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名も無き被検体774号+@\(^o^)/ 2015/10/29(木) 00:42:59.97 ID:sYzRLdDP0.net

꿈을 버리고 재수를 하던 내가, 어느 여름날 겪은 잊을 수 없는 추억
한가한 녀석이 있으면 들어줘

꿈을 포기했거나 잊고 있던 사람이 있으면, 특히 들어줬으면 한다




3: 名も無き被検体774号+@\(^o^)/ 2015/10/29(木) 00:45:47.96 ID:sYzRLdDP0.net

나는 고등학생 때 배구 소년 이었다.
옛날부터 키가 커서, 중학생 때 별 생각 없이 시작한 배구였다.
이게 정말로 재밌어서, 나는 금세 빠져들었다.





4: 名も無き被検体774号+@\(^o^)/ 2015/10/29(木) 00:46:57.52 ID:sYzRLdDP0.net

동료들과 협력해서 연계 플레이를 해냈을 때.
놓쳤다! 라고 생각했던 공에 미끄러져 들어가 손끝으로 살려냈을 때의 쾌감. 
무엇보다, 상대방의 블록을 꿰뚫고 스파이크를 꽂았을 때의 환호성. 

나는 그 모든 것에 매료되어, 배구에 빠져들었다. 




6: 名も無き被検体774号+@\(^o^)/ 2015/10/29(木) 00:50:23.02 ID:sYzRLdDP0.net

중학생 때는 약한 학교였지만 열정적인 고문 선생님 밑에서 에이스로서 열심히 했다. 
그 덕분인지, 나는 도내(都内)에서도 제법 강호라고 불리는 고교의 감독에게 스카웃 제의를 받아 그곳에서 경기를 하게 되었다. 

나의 진로를, 부모님은 정말로 기뻐해주셨다. 
내가 배구에 열심인 것을, 언제나 응원해주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엄마는 내가 고2가 될 때까지, 정말로 열심히 응원해주었다. 




7: 1 ◆aPqsLiX.0g @\(^o^)/ 2015/10/29(木) 00:53:58.63 ID:sYzRLdDP0.net

강호면서도 「즐겁게 배구를 하는」것이 모토였던 우리 학교는, 
엄하게 구르는 때도 있었지만, 감독이나 선배의 지도에는, 언제나 사랑이 있었다. 

1학년 때부터 레귤러로 시합에 나갔고, 감독이나 선배들도, 
「너는 점점 성장할거야. 앞으로가 정말 기대된다」며 기대하고 있었다. 

나는 그 뜨거운 기대에 보답하고자, 매일같이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부활동이 끝나고, 마지막 정리가 끝난 뒤, 혼자서 체육관에 남아 근육 트레이닝을 계속했다. 
때로는 혼자서 네트를 정리하겠다고 하고, 연습 후에 스파이크를 100개 가까이 쳤다. 




8: 1 ◆aPqsLiX.0g @\(^o^)/ 2015/10/29(木) 00:55:36.63 ID:sYzRLdDP0.net

그 모든 것이, 「배구가 좋았」으니까. 
나는 정말로 많은 사람들에게 응원 받고, 좋은 동료에게 둘러싸여, 최고의 환경에서 배구를 하고 있었다. 

그런 나날이 더없이 즐거웠고, 소중했다. 




9: 1 ◆aPqsLiX.0g @\(^o^)/ 2015/10/29(木) 01:00:50.65 ID:sYzRLdDP0.net

하지만, 고2 봄부터 그런 나날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함께 나를 응원해주던 부모님이 이혼했다. 

아무래도, 아빠가 바람을 피운 거 같다나 뭐라나. 
나는 그 때, 아빠에게 엄청난 분노가 끓어올랐다. 

나는 엄마에게 동정을 느끼고, 앞으로 한사람 몫을 하는 남자가 되어, 
엄마를 받쳐줘야한다, 고 생각했다. 
사립학교에 다니고 있었으니, 앞으로는 엄마도 열심히 일해야 할 테니, 나도 장학금으로 어떻게든 해나갈게,  
라고 둘이서 자주 얘기했었다.




10: 1 ◆aPqsLiX.0g @\(^o^)/ 2015/10/29(木) 01:06:38.66 ID:sYzRLdDP0.net

하지만, 엄마는 이혼하고 반년도 지나지 않아, 새로운 남자를 집에 데려왔다. 
나는 그것이 믿을 수 없었다. 
솔직히, 충격으로 말도 나오지 않았다. 

아직 어렸던 나에겐, 현실을 바로 받아들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엄마가, 가족이, 행복하게 지낼 수 있으면 된 거라고 생각하며, 
겨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11: 1 ◆aPqsLiX.0g @\(^o^)/ 2015/10/29(木) 01:11:55.29 ID:sYzRLdDP0.net

새로 찾아온 남자는 새아빠가 되었지만, 바로 친해질 수는 없었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큰 규모의 은행에서 일한다고 하는, 견실한 남자였다. 
나는 그 남자를, 결코 아빠라고는 부를 수 없었다. 

왜냐면 난, 헤어져버렸지만, 예전 아빠를 정말 좋아했기 때문이다. 
약간 똑부러지지 못하고 칠칠맞은 면도 있었지만, 
나는 그런 아빠가 정말 좋았다. 
하지만, 좋아한다는 마음만으로는 「가정」은 잘 풀리지 않았다. 
분명 현실이란 건, 그런 것이겠지. 

그래서 이렇게 엄마는 아빠와 헤어지고, 새로운 사람이 집에 찾아왔다. 
단순히, 그것뿐인 것이다. 




12: 名も無き被検体774号+@\(^o^)/ 2015/10/29(木) 01:14:46.21 ID:/sVPUO3b0.net

지원 
부활동은 부모님의 백업이 중요한데 말이야 
이런 가정환경이면 힘들 거 같다 




13: 1 ◆aPqsLiX.0g @\(^o^)/ 2015/10/29(木) 01:23:17.53 ID:sYzRLdDP0.net

그 남자가 온 뒤로, 엄마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나 부활동 얘기를 들어주는 일이 눈에 띄게 줄었다. 
매일 빼먹지 않고 만들어주던 도시락도 챙겨주지 않게 되었다. 
아침에, 「미안해」라며 내게 1000엔을 건네줄 뿐이었다. 

점심시간, 매일 친구들과 같이 도시락을 먹던 습관도, 
나 혼자서, 1000엔짜리를 쥐고 학생식당에 가는 나날로 바뀌었다. 
엄마가 이혼한 뒤로, 조금씩이지만 내 일상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14: 1 ◆aPqsLiX.0g @\(^o^)/ 2015/10/29(木) 01:25:49.35 ID:sYzRLdDP0.net

그렇게, 갑작스런 환경의 변화에 마음이 따라가지 못한 채, 붕 떠있을 때였다. 
내 인생에 있어서 최악의 날이 찾아왔다. 

고2의 여름도 끝나고, 가을의 입구가 보이기 시작했을 때였을까. 
작년 고교배구 예선에서 쓴맛을 본 우리 팀은, 
고교배구 예선을 향해 맹연습을 하고 있었다. 




15: 1 ◆aPqsLiX.0g @\(^o^)/ 2015/10/29(木) 01:27:29.24 ID:sYzRLdDP0.net

그 때 나는 이미 에이스로서 팀을 이끌어나가는 입장이었기에, 
그 날의 연습에서도, 스파이크 연습을 하고 있었다. 
정말로, 평소대로 공을 치고 있었다. 

네트너머에는 후배들이 리시브를 위해 자세를 잡고 있었고, 
뒤에서는, 「가라ー!」라는 팀원들의 목소리가 들린 듯했다. 




16: 1 ◆aPqsLiX.0g @\(^o^)/ 2015/10/29(木) 01:29:13.29 ID:sYzRLdDP0.net

착지한 순간에 허리에 격통이 찾아왔고, 
나는 신음소리를 내며 그 자리에 웅크리며 쓰러졌다. 

더 이상 일어나지도 못할 정도가 되어서, 
그 날은 감독의 차에 태워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나는 중증의 헤르니아에 걸려, 허리가 아프게 되었다. 




18: 1 ◆aPqsLiX.0g @\(^o^)/ 2015/10/29(木) 01:32:25.34 ID:sYzRLdDP0.net

예전부터 폼에 안 좋은 버릇이 있어, 허리에 부담이 갈 텐데, 
하고 감독에게 주의 받은 직후의 일이었다. 

의사에게 들은 말은, 
「수술을 할지 아슬아슬한 상황. 적어도 1년 정도는 안정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약을 먹고 안정하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다. 
잘못했다간 평생 운동을 할 수 없는 몸이 된다, 고 말했다. 

1년간 안정, 그것은 즉, 더 이상의 고교배구는 포기해라, 는 것과 같았다. 
그것도, 1년간 쉰다고 완치된다는 보장도 없었다. 
뛰어올라서, 있는 힘껏 스파이크를 내리치는 것은 이제 곤란하겠지, 라고 까지 말했다. 




19: 1 ◆aPqsLiX.0g @\(^o^)/ 2015/10/29(木) 01:35:33.03 ID:sYzRLdDP0.net

정말 좋아하고, 계속계속 해왔던 배구. 
고교배구의 무대에 서서, 그 오렌지색 코트 안에서 
동료들과 같은 풍경을 보는 것이, 꿈이었다. 

나는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꿈꾸고 있었다. 

그것을 갑자기 빼앗긴 상실감, 잔혹함, 
나는 한없이 절망하고 우울해져서, 학교를 며칠간 쉬었다. 
내게서 배구가 사라지면, 앞으로 대체 뭘 하면 좋지?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20: 名も無き被検体774号+@\(^o^)/ 2015/10/29(木) 01:38:13.67 ID:/sVPUO3b0.net

우와아…씁쓸하다 




21: 1 ◆aPqsLiX.0g @\(^o^)/ 2015/10/29(木) 01:39:18.13 ID:sYzRLdDP0.net

이런 상황이 됐을 때, 
「그래도 난 배구가 좋으니까, 매니저가 되어서 모두를 도와줘야지」 
라며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전혀 달랐다. 

허리를 다친 뒤, 나는 딱딱한 깁스를 두르고 부활동을 도왔지만, 
코트 속에서 마음껏 활발하게 움직이는 동료들을 보고 있는 것은, 
정말로 괴로웠다. 




22: 1 ◆aPqsLiX.0g @\(^o^)/ 2015/10/29(木) 01:41:55.69 ID:sYzRLdDP0.net

사실은, 나도 저 코트 속에 있을 터였다. 
보고만 있을 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 

나는, 배구를 보고 있고 싶은 게 아니다.
저 코트 속에서 누구보다 높게 날아서, 내 시야를 가로막는 3개의 블록을 꿰뚫고 싶다! 
내 멋대로 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나는 동료들의 예선전을 지켜보고는, 배구부를 탈퇴했다. 




24: 1 ◆aPqsLiX.0g @\(^o^)/ 2015/10/29(木) 01:43:08.14 ID:sYzRLdDP0.net

그 후의 나날은, 매일 머릿속에 아른거리는 배구를 잊는데 필사적이었다. 
감독이나 팀원들도, 나를 막지는 않았다. 
나의 절망한 모습이 정말로 심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정말로 아쉬워해주었다. 
네가 플레이를 할 수 없게 되다니, 1이 없어진다니, 하고 슬퍼해주었다. 




26: 1 ◆aPqsLiX.0g @\(^o^)/ 2015/10/29(木) 01:49:34.11 ID:sYzRLdDP0.net

그렇게 목적을 잃고 절망하고 있던 나는, 
좋아하고 있던 여자아이에게 마음을 전하려고 생각했다. 
1학년 때 배구를 하고 있을 때부터 계속 좋아했던, 미카라는 동급생이다. 

나를 항상 응원해주었고,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방과후에 체육관에 찾아와서는 
배구부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주위에서는 「서로 좋아하는 거 맞네!」라며 띄워주던 적도 있었다. 

배구를 잃고 텅 비어버린 내게는, 미카라는 좋아하는 아이에 대한 마음만이 남아있었다. 
그래서 나는 외로움이나 분함을 달래기 위해서, 미카와 함께 있고 싶다, 고 강하게 바랐다. 
하지만, 미카에게서 돌아온 말은 내 상상과는 달랐다. 




27: 1 ◆aPqsLiX.0g @\(^o^)/ 2015/10/29(木) 01:50:57.87 ID:sYzRLdDP0.net

미카「에, 1은 다쳐서 이제 배구 못하게 돼버린 거야?」 
미카「아쉽네. 나는, 배구를 하는 1이 멋있어서 좋아했었는데」 
미카「…미안해」 

나는, 좋아했던 아이에게, 싱겁게 차여버렸다. 

나는, 배구를 하지 못하면 무엇인걸까? 
배구가 없는 나 따위, 대체 뭘 위해서 여기에 있는 걸까? 
미카의 이 말은 나를 깊게 상처 입혔고, 더 이상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29: 1 ◆aPqsLiX.0g @\(^o^)/ 2015/10/29(木) 01:54:15.06 ID:sYzRLdDP0.net

그 뒤로는 매일같이 꿈에서 가위에 눌릴 정도가 되었다. 
하얀 빛이 쏟아지는 체육관의 오렌지색 코트 안에서, 
세터인 이이다(동료였다)가 딱 좋게 띄워준 공을, 
누구보다도 높게 날아서, 내려친다. 

그 순간, 한층 더 큰 환호성을 온몸으로 받으며 코트 속을 달리는… 
그런 꿈이다. 
눈을 뜨면 이루 말할 수 없는 허무감에 휩싸여, 울 것만 같았다. 




30: 1 ◆aPqsLiX.0g @\(^o^)/ 2015/10/29(木) 01:55:48.06 ID:sYzRLdDP0.net

3학년이 되었을 때, 처음부터 부활동에는 소극적이었고, 
높은 대학에 진학하기를 바랐던 새아빠의 영향도 있어, 
나는 대학진학을 목표로, 몸이 가루가 되도록 수험공부에 임했다. 

엄마도 「분명 그게 좋을 거야」라고 말했다. 




31: 1 ◆aPqsLiX.0g @\(^o^)/ 2015/10/29(木) 01:57:42.74 ID:sYzRLdDP0.net

막상 수험공부를 시작하니, 
내가 지금까지 배구를 계속해왔던 일 따위 거짓말 같아서, 
모든 게 처음부터 없었건 게 아닐까, 하고 느껴졌다. 

처음으로 깔끔하게 서브 커트를 해냈을 때의 달성감도, 
선배들에게 둘러싸여 처음으로 공식경기에 나간 그 날의 긴장감도, 
다 같이 짰던 스크럼도, 스퀴즈보틀의 차가움도, 졌을 때 흘렸던 눈물도, 

전부전부, 꿈이었던 게 아닐까? 
그렇게 느껴졌다. 




32: 1 ◆aPqsLiX.0g @\(^o^)/ 2015/10/29(木) 01:59:22.69 ID:sYzRLdDP0.net

그럴 때 나는, 방구석에 놓인 낡은 배구공을 보며, 
「나는 분명히 그곳에 있었어. 괜찮아」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배구가 하고 싶다」 「동료들과 함께 뛰어오르고 싶다」 
그런 생각들과 필사적으로 싸우며, 나는 1년 동안 수험공부에 매달렸다. 




33: 1 ◆aPqsLiX.0g @\(^o^)/ 2015/10/29(木) 02:00:33.93 ID:sYzRLdDP0.net

하지만, 결과라는 것은 잔혹해서, 지원했던 학교에 합격하는 일은 없었다. 
많은 것을 희생하며 임했던 수험이었지만, 내 노력은 결실을 맺지 못했다. 
새아빠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재수해라」고 내게 추천해왔다. 

이도저도 잘 풀리지 않는 현실에, 나는 정말로 미칠 것 같았지만, 
「운전면허만은 따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내 부탁을 새아빠가 받아들여줬기에, 
나는 겨우 재수해서 공부하겠다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34: 1 ◆aPqsLiX.0g @\(^o^)/ 2015/10/29(木) 02:02:05.43 ID:sYzRLdDP0.net

새아빠의 추천으로, 나는 신주쿠의 모 학원에 다니게 되었다. 
재수생활은, 정말로 힘들었다. 
어째서 나는 이런 곳에서, 하고 싶지도 않은 공부를 하고 있는 걸까? 
뭘 위해서? 나를 위해서? 장래를 위해서? 

사실 나는, 지금쯤 대학에서 정말로 좋아하던 배구를 하고 있을 터였다… 
재수를 해도, 배구에 대한 미련은 전혀 사라지지 않았다. 




35: 1 ◆aPqsLiX.0g @\(^o^)/ 2015/10/29(木) 02:06:01.04 ID:sYzRLdDP0.net

중학생 때부터 계속 그려왔던 꿈. 이상적인 나 자신. 
그 꿈과 현실의 차이는, 19살인 나를 괴롭게 하기에는, 너무나 충분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약간 어리광을 부리고 있었던 것도 같지만, 
꿈을 잃는다는 것은, 정말 「괴롭다」는 한마디로 정리할 수 없다. 

재수를 시작해, 여름이 지나, 가을이 끝나고, 눈 깜짝할 새에 겨울이 왔다. 
아무리 나라도 「이번만큼은」하고 생각하고 있던 1월. 
센터 시험을 1주일 앞두고, 세상은 수험과 관련 없는 사람조차도, 
어쩐지 「수험 분위기」에 물들기 시작한다. 




38: 1 ◆aPqsLiX.0g @\(^o^)/ 2015/10/29(木) 02:09:31.22 ID:sYzRLdDP0.net

그 때, 우리 집 근처의 체육관에서 「그것」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고교배구의 결승전이었다. 
내가 계속해서 바라고 쫓고 있었던, 꿈의 무대. 

그 해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사이타마의 한 시골의 체육관에서 결승전이 열렸고, 
우리 집에서 바로 갈 수 있는 곳이었다. 
나는 갈 것인지 말 것인지, 진심으로 고민했다. 




39: 1 ◆aPqsLiX.0g @\(^o^)/ 2015/10/29(木) 02:11:27.12 ID:sYzRLdDP0.net

센터 시험은 1주일 뒤. 
전국의 수험생은 지금쯤 죽을 만큼 마무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렇게나 수험을 위해서, 배구와 관련된 것은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었는데… 

더 이상, 스스로의 마음에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 
내가 볼 수 없었던 꿈의 무대, 보러 가보실까! 

내심, 죄책감이나 초조한 마음은 있었지만, 
오랜만에 「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거짓말처럼 두근거리며 기대하고 있는 나 자신이 있었다. 




56: 1 ◆aPqsLiX.0g @\(^o^)/ 2015/10/29(木) 22:45:49.95 ID:wtNnxcQB0.net

체육관에 도착하니, 내부는 만원이었다. 
중학생 때도 한번 고교배구의 결승은 보러 갔었지만, 
그 때보다도 더 붐비고 있었다. 

주목의 대진표는 S고-O고。 
주목의 에이스를 거느린 우승후보 S와, 변화무쌍한 O가 어떤 싸움을 보일 것인가. 

나는 이 결승전에, 정말로 흥분하고 있었다. 
응원의 환호소리도, 회장의 열기도, 도저히 한겨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아아, 이거다! 이 감각! 하고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57: 1 ◆aPqsLiX.0g @\(^o^)/ 2015/10/29(木) 22:57:49.28 ID:wtNnxcQB0.net

시합은 역시 S고에 유리하게 흘러간다. 
두 학교 모두, 파앙! 하고 1점을 얻을 때마다, 
와아! 하고 환호성이 일고, 「두두두두둥!」하고 응원의 땅울림이 끓어오른다. 

나도 함께 「오케이ーー!」하고 소리를 질렀다. 
대(大) 에이스를 거느린 S고가 주목을 받고 있을 때, 나는 근처에 있던 고등학생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O고의 레프트 에이스, 키가 175도 안된다더라」 
「그런 모양이네ー. 진짜, 얼마나 뛰어오르는 건가 싶네」 
「거기다 2학년이라니, 굉장하지」 




58: 1 ◆aPqsLiX.0g @\(^o^)/ 2015/10/29(木) 23:02:19.96 ID:wtNnxcQB0.net

나는 이 대화를 듣고 귀를 의심했다. 
확실히 코트를 보니, 
오렌지색 코트에서 활약하는 그 모습은, 어떤 선수보다도 몸집이 작아보였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높이 날아, 그 작은 몸으로 커다란 블록을 꿰뚫는다. 
그것도, 고교배구의 결승 무대에서. 

그가 점수를 따낼 때마다, 팀 분위기가 끓어오른다. 바람이 분다. 뛰어다닌다. 
나는, 그 때 본 O고의 에이스의 모습이, 눈에 박혀서 떨어지지 않는다. 




59: 名も無き被検体774号+@\(^o^)/ 2015/10/29(木) 23:12:10.53 ID:Oji8U7gI0.net

좌절이란 건 괴롭지 




60: 1 ◆aPqsLiX.0g @\(^o^)/ 2015/10/29(木) 23:12:41.09 ID:wtNnxcQB0.net

그건 마치 내게, 
「할 수 없는 일 따위 없어. 포기하지 않으면 누구든 빛날 수 있다」 
고 말하는 듯했다. 

시합이 종반으로 접어들자, 
플레이 하나하나에 비명과도 같은 환호성이 끓어오른다. 
마지막은 역시, S고 에이스의 서브로 결정지으며, S고는 우승했다. 




62: 1 ◆aPqsLiX.0g @\(^o^)/ 2015/10/29(木) 23:18:02.27 ID:wtNnxcQB0.net

오렌지색 코트의 한가운데에서, 감격에 젖어 끌어안고 있는 S고와, 
풀이 죽어서, 코트 밖에 서서 그것을 바라보는 O고. 
그것은 마치 빛과 어둠. 하지만, 지더라도 표정을 무너뜨리지 않고, 의연하게 상대방의 명예를 찬양하듯이, 
코트 밖에서 서 있는 그 모습은, 아름다움마저 느껴졌다. 

나는, 강하게 동경했다. 
우승한 S고에도, 졌지만 많은 바람을 불게 한 O고에도. 
나는 강한 동경을 느꼈고,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배구를 하던 나날을 떠올렸다. 




63: 1 ◆aPqsLiX.0g @\(^o^)/ 2015/10/29(木) 23:20:26.99 ID:wtNnxcQB0.net

나도 저렇게 날아보고 싶었다. 
어째서 나는…허리가 이렇지만 않았더라면! 
그런 생각을 하고 말았다. 

동경하던 무대에서 빛나고 있던 그들을 보며, 반짝반짝 빛나는 감정이 올라오는 한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에 대한 절망이, 마음속에 묵직하게 자리 잡았다. 

높게 높게 뛰어올라 활약하던 O고 에이스의 모습이, 
내 마음에 새겨져서, 떨어지지 않았다. 




64: 1 ◆aPqsLiX.0g @\(^o^)/ 2015/10/29(木) 23:26:35.94 ID:wtNnxcQB0.net

그리고 나는, 그런 배구에 대한 생각들을 떨쳐내지 못한 채, 
1주일 뒤의 센터시험을 맞이했고, 역시나 실패했다. 
그 뒤의 본 시험도, 그대로 잘 되지 않았다. 

스스로도 바보 같다고 생각한다. 
배구를 포기하고 공부에 전념하고 있는데, 그 공부조차 불안하다. 
나는 무엇도 될 수 없다, 얼마나 어설픈 녀석인가 하고, 스스로가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새아빠에게 심하게 혼나고, 나는 그대로 삼수를 시작했다. 
내가 갈 곳도, 장래도, 모든 것이 불투명한 채, 
잃어버린 꿈의 환영만이 마음속에 묵직하게 남은 채, 
나는 또다시 수험생활의 1년을 맞이했다. 




65: 1 ◆aPqsLiX.0g @\(^o^)/ 2015/10/30(金) 01:02:54.70 ID:UNc5U78V0.net

새아빠도 무언가를 느낀 건지, 
역시 신주쿠의 학원은 부담이 크겠지 라며, 
삼수 째부터는, 집 근처의 학원에 다니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썩어가는 속도는 엄청났고, 학원을 가는 척을 하고, 
매일 공원에 가서 멍하게 있거나, 오락실에 하루 종일 박혀있거나 했다. 




66: 1 ◆aPqsLiX.0g @\(^o^)/ 2015/10/30(金) 01:07:07.00 ID:UNc5U78V0.net

때로는, 밤에도 친구 집에서 자고 온다고 속이고는, 
아키바의 클럽에서 아침까지 놀거나 하기도 했었다. 

배구에 빠져있던 시절의 나는 완전히 그림자 속에 잠들었고, 
이젠 완전히, 그냥 「구제불능」일 뿐이었다. 
그것을 자각할 때마다, 예전의 자신이나, 예전의 동료, 미카의 그 한마디, 그리고 
오렌지색 코트에서 날개를 펼치던, 그 작은 에이스의 모습을 떠올렸다. 




67: 1 ◆aPqsLiX.0g @\(^o^)/ 2015/10/30(金) 01:10:39.85 ID:UNc5U78V0.net

이제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그렇게 빛나는 일은, 평생 없다. 
그런 생각만이, 항상 마음속에 있었다. 

여름을 앞두고, 학원에서 연락을 받은 새아빠에 의해, 
내가 학원을 완전히 빼먹고 있다는 것을 들켰고, 정말 심하게 혼났다. 
그리고, 새아빠에게서 생각지도 못한 제안을 받았다. 




68: 1 ◆aPqsLiX.0g @\(^o^)/ 2015/10/30(金) 01:19:45.66 ID:UNc5U78V0.net

새아빠「네가 도쿄에 있으니까, 공부에 집중을 못하는 거야」 
새아빠「여름 동안, 시골에 가서 공부에 집중하고 와라. 내 본가에서 머물 수 있을 테니까」 

그건 정말로 예상도 못한 일이었고, 
나는 그 제안에 놀랐지만, 스스로도 마침 도쿄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전혀 모르는 곳으로 가서, 잠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시간이 필요했다. 
공부를 하는지는, 별개로 치고. 




70: 1 ◆aPqsLiX.0g @\(^o^)/ 2015/10/30(金) 01:22:58.21 ID:UNc5U78V0.net

나는 새아빠의 제안을 받고 삼수 째의 여름, 
새아빠의 고향인 시골에 가게 되었다. 




69: 名も無き被検体774号+@\(^o^)/ 2015/10/30(金) 01:20:34.63 ID:Ah5NM3RE0.net

좋은 아빠라서 다행이네 




71: 1 ◆aPqsLiX.0g @\(^o^)/ 2015/10/30(金) 01:24:15.24 ID:UNc5U78V0.net

>>69 
딱딱한 사람이긴 해도, 절대 나쁜 사람은 아니야. 
뭐 그래도 역시 복잡한 심경이지만 




72: 1 ◆aPqsLiX.0g @\(^o^)/ 2015/10/30(金) 01:49:34.75 ID:UNc5U78V0.net

그렇게 되어서, 간단한 옷가지들과 공부할 것들을 짊어지고 
곧바로 새아빠의 고향으로 향하게 되었다. 

계절은 7월도 중반. 바야흐로 여름이 시작될 무렵이었다. 
신주쿠에서 익숙지 않은 특급열차에 탔다. 
고1때, V리그의 관전을 위해 딱 한번 탄 적이 있는 특급이었다. 

그리고 차 안에서 흔들리기를 1시간 이상, 몇 개의 터널을 지나 
산골짜기에 있는 시골에 도착하였다. 




73: 1 ◆aPqsLiX.0g @\(^o^)/ 2015/10/30(金) 01:56:12.71 ID:UNc5U78V0.net

열차에서 내리니, 날카로울 정도의 매미소리가 나를 감쌌고, 훅 하고 올라오는 열기를 느꼈다. 
하지만 그건 도쿄와는 달리 기분 나쁜 열기가 아니라, 
어딘가 발랄한, 상쾌한 더위였다. 

조그만 역사(驛舍)의 낡은 개찰구를 빠져나오니, 
눈앞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탁 트인 풍경이 펼쳐져있었다. 
약간 고지대인 곳이라 시야를 가리는 것이 아무 것도 없어, 멀리 있는 산이 잘 보였다. 

산과 푸른 하늘의 경계가 또렷이 보였고, 멀리에는 산기슭의 시가지가 보였다. 




74: 1 ◆aPqsLiX.0g @\(^o^)/ 2015/10/30(金) 02:12:18.14 ID:UNc5U78V0.net

산 쪽을 돌아보니, 밭 같은 것이 경사를 따라 몇 개나 있었고, 
이게 교과서에서 본「선상지」라는 거구나, 하고 생각했다. 
사방이 녹색과 밭으로 가득 차있어서, 
「아아, 이건 시골이구나」하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대체 무슨 밭인 건지, 나무 막대가 박혀있는 밭이 잔뜩 늘어서있다. 
잘 살펴보니 동그란 것들이 매달려 있어서, 포도밭 같은 건가, 하고 생각했다. 




75: 1 ◆aPqsLiX.0g @\(^o^)/ 2015/10/30(金) 02:16:27.66 ID:UNc5U78V0.net

역 앞의 길은 제법 컸지만, 
흔들흔들하고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좀처럼 차가 지나다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길옆에는 경트럭이 세워져있고, 
근처의 아주머니들이 수다를 떨고 있다. 
이 얼마나 한가한 곳인가. 

태어나서 계속 도쿄에서 자란 나는, 
「정말로 이런 곳도 있구나」하고 뜨거운 햇빛에 몽롱한 채로 생각했다. 




76: 1 ◆aPqsLiX.0g @\(^o^)/ 2015/10/30(金) 02:26:25.11 ID:UNc5U78V0.net

새아빠에게 받은 지도에 의지해, 역 앞의 길에서 오른쪽으로 나아가, 
선로를 따라 언덕을 올라갔다. 

언덕길에는 나뭇잎사이로 빛이 살짝살짝 비쳤고, 매미 울음소리가 쏟아졌다. 
너무나 더워서, 더 이상은 무리다, 라고 생각했을 때 막다른 곳에 담배가게가 보였고, 
거기서 오른쪽으로 돌아 기찻길을 건너니, 새아빠의 본가가 있었다. 




81: 名も無き被検体774号+@\(^o^)/ 2015/10/30(金) 09:51:05.66 ID:bmrsYJDw0.net

내 본가도, 아예 이정도로 시골이었으면 좋았을걸 
어중간한 게 가장 안 좋다고 생각해 




90: 1 ◆aPqsLiX.0g @\(^o^)/ 2015/10/31(土) 00:23:35.12 ID:KRQaq1Jm0.net

「○○서예교실」이라는 작은 간판이 걸려있고, 입구가 2개 있었다. 
「서예교실이면 여기가 맞구나…」라고 생각하면서도, 
좀처럼 들어가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서있었다. 

옆에는 또 나무 말뚝이 박힌 밭이 있었고, 
「여기에도 있네」라고 생각하며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역시나 맺혀있는 것은 포도였고, 이 집도 포도를 기르고 있는 걸까나, 
같은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92: 1 ◆aPqsLiX.0g @\(^o^)/ 2015/10/31(土) 00:28:22.93 ID:KRQaq1Jm0.net

그렇게 몇 분간 집 앞에 서있으니, 
철컥, 하고 자전거에서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커다란 에나멜 가방을 맨 교복 입은 여자아이가 서있었고, 
불안한 듯이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당황해서 곧바로 「안녕하세요」라고 하니, 
여자아이도 「아, 네…」하고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땡볕 아래서 계속 자전거를 타고 온 건지, 얼굴이 새빨갰다. 




93: 1 ◆aPqsLiX.0g @\(^o^)/ 2015/10/31(土) 00:32:10.89 ID:KRQaq1Jm0.net

그대로 옆에 있는 수돗가에 자전거를 두고 집 안으로 들어가면서, 
「엄마, 왔어ー!」하고 소리를 높였다. 
나는 곧바로, 「들어가야겠구나」라고 생각해, 뒤따라 집에 들어갔다. 

집에는 숙모가 있었고, 
「처음 뵙겠습니다, 1군 와있었구나」하고 내게 인사해주셨다. 

「얘기는 들었지만, 역시 키가 크구나」 
참고로 숙모는 새아빠의 남동생의 부인이다. 
나도 처음 만나는 거라 긴장하고 있었지만, 이곳에 오기 전에 몇 번인가 전화한 적은 있었다. 




95: 1 ◆aPqsLiX.0g @\(^o^)/ 2015/10/31(土) 00:36:35.41 ID:KRQaq1Jm0.net

내가, 「신세지겠습니다」라고 하니, 상냥하게 웃으며 
「1군의 방은 2층에 비어있는 곳이니까. 짐 넣어두렴」이라고 말해주셨다. 

그리고 곧바로, 숙모가 
「나오! 신발 뒤꿈치 구겨 신으면 안 된다고 그랬잖니!」 
라고 소리치니, 2층에서 
「시끄럽기는! 알았어!」하고 여자아이의 소리가 되돌아왔다. 

그곳에는 확실히 뒷부분이 구겨진 신발이 있었고, 
나는 그 대화가 흐뭇하게 느껴져, 그만 웃고 말았다. 




97: 1 ◆aPqsLiX.0g @\(^o^)/ 2015/10/31(土) 00:41:08.70 ID:KRQaq1Jm0.net

내 짐을 2층의 방에 넣어두고, 1층의 거실로 내려오니, 
부엌에서 나온 숙모가 말을 걸어왔다. 

숙모「미안하구나, 나오가 시끄러울지도 모르겠지만, 이해해주렴」 
나는 곧바로 그 아이 얘기구나, 하고 눈치 채고는 
「아뇨아뇨, 전혀 상관없어요」라고 대답했다. 

나「나오는, 지금 몇 학년인가요?」 
숙모「고3이야, 그러니 이제 수험생이란다~」 
나「어, 그런가요」 
나는 나와 2살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는 게 놀라웠다. 




98: 1 ◆aPqsLiX.0g @\(^o^)/ 2015/10/31(土) 00:44:53.64 ID:KRQaq1Jm0.net

숙모「전혀 공부할 기미가 안보여서 곤란하단다ー, 1군이 공부 좀 가르쳐주렴」 
그 말을 듣고 나는, 「그건 아무래도」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숙모「여기 올 때까지, 헤매지 않았니?」 
나「아, 그게 생각보다 쉽게 찾았어요」 
내가 대답하니, 숙모는「와, 대단하네」하고 놀란 모양이었다. 

숙모「맞다, 수박이 있었지. 잘라줄 테니까, 1군 먹으렴」 
나「에, 아뇨 죄송하게」 
숙모「괜찮아 괜찮아. 이 더운데 걸어온다고 목말랐지」 
숙모「지금, 시원한 보리차랑 수박 꺼내줄 테니까. 기다리렴」 

서둘러 준비하는 숙모를 보고, 나도 솔직하게 따르기로 했다. 




99: 1 ◆aPqsLiX.0g @\(^o^)/ 2015/10/31(土) 00:49:24.78 ID:KRQaq1Jm0.net

사양은 했지만, 무더위를 걸어오느라 정말로 지쳐있었기에, 
시원한 보리차와 수박, 생각만 해도 두근거렸다. 

숙모「나오ー! 수박 잘라두었으니, 1군이랑 먹으렴ー!」 
숙모가, 계단 밑에서 2층을 향해 말했다. 
하지만 반응도 없고, 나오가 내려올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숙모「으ー음, 보아하니, 안 내려오겠네」 
나를 보며 미안하다는 듯 쓴웃음 짓는 숙모를 보고, 나는 대답했다. 
나「아뇨, 어쩔 수 없죠. 저도 갑자기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101: 1 ◆aPqsLiX.0g @\(^o^)/ 2015/10/31(土) 00:55:20.58 ID:KRQaq1Jm0.net

숙모「아니, 전혀 그렇지 않단다」 
숙모「저 아이, 낯을 가리니까. 친해질 때까지, 조ー금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네」 
숙모는 그렇게 말하곤, 서둘러 부엌으로 돌아갔다. 

잠시 있으니, 내가 기대했던 수박과, 얼음이 딸랑딸랑 들어있는 보리차가 나와서, 
그만 「우와, 굉장하다!」하는 말을 입 밖에 내버렸다. 

「잘 먹겠습니다」하고 수박을 입에 머금으니, 
아직은 조금 이른, 여름의 입구를 베어 문 듯한 기분이 들어, 
공부를 하러왔는데도, 가슴이 뛰었다. 




102: 1 ◆aPqsLiX.0g @\(^o^)/ 2015/10/31(土) 00:56:36.66 ID:KRQaq1Jm0.net

숙모「미안하구나, 이런 수박밖에 없어서」 
숙모「저녁에는, 좀 더 제대로 차려줄 테니까」 
나「아뇨, 당치도 않아요. 수박 먹는 거 오랜만이에요」 

나「이렇게나, 맛있는 거였군요」 
내가 감격에 젖어 그렇게 말하니, 
숙모가 웃으며「그렇다면 다행이다」하고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103: 1 ◆aPqsLiX.0g @\(^o^)/ 2015/10/31(土) 00:58:05.76 ID:KRQaq1Jm0.net

그렇게 나는 수박을 먹으면서 TV에서 하는 오후의 와이드쇼를 보며 
이제 막 시작한 느긋한 여름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때, 두두둥, 하고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더니, 현관 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나오「엄마ー! 잠깐 나갔다올게」 
숙모「어머, 어디가니」 
나오「잠깐 친구랑 공부하러 갔다 올게」 
숙모「공부는 집에서도 할 수 있는데」 
나오「집에선 집중 안 돼!」 

나는 이미 다 먹은 수박을 바라보며, 멍하게 그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104: 1 ◆aPqsLiX.0g @\(^o^)/ 2015/10/31(土) 00:59:43.86 ID:KRQaq1Jm0.net

나오「갔다 올게!」 
숙모「잠시만 나오, 저녁은 어떡할 거니」 
나오「아마 저녁까지는 돌아올 테니까, 먹을래!」 
숙모「조심해서 다녀오렴!」 

그리고, 쾅! 하는 소리가 나더니, 창밖에서 철컥, 하고 자전거를 타는 소리가 들렸고, 
나오는 기세 좋게 집을 나섰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이렇게나 더운데 기운이 넘치네ー하고 생각했다. 

「잘 먹었습니다」하고 수박접시를 부엌까지 가져다드리고, 
「어머, 그대로 둬도 됐는데」라는 말에 「아니에요」라고 대답하고, 
다시 내 방이 있는 2층으로 돌아갔다. 




105: 1 ◆aPqsLiX.0g @\(^o^)/ 2015/10/31(土) 01:02:23.64 ID:KRQaq1Jm0.net

3평정도 되는 방에, 단정하게 개어진 이불이 놓여있었고, 
그 옆에는 작은 책상이 놓여있었다. 
선풍기도 놓여있었고, 창밖에는 산골짜기의 초록 풍경과 푸른 하늘이 펼쳐져있었다. 

선풍기 전원을 넣고, 기분 좋은 바람을 쐬며 그 경치를 바라보고 있으니, 
「꿈같은 곳에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창가에 달린 수수한 풍경의「치링」하는 소리가, 
꿈같은 기분을 더해주는 듯했다. 




106: 1 ◆aPqsLiX.0g @\(^o^)/ 2015/10/31(土) 01:05:59.62 ID:KRQaq1Jm0.net

너무나 기분이 좋았기에, 
나는 그대로 개어진 이불에 쓰러져 누웠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떠오르는 건 역시 배구에 대한 것이었다. 

반쯤 잠이 든 둥실둥실한 머릿속에, 
코트 속을 다리던 그 날의 광경과, 미카가 했던 그 한마디와, 
고교배구 결승에서 날개를 펼치던 그 에이스와 모습과, 

다양한 기억들이 스쳐지나갔다. 




107: 1 ◆aPqsLiX.0g @\(^o^)/ 2015/10/31(土) 01:07:05.62 ID:KRQaq1Jm0.net

그런 생각을 하다가, 완전히 잠들어버렸고, 
눈을 떴을 때 바깥은 완전히 저녁 풍경으로 바뀌어있었다. 

아까까지의 새하얀 햇빛이 아니라, 풍경에는 약간 오렌지색이 섞여있었다. 
온 몸이 땀에 젖어있어서, 나는 가방에 들어있던 미지근한 물을 마셨다. 
그렇게 멍하게 있으니, 창밖에서 바람이 불어와 풍경이 소리를 낸다. 

아아, 역시 꿈이 아니었구나, 하고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으니, 
어째선지「팡, 팡」하고 공을 튀기는 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 




108: 1 ◆aPqsLiX.0g @\(^o^)/ 2015/10/31(土) 01:09:52.24 ID:KRQaq1Jm0.net

「뭐지」하고 신기한 마음에, 창밖을 바라보아도, 
그 소리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나는 할 수 없이, 막 일어나 나른한 몸으로 1층으로 내려와, 현관 밖으로 나갔다. 
저녁이라곤 해도, 밖으로 나오니 열기가 한꺼번에 덮쳐와, 기가 꺾일 것 같았다. 
아주 가까이서, 맴맴맴맴…하고 매미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다른 쪽 문(서예교실쪽)앞에는 많은 자전거가 세워져 있었고, 
아무래도 서예시간이 된 모양이었다. 
할머니, 새아빠의 어머니 되시는 분이 여기서 서예교실을 하고 계신다, 
라는 것은 전에 들어서 알고 있었다. 




109: 1 ◆aPqsLiX.0g @\(^o^)/ 2015/10/31(土) 01:12:29.34 ID:KRQaq1Jm0.net

혹시, 아까 그 소리는 교실에서 난 건가? 하고 생각했지만, 
집 뒤쪽에서 「팡!」하고 공을 치는 소리가 들려와서, 
나는 곧바로 집 뒤편으로 갔다. 

나「아……」 
나오「아, 안녕하세요…」 
그곳에는, 집 뒤편의 경사면을 향해 벽치기를 하고 있는 나오가 있었다. 
거기다, 들고 있는 공은 틀림없는 배구공이었다. 
나는 그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두근! 하고 심장이 뛰었다. 




110: 1 ◆aPqsLiX.0g @\(^o^)/ 2015/10/31(土) 01:14:34.87 ID:KRQaq1Jm0.net

나「연습…이야? 배구 하는구나」 
나오「네…뭐」 
나오는 그렇게 대답하며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 다시 벽치기를 시작했다. 

나「3학년이라 들었는데, 아직 부활동 은퇴는 안했구나」 
나오「…네. 마지막 시합이 아직 남아서」 
연습을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듯이, 
나오는 내 질문에 담담히 대답했다. 




111: 1 ◆aPqsLiX.0g @\(^o^)/ 2015/10/31(土) 01:17:02.34 ID:KRQaq1Jm0.net

나「배구, 재밌지」 
나의 그 한마디에 놀란 듯, 나오는 나를 쳐다보았다. 
나오「에, 배구 했었어요?」 

나「응, 계속 했었어. 엄청 좋아했었지」 
나오「그래요…! 그러고 보니, 도쿄에 있었다고…어느 학교였어요?」 
아까까지 나오의 무미건조했던 표정이 미소로 변해있었다. 

나는 그 사실에 조금 기뻐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나「으ー음…그런대로 강했었던가…○○고등학교라고…」 
나오「아, 들어본 적 있어요」 
나「그래, 그렇다니 기쁘네」 




112: 1 ◆aPqsLiX.0g @\(^o^)/ 2015/10/31(土) 01:22:15.45 ID:KRQaq1Jm0.net

맴맴맴…하는 매미소리가 우리들을 감쌌고, 약간이지만 분위기가 느슨해졌다. 
나오는, 계속해서 벽치기에 집중했다. 

나오「그럼…저, 제법 본격적으로 했었나요」 
나「음…뭐 그렇지. 고교배구 본선이나, 좀 더 욕심 부려서 우승까지…생각하고 있었어」 
나오「굉장하다…에, 그치만. 이제 배구는…?」 

나오의 질문에 아주 약간 흠칫했지만, 나는 말을 이어갔다. 
나「그게, 사정이 있어서…그만뒀어」 
나오「그런가요…」 
나「응, 뭐 그렇지」 




113: 1 ◆aPqsLiX.0g @\(^o^)/ 2015/10/31(土) 01:30:16.20 ID:KRQaq1Jm0.net

때때로 불어오는 바람이, 나무가 속삭이는 소리와 함께 약간의 시원함을 가져다주었다. 
집 쪽에서, 서예교실이 끝난 건지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오「저기…」 
나「왜 그래?」 

나오「혹시 괜찮으면…잠시만 일대일, 해주실 수 있나요」 
나오「벽치기만으론…역시 좀 그래서」 
나「아아…좋아, 전혀 상관없어」 

일대일은, 배구에서 기본적인 연습중 하나다. 
두 사람이 마주보고, 공을 서로 주고받는다. 




116: 1 ◆aPqsLiX.0g @\(^o^)/ 2015/10/31(土) 01:31:58.24 ID:KRQaq1Jm0.net

나오「갑니다」 
나「좋아, 와라!」 
나오가 공을 띄우고, 나를 향해 쳐낸다. 
나「오, 제법 괜찮은 타구네」 
내가 리시브를 올리니, 그대로 나오에게서 토스가 돌아온다. 

나는 「간다」고 말하고는 그대로 공을 쳤다. 
파앙, 하고 손바닥에 부딪히고는, 공은 기분 좋게 나오를 향한다. 
오랜만에 공을 만졌지만, 그렇게까지 감각이 둔해지진 않은 모양이었다 




118: 1 ◆aPqsLiX.0g @\(^o^)/ 2015/10/31(土) 01:35:23.24 ID:KRQaq1Jm0.net

나오가, 「네!」하고 리시브를 한다. 
둥실, 하고 떠오른 공을, 나는 양손으로 캐치해 살짝 토스한다. 
그 순간, 약간 어둡던 하늘에서 갑자기 빛이 흘러나오더니, 자세를 잡는 나오를 비추었다. 
나는 동요해서, 날아오는 공을 받는데 실패했다. 

나오「아, 죄송해요…」 
나「아니야, 지금 건 받을 수 있었어…내가 미안하지」 
여름날의 해질녘, 이렇게 공을 주고받는다… 
나는, 소중한 것을 떠올리고 있었다. 




119: 1 ◆aPqsLiX.0g @\(^o^)/ 2015/10/31(土) 01:36:37.30 ID:KRQaq1Jm0.net

중학생 때, 체육관을 마음껏 쓰지 못해, 자주 이렇게 밖에서 연습을 했었다. 
배구를 막 시작했을 때라, 실력이 느는 게 정말로 즐거웠다. 
해질녘부터, 깜깜해져서 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동료들과 그저 공을 쫓아다녔다. 
그건, 뭐였더라. 종합체육대회를 앞두고, 다들 불타오르고 있었던가. 

나오「왜 그러세요…?」 
나「아, 미안. 아무것도 아니야」 
생각에 푹 빠져있었던 탓에, 나오가 걱정스럽게 나를 보고 있었다. 




120: 1 ◆aPqsLiX.0g @\(^o^)/ 2015/10/31(土) 01:43:40.62 ID:KRQaq1Jm0.net

나오「가끔씩, 잘 쳐지지 않을 때가 있죠…」 
나「아아, 세게 쳐야겠다던가, 강하게 꽂아 넣겠다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아」 
나오「아, 네!」 
나「손바닥을 공에 제대로 갖다 대면, 힘을 줄 필요는 없으니까」 

나오「…그렇구나. 한 번 더 괜찮을까요?」 
나「응, 상관없어」 
이 아이, 의외로 열심이구나, 하고 
나는 무심코 미소가 지어질 것 같았다. 




127: 名も無き被検体774号+@\(^o^)/ 2015/10/31(土) 14:13:32.02 ID:XVNdb0RS0.net

풍경 묘사가 그리운 느낌이 드네 
지원 




133: 1 ◆aPqsLiX.0g @\(^o^)/ 2015/10/31(土) 23:47:04.54 ID:KmWOGr510.net

나오「…저기」 
나오가 공을 쫓아가며, 내게 물어왔다. 
나「…응, 왜?」 
나오「포지션은 어디였어요?」 
나「나는, 레프트. 일단, 에이스였어…」 

나오는「헤에ー…」라며 열심히 공을 따라가고 있었다. 
나「그럼, 나오…씨는?」 
나오「저도…레프트에, 일단은 에이스…」 
나「오, 굉장하네!」 
나오「아뇨, 전혀 그렇지 않아요…」 

내 말을 듣고, 나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뭔가, 하면 안 될 말을 해버렸나. 
그렇게, 한동안 둘이서 연습을 계속했다. 




134: 1 ◆aPqsLiX.0g @\(^o^)/ 2015/10/31(土) 23:48:18.66 ID:KmWOGr510.net

나오「저기, 잠시 쉬지 않으실래요」 
나오는 그렇게 말하고는, 집 앞으로 달려갔다. 

현관 옆에는 수돗가가 있었고, 기세 좋게 수도꼭지를 비틀어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수돗가에는 양동이에 오이가 들어있었다. 
나오「할머니가 둔 건가, 이런 데에 놔두다니」 
나오「뭐 됐어, 물에 담가둬야지」 




135: 1 ◆aPqsLiX.0g @\(^o^)/ 2015/10/31(土) 23:51:41.15 ID:KmWOGr510.net

그렇게 말하곤, 양동이에 촤악, 하고 물을 받는다. 
새파란 오이들이, 기분 좋은 듯이 
보글보글하고 물속에 잠긴다. 

나오「기왕 하는 거, 물도 줄까」 
이어서, 가까이 있던 촌스러운 물뿌리개에 물을 담는다. 

그리고는 현관 근처의 화단에, 파앗ー하고, 뭐랄까 적당히 물을 뿌린다. 
나오「응, 이걸로 됐나」 
그렇게 말하더니, 나오는 약간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 모습에 약간 감탄하여 물어보았다. 




136: 1 ◆aPqsLiX.0g @\(^o^)/ 2015/10/31(土) 23:52:48.35 ID:KmWOGr510.net

나「이 노란 꽃, 무슨 꽃이야?」 
나오「어 그게……아마, 메리골드, 였던가」 
나「그렇구나. 예쁘네, 어쩐지 여름느낌도 나고」 

나오「그건 그래요, 이 불타는 듯한 색깔, 좋죠」 
나오「개인적으로는, 해바라기가 좋지만…」 
나「아, 그렇구나」 
여름의 밝은 저녁놀을 받으며, 화단의 꽃들은 활기차게 흔들리고 있었다. 




137: 1 ◆aPqsLiX.0g @\(^o^)/ 2015/10/31(土) 23:53:52.41 ID:KmWOGr510.net

그런 대화를 주고받다가, 잠시 침묵이 찾아왔을 때였다. 
나오「하ー아, 이제 곧 부활동도 끝나는구나…」 
나오가 한숨 쉬듯이, 말했다. 

나「아ー, 그러네. 하지만, 이미 종합체육대회는 끝났을…시기지?」 
나오「맞아요…종합체육대회에서는 졌어요」 
나「대회에 나간다 그랬는데, 무슨 대회?」 

나오「지역의, 하계대회에요. 규모는 작지만…꼭 이기고 싶어서」 
나오「마지막으로, 모두 함께 뭔가 해내고 싶어서……」 
쪼그려 앉아서, 사랑스럽게 공을 바라보는 나오를 보며,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138: 1 ◆aPqsLiX.0g @\(^o^)/ 2015/10/31(土) 23:55:13.70 ID:KmWOGr510.net

나「나오 씨는…배구를 정말 좋아하는구나」 
나오「네, 좋아해요!…할 수만 있으면, 계속 다 같이 배구를 하고 싶어요」 
부끄러웠는지, 나오는 약간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나오「1씨는, 배구 그만뒀다고 했지만…」 
나오「대학에 가면, 분명 계속할거죠?」 
나오「분명, 실력도 좋을 테고」 




139: 1 ◆aPqsLiX.0g @\(^o^)/ 2015/10/31(土) 23:56:19.51 ID:KmWOGr510.net

「아……」 

순간, 말이 막혀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오의 말이 내 가슴에 박혀서, 찌릿찌릿한 아픔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어떡하지, 뭐라고 대답하면 좋을까. 

나「이미, 배구는 그만뒀다고 했잖아」 
나오「에…?」 
나「미안, 나 먼저 집에 들어갈게」 
당황하는 나오를 두고, 나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 2층으로 뛰어올라갔다. 




140: 1 ◆aPqsLiX.0g @\(^o^)/ 2015/10/31(土) 23:57:27.13 ID:KmWOGr510.net

나는, 뭘 하고 있는 걸까. 
대놓고 불쾌하다는 태도를 취하고 말았다. 
나오는 딱히 잘못한 게 없는데. 
나는 그저, 나오가 부러웠다. 부러워서, 분했다. 




141: 1 ◆aPqsLiX.0g @\(^o^)/ 2015/10/31(土) 23:58:31.24 ID:KmWOGr510.net

망설임 없이「배구가 좋아요」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있는 나오가, 부러웠다. 
내게 있어서 배구는 완전히「좋아했던」것이 되어버렸으니까, 
지금 즐겁게 배구를 할 수 있는 나오가, 부러워서, 옆에 있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여전히, 허리에서는 그 둔탁한 아픔이 느껴졌다. 
아주 잠깐, 나오와 연습을 했을 뿐인데. 
방에 돌아와서도, 한동안 나오가 팡, 팡 하고 공을 튀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 후, 저녁식사시간까지 방에 박혀서 공부에 몰두했다. 
나오에게 취했던 나쁜 태도도, 배구에 대한 것도, 앞으로의 일도, 전부 잊고 싶었다. 




153: 1 ◆aPqsLiX.0g @\(^o^)/ 2015/11/02(月) 00:17:57.29 ID:isNjsBjJ0.net

숙모「1군, 밥 준비 다 됐단다ー」 
어느 샌가, 1층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네ー」하고 대답을 하며 1층의 거실로 내려가니,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새아빠의 동생), 나오가 식탁에 둘러앉아 있었다. 
나는 자세를 잡고 다시 한 번 자기소개를 한 뒤, 식탁에 앉았다. 
숙모가 부엌에서 나오며, 「참 착한아이에요」라며 웃었다. 




154: 1 ◆aPqsLiX.0g @\(^o^)/ 2015/11/02(月) 00:19:30.39 ID:isNjsBjJ0.net

할머니는 방긋방긋 웃으시며 「잘 왔구나」하고 기뻐해주었다. 
할아버지는 표정변화가 거의 없어, 조금 무서운 인상이었다. 

그리고, 삼촌은 맥주를 마시면서 
「마 암것도 없는 곳이지만, 느긋하게 있다 가래이」하며 웃고 있었다. 
새아빠의 딱딱한 인상과는 반대로, 정말로 온화한 사람처럼 보였다. 
아마, 이 지역의 농협에서 일하고 있다 그랬던가. 




155: 1 ◆aPqsLiX.0g @\(^o^)/ 2015/11/02(月) 00:22:07.93 ID:isNjsBjJ0.net

나오는 식탁 맞은편에 앉아서, 힘없이 웃고 있었다. 
아까는 좀 더 활발한 아이처럼 보였는데, 가족 앞에선 역시 부끄러운 걸까, 
아니면, 내가 마지막에 취한 태도가 마음에 걸려서 그런 걸까… 

어떻게 할까, 나오에게 언제 사과할까, 그런 것들을 생각하고 있을 때, 
눈앞에 엄청난 요리들이 펼쳐졌다. 

첫날의 요리는 인상적이었고, 숙모가 실력을 발휘한 덕분인지, 
돼지고기 생강구이에, 소면에, 밖에서 식혀두고 있던 오이로 만든 절임이나 토마토 등, 
여름다운 메뉴가 잔뜩 나와서, 도저히 다 먹을 수가 없었다. 




156: 1 ◆aPqsLiX.0g @\(^o^)/ 2015/11/02(月) 00:24:10.18 ID:isNjsBjJ0.net

숙모「나오, 1군하고는 얘기 좀 했니?」 
나오「에, 응…약간」 
숙모「그래, 그렇다면 다행이다」 
나오는 엄청 어색한 듯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삼촌「나오도 본받아서 제대로 공부해야 된다」 
나오「아, 알고 있어, 그런 건」 
삼촌「못 믿겠는데~」 
아무래도 삼촌은, 조금 취한 모양이었다. 

다 같이 TV를 보고 웃으며 저녁시간은 흘러갔고, 
어느 여름밤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157: 1 ◆aPqsLiX.0g @\(^o^)/ 2015/11/02(月) 00:25:50.06 ID:isNjsBjJ0.net

식사가 끝나자 숙모가 뒷정리를 시작해서, 
나도 솔선해서 설거지를 도왔다. 
나오에게 말을 걸려고 했지만, 
식사가 끝나고 곧바로 방으로 돌아가 버렸다. 

갑자기, 툇마루에서 식후의 담배를 즐기시던 삼촌이 나를 불렀다. 
삼촌「1군, 잠깐 일로 와봐라」 
나「아, 네」 

툇마루에 앉으니, 바깥의 풋풋한 여름 내음이 느껴졌다. 
아주 작게, 「찌르르르…」하고 벌레소리도 들렸다. 
하늘에는, 희미하게 별이 빛나고 있었고, 나는 「하ー…」하고 소리를 내며 그것들을 바라보았다.




158: 1 ◆aPqsLiX.0g @\(^o^)/ 2015/11/02(月) 00:27:07.26 ID:isNjsBjJ0.net

삼촌「여긴 어떻노? 엄청 시골이제」 
나「아…그러네요. 거의 다 처음 겪는 것들이에요…하지만, 기분 좋네요」 
삼촌「그럼 다행이네」 

삼촌「그치만 뭔가 신기하네」 
삼촌은 그렇게 말하며 연기를 내뿜었다. 
내가「무슨 말씀이죠」하고 되묻기 전에, 삼촌이 말을 이었다. 

삼촌「1군은, 지금 몇 살이고? 술 마실 수 있나」 
나「아, 20살이라…가끔은 마십니다」 
삼촌「그럼 다행이네」 
삼촌은 기쁜 듯이 웃으며 숙모를 불렀다. 
삼촌「여보, 잠깐 술 한 병만 갖다도! 그리고 잔 2개도」 




159: 1 ◆aPqsLiX.0g @\(^o^)/ 2015/11/02(月) 00:28:54.81 ID:isNjsBjJ0.net

집 안에서「정말ー, 알았어요 알았어」하는 대답이 들리고, 
나와 삼촌 앞에, 차가운 병맥주와 잔이 놓였다. 
숙모「1군은 공부하러 왔으니까ー…너무 이상한 거 시키지말아요」 
그 말을 듣고, 삼촌은「잘ー알고 있다! 조금만이니까!」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보고 있으니 삼촌은 마치 초등학생처럼 즐거워하는 사람이여서,(취한 탓도 있겠지만) 
그 새아빠의 동생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독특한 사투리도, 어쩐지 마음이 편안했다. 




160: 1 ◆aPqsLiX.0g @\(^o^)/ 2015/11/02(月) 00:31:22.05 ID:isNjsBjJ0.net

삼촌「자자」 
삼촌은 즐거운 듯이 내가 들고 있는 잔에 맥주를 서서히 따른다. 
이제 됐습니다, 라고 해도 삼촌은 아이처럼 「더더더」하며 고집을 부렸다. 

삼촌「그럼, 건배하자」 
그 말에, 딸랑, 하고 잔을 맞댔다. 

여름의 밤바람에 섞인「찌르르ーー」하는 벌레소리를 들으며 마시는 맥주는 역시 맛있어서, 
둘이서 그만「크아ー!」하고 소리를 냈다. 
한동안 삼촌은, 묵묵히 담배를 피웠다. 
도중에, 「피울래?」하고 물어봤지만, 나는 넌지시 거절했다. 




161: 1 ◆aPqsLiX.0g @\(^o^)/ 2015/11/02(月) 00:34:14.80 ID:isNjsBjJ0.net

삼촌「아버지…라고 하기도 뭣하지만」 
나「네?」 
삼촌「그 녀석하고는, 잘 지내고 있는가?」 
아까 같은 생글거리는 표정이 아니라, 약간 울적한 듯한 표정으로 바뀌어있었다. 

나「아아, 뭐…네. 그런대로는」 
삼촌「그러냐. 그렇다면 뭐…미안하데이, 이상한 거 물어봐가」 
나「아뇨, 괜찮습니다…」 
내가 그렇게 답하고, 한동안 그 자리에는 벌레 울음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나「저야말로, 불쑥 찾아와서…앞으로 신세지겠습니다」 
내가 그렇게 말하니, 삼촌은 힘없이 웃으며 「천천히 해나가면 된다」고 말해주었다. 




162: 1 ◆aPqsLiX.0g @\(^o^)/ 2015/11/02(月) 00:35:18.01 ID:isNjsBjJ0.net

그 후에도, 삼촌이랑 한동안 얘기했지만, 
「공부 같은 건 적당해 해도 된다」라던가 「다음에 같이 빠칭코라도 가는 게 어떤가」하고, 
새아빠랑은 너무 동떨어진 것만 말해서 놀랐던 반면, 
지금까지 압박을 받으며 지내왔기에, 정말로 안심이 됐었다고 기억하고 있다. 

이건 내 멋대로 한 생각이지만, 혹시 아들이 생겼다고 생각해주시는 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좋을 텐데, 하는 내 바람이지만. 




163: 1 ◆aPqsLiX.0g @\(^o^)/ 2015/11/02(月) 00:36:55.75 ID:isNjsBjJ0.net

다음날, 일어나서 거실로 내려오니 이미 삼촌과 나오의 모습은 없었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아침을 드시고 계셨다. 

숙모「일어났니, 지금 아침 차려줄게」 
나「아, 감사합니다. 저기, 나오 씨는…」 
숙모「아, 나오? 부활동 간다고 아까 나갔단다」 
숙모「도서관 간다고 그랬으니, 오늘은 밤까지 돌아오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데」 
나「아아, 그런가요…」 

결국 어제 일을 사과할 타이밍을 놓쳤구나, 하고 나는 푹하고 고개를 떨궜다. 




164: 名も無き被検体774号+@\(^o^)/ 2015/11/02(月) 00:39:13.91 ID:vTuaPW310.net

시골에 기운 넘치는 아저씨는 이런 느낌이지 
그건 그렇고 사투리란 참 좋지 




165: 1 ◆aPqsLiX.0g @\(^o^)/ 2015/11/02(月) 00:39:52.18 ID:isNjsBjJ0.net

숙모「왜? 나오한테 볼일이라도 있니?」 
나「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 
나는 그대로 차려주신 밥을 먹고, 해가 기울 때까지 방에서 공부에 집중했다. 

해가 서쪽에 걸릴 때쯤에는 역시 집중력이 떨어져서, 
잠시 산책이라도 나갈까나, 하고 생각했다. 
1층이 어쩐지 웅성웅성 소란스러웠기에, 조금 신경 쓰여서 보러가기로 했다. 
열어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서예교실로 이어진 문을 살짝 열고 엿보았다. 




166: 1 ◆aPqsLiX.0g @\(^o^)/ 2015/11/02(月) 00:42:39.55 ID:isNjsBjJ0.net

몇 명의 초등학생들이 긴 책상에 앉아, 다들 각각 글을 쓰고 있었다. 
전혀 집중 못하고 싫증내는 아이도 있는가하면, 허리를 세우고 집중하고 있는 아이도 있다. 
나는 그게 이상해서, 「풋」하고 웃어버렸다. 
그러다가 엿보고 있다는 게 들켜서, 남자아이가, 「아, 누구야ー!?」하고 손가락질했다. 

그 소란은 순식간에 퍼져나가, 
「처음 보는 사람이다!」 「형아 누구야!」하고 점점 모여든다. 
「선생님 이 사람 누구야ー?」하고 몰려드는 학생들에게, 할머니는 「자자, 자리에 앉으렴」 
하고 침착하게 대꾸한다. 
할머니「이 사람은 1군. 지금 선생님네 집에 머물면서 수험공부를 하고 있단다」 
하고 상냥하게 설명한다. 




168: 1 ◆aPqsLiX.0g @\(^o^)/ 2015/11/02(月) 00:43:48.64 ID:isNjsBjJ0.net

「에, 수험생이야?」 「재수생이라는 거 아니야!」 
하고, 소동이 사그라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나는 할 수 없이 「안녕하세요」하고 적당히 인사를 했다. 

할머니「1군은 꿈을 향해 공부하고 있단다. 다들 본받으렴」 

할머니의 그 한마디가 내 가슴을 푹 하고 찔러,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에, 뭐야 그게!」 「형아 어디서 왔어」등등, 소란이 계속되어, 
할머니께 「실례했습니다」하고 한마디 사과하고, 곧바로 그곳에서 나왔다. 




169: 1 ◆aPqsLiX.0g @\(^o^)/ 2015/11/02(月) 00:46:49.07 ID:isNjsBjJ0.net

「내 꿈은 뭐지.」 

할머니는 내가 꿈을 향해 매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겠지. 
공부를 하고, 그 앞에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꿈이 있다, 고 
나는 지금, 대체 뭘 위해서 공부를 하고 있는 걸까. 

그런 의문, 처음부터 있었지만, 그것마저 잊으려고, 
도쿄에서 이런저런 문제를 일으키고, 지금 여기로 흘러와서― 
현관에 놓여있던, 나오의 너덜너덜한 배구공을 보며, 
나는 그런 생각을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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