명목 하에, 농구부 선생님이 체육관 관리실에 있어주었다. 
체육관의 반쪽은, 남자 농구부가 사용하고 있었다. 




434: 1 ◆aPqsLiX.0g @\(^o^)/ 2015/11/10(火) 22:36:36.68 ID:bbahwOnm.net

그 날도 연습은 잘 풀렸고, 
나의 조언을 하나하나 열심히 받아들여주는 게, 정말로 기뻤다. 

한 2학년 여자아이가 반쯤 농담이었지만 「1씨가 와줘서 정말 다행이야!」라고 말해줘서, 
부끄러웠지만, 감격했다. 
치카게, 라는 여자아이였다. 
숏컷에 구릿빛 피부를 가진, 기운이 넘치는 아이였다. 
나오를 제외하고는, 이 아이가 가장 나를 잘 따랐다. 




435: 1 ◆aPqsLiX.0g @\(^o^)/ 2015/11/10(火) 22:40:53.77 ID:bbahwOnm.net

이 부에도, 점차 녹아들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이대로 여름대회까지, 모든 것이 잘 풀려서, 
나오네 부는 대단원을 맞이할 수 있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던 그 때였다. 

대회까지 며칠 남지 않은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사건이 일어났다. 




436: 1 ◆aPqsLiX.0g @\(^o^)/ 2015/11/10(火) 22:43:42.76 ID:bbahwOnm.net

그 날, 나는 오전부터 나오네 부활동에 갔다. 
부원들도, 나도, 완전히 익숙해져서, 
그 날도 평소처럼 부활동이 시작되고 문제없이 연습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아침부터 나오의 상태가 이상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물론 가장 먼저 부활동에 와서(나오는 언제나 그랬었다) 
평소대로 힘차게 기합 소리를 내며 열심히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평소보다 미소가 적어진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느낀 건 나만이 아니었는지, 
부활동 전체에 불안한 분위기가 떠돌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437: 1 ◆aPqsLiX.0g @\(^o^)/ 2015/11/10(火) 22:46:37.96 ID:bbahwOnm.net

나오의 웃음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팀 전체의 웃음도 줄어든다. 
지금까지, 이 부의 분위기를 만들고 있던 것은, 
나오의 미소였는지도 모른다, 고 나는 생각했다. 

스파이크 연습에 들어가자, 그것은 더욱 여실히 드러났다. 

언제나 상대팀에 잘 먹혀드는 나오의 스파이크가, 이 날은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몇 번을 해도, 네트에 걸리고 말았다. 
나오 자신은 그것이 납득이 가지 않는지, 분한 듯이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실패하더라도 밝은, 평소의 나오가 아니었다. 
그에 따라, 다른 아이들의 상태도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가는 느낌이 들었다. 




438: 1 ◆aPqsLiX.0g @\(^o^)/ 2015/11/10(火) 22:51:21.89 ID:bbahwOnm.net

이쯤 되자 나도 걱정되어, 스파이크 연습 줄에 서있는 나오에게 말을 걸었다. 
나「상태 안 좋아 보이는데, 괜찮아?」 

내가 기운을 북돋아주려고 해도, 나오는 그저 「응」이라고 할 뿐이었다. 
뭔가가 이상하다. 그것은 이제 확실해졌다. 

휴식시간에 다른 부원에게, 「나오는 괜찮아?」라고 물어봐도, 
「지금까지 이런 적 별로 없었어요」라며 동요하고 있었다. 
그 동안에도 나오는 체육관 구석에 앉아 수건을 뒤집어쓰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459: 1 ◆aPqsLiX.0g @\(^o^)/ 2015/11/13(金) 02:07:26.27 ID:Rs/OBWCe.net

내가 그걸 신경 쓰고 있자, 2학년인 치카게가 말을 걸어왔다. 

치카게「1씨는 불꽃놀이, 보러가시나요!」 
나「에, 불꽃놀이?」 
치카게「오늘, 여기 근처에서 불꽃축제가 있거든요. 모르셨어요?」 

그러고 보니, 숙모가 잠깐 말했던 것 같다. 
집의 마당에서도 볼 수 있단다, 라고 말했었다. 




460: 1 ◆aPqsLiX.0g @\(^o^)/ 2015/11/13(金) 02:08:49.81 ID:Rs/OBWCe.net

나「불꽃축제가 오늘이었구나」 
치카게「맞아요! 2학년은 다 같이 갈 거 같아요」 

그런 대화를 하고 있으니, 다른 2학년 아이들도 몰려와서는, 
「뭐야 불꽃놀이?」 「근데 오늘 비 온대ー」하며 이야기꽃이 피었다. 
내게는, 어쩐지 치카게의 그 모습이, 
억지로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하는 것처럼 보였다. 

늘 하던 레귤러 멤버의 시합 형식의 연습이 시작되어도, 
나오의 상태가 나아지는 일은 전혀 없었다. 
그와 비례해서 팀의 분위기도 점점 다운되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어떡하면 좋을지 알 수가 없어서, 
그저 외야에서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461: 1 ◆aPqsLiX.0g @\(^o^)/ 2015/11/13(金) 02:10:15.81 ID:Rs/OBWCe.net

즐거웠을 터인 배구. 이럴 때는, 어떡하면 좋더라. 
나는, 내 경험을 더듬어가며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내가 지금의 부상 외에는 배구가 손에 잡히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그래서 나오의 마음을 알 수가 없었다. 
어떡하면 좋을지, 전혀 알 수 없었다. 




462: 1 ◆aPqsLiX.0g @\(^o^)/ 2015/11/13(金) 02:13:44.22 ID:Rs/OBWCe.net

열심히 하는 나오. 배구를 좋아하는 나오. 
내게 다시 한 번 배구와 마주할 수 있는 계기를 준 나오.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겐, 그것을 알아차려줄 힘도, 경험조차도 없다. 
부활동의 코치라고 떵떵거려 놓고는, 이럴 때 도와주지 못해선 아무 의미가 없다. 
역시, 나한테 배구는…… 




463: 1 ◆aPqsLiX.0g @\(^o^)/ 2015/11/13(金) 02:17:20.34 ID:Rs/OBWCe.net

그런 생각을 하며, 체육관의 강단에 앉아있었더니, 
치카게가 말을 걸어왔다. 

치카게「괜찮으시면, 남아서 연습할건데 도와주시면 안돼요?」 
연습이 끝나고, 대부분의 부원이 돌아간 후였다. 
당연히, 나오도 나보다 먼저 돌아가고 없었다. 

나「상관없지만, 오늘 네트 정리는…」 
치카게「오후에 남자 배구부가 쓰니까, 그대로 두면 돼요」 
그렇게 말하고, 치카게는 공을 가져와서 나를 향해 던졌다. 
「부탁드립니다」하며 방긋 웃는 모습을 보고, 나도 어쩐지 안심이 되었다. 




464: 1 ◆aPqsLiX.0g @\(^o^)/ 2015/11/13(金) 02:22:10.93 ID:Rs/OBWCe.net

치카게「리시브 연습 하고 싶으니까, 적당히 보내주세요」 
나「오케이ー. 아, 그치만」 
나「부실, 닫혀버리는 거 아냐?」 
치카게「나오 선배한테 말해서, 열쇠 받아뒀으니까 괜찮아요」 
나「그럼 됐네」 

나는 치카게를 향해, 가볍게 공을 쳤다. 
그녀는 2학년인데도 실력이 뛰어나, 리베로로써 레귤러로 활약하고 있다. 
치카게「나오 선배한테서, 자주 1씨 얘기를 들었었어요」 
나「에, 무슨 말이야?」 
갑작스러운 말에, 나는 조금 놀랐다. 




465: 1 ◆aPqsLiX.0g @\(^o^)/ 2015/11/13(金) 02:23:40.48 ID:Rs/OBWCe.net

치카게「나오 선배랑 사이가 좋아서, 자주 LINE 주고받거든요」 
치카게「1씨에 대한 얘기도, 자주 해요」 
치카게「어쩐지, 즐거워 보였어요」 

치카게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그 말에 나는 가슴이 가득 차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나「진짜? 그렇다면…다행이다」 
치카게「뭐가요?」 
치카게의 질문에 나는 약간 말이 막혔지만, 겨우 말을 이었다. 
나「그치만, 갑자기 하숙이라면서 알지도 못하는 녀석이 집에 오면…보통은 싫잖아」 
치카게는 「그럴지도!」라며 웃었다. 




466: 1 ◆aPqsLiX.0g @\(^o^)/ 2015/11/13(金) 02:28:11.48 ID:Rs/OBWCe.net

치카게「하지만, 나오 선배라면 괜찮아요」 
치카게「엄청 상냥한 사람이라, 그런 생각은 안 할 거라 생각해요」 
치카게「오히려 억지로 부활동에 데려와서 민폐 끼친 건 아닌가 하고 신경 쓰고 있었어요」 

나는 그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서로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는 걸까. 
나는 아까까지 안고 있던 불안을, 치카게에게 얘기해볼까 생각했다. 
어쩐지, 이 아이라면 얘기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나「나오는, 괜찮을까. 오늘, 분명히 이상했었지?」 
치카게「그렇네요…상당히 풀죽어있었죠」 
나「나, 뭔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을까. 아무것도 모르겠어서…」 
내가 그렇게 말하자, 치카게는 놀란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482: 1 ◆aPqsLiX.0g @\(^o^)/ 2015/11/14(土) 21:49:19.74 ID:zqkbV+tl.net

나「왜 그래?」 
치카게「아뇨, 역시 1씨는 좋은 사람이네요」 
나「역시라니?」 
치카게「아무것도 아니에요w」 
잠깐 생각했더니 의미를 알 것 같아서, 어쩐지 부끄러워졌다. 

치카게「나오 선배, 차였어요」 
치카게「그래서 풀죽어있는 거라 생각해요」 
나「에?」 

치카게「이거, 선배한테는 말하지 마세요…」 
나「응, 물론. 말 안 할 거야」 
치카게가 너무나 갑자기 말을 꺼냈기에, 나도 횡설수설하고 있었다. 




483: 1 ◆aPqsLiX.0g @\(^o^)/ 2015/11/14(土) 21:51:03.80 ID:zqkbV+tl.net

치카게「농구부의 2학년인데요…계속 좋아했었던 모양이라」 
나「에?」 
나「니시군이 아니라?」 

치카게는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보았다. 
치카게「니시라면…야구부의 니시 선배 말인가요?」 
치카게「어째서 니시 선배에요?」 

나는 조금 당황했지만, 말을 이어나갔다. 
나「그치만 시합 때 부적을…」 
치카게「부적? 어째서 그런 거 까지 알고 있는 거에요w」 
치카게는 굴러온 공을 주우며,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나「시합 때, 내가 차로 바래다줬는데…그 때 갖고 있었으니까」 
나「그런거구나, 하고 생각했어」 




484: 1 ◆aPqsLiX.0g @\(^o^)/ 2015/11/14(土) 21:55:56.71 ID:zqkbV+tl.net

그 말을 듣더니 치카게는 이해한 듯이 「아~!」하고 끄덕였다. 
치카게「그거, 여자 배구부 다 같이 한 거에요」 
나「에ー, 그런 거였어? 근데 왜…?」 
치카게는 즐거운지, 싱글싱글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치카게「저희가 전국대회 나갔을 때, 우연히 야구부 사람들이 응원하러 와줘서」 
치카게「그 답례를 하자는 뜻에서, 다 같이 만들었어요」 

그 말을 듣고, 온 몸에 힘이 빠졌다. 
그 부적은 그런 거였구나… 
멋대로 판단하고는, 혼자서 이야기를 만들어 내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리고 치카게는 여전히 웃음을 띤 채였다. 




492: 1 ◆aPqsLiX.0g @\(^o^)/ 2015/11/16(月) 01:33:09.94 ID:FznaLMFr.net

치카게「오히려, 니시 선배가 나오 선배를 좋아했었어요」 
나「에, 그런 거야!?」 
치카게「고백 받아서, 거절했다고 그랬어요」 
치카게는 그렇게 말하곤 「그건 진짜 놀랄만했지~w」하며 웃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멍하게 있었다. 

치카게「1씨는 학교 밖 사람이고, 걱정해주고 있었으니까 여러 가지 말해드렸지만」 
치카게「이 얘기, 절대로 선배한테는 비밀이에요」 
치카게는 진지한 눈빛으로 나에게 압박을 가했다. 
나는 그 기세에 눌려,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493: 1 ◆aPqsLiX.0g @\(^o^)/ 2015/11/16(月) 01:34:26.52 ID:FznaLMFr.net

치카게의 이야기가 전부 진짜라면, 
나는 엄청난 걸 주웠는지도 모른다. 

니시군은, 나오가 절대로 자신을 봐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 부적을 받고…어떤 기분이었을까. 
그 날, 그곳에 떨어져있던 부적은…혹시 정말로. 

내 머릿속에, 안타를 하나도 치지 못하고, 시합 후 울며 주저앉던 니시군이 떠올랐다. 




494: 1 ◆aPqsLiX.0g @\(^o^)/ 2015/11/16(月) 01:35:29.36 ID:FznaLMFr.net

정오가 지난 체육관. 
모든 창문을 다 열어놨는데도, 한여름의 더위에 땀이 흘러나온다. 
그래도 그 날은 흐렸기에, 더위는 좀 나은 편이었다. 
한동안 묵묵히 리시브나 일대일 연습을 계속했다. 




495: 1 ◆aPqsLiX.0g @\(^o^)/ 2015/11/16(月) 01:37:07.44 ID:FznaLMFr.net

나「하지만, 실연이라니…어떻게 해주면 좋을지 모르겠네」 
나「괴로워보이니, 뭔가 해주고 싶지만…」 
그렇게 말하자, 치카게는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치카게「무리해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치카게「나오 선배는, 다른 사람에게 약한 소리를 그다지 하지 않아요」 
치카게「이번 일은, 저한테도 별로 얘기해주시지 않았어요」 

치카게「그러니까, 혹시 말을 걸어온다면, 그 때 제대로 대답해주면 된다고 생각해요」 
나는 그 말에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알맞은 말이 떠오르지 않아, 그저 묵묵히 끄덕였다. 




496: 1 ◆aPqsLiX.0g @\(^o^)/ 2015/11/16(月) 01:43:54.44 ID:FznaLMFr.net

내가 침묵을 깨려고, 공을 잡은 순간이었다. 
내 주머니 속의 휴대폰이 진동하는 걸 느꼈다. 

빨리 돌아와 
연습하고 싶으니까. 

나「…나오다」 
치카게「에! 선배한테 연락 온 거에요?」 




497: 1 ◆aPqsLiX.0g @\(^o^)/ 2015/11/16(月) 01:50:50.07 ID:FznaLMFr.net

나「연습하고 싶으니까, 빨리 돌아오라고…」 
화면을 보여주자, 치카게도 나도 말이 없어졌다. 
하지만 곧바로 치카게는 내 얼굴을 보며, 말했다. 

치카게「대답해주세요」 

그 표정은 어딘가, 아주 약간 슬픔을 띠고 있었다. 
나는 「그래!」하는 말을 남기고 달려가 체육관을 나왔다. 

후왁, 하고 습기를 머금은 열기가 느껴진다. 한바탕 내릴 듯한 느낌이었다. 
자전거 보관소 구석에 놓여있던 자전거에 걸터앉아, 
나는 몸을 앞으로 내민 채 페달을 밟았다. 




498: 1 ◆aPqsLiX.0g @\(^o^)/ 2015/11/16(月) 02:02:39.61 ID:FznaLMFr.net

교복을 입은 남학생들과 엇갈려 지나간다. 
교사 옆을 지나가는 야구부원들과 눈이 마주쳤다. 
나는 체면은 신경 쓰지 않고, 선 채로 페달을 밟으며 힘차게 달렸다. 

멀리서 천둥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내 초조함을 부채질했다. 
나오가 기다리고 있다. 그 마당에서, 나오가 기다리고 있다. 
그 생각뿐이었다. 




499: 1 ◆aPqsLiX.0g @\(^o^)/ 2015/11/16(月) 02:07:41.47 ID:FznaLMFr.net

학교를 나와 언덕을 오르는 도중,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지나갔다. 

나오가 풀이 죽거나, 화내거나, 웃거나 했던 것은, 
사랑을 하고 있었기 때문인가. 

나오가 아침 일찍 부활동에 갔을 때는, 언제나 옆 코트에 남자 농구부가 있었다. 
처음 부활동을 갔던 날, 나와 따로 체육관에 들어갔던 것도… 
그렇게 생각하자, 모든 것이 들어맞는 것 같았다. 




500: 1 ◆aPqsLiX.0g @\(^o^)/ 2015/11/16(月) 02:14:09.21 ID:FznaLMFr.net

나와 만나고 나서, 나오는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 모든 것이 부서질 것 같은 불안함이 느껴졌다. 

나오는 배구를 좋아하는 여자아이. 
내게, 다시 한 번 앞을 향해 나아갈 계기를 준 사람. 
뭐가 어떻게 되던, 내게 있어선 그게 전부였다. 
그래서 나는, 정신없이 언덕을 향해 페달을 밟았다. 

분명, 공을 들고 기다리고 있을게 틀림없다. 




521: 1 ◆aPqsLiX.0g @\(^o^)/ 2015/11/18(水) 00:52:49.31 ID:xK8lMwpC.net

집에 도착할 쯤엔 나는 숨이 차서 정신이 몽롱했다. 
산에서 들려오는 매미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수돗가와 화단 사이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현관으로 달려가자, 
거기엔 나오가 공을 끌어안고 앉아 있었다. 
나는 「있다…」하고 말하며 허리에 손을 짚고 숨을 골랐다. 

나오는 놀란 듯이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오「그렇게나 서둘러서 온 거야…?」 
나「그치만, 연습하고 싶었잖아? 하자」 

나는 헤엑헤엑 하고 숨을 헐떡이며 대답했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이상한 대답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522: 1 ◆aPqsLiX.0g @\(^o^)/ 2015/11/18(水) 01:00:42.37 ID:xK8lMwpC.net

나는 나오의 어깨를 두드리며 「가자!」하고 마당으로 불렀다. 
나오도 「응…」하고 미안한 듯이 일어났다. 

나오가 공을 치지 않고 안고 있는 채로 서있었기에, 
나는 「들어와! 있는 힘껏 쳐도 좋으니까!」하고 말을 걸었다. 
나오는 그대로, 말없이 나를 보며 공을 내리쳤다. 




523: 1 ◆aPqsLiX.0g @\(^o^)/ 2015/11/18(水) 01:05:09.40 ID:xK8lMwpC.net

그리고 그대로, 말을 섞지도 않은 채 묵묵히 연습을 계속했다. 
리시브한다. 토스가 돌아온다. 친다. 토스를 올린다. 리시브한다… 

그것을 몇 번이나 반복했을 때였을까, 
똑똑 하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금세 가랑비가 아닌, 제법 거센 비로 바뀌었다. 

그래도 나오는, 비가 내려도 연습을 그만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젖는 걸 신경 쓰지 않고, 거기에 응했다. 




525: 1 ◆aPqsLiX.0g @\(^o^)/ 2015/11/18(水) 01:11:39.24 ID:xK8lMwpC.net

쏴아아, 하고 빗소리가 주변을 감싸, 매미소리가 사라진다. 
나오「아하, 다행이다. 이정도로 비가 내리면 오늘 불꽃놀이는 중지될지도 모르겠네」 
갑자기 나오가 입을 열고, 빗속에서 힘없이 웃음을 지었다. 

나「뭐, 그럴지도 모르겠네. 불꽃축제, 안 가?」 
내가 그렇게 질문해도 나오는 대답하지 않고 다시 묵묵히 연습을 시작했다. 




526: 1 ◆aPqsLiX.0g @\(^o^)/ 2015/11/18(水) 01:17:46.53 ID:xK8lMwpC.net

나오는, 랠리를 이어가면서 말을 꺼냈다. 

나오「1은, 불꽃축제 같은데 가본 적 있어?」 
나「그야, 있지」 
나오「여자랑 같이?」 
나「그건 별로 대답하고 싶진 않네」 

말하고 싶지 않다기 보단, 여자아이랑 같이 가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걸 솔직하게 대답하는 것도 부끄러웠다. 




527: 1 ◆aPqsLiX.0g @\(^o^)/ 2015/11/18(水) 01:21:47.29 ID:xK8lMwpC.net

나오「나, 차였어」 
갑자기 핵심적인 말이 튀어나와, 나는 동요를 감출 수 없었다. 

나「그래…뭐, 그럴 때도 있는 거야」 
나오「뭐야 그게」 
나오「좀 더 그럴싸한 말로 해줄 순 없어?」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안 그래도 빗속에서 연습을 하고 있어서,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 
나오를 도와주고 싶다. 도와주고 싶다! 
그리고 무의식중에 마음이 흘러나왔다. 




528: 1 ◆aPqsLiX.0g @\(^o^)/ 2015/11/18(水) 01:24:11.97 ID:xK8lMwpC.net

나「자, 쳐봐! 기분이 풀릴 때까지, 있는 힘껏 쳐!」 
나「내가 전부 받아낼 테니까!!」 

때리는 듯한 빗속에서, 나오는 그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은,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듯이 보였다. 
나는 그것을 보며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나「괜찮아, 나는 반드시 여기에 있을 테니까」 
나「전부, 받아날 테니까!」 
나오는 입을 다문 채 공을 위로 던졌다. 그리고 나를 향해 힘껏 내리쳤다. 
나는 그대로 나오가 칠 수 있도록, 높게 리시브를 올렸다. 

공이 높게 떠올라, 나오가 그대로 손으로 내리친다. 




529: 1 ◆aPqsLiX.0g @\(^o^)/ 2015/11/18(水) 01:27:45.32 ID:xK8lMwpC.net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나오의 혼신이 담긴 공을 받아낸다. 
계속해서 공을 치면서, 나오는 훌쩍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을 치는가 싶더니, 수직으로 내리꽂았다. 
나오는 그대로 「으아아앙」하고 소리 높여 울기 시작했다. 
바닥을 때리는 빗소리 속에, 나오의 울음소리가 섞인다. 

눈앞에서, 비를 맞으며 오열하고 있는 나오. 
손바닥으로 몇 번이고 얼굴을 닦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입술을 깨문 채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530: 1 ◆aPqsLiX.0g @\(^o^)/ 2015/11/18(水) 01:30:29.65 ID:xK8lMwpC.net

나오는 계속해서 울었다. 
울어도 울어도 가라앉지 않는 듯, 계속해서 소리 높여 울고 있었다. 

잠시 시간이 흐른 후, 갑자기 공을 주워드는가 싶더니, 
그대로 나를 향해 내리쳤다. 
나는 갑작스러워 반응하지 못하고, 공을 튕겨내고 말았다. 




531: 1 ◆aPqsLiX.0g @\(^o^)/ 2015/11/18(水) 01:34:15.19 ID:xK8lMwpC.net

나오「만세. 내가 이겼어」 
쏟아지는 빗속에서, 나오는 나를 보며 만면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옷도 머리도, 완전히 젖어 엉망진창이 된 나오. 
하지만, 그 미소는 내가 지금까지 봐온 것 중, 단연코 최고의 미소였다. 

「나오」 
나는 무심코, 나오의 이름을 불렀다. 




532: 1 ◆aPqsLiX.0g @\(^o^)/ 2015/11/18(水) 01:37:02.80 ID:xK8lMwpC.net

나오「헤헤, 어쩐지 개운해졌어」 
나오는 양손으로 눈가를 비비고 있었다. 

나오「아직, 슬프긴 하지만 말이야」 
나「그야, 그렇게 금방 모든 걸 잊을 순 없겠지」 
나오「어라, 마치 겪어본 듯한 말투네」 

나는 그 말을 듣고 「없어」하며 웃었다. 
나오에게 달려가, 「감기 걸릴 테니까 들어가서 바로 옷 갈아입어」하고 말했다. 
나오는 내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나오「고마워. 이런 일에 어울려줘서」 
그렇게 말하는 나오의 눈은 빨갛게 충혈 되어있었고, 눈물이 고여 있었다. 




533: 1 ◆aPqsLiX.0g @\(^o^)/ 2015/11/18(水) 01:40:02.87 ID:xK8lMwpC.net

나「그런 거, 신경 쓰지 마. 나는 그저 하숙생일 뿐이니까」 
내가 그렇게 말하자, 나오는 웃으며 「그렇지 않아」하고 중얼거렸다. 

「콧물 엄청 나왔어w」 
「더럽기는, 얼굴도 꼭 씻어w」 
우리는 그런 말을 주고받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그 순간, 내 앞에서 보여준 나오의 표정은 절대 잊을 수 없다. 
그리고, 이 일이 있고나서, 새로운 꿈에 대한 내 마음은 확신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더 이상, 옛날을 되돌아보고만 있던 나는 없었다. 
앞으로 나아가자,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하자, 그런 생각이 점점 솟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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