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1:09:55.07 ID:3ce9PqM/0

 모 패스트푸드 북문점 

A「왓」 

갑「윽!?」 

A「아하. 놀랐어? 저기저기, 놀랐」 

갑「……」 

A「…………」 

갑「…………」 

A「……누군가요 당신」 

갑「아니, 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 

A「수상한 사람인가요. 사람 부를 거에요」 

갑「커피 조금 쏟았는데」 

A「죄송합니다. 변상해드릴게요. 사람 부를 거에요」 

갑「의외로 솔직하지만 그 과한 경계는 그만두지 않을래. 나 아무것도 안 했잖아」 





2:
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1:10:52.40 ID:3ce9PqM/0


A「정말 죄송합니다, 사람을 착각했나봐요」 

갑「그런가보네」 

A「죄송합니다. 커피, 뜨거웠나요?」 

갑「아니, 별 거 아냐. 다행히 옷에 흘리지도 않았고」 

A「조금, 들떴었나봐요. 실례했습니다」 

갑「아니, 딱히 상관없어. 누구 기다리나봐?」 

A「네. 그래서, 들떠있었어요. 평소엔 좀 더 차분한 여자에요. 진짜에요」 

갑「거짓말 같네」 

A「거짓말일지도 몰라요」 

갑「자신 없는 거냐」 

A「최근에, 차분하지 못하다는 말을 들어요」 

갑「태어나면서부터 그런 게 아니라 다행이네」 

A「정말 그러게요」 

갑「들뜰 정도의 상대랑 만나기로 한 건가. 좋겠네」 

A「후헤헤」 





3: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1:11:41.51 ID:3ce9PqM/0

A「오빠는 뭐 하고 계신가요? 명상?」 

갑「너는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A「농담이에요. 괜찮아요. 오빠, 평범한 사람으로 보여요」 

갑「딱히 평범하게 보여서 기쁜 건 아닌데」 

A「그럼 역시 평범한 사람이 아닌가요?」 

갑「아니, 평범하다」 

A「역시!」 

갑「넌 이상한 녀석이군」 

A「아뇨, 저도 평범해요」 

갑「그렇게 틀린 말은 아닌 거 같은데……」 

A「만날 약속? 인가요?」 

갑「뭐어, 맞아」 

A「들떠있어요?」 

갑「뭐, 그런대로」 

A「휘이ー」 





4: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1:12:28.22 ID:3ce9PqM/0

A「그럼 방해하면 미안하겠네요」 

갑「네 쪽이야 말로」 

A「그럼, 전 저쪽 자리에서 기다릴 테니」 

갑「야무지네」 

A「어느 쪽이 먼저 올지, 승부에요」 

갑「불리한데. 내가 기다리는 사람은, 시간에 느슨한 사람이라」 

A「저랑 똑같네요」 

갑「그러냐」 

A「네. 누가 뭐래도 이미, 지각했으니까요」 

갑「괜찮냐 너」 

A「다행히도, 상대방도 지각인 거 같네요. 가게 안에 안 보이니까요」 

갑「그건, 운이 좋네」 

A「네. 한동안은, 들뜬 상태로 안절부절 하고 있을 수 있겠네요」 

갑「긍정적이구나」 





5: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1:14:26.03 ID:3ce9PqM/0

 모 패스트푸드 남문점 

을「누ー구게!」 

B「……?」 

을「너무 오랜만이라 목소리도 잊었어?」 

B「……누구시죠?」 

을「어라」 

B「……」 

을「…………」 

B「…………」 

을「……너, 누구?」 

B「제가 묻고 싶은데요」 

을「나이에 대한 것만 아니면 대답해줄게」 

B「아니 그런 질문 코너 같은 걸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을「26세. 그치만 봐봐, 전혀 그렇게 안 보이지? 안 보일 거야. 그런 말 자주 들어」 

B「자기가 말하다니」 

을「가끔씩, 고등학생으로도 본다니깐! 그건 그거대로 복잡하지만」 

B「아아, 뭐, 젊어 보이는 건 확실하네요」 





7: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1:15:32.73 ID:3ce9PqM/0

B「착각, 하신 건가요」 

을「응. 미안해. 뒷모습이 닮았으니까 말야. 오랜만에 만나는 것도 있어서」 

B「여기서 만나기로 하신 건가요. 제법 텐션이 높아 보이는데, 상대는 남친인가요」 

을「맞아. 그보다 나, 텐션 높아 보이나」 

B「제법」 

을「젊은 애들 특유의 똑 부러진 대답이네. 넌 몇 살?」 

B「17세에요」 

을「와아, 분하네. 강에 빠져버리면 좋겠다」 

B「엣」 

을「혼잣말이야」 

B「혼잣말은 혼자 해주세요」 





8: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1:18:05.20 ID:3ce9PqM/0

을「너도 약속 있나보구나?」 

B「네, 뭐」 

을「상대는, 여자아이?」 

B「네」 

을「어머나」 

B「어머나, 라니」 

을「그래도 뭔가, 눅눅한 감자칩 같은 표정이네 너. 그 아이 고릴라 같은 여자니?」 

B「아니, 엄청 귀여운데요」 

을「즉, 넌 호모구나」 

B「아니에요. 그게, 사정이 있어서」 

을「흐응. 뭐, 사정은 사람마다 다르니까. 난, 저쪽 자리에서 기다릴게. 방해해서 미안해」 

B「네. 누나 쪽은, 즐거운 데이트가 되면 좋겠네요」 

을「그건 좀, 들어주기 힘들지도」 

B「? 어째서죠?」 

을「사정은 사람마다 다른 거야. 그럼」 





9: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1:19:19.98 ID:3ce9PqM/0

 모 패스트푸드 북문점 

A「기다리는 사람, 좀처럼 안 오나보네요」 

갑「그쪽이야 말로, 전혀 안 오잖아. 남친」 

A「남친 아니에요」 

갑「그러냐」 

A「네. 저기, 여기 앉아도 되나요?」 

갑「두근두근 안절부절 하던 중 아니었나」 

A「기다리다 지쳤어요. 아니, 그보다 말이죠, 한가하다구요」 

갑「그건 뭐, 알 것도 같지만」 

A「그러니까, 같이 시간 때워요. 네?」 

갑「딱히 상관없지만, 남친이 질투할지도 모른다구」 

A「남친 아니라니까요」 

갑「완고하네. 휴일에 역 앞에서 약속 잡아서 만나기로 한 사이잖아?」 

A「그래도, 아직, 남친은 아니에요」 

갑「아직, 인가」 





10: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1:20:58.50 ID:3ce9PqM/0

A「저도 당신이 좋아요. 사귀어주세요!」 

갑「…………하?」 

A「……라고, 할 생각이에요. 오늘」 

갑「너무 갑작스럽잖아. 최소한의 복선은 깔아줘」 

A「고백 받았다고 생각했어요?」 

갑「머리 나사가 빠졌나 생각했다」 

A「머리 나사가 빠지지 않으면, 이런 거, 부끄러워서 말 못할지도 모르겠네요」 

갑「『저도』라는 건, 뭐냐, 고백 받은 거냐. 제법인데」 

A「이야아」 

갑「그럼 들뜰 만도 하군. 오늘 상대에게 답을 하려고 한 건가」 

A「제법 기다리게 했지만요」 

갑「어째서 또. 네 모습을 보면 『좋아하는지 어떤지 모르겠으니 일단 보류』 같은 심정은 아닌 거 같은데」 

A「도망쳐버렸어요. 고백 받았을 때. 부끄러워서」 

갑「…………상대방이 불쌍하군」 

A「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11: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1:22:46.66 ID:3ce9PqM/0

A「그래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갑「어떻게고 자시고, 완벽히 서로 좋아하는 거잖아」 

A「아뇨, 그게 아니라. 제 대답, 콱 꽂히려나요. 그 애한테」 

갑「『저도 당신이~』 하는 거?」 

A「그거요」 

갑「알 게 뭐야」 

A「자자」 

갑「어째서 나를 달래는 건데」 

A「남자의 솔직한 의견이 듣고 싶어요. 육성으로」 

갑「콱 꽂힐지 어떨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A「당신의 가치관이면 돼요」 

갑「에에……그렇게 말해도」 





12: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1:25:15.96 ID:3ce9PqM/0

A「…………」 

갑「…………그게, 일단은, 너무 솔직해」 

A「솔직, 한가요」 

갑「응. 뭐랄까, 던져진 말에, 형식적인 말을 되돌려주는 느낌이 들어」 

A「어쩐지, 알 거 같아요」 

갑「그치? 『좋아합니다. 사귀어주세요』에 대한 대답이 『저도 좋아해요. 사귀어주세요』라고 한다면, 뭔가, 좀, 인간미가 없지」 

A「사무적인 느낌이 드네요!」 

갑「그렇다니까. 『Is this an apple?』라는 물음에 『Yes, it is.』라고 하는 것만큼 공허함이 느껴진다고 생각해 나는」 

A「아무리 봐도 사과인걸요!」 

갑「그래. 아무리 봐도 사과하면 차라리 『에ー? 정말로 사과일까ー? 응ー? 우후후후 사과였습니다ー!!』정도는 하는 게 귀여움이 있다구」 

A「바보 같아!!」 

갑「시끄러」 





13: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1:26:07.09 ID:3ce9PqM/0

A「그럼, 결국 저는 만세하면서 『사과입니다ー!!』라고 하면 되는 건가요」 

갑「진짜로 하지 마. 그런 짓 했다간 너, 오히려 차일 것도 같으니까」 

A「우와아ー. 뭐라고 하지 뭐라고 할까요」 

갑「고백의 대답 따위, 그렇게나 고민할 거린가」 

A「고민되죠. 있죠, 오빠는 뭐라고 하면 콱 하고 꽂히나요」 

갑「에에, 딱히 없는데. 그런 거」 

A「개인적인 거라도 되니까요」 

갑「…………아ー, 『딱히 사귀어 줘도, 괜찮아』라던가, 그런 걸까나」 

A「와아. 의외로 마조였군요」 

갑「그런 말 하지 마」 





14: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1:28:13.89 ID:3ce9PqM/0

 모 패스트푸드 남문점 

을「이야ー이렇게나 기다리게 될 줄이야」 

B「에, 여기로 오시는 건가요?」 

을「괜찮잖아, 네 여친도 좀처럼 안 오는 거 같고, 혼자서 기다려도 지루하니까 말야」 

B「여친 아니에요」 

을「어라, 그래? 짝사랑? 혹시 오늘 고백하려고 한다던가? 파티? 파티 할래?」 

B「파티는 안 해요. 고백은 벌써 했어요」 

을「그래서, 차였구나」 

B「아, 안 차였어요」 

을「그럼, 차일 거 같네」 

B「그건 아직……모르지만요」 

을「모른다면 기운 내.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면, 진짜로 OK 받았을 때 텐션이 따라가질 못해서 뭔가 『부힛』 같은 웃음소리가 나와버린다고」 

B「아니, 이제 딱히 상관없어요. 대답 따위」 

을「뭐야 그 의미심장한 자포자기는. 죽어?」 

B「아뇨 살 거지만」 





15: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1:30:34.08 ID:3ce9PqM/0

을「아ー……이사인가」 

B「이웃 시(市)라던가, 그 정도라면 아직, 포기하지 않았겠지만요」 

을「부모님 사정이라면, 어쩔 수 없으니까」 

B「……그 정도로, 라고 생각하세요?」 

을「뭐가?」 

B「어른이 보기엔, 『조금 거리가 떨어진 정도로』라고, 역시 생각하나요?」 

을「넌, 어떻게 생각해?」 

B「어른은 여러모로 바쁠 테고……사귀어도 좀처럼 만나지 못하는 건, 흔할 테고……휴일이 안 맞는다거나」 

을「그러니까, 원거리연애에 대한 내성도 어린아이보단 있을 거라고」 

B「이미지지만요」 

을「부부ー」 

B「아닌가요」 

을「아닌지 맞는 지로 얘기하자면, 바보다 이 녀석!」 

B「에에…………」 





16: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1:32:44.61 ID:3ce9PqM/0

을「너는 어른을, 슈퍼맨 같은 걸로 착각하고 있구나」 

B「그렇지는 않은데요」 

을「우리도, 너희들도, 역시 원거리연애는 힘들어. 거기다, 17세면 이미 어른이야」 

B「그럴까요」 

을「나는, 17세쯤부터 머릿속은 성장하지 않았어」 

B「그렇게 방긋거리면서 할 대사는 아닌데요」 

을「확실히 네가 말하는 것처럼, 어른은 여러 가지로 바빠. 그러는 누나도 제법 바쁘신 몸입니다」 

B「하아」 

을「가까이서 연애해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밖에 못 만나는 커플도 많이 있다고 생각해. 반대로, 1주일에 한 번은 반드시 만나는 원거리 커플도 있겠지」 

B「사정은 사람마다 다르단 거군요」 

을「응. 그래서 말이지, 적어도 나는, 나라면, 전자에 해당되고 싶다고 생각해」 

B「어째서인가요?」 

을「어째설까. 잘 설명은 못하겠네. 굳이 말하자면 『만나는』것과 『만날 수 있는』것은 전혀 다르기 때문 아닐까나」 





17: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1:33:57.79 ID:3ce9PqM/0

B「『만나는』쪽이, 중요한 게 아닌가요」 

을「『만나는』 행복은, 두 사람이 아니면 누릴 수 없어. 하지만, 『만날 수 있는』 행복은, 혼자서도 음미할 수 있어」 

B「……잘 모르는 세계네요」 

을「우후후ー, 어린아이네」 

B「아까, 17세는 어른이라고」 

을「그랬나?」 

B「대충대충 인간이다」 

을「어쨌든, 나는 네 결단을 부정하진 않아. 응. 원거리연애 따위, 안 하는 게 가장 좋아. 젊은 아이의 허무한 실연! 만세!」 

B「어떻게, 그녀에게 말하면 좋을까요. 제가 고백해놓고, 이런」 

을「아니, 아직 고백에 대한 대답 못 들었잖아. 뭘 멋대로 서로 좋아한다는 전제하에 상상하는 거야」 

B「이럴 거면 차라리, 차이는 편이 좋을 텐데」 

을「헤에ー」 

B「…………뭔가요」 

을「원치도 않는 말을 하는구나, 싶어서」 

B「그렇지 않아요. 그렇지」 





18: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1:35:21.79 ID:3ce9PqM/0

 모 패스트푸드 북문점 

갑「결혼 해주지 않을래」 

A「…………네?」 

갑「라고 할 생각이야. 오늘」 

A「우와. 뭔가요 복수인가요 어른답지 못하게」 

갑「이 정도 복수는 용서해줄 수 있잖아」 

A「프러포즈?」 

갑「맞아」 

A「에, 대단해. 진짜로?」 

갑「뭐야, 농담이라고 생각했냐」 

A「저, 프러포즈 하려는 사람 처음 봤어요」 

갑「너 정도 나이대면, 일단 주변에는 없겠지」 





19: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1:37:11.86 ID:3ce9PqM/0

A「결혼을 정하는 순간은, 어떤 때 인가요?」 

갑「너, 말도 안 되게 드라마틱하고 로맨틱한 대답을 기대하고 있지?」 

A「드라마틱하지도 로맨틱하지도 않나요?」 

갑「전혀 아니지. 세상 사람들의 대부분은, 그렇지 않을까? 내 경우엔 전근이야」 

A「전근? 전근 가버리는 건가요?」 

갑「전근 중이다, 는 느낌이려나. 조만간에 나, 이 도시에 배속돼」 

A「즉, 지금까지는 이 부근엔 살지 않았단 건가요」 

갑「그래. 계기란 건 그런 거야. 그녀와 무리 없이 살 수 있게 돼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말야」 

A「지금까지는 원거리연애였단 거군요」 

갑「너무 성급하다고 생각해?」 

A「뭐가요?」 

갑「지금까지 계속 떨어져 살았는데, 갑자기 결혼이라니 말이야」 





20: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1:39:04.49 ID:3ce9PqM/0

A「사귄지 얼마나 되었나요」 

갑「대충, 10년 정도야」 

A「십……」 

갑「그 동안 계속, 원거리였지만 말이지」 

A「아니, 이미, 뭐랄까, 그게 성급하다고 하면 세상의 대부분의 결정은 성급한 거 아닐까요」 

갑「얘기가 커지네」 

A「그치만 10년이잖아요? 원거리연애가 얼마나 힘든지는 모르겠지만, 여자친구분 입장에서도 역시, 프러포즈는 『기다릴 대로 기다렸다』는 느낌 아닐까요」 

갑「그렇다면 좋겠지만 말야. 솔직히 나는 지금, 불안함 쪽이 커」 

A「상대는 알고 있나요? 그, 당신이 이 도시로 전근 온다는 거」 

갑「아니, 말 안 했어. 그것도 오늘 말 할 생각이라서」 

A「서프라이즈군요. 괜찮아요. 절대로, 기뻐해줄 거에요」 

갑「그렇게 말해주니 조금은 편해졌어. 선의의 거짓말이라도 말야」 

A「진심이에요」 





21: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1:41:10.18 ID:3ce9PqM/0

 모 패스트푸드 남문점 

을「헤어지잔 얘기는, 어떻게 꺼내는 게 좋다고 생각해?」 

B「헤어지자는 얘기……인가요?」 

을「그래. 경우에 따라선, 고백의 말을 생각하는 것보다 어려울지도 몰라」 

B「헤어지자고 할 생각인가요? 혹시, 지금?」 

을「맞아. 너, 엄청난 상황을 보게 될지도 몰라」 

B「그 전에, 제가 기다리는 사람이 오길 바랄게요」 

을「맞다. 너를 계기로 삼는 건 어떨까? 『이 아이랑 사귀기로 했으니까 나랑 헤어져줘』라고」 

B「절대로 하지 마세요 이상한 일에 말려들게 하지 말아주세요」 

을「농담이라니까. 마음이 무겁네」 

B「기분은 알겠지만요」 

을「그렇겠지. 지금의 너라면 특히, 그렇겠지」 





22: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1:43:03.21 ID:3ce9PqM/0

B「어째서, 헤어지려고 생각하세요?」 

을「음ー, 딱히」 

B「딱히라니. 뭔가 있는 거잖아요? 상대가 바람을 폈다던가, 심한 말을 들었다던가 해버렸다던가」 

을「콕 집어 말할만한 건, 아무것도」 

B「……이해할 수 없네요」 

을「너 말야, 이별이라고 하면 뭐랄까, 격정적이고 비극적인 거라고 생각하지?」 

B「어느 정도는요」 

을「그렇지가 않단 말이지. 그렇지 않아. 굳이 들자면, 우리도 원거리연애니까」 

B「우와. 그건, 뭐랄까」 

을「적절하지? 그만둬 그만둬ー. 그냥 지구 따위 멸망해버려라」 

B「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었군요. 『원거리연애는 할 게 못된다』는 거」 

을「그런 거야. 뭐, 지독한 여자라고 생각해. 난」 

B「남자친구는?」 

을「그럭저럭이지. 그럭저럭 최고」 

B「이해하기 힘드네……」 





23: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1:45:18.14 ID:3ce9PqM/0

모 패스트푸드 북문점 

A「…………」 

갑「…………」 

A「…………1시간」 

갑「아아……」 

A「당신이 말한 『여자친구』는 진짜로 실재하는 인물인가요? 혹시 그렇지 않다면,」 

갑「나를 불쌍한 눈으로 보는 거 그만둬. 네가 마음에 둔 사람이라는 녀석도, 전혀 안 오잖아」 

A「이렇게까지 나타나지 않으면, 역시 걱정되네요. 무슨 일 있었을지도」 

갑「교통사고려나」 

A「유괴당했다거나」 

갑「부자야? 그 녀석」 

A「아뇨, 약간 질릴 정도로 평범하고 변변치 못하고 남들이랑 똑같은 평민 남자에요」 

갑「너 정말로 그 녀석 좋아하는 거냐……?」 

A「두근거려요」 

갑「그러냐. 행복하길」 





24: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1:46:40.88 ID:3ce9PqM/0

A「음ー, 뭔가 착각했다던가?」 

갑「착각?」 

A「만날 시간, 아니, 애초에 날짜를 착각했다던가」 

갑「우리 둘 다 똑같이?」 

A「상대방 쪽이 둘 다 착각하고 있을 수도 있겠죠」 

갑「어느 쪽이든, 답이 없는 얘기군」 

A「아니면……장소?」 

갑「너희는, 어디서 만나기로 정했는데?」 

A「『역 앞의 햄버거 가게에서』라고…………으아」 

갑「왜 그래」 

A「깜빡했네요. 이 햄버거 가게, 남쪽 출구에도 같은 게 있어요……」 

갑「아」 

A「그쵸」 

갑「…………갈까」 

A「네…………」 





25: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1:48:13.92 ID:3ce9PqM/0

 모 역(驛) 남북문 연결통로 

A「…………」 

갑「왠지, 이상한 표정인데 괜찮냐?」 

A「그러는 당신이야 말로, 좀 더 긴장 푸는 편이 좋지 않나요? 지금 목소리가 떨려서 어쩌려구요」 

갑「그렇게 말해도 말이지」 

A「그렇게 말해도 말이죠」 

갑「갑자기 긴장되기 시작했어. 젠장, 이거 중요한 순간에 제대로 얘기 못 꺼낼 느낌인데」 

A「저기, 저, 다크서클 같은 거 없어요? 귀여워요? 저기, 귀여워요?」 

갑「아ー, 그래 귀여워귀여워」 

A「거짓말. 지금 나 분명, 수줍어하는 불상 같은 표정일거야……」 

갑「그건 험한 표정이야? 온화한 표정이야?」 

A「참고로 입 벌리고 있는 쪽이에요」 

갑「알 게 뭐야」 





26: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1:50:56.79 ID:3ce9PqM/0

 모 패스트푸드 남문점 

을「역시, 『자동개찰구 막대에 꽉 끼여서 움직이지 못하게 되어있는 가설』이 유력하지 않아?」 

B「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제일 아니죠. 5살 어린애도 그런 일은 안 생겨요」 

을「『에스컬레이터에 신발끈이 묶여서, 결국 거기서 평생을 지낼 각오를 했다』는 가설은 어때?」 

B「자르라고. 아니 일단 신발을 벗어」 

을「벌써 몇 번이나 『좋아! 이 대사로 얘기를 꺼내자!』고 결심하곤, 시간이 지나서 『역시 이걸론 안 되려나』하고 다시 생각하는 걸 반복하고 있다구」 

B「우연이네요. 저도 비슷한 생각을 반복하고 있어요」 

을「아무리 그래도 너무 늦는 거 아냐?」 

B「뭔가, 안 좋은 일이 생긴 게」 

을「그런 안 좋은 일 후에, 이별 통보 등등을 듣게 되는 거니, 네가 기다리는 사람이나 내가 기다리는 사람이나 엎친 데 덮친 격이네」 

B「그만하세요 결심이 약해지니까」 

을「헤에. 벌써 결심했구나」 

B「아니, 아직 조금, 모자란 느낌이지만요」 

을「그 말을 들으니 안심이다. 나도 그러니까. 앞지르면 안 돼」 

B「앞지른다고 해야 하나 뭐라 해야 하나……」 





27: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1:52:54.14 ID:3ce9PqM/0

을「아」 

B「왜 그러세요?」 

을「아니, 하지만, 아무래도 이건 말이 안 되려나」 

B「뭔가 짚이시는 거라도?」 

을「『너와 내가 기다리는 사람은, 이 햄버거 가게의 북문 체인점에 있다』가설」 

B「…………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게 가장 유력한 가설이네요」 

을「선입견이란 건 무섭네. 『역 앞의 패스트푸드점이라면!』 같은 건, 『코타츠하면 반드시 따라오는 거라면!』 정도로, 개개인이 차이가 있는 건데 말이야」 

B「귤」 

을「전골이지 보통」 

B「고양이도 있겠네요」 

을「고양이를 먹는 거라고 생각하는 너랑은, 의견이 맞지 않겠네」 

B「생각할 리가」 

을「그럼, 가볼까」 

B「결심은 서셨어요?」 

을「3일간 여기 있어봐야, 그런 결심은 설 리가 없지. 너도 그렇잖아? 하지만, 가야지」 





28: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1:55:35.01 ID:3ce9PqM/0

 모 역 남북연결통로 

B「원거리연애 하면서, 괴로웠던 건 뭔가요?」 

을「오, 왜 그래 갑자기」 

B「아뇨, 참고 삼아서 물어둘까 싶어서요」 

을「정말 좋아하는 그녀를 포기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삼자, 라는 걸까나?」 

B「그것도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을「기대에 응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말이지. 뭔가, 막연한 얘기가 되어버릴지도 모르니까」 

B「막연, 인가요」 

을「너는, 소중한 사람과의 시간이, 자유가, 조금씩 하지만 확실히 깎여나가는 소리를 계속 듣고도 견딜 수 있는 사람이려나」 

B「경험이 없어서, 잘 모르겠네요」 

을「그럼, 소중한 사람이, 수많은 행복을 놓치고 있는 것을, 그리고 그런데도 지켜봐줄 수 있는 사람일까나」 

B「……원거리연애라는 건, 그런 요소가 많이 있다, 는 건가요」 

을「상황에 따라선」 

B「제게는 안 맞는다, 고 생각해요」 

을「그래. 넌 현명하네」 





29: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1:57:53.18 ID:3ce9PqM/0

 모 패스트푸드 남문점 

갑「2층에도, 그럴듯한 사람은 없는 거 같네」 

A「여기도 그래요. 십중팔구, 여기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갑「그 밖에 착각할 만한 장소 있어?」 

A「음ー……없다, 고 생각해요. 뭐 시간이 한참 지났으니, 이미 돌아갔을지도」 

갑「그러게. 아아, 곤란한데 이러면」 

A「라고 하면서도, 조금 안심하고 있는 거 아니에요?」 

갑「……너야말로, 딱 봐도 긴장 풀린 표정이잖아」 

A「……뭐어, 부정은 안 할게요. 그래도, 귀엽잖아요? 지금까지 남자아이한테 『좋아해』라고, 말해본 적 없어요」 

갑「확실히 귀엽게 느껴지긴 하지만 말야. 스스로 말할 건 아니지」 

A「일단, 데리버거라도 먹을래요?」 

갑「필요 없어. 햄버거 집에서 햄버거 집으로 2차 온 것도 아니고」 

A「그럼, 이제부터 어떡할까요」 

갑「어떡할까나」 





30: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1:59:40.84 ID:3ce9PqM/0

 모 패스트푸드 북문점 

을「있어?」 

B「아쉽게도」 

을「제대로 청소용구함까지 봤어?」 

B「아뇨, 찾고 있는 건 사람이라서」 

을「손이 뒤로 묶인 채 감금당해 있을지도 모르지」 

B「어떤 요인을 만나면 그렇게 되는 건가요」 

을「역시 벌써 돌아간 건가. 한번 돌아가서, 어떻게든 연락을 다시 하는 편이 좋을지도」 

B「말해야만 하는 걸, 미루고 싶을 뿐 아닌가요?」 

을「그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B「네 뭐, 그렇지만요」 

을「그가 여기 없어서, 조금 안심하고 있는 내 자신이 느껴져」 

B「동감이에요」 

을「이런 건, 좋지 않겠지」 

B「좋지 않겠죠」 





33: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2:02:38.45 ID:3ce9PqM/0

 모 패스트푸드 남문점 

A「역시 다시 약속을 잡아야 할까요」 

갑「그게 가장 현실적이겠지」 

A「하지만 괜찮겠어요? 저는 또 다시 만날 기회가 있지만, 당신은 그렇지도 않은 거 아닌가요」 

갑「하니, 여기엔 한동안 있을 예정이니까. 나도 아직, 시간 여유는 있어」 

A「그건 다행이네요. 제대로 여자친구한테 서비스 해주세요. 오랜만에 만나는 거라면 더더욱」 

갑「그렇군. 벌써 몇 년째, 제대로 데이트도 못한 건지 모르겠네」 

A「에」 

갑「응?」 

A「사귀고 있는 거죠?」 

갑「맞는데」 

A「데이트 안 하세요?」 

갑「대부분, 집에서 느긋하게 있는 경우가 많지. 서로 나가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A「하아. 뭐, 그런 걸까요」 

갑「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인데」 





34: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2:03:56.83 ID:3ce9PqM/0

A「아뇨, 원거리 커플은 평소에 못 만나니까, 일단 만나면 정신적으로 놀다 지칠 때 까지 논다는 이미지가 있어서」 

갑「아아, 그런 거군」 

A「그럼 그건가요. 이제 완전, 만나면 분별없이 음란한 짓만 하는 건가요」 

갑「안 해」 

A「진짜로?」 

갑「분별없이는, 안 해」 

A「섹스리스……」 

갑「리스 아니거든」 

A「진짜, 어느 쪽이에요!」 

갑「어째서 화내는 건데」 

A「화 안 났어요!」 

갑「엄청 화났는데」 





35: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2:06:32.27 ID:3ce9PqM/0

A「이러니까 진짜, 남자란……」 

갑「너의 뭘 건드린 거야 나는」 

A「건드렸단 말 쓰지 마세요. 야해」 

갑「너무 엄격한 거 아니냐. 그보다, 너, 집에 안 가?」 

A「네?」 

갑「아니, 오늘은 이제, 다시 약속 잡을 거잖아? 그럼 이제, 여기 있을 의미는 없는 거 아닌가 해서」 

A「아ー……, 아아, 네 뭐, 그렇지만요」 

갑「?」 

A「그보다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잖아요? 얼른 돌아가서, 여자친구분께 전보라도 치시는 게 어떤가요」 

갑「아아, 아니, 네 말대로긴 한데」 

A「…………」 

갑「…………」 

A「아뇨, 기분은 이해해요」 

갑「역시 너도냐」 

A「오늘 같은 날은 뭔가, 이대로 돌아가기 껄끄럽죠」 





37: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2:09:09.98 ID:3ce9PqM/0

갑「중요한 것을 말하려던 부담이 있었던 반동인지, 쉽게 돌아가기엔 죄악감이 있네」 

A「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으면 만나거나 하지 않으려나요」 

갑「확률은 낮겠지만 말야」 

A「하지만, 돌아가는 것보단 박정함도 옅어지는 느낌이잖아요?」 

갑「전보 보내봐야, 어차피 연락이 되는 건 내일 이후일 테고 말이야」 

A「저는, 모레 학교에서 만날 수 있으니까 그 때 다시 하면 되고요」 

갑「그 손쉬운 점이 부럽네」 

A「뭐 그렇죠. 자, 이 뒤로도 좀 더 어울려 드릴 테니까요」 

갑「역시 그렇게 되는 건가」 

A「이제 와서 따로 행동할 의미도 없잖아요. 기쁜 주제에」 

갑「딱히 기쁘진 않은데」 

A「어떤 기분인가요?」 

갑「보통」 

A「평범하게 가장 상처 받는 반응인데」 





38: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2:11:33.56 ID:3ce9PqM/0

 모 패스트푸드 북문점 

을「플라네타리움과 수족관」 

B「이 곳에서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뭐 그 두 군데겠죠」 

을「그치? 이참에, 둘 다 가보자」 

B「진심이세요? 찾는 사람과 만날 가능성 따위,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을「가능성이 조금은 있다는 게 중요한 거 아니겠어. 나는 혼자서도 갈 생각인데……」 

B「……뭔가요?」 

을「아니, 어차피 너도, 이대로는 뭔가 결론이 나오는 것도 아니지 않을까 싶어서」 

B「같이 가자, 는 건가요」 

을「같이 가줄게, 라고 하고 있는 거야」 

B「…………」 

을「음」 

B「감사, 합니다」 

을「솔직한 아이라 좋네」 





39: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2:13:32.77 ID:3ce9PqM/0

 플라네타리움 

A「굉장해! 저기저기, 보세요! 태양계 모형이에요! 수성은 진짜, 초 비너스네요!」 

갑「진정해 비너스는 금성이야」 

A「우와, 굉장하다, 우주는 엄청나네」 

갑「우주나 별 좋아해?」 

A「보통!」 

갑「보통인가. 뭔가 굉장하네 너」 

A「전시만 봐도 재밌네요」 

갑「너, 그냥 와보고 싶었을 뿐이지」 

A「들켰나요?」 

갑「뭐, 딱히 상관없지만」 

A「그 아이랑 사귀게 되면, 같이 가고 싶다고 생각했었어요」 

갑「그럼 사귀고 나서 왔으면 좋았을 텐데」 

A「물론, 그럴 생각이에요. 지금은 사전조사에요. 사전조사」 

갑「사전조사라」 





40: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2:15:15.92 ID:3ce9PqM/0

A「상영관 티켓은 어디서 팔죠」 

갑「보자, 저쪽 아니었던가」 

A「어라? 와본 적 있어요? 별을 사랑하는 남자인가요?」 

갑「왠지, 온 적이 있는 느낌이 들어. 엄청 옛날이지만 말이지」 

A「헤에! 있죠있죠, 상설 천문쇼는 재밌었어요?」 

갑「아니, 그건 기억에 없는데. 그보다 아마, 상영관까지는 들어간 적 없다고 생각해」 

A「전시만 보고 돌아갔다는 건가요? 플라네타리움까지 와서? 이상한 얘기네요」 

갑「그러게. 어째서 상영은 안 보고 돌아간 거지……」 

A「뭐, 그러면 이번엔 제대로 즐겨보죠. 티켓 사러 가요」 

갑「넌, 여기 오는 거 처음이지」 

A「? 네, 물론……아. 티켓 고등학생 1장이랑 어른 1장이라니, 뭔가 조금 위험한 냄새가 나네요!」 

갑「시끄러」 

A「기대된다ー」 





42: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2:18:08.93 ID:3ce9PqM/0

 수족관 

을「봐봐, 산호조의 바다래!!」 

B「잠깐, 뛰어다니지 마세요. 어른이니까」 

을「우와아, 산호는 뭐랄까, 맛있어 보이네」 

B「……그런가요?」 

을「뭔가, 할머니 집에 있던 젤리형 과자 같아서 맛있어 보이지 않아?」 

B「산호라는 건, 뼈에요. 먹기엔 너무 딱딱하다고 생각하는데」 

을「어디 보자, 해달 봤고ー 개복치 봤고ー 나비고기 봤고ー, 마지막은 역시 해저터널이지. 명소라구, 터널」 

B「와본 적 있으세요?」 

을「분명, 엄청 옛날에. 누구랑 왔었더라. 소풍 같은 거였을지도」 

B「그럼, 제법 오랜만이네요」 

을「응, 오랜만ー…………이네……」 

B「……어째서 갑자기 텐션이 떨어진 건가요」 

을「아니, 그러고 보니 마, 여기, 그랑 와보고 싶었구나 싶어서……」 

B「…………모처럼 왔으니까, 즐겨요. 네?」 





43: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2:21:14.44 ID:3ce9PqM/0

B「크다! 뭐지 이 녀석!? 물개?」 

을「바다소야. 아메리카 바다소래」 

B「우와아. 이런 동물은, 좀 더 작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을「가까이서 보면 얼굴, 전혀 안 귀엽지. 싸웠을 때, 나한테 너덜너덜하게 맞은 남친이랑 조금 닮았어」 

B「엣」 

을「농담이야」 

B「진짜로 농담이죠」 

을「잠깐 뒷걸음질 치지 마」 

B「이 바다소처럼 비장감 넘치는 얼굴이 된 남자친구분을 떠올리고, 등골이 오싹했어요」 

을「너무하네. 나, 그렇게 폭력적인 여자로 보일까나?」 

B「어쩌면」 

을「뭐야 그 대답은」 





44: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2:23:28.15 ID:3ce9PqM/0

B「데이트 같은 거, 그다지 안 하시죠」 

을「그렇지 뭐. 봐봐, 일에다가 장거리이동 때문에, 한쪽이 지쳐있는 경우가 많으니까」 

B「하지만, 당신은 이런 데에 오고 싶었던 거 아닌가요?」 

을「가끔은 말이지. 가끔은. 하지만, 좀처럼 말야」 

B「데려가줘, 라고 한마디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을「그럴지도 몰라. 분명 그도, 싫다고 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 하지만, 정말로 일이 힘들어 보이는 걸, 최근 들어서」 

B「그래서 참고 있는 건가요」 

을「참고 있는 건 아니야. 그게, 좀 미안하잖아? 그다지 무리하지 않았으면 하기도 하고」 

B「흐응……」 

을「뭐야」 

B「아뇨, 그래도 저는, 가끔은 말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미, 늦었을지도 모르지만」 

을「그러려나」 

B「네. 모르는 사람이랑 와도, 그런대로 재밌으니까요.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무지무지 즐겁겠지 싶어서」 

을「아하하, 그러네……늦었네. 조금」 

B「그런가요」 





45: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2:25:57.69 ID:3ce9PqM/0

B「왠지, 쓸데없는 참견일지도 모르지만」 

을「그렇게 생각하면 말하지 않는 게 나을걸?」 

B「그렇긴 하지만요. 헤어질 정도인가요? 서로가, 서로를 싫어하게 된 것도 아닌데」 

을「뭘 모르네. 헤어질 정도가 되고 나선 늦는다구」 

B「어떤 의미인가요」 

을「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 서로가, 서로를 싫어할 정도가 될 때까지 발버둥 쳐야할 일 따위 이 세상엔 없어」 

B「뭔가 혼란스럽게 만들려고 하는 거 아니에요?」 

을「오, 잘 알아챘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하나. 그건 말야, 쓸데없는 참견이야」 

B「죄송하네요. 왠지 조금 개운치가 않아서」 

을「자기분석 잘 하고 있구나. 아니, 못하고 있는 건가, 이 경우엔」 

B「가끔, 이상한 말을 하시네요」 

을「가끔이라면 나은 거야. 언제나 언제나, 이상한 말을 한다고들 하니까. 나」 

B「그렇겠죠」 

을「아하하. 때린다」 

B「억지에요 그만두세요」 





46: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2:30:11.31 ID:3ce9PqM/0

 플라네타리움 

A「…………」 

갑「……괜찮냐?」 

A「안 괜찮아……」 

갑「토할 거 같아?」 

A「그마……그만두세요 여자한테 그런 말 하는 거……」 

갑「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닐 텐데」 

A「점점……점점 편해지고는 있으니까요, 아마 조금만 더 쉬면」 

갑「무리하지 말고 토하고 와」 

A「싫, 어요. 옷 더러워져요. 좋아하는 옷이니까요, 이거」 

갑「기합 넣고 왔구나」 

A「엄마도 귀엽다고 해줬어요……우아아, 기분 안 좋아」 

갑「보기만 해도 불쌍하군……」 

A「플라네타리움 따위……」 





47: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2:32:56.19 ID:3ce9PqM/0

갑「이제 괜찮아?」 

A「네, 부활했습니다. 아ー, 힘들었다」 

갑「멀미 같은 거 하는 편이야?」 

A「아뇨, 전혀. 하지만 뭔가, 저 움직임은 못 견디겠네요」 

갑「확실히, 누운 채로 원호를 그리며 도는 건 평소엔 체험할 일이 없으니까」 

A「플라네타리움은, 저런 식으로 좌석이 회전하거나 하는군요. 뭔가 했어요」 

갑「그래도, 그 정도로 심하게 멀미한 건 너 뿐이었다고 생각하는데」 

A「제가 이런 체질인 줄은 몰랐어요. 한 걸음 어른이 된 기분」 

갑「뭐, 사전조사의 보람은 있었잖아. 이래선 남자친구랑은 못 오겠네, 여기」 

A「으ー음, 그래도 뭐」 

갑「오고 싶은 거냐」 

A「로맨틱하잖아요. 정석이라는 느낌이잖아요. 저, 포기 못해요」 

갑「뭐, 그건 네가 좋을 대로 하면 되지. 남친 앞에서 토범벅이 될지도」 

A「범벅은 안 돼요, 아무리 그래도」 





48: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2:36:46.30 ID:3ce9PqM/0

갑「하지만 솔직히 아쉬웠네. 그래선 상영은 거의 못 봤을 거 아냐」 

A「아뇨 그렇지는 않아요. 라고 할까, 기분 나쁜데도 꾹 참고 봤으니 그런 상태가 되었다고 할까」 

갑「이상한 방향으로 근성 있네 너」 

A「별, 잔뜩 있었어요. 항성도 혹성도 저렇게나 있으니, 우주인도 분명 있겠죠」 

갑「있으면 좋겠어?」 

A「딱히,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만요. 단지 저 정도 수의 별을 보고 있으면, 없는 편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갑「의외로,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지만」 

A「그래요?」 

갑「롤렉스를 분해해. 기어도 나사도 포함해서 부품을 전부 뿔뿔이 해체해. 그걸 한 상자 안에 넣는 거야」 

A「무슨 얘기에요?」 

갑「우주에 대한 얘기야. 자, 그럼 이 상자를 세 번 흔들어보자. 단지 그것만으로, 100개 이상의 부품이, 다시 원래 시계의 형태로 조립되어있을 가능성은 어느 정도 일까」 

A「……그 가능성이란 건」 

갑「눈치가 빠르네. 우주인이 있을 가능성은, 대충 그 정도라더라. 꿈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49: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2:39:39.37 ID:3ce9PqM/0

A「꿈은 없네요. 하지만 꿈같은 얘기에요」 

갑「꿈같아? 뭐가」 

A「여기서 이렇게 있는 게, 말이에요. 친구랑, 가족이랑, 당신이랑, 그리고 그랑 관계를 갖고, 제가 여기에 있는 게」 

갑「꿈같다, 인가」 

A「네. 제가 지금 여기에 있는 건, 제가 지금까지 만나온 사람들과 만난 건, 분명, 상자를 세 번 흔들어서 시계를 조립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겠죠?」 

갑「그래서 어떻단 거야」 

A「그래서, 뭘까요. 조금, 행복해져야만 한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갑「그건, 좋은  일이네…………좋은 일인가?」 

A「나쁘지 않다, 면 되잖아요」 

갑「그런가. 나쁘지 않네」 





50: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2:41:59.30 ID:3ce9PqM/0

A「하지만 뭐랄까, 로맨틱한 잡학을 알고 계시네요. 안 어울려」 

갑「그건 미안하군」 

A「역시 별 같은 거, 좋아하시는군요」 

갑「보통이야. 아까 얘기도 들은 얘기야」 

A「헤에. 멋진 여자친구네요」 

갑「여친한테 들었다곤 안 했는데」 

A「하지만 여친분께 들었죠? 어차피」 

갑「어차피라고 하지 마」 

A「어차피, 초원 같은 데서 뒹굴 거리면서 다정한 말을 나누면서, 쪽쪽 거리면서 한 이야기죠?」 

갑「사실무근이다. 초원에선 뒹굴 거리지 않았어」 

A「와아, 그걸 부정하는구나」 

갑「너도, 그 아이한테 해주면 되잖아. 초원에서 뒹굴면서」 

A「적당한 초원을 찾는 게 힘들겠네」 





51: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2:44:47.52 ID:3ce9PqM/0

 수족관 

을「괜찮아. 봐봐, 다른 수조는 전혀 괜찮았잖아」 

B「안 돼, 무리. 이거, 으에, 봐요, 물이」 

을「어째서 갑자기 더듬거리는 건데」 

B「안 된다구요!! 해저터널이라니, 뭐랄까 진짜, 이런 거 생각해낸 사람은 머리가 이상한 거에요!!」 

을「진정해. 유치원생도 꺄꺄거리면서 지나가잖아 이상한 건 너야」 

B「이렇게 사방팔방 물에 둘러싸여서……깨지면 어떡해요!?」 

을「그 대사는 수족관에 들어온 시점에서 했어야 했는데」 

B「이건……이건 무리야 그치만 뭔가 위에도 밑에도 물이 있잖아……절대로 이상해……」 

을「유아퇴행하고 있네……이상한 형태의 수조공포증도 다 있구나」 

B「무슨 일이 있어도……무슨 일이 있어도 가야만 하나요……?」 

을「아니……웅크려서 떨고 있는 널 터널로 끌고 갈 만큼 나도 악마는 아니야……」 

B「귀여운 거……뭐든 좋으니까 귀여운 게 보고 싶어……」 

을「우와 중증이다」 





52: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2:49:07.55 ID:3ce9PqM/0

을「아ー아. 명소였는데」 

B「아, 봐봐요 펭귄이 생선을 엄청 먹고 있어요」 

을「기대하고 있었는데ー!」 

B「……할 수 없잖아요. 저 360도 수조인 곳을 보는 것만으로도, 뭐랄까 진짜로 기분 나빠져서」 

을「뭐, 너, 새파랬으니까. 남자인 주제에ー」 

B「스스로에게 그런 약점이 있었다니, 몰랐어요」 

을「해저터널 공포증인가. 캐릭터성은, 약하네」 

B「약해도 괜찮아요. 상관없잖아요. 남자친구랑 화해하고 같이 오면」 

을「아니, 딱히 싸우고 있는 건 아닌데」 

B「그랬었죠. 어렵네요」 

을「그렇다니까, 진짜」 





53: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2:52:12.51 ID:3ce9PqM/0

을「펭귄이라고 하니까 말야」 

B「음?」 

을「알고 있어? 펭귄은 매년 결혼한대」 

B「결혼 같은 개념이 있어요? 펭귄한테?」 

을「그렇대. 펭귄에겐 육지에서 사는 시기와 바다에서 사는 시기가 있는데, 육지에 올라와 있는 시기엔 부부로 지내」 

B「헤에. 육지에 올라와 있을 때만?」 

을「응. 바다에 있을 땐 뿔뿔이 흩어져. 하지만 굉장하다구. 또 다시 육지로 올라올 시기가 되면 말야, 수컷은 작년과 같은 장소에 둥지를 만들어」 

B「잘도 그런 걸 기억하네요」 

을「기억하는 건 장소만이 아니야. 작년에 결혼한 암컷에 대한 것도, 제대로 기억하고 있대. 목소리를 들은 것만으로도, 알아낸대」 

B「그래서, 매년 결혼식을 하는 건가요. 머리 좋네요. 펭귄은」 

을「나는, 바보구나, 하고 생각하지만 말야」 

B「그런가요?」 

을「생각해. 매년매년 결혼식을 하다니, 사랑을 맹세하다니, 정말 바보 같다고 생각했어」 

B「생각했다, 는 거군요」 

을「응」 





54: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2:54:28.70 ID:3ce9PqM/0

을「바보는, 나였지」 

B「그러네요」 

을「그러지 마」 

B「그럴 거에요……어차피, 남자친구께 들은 얘기죠?」 

을「뭐 그렇지」 

B「쓸데없이 강한 척하면서, 바보 같다고 했죠?」 

을「뭐, 그렇지. 안 웃을 거야?」 

B「뭘 말이죠?」 

을「아마, 질투했었어」 

B「뭐에 말이죠?」 

을「펭귄한테」 

B「…………웃어도 되나요?」 

을「응, 괜찮아. 웃어」 





55: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2:57:12.20 ID:3ce9PqM/0

B「딱히, 과거형으로 할 필요는 없잖아요」 

을「……무슨 얘기?」 

B「연애 얘기에요. 바보였다던가, 질투했었다던가, 뭔가 이제 전부, 끝나버렸다는 듯한 말투잖아요」 

을「끝나버렸는걸」 

B「그렇지 않아요」 

을「그렇다니까」 

B「아아, 알겠다. 그렇게나 좋아하지 않는 거군요, 남자친구를」 

을「……웃기지 마」 

B「아니아니, 맞잖아요. 어째서 그렇게 간단히 놓으려고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놓는 게 간단하다면, 분명 그런 거겠죠」 

을「네가 모를 뿐이야. 불행해져도 부숴야만 하는 행복이 있다는 걸, 모르는 것뿐이야」 

B「그런 건, 행복이 아니야」 

을「시끄러워」 

B「행복이란 건 분명, 둥글고 따뜻한 거에요. 만진 정도로, 안은 정도로 부서지는, 그런 예리한 유리 같은 건, 행복이 아니에요」 





57: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3:00:18.48 ID:3ce9PqM/0

을「열 받네」 

B「흘려 넘기지 못하겠죠?」 

을「자기 일은, 모른 척 하고 있는 주제에」 

B「…………」 

을「계집애같네. 남자라면 말야 『떨어져도 계속 사랑하고 있을 테니, 그러니 나와 같이 지낼 날을 기다려』 정도는 말해야지」 

B「멋대로인 거랑 남자다운 건, 다른 거라 생각하는데요」 

을「멋대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곁에 있어달라는 게 멋대로면, 넌 누구도 좋아해선 안 돼. 상대를 불행하게 할 뿐이니까」 

B「말은 잘 하시네요」 

을「누가 할 소릴」 



B「…………」 

을「…………」 





「어차피, 좋아서 좋아서 포기할 수 없는 주제에」 





59: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3:03:09.28 ID:3ce9PqM/0

 수족관 

A「와. 진짜로 안 되나 보네요」 

갑「……혹시 괜찮아졌나 하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A「이렇게 예쁜데. 이렇게나 물고기가 잔뜩 있는데」 

갑「적어도 위가 평범한 천장이었다며……지나갈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저기, 역시 여긴 혼자 가는……」 

A「자」 

갑「…………손?」 

A「손, 끌어 드릴게요. 가요」 

갑「그렇게 한심한 상황에서 터널을 걷고 싶진 않아」 

A「지금 최고로 한심한 상황인데, 뭐라는 거에요. 자, 빨리」 

갑「진짜로 가는 거야? 저기, 안 깨져? 지진 같은 게 와도 괜찮은 거야 이거, 저기」 

A「시끄러워」 

갑「진짜냐……」 





60: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3:07:42.11 ID:3ce9PqM/0

갑「…………」 

A「자, 괜찮았죠?」 

갑「…………」 

A「……왜 그러세요? 자기 손을 바라보곤」 

갑「아니, 뭐랄까……감촉이」 

A「우와. 기분 나쁜 말 하지 마세요. 여자친구랑 손잡은 적 정도는, 있잖아요?」 

갑「……여자친구」 

A「…………?」 

갑「………………」 

A「저기」 

갑「…………아ー……」 

A「왜 그러세요, 갑자기」 

갑「그런 건가…………」 

A「어떤 건가요……」 





61: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3:09:57.98 ID:3ce9PqM/0

갑「저기……지금, 몇 시지?」 

A「네? 어디 보자, 16시 28분이네요」 

갑「그럼, 아직 좀 더 시간이 있네」 

A「……무슨 시간까지요?」 

갑「만날 시간 말이야」 

A「만날? 누구랑?」 

갑「애인」 

A「누구의?」 

갑「너의」 

A「…………하아?」 

갑「펭귄이라도 보러 가자. 느긋하게 말야」 





62: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3:11:50.47 ID:3ce9PqM/0

 플라네타리움 

을「…………」 

B「…………」 

을「……어른스럽지 못했어」 

B「그러네요」 

을「싫은 녀석이네」 

B「아뇨, 그럴 셈은…………죄송합니다. 저야말로, 말이 심했어요. 잘난 듯이」 

을「그 말대로야. 나, 아직 반쯤 화난 상태야」 

B「어른스럽지 못하게」 

을「어른 따위, 되고 싶지 않으니까 말야」 

B「어른이잖아요?」 

을「어른이야. 본의 아니게 말이지」 





63: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3:14:06.16 ID:3ce9PqM/0

B「상영관 티켓, 사올게요」 

을「스톱」 

B「?」 

을「딱히 상관없어. 여기까지면」 

B「상영, 안 보세요? 어째서」 

을「…………뭐, 이 부근의 전시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말야……」 

B「왠지 얼굴색이 나쁜데요」 

을「아무 것도 아니야……」 





64: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3:16:15.42 ID:3ce9PqM/0

 수족관 

A「와아ー! 생선 엄청 먹고 있어!」 

갑「펭귄은 엥겔지수가 높을 거 같네」 

A「정어리는, 그다지 안 비싸잖아요」 

갑「혼자 살면 몸에 새겨진다구. 생선의 고급스러움이」 

A「귀엽네. 비린내 나지만」 

갑「있지」 

A「뭔가요」 

갑「일일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해』라고 하는 건 이상하지 않을까?」 

A「뭐에요, 뜬금없이」 

갑「어떻게 생각하나 싶어서」 

A「…………애초에 말이죠, 『일일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안 드네요」 

갑「헤에」 





65: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3:19:00.18 ID:3ce9PqM/0

A「그런 표현을 한다는 건, 어차피 『일일이 사랑을 입으로 내거나 형태로 만드는 건 촌스럽다』 따위로 생각하고 계시죠?」 

갑「어른은, 그런 거라고 생각해」 

A「영원의 사랑이라던가 텔레파시라던가, 신뢰하고 있다던가 마음이 통하고 있다던가, 결국 그런 건 전부 나태할 뿐이에요. 『어린아이는 마구잡이로 좋아한다고 말한다』고 어른들은 바보 취급하지만요」 

갑「분명 너라면, 그렇게 말할 거라 생각했어」 

A「? 무슨 의미인가요」 

갑「솔직하지 못하다는 거야」 

A「아뇨, 거짓 없이 본심에서 나온 말인데요」 

갑「그러니까야」 

A「하아」 





66: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3:22:11.93 ID:3ce9PqM/0

 플라네타리움 

B「전시만 봐도, 제법 재밌네요」 

을「그치? 봐봐, 비너스 비너스」 

B「그거 수성이에요」 

을「…………」 

B「음?」 

을「아니, 아무것도 아냐. 우주의 광대함에 취해있었어」 

B「뭐에요 그게」 

을「있지」 

B「네」 

을「이렇게나 넓은 우주에서, 우리가 태어나서, 지금 알고 지내는 사람들과 만나서……라는 확률은, 정말로 낮대」 

B「그건 뭐, 그렇겠죠」 

을「그래서 어쩌란 거야, 하고 생각해?」 





67: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3:26:21.58 ID:3ce9PqM/0

B「그렇겐 생각 안 해요」 

을「그럼, 어떻게 생각해」 

B「글쎄요……진부하지만, 그래도, 조금 행복해져야만 되겠다는 느낌은 들어요」 

을「…………그런가」 

B「뭐에요? 깨달음이라도 얻었어요?」 

을「조금」 

B「헤에. 어떤?」 

을「인간은 귀찮구나, 라는 거」 

B「그런가요?」 

을「그래. 거짓말 하거나, 강한 척 하거나, 빙 둘러가거나, 중요한 일일수록 기억하지 못하거나」 

B「그런 게, 필요하다는 거겠죠」 

을「그런가?」 

B「잘 모르겠지만요」 

을「그렇지」 

B「그런가요」 

을「…………응」 





68: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3:28:35.99 ID:3ce9PqM/0

을「…………아!」 

B「뭔가요?」 

을「지금!! 몇 시!?」 

B「…………16시, 48분이네요」 

을「그러면, 시간 됐네」 

B「뭔가 있나요?」 

을「좋아하는 사람과, 만날 수 있어」 

B「…………네?」 





69: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3:31:17.50 ID:3ce9PqM/0

 수족관 앞 

A「역의, 연결통로 말인가요?」 

갑「아마, 지금부터 가면 딱 좋을 거라 생각해」 

A「…………어째서 그런 걸, 알고 계신 거에요?」 

갑「필요해서 그런 게 아닐까나」 

A「전혀, 의미를 모르겠는데요」 

갑「몰라도 돼. 모르는 편이, 좋을지도 몰라」 

A「……같이 안 가세요?」 

갑「그래. 우리가 만나는 건, 6시 정도니까」 

A「6시? 어째서?」 

갑「옛날에, 이상한 여자도 그렇게 말했었어」 





70: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3:33:55.28 ID:3ce9PqM/0

 플라네타리움 앞 

B「누군가요, 그, 이상한 남자란 건」 

을「이상하다고 할까, 무뚝뚝할 뿐일지도 모르지만. 자, 빨리 안 가면 또 엇갈릴 거야」 

B「…………또, 만날 수 있을까요」 

을「오, 바람?」 

B「아뇨, 그런 게 아니라. 뭐랄까……당신이, 남 같지가 않다고 할까」 

을「『남 같지 않다』는 건, 남인 거지만. 그래도, 동감이야」 

B「달려가는 게, 좋을까요」 

을「으ー음…………그러네. 전력으로」 

B「그럼」 

을「응. 좋은 남자가 되렴. 제법, 어렵겠지만」 





71: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3:36:05.36 ID:3ce9PqM/0

 아아, 





「그 시절 너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끝 





73: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3:41:43.24 ID:XRUSpeEL0

(゜ロ゜)!! 
재밌었다! 마지막에 핫! 해버렸다! 





75: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3:47:55.66 ID:3ce9PqM/0

묵묵히 써내려갔습니다 
이름, 알기 쉽게 고민했으면 좋았겠네요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좀 더 여러모로, 멋진 표현이 가능했으면 좋았겠지만 
하지만, 시간 때우기 정도로 즐겁게 읽어주셨다면 기쁘겠습니다 





76: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6(日) 23:55:40.40 ID:XRUSpeEL0

>>75 
또 써줬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재밌었다(*´∀`) 
진짜 기묘한 이야기 같았다ー 
고마워ー 





77: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7(月) 00:16:26.13 ID:RgZ2X4wZ0

재밌었다! 빨려 들어갔어 
존경스럽다 
하지만, A와 B는 사귀었겠지만, 갑과 을은 어떻게 되었을지 신경 쓰이네 





81:名も無き被検体774号+:2014/02/17(月) 01:05:09.55 ID:GOQlL9AbP

엄청 재밌었다ww 



출처 : http://hayabusa3.2ch.net/test/read.cgi/news4viptasu/1392552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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