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M7hSLIKnTI：2014/03/15(土) 18:22:34 ID:PeHUh3io
………
…
남자「……앞으로, 얼마나 남았죠」
백의「거의 다 왔어」
남자「꽤나, 산 속이네요」
백의「………」
남자「전에 있던 시설보다, 환경이 나아질 거라 들었는데」
백의「…자연이 풍부해서, 좋은 곳이잖아」
남자「어차피 방에서 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백의「바깥 공기를 쐬는 정돈 가능해, 거기다 자연이란 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치유되는 거야」
남자「그런 건, 사람에 따라 다르잖아요」
백의「…다 왔군. 조금 흔들릴 거야, 조심해」
2： ◆M7hSLIKnTI：2014/03/15(土) 18:23:19 ID:PeHUh3io
………
…
남자（꽤나 엄중하네…. 몇 명이고 들어가 있을 거 같은 수위실, 높은 벽…）
백의「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군, 들어갈까」
남자「들어가고 싶진 않지만요」
백의「……미안하지만」
남자「알고 있어요, 정해진 일…이겠죠」
백의「널 위한 거야」
남자「그거면 충분해요」
3： ◆M7hSLIKnTI：2014/03/15(土) 18:23:52 ID:PeHUh3io
백의「저게, 네가 들어갈 곳이다」
남자「……농담이죠?」
백의「의외일지도 모르겠지만, 진짜야」
남자（거짓말……저렇게나 엄중한 벽에 둘러싸인 곳에）
남자（지은 지는 얼마 안 된 거 같고, 깔끔하긴 하지만）
남자（밖에서 보기엔, 흔해빠진 1층짜리 LDK……임대주택이잖아）
백의「적어도 좁은 독방이었던 이전 시설보단 낫지 않으려나?」
남자「……좁아도, 어차피 혼자였으니까 상관없었지만요」
4： ◆M7hSLIKnTI：2014/03/15(土) 18:24:46 ID:PeHUh3io
백의「이번 시설엔 모니터나 게임기, 간소한 음향시설도 있지. 이전만큼 심심하진 않을 거야」
남자「TV…가 아니라, 모니터인가요」
백의「뭐, 그런 거지」
남자（영화 같은 건 빌려줄 수 있지만, 외부의 정보는 얻을 수 없다…는 건가）
남자「겨우 이 한 채의 집을 위해, 저렇게 튼튼한 벽과 감시실을?」
백의「여기선 안 보일지 모르지만, 똑같이 벽에 둘러싸인 시설은 바둑판처럼 몇 개나 있어」
남자「하지만 서로 벽을 넘나들 수 있는 문은 없네요」
백의「미안하지만, 그건 금지되어있어」
남자「……결국, 또 혼자인가요」
백의「그건 어떨까」
5： ◆M7hSLIKnTI：2014/03/15(土) 18:25:29 ID:PeHUh3io
…달칵
백의「들어가」
남자（현관, 복도…아마도 안쪽의 미닫이문 너머는 탈의실과 목욕탕. 진짜로 평범한 주택이잖아）
백의「이 문 너머가 거실이야. 단, 거기에 들어가기 전에 몇 가지 말해둘 게 있어」
남자「…네」
백의「먼저, 미안하지만 이 건물은 화장실과 목욕탕을 제외하고, 다양한 각도에서 모니터를 통해 감시되고 있어」
남자「프라이버시고 나발이고 없네요」
백의「거기다 그 예외라는 화장실과 목욕탕도, 체온측정장치로 감시되고 있으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남자「알몸만은 보이지 않게 되어있다…는 건가요」
백의「그래. 거기다 너희가 실내에 있는 동안은, 현관에 담당자를 배치해둘 거야. 밖으로 수위실까지 들어가는 것도 가능하지만 말이지」
남자「너『희』…？」
6： ◆M7hSLIKnTI：2014/03/15(土) 18:26:31 ID:PeHUh3io
백의「…이 거실엔 앞으로 같이 생활할 파트너가 있어. 일단 만나기 전에 이상의 것들을 알아줬으면 해서」
남자「파트너라니, 그런 건 못 들었는데」
백의「걱정할 필요는 없어, 나이도 비슷하고 금방 익숙해지겠지. …그럼, 들어갈까」
남자「에, 잠깐만…！」
…달칵
남자（어차피 나처럼 뭔가 사정이 있는 사람이겠지, 그런 거랑 같은 방이라니 뭐가 있든 알 게──）
백의「왜 그러지? 들어가」
남자「……젠장」
7： ◆M7hSLIKnTI：2014/03/15(土) 18:27:05 ID:PeHUh3io
…탁
백의「여어. 데려왔어. 네 파트너야」
남자（……엣…!?）
소녀「………」
남자（여자아이…!? 거짓말…!）
백의「어라, 아무도 자기소개는 안 하는 건가」
8： ◆M7hSLIKnTI：2014/03/15(土) 18:27:44 ID:PeHUh3io
소녀「…남자라고는…못 들었는…데요」
백의「그렇군, 말한 적 없지」
남자「잠깐 기다려봐, 그야 이 아이가 거부감을 느끼는 것도 당연하잖아. 이건 큰 문제야」
백의「문제가 될지는, 너희 하기 나름이야. 특히 남성인 네가, 그 비중은 더 클지도 모르겠군」
남자「…상식적으로 이상하잖아요. 이런 거, 용납될 리가 없어」
백의「미안하지만, 이 처치에 대한 허가는 내려져있어. 용납되고 있다구」
남자「그런 말도 안 되는…」
9： ◆M7hSLIKnTI：2014/03/15(土) 18:28:22 ID:PeHUh3io
남자（그 후 백의를 입은 사람은 몇 가지 주의사항을 더 설명하고, 여기를 떠났다）
남자（건물에서 나와도 좋다, 단 나가기 전과 들어온 후엔 인터폰으로 연락할 것）
남자（식사는 기본적으로 정기적으로 주지만, 희망에 따라 식재료를 사서 스스로 요리하는 것도 용납된다）
남자（하루의 스케줄은 제법 자유롭지만, 다소는 강제적인 지시가 있다는 듯하다）
남자（단, 그것도 건강유지를 위한 운동명령이거나, 나이에 맞는 학습 과제 같은…결코 강제 노동 같은 건 아니다）
남자（그리고, 이 시설에서 보낼 기간은 명확하게 설정되어 있지 않다）
남자（즉 나는, 그리고 이 아이는 서로 모르는 이성과 함께, 끝이 보이지 않는 생활을 보낸다…는 것이다）
10： ◆M7hSLIKnTI：2014/03/15(土) 18:29:06 ID:PeHUh3io
남자「……일이 이상하게 됐네」
소녀「………」
남자「이름은? …난 남자라고 해」
소녀「………」
남자「몇 살이야? 보기엔 15~17 정도로 보이는데」
소녀「………」
남자「나는 지금, 18이야. …어디에 살고 있었어?」
소녀「………」
남자「…나는 벽이랑 얘기하는 거 같네」
소녀「………」
11： ◆M7hSLIKnTI：2014/03/15(土) 18:29:47 ID:PeHUh3io
남자「적어도 이름이라도 알려주지 않을래? 여러모로 곤란하게──」
소녀「…소녀」중얼
남자「………」
소녀「………」
남자（진짜로 그것만이냐）
남자（…난감하네, 어떻게 대화를 하란 거야）
남자（뭐 경계하는 것도 당연하지만）
남자（원망스럽구만…백의 입은 사람）
12： ◆M7hSLIKnTI：2014/03/15(土) 18:30:39 ID:PeHUh3io
남자「……오늘은 이동하느라 지쳤어, 미안하지만 한숨 잘게」
소녀「………」슥
남자「…어디 가려고?」
소녀「다른 방」
남자「다른 방이라니…남은 건 부엌밖에 없는데」
소녀「거기면…돼요」
남자「거긴 마룻바닥이라 차갑잖아」
소녀「………」
남자「……됐어…내가 거기로 갈게, 넌 여기 써」
13： ◆M7hSLIKnTI：2014/03/15(土) 18:31:22 ID:PeHUh3io
…부엌
남자（……젠장, 엄청 불편하잖아）
남자（결국 모니터나 게임기가 있는 건 거실이고……）
남자（이럴 거면 그 독방이 훨씬 낫지）
남자（정말로 바닥, 차갑고……이래선 푹 자기는……）
남자（아…안 되겠다, 진짜로 피곤…해──）
14： ◆M7hSLIKnTI：2014/03/15(土) 18:32:23 ID:PeHUh3io
………
…
《──오늘은 남자가 좋아하는 반찬이란다》
《어머ー, 시험 잘 쳤네! 아빠한테도 보여줘야지!》
《괜찮아, 엄마는 항상 남자 편이란다》
《학교는 어때? 즐거워? 그래, 친구가 생겼구나…좋겠네》
《남자는 상냥하구나, 분명 좋은 형이 될 거야…》
《보렴, 아기…남자의 남동생이야. 후후…귀여워 해주렴?》
《괜찮아, 아기가 있어도 엄마는 남자의 엄마이기도 하니까, 언제든 어리광부려도 된단다》
15： ◆M7hSLIKnTI：2014/03/15(土) 18:33:33 ID:PeHUh3io
………
…
남자「………」
남자（…이상한 꿈을 꿨군）
남자（시간은……아직 15신가）
남자（그 아이는 뭐 하고 있을까……하지만 방엔 안 가는 편이 좋으려나）
남자（차라리, 그 아이에게 나쁜 짓이라도 하면, 격리되려나）
남자（……아니, 그래도 어떤 식으로 격리될지 모르잖아）
남자（이번엔 진짜 쇠창살 달린 방일지도 모르지）
남자（그 정도라면, 차라리……）
남자（…미성년자는 해당 없으려나）
16： ◆M7hSLIKnTI：2014/03/15(土) 18:34:24 ID:PeHUh3io
뚜루루루…뚜루루루…
남자（인터폰…? 분명 거실에…）
남자（뭐 됐나, 그 아이가 받겠지）
남자（말수는 적지만, 말을 못하는 것도 아니고）
달칵…탁…
소녀「……일어나셨네요」
남자「응, 좀 전에. ……인터폰, 뭐였어?」
소녀「밖으로 나오…라고」
17： ◆M7hSLIKnTI：2014/03/15(土) 18:34:58 ID:PeHUh3io
………
…
백의「어때, 조금은 친해졌나」
남자「이름만, 교환했어요」
소녀「………」
백의「밖으로 나오라한 건 다른 게 아니라, 건물 내에서의 생활은 대충 설명했지만 밖에서의 생활도 전해두소 싶어서 말이지」
남자「……네에」
백의「역할 분담도 필요할 테니까, 잠시 두 사람에게 대화할 시간을 준 건데……」
남자「그렇게 금방 친해질 리가 없잖아요」
백의「뭐어, 너희들 사정을 생각하면…그렇겠군」
남자「됐으니까, 얼른 설명해주세요」
18： ◆M7hSLIKnTI：2014/03/15(土) 18:36:28 ID:PeHUh3io
백의「일단, 이 벽으로 둘러싸인 범위는 자유롭게 써도 돼. 운동을 하던, 채소밭을 만들던 상관없어」
소녀「………」
백의「그렇게 말해도 200평도 안되지만, 야구나 축구를 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문제는 없겠지?」
남자「혼자서 어떻게 야구나 축구를 하란 거죠」
백의「혼자…? 두 사람이잖아, 너희는」
남자「두 사람이라도 무리에요」
백의「캐치볼 정돈 가능하지 않을까? 도구라면 며칠 내로 구해줄 수 있어」
남자「……안 할 거라 생각하지만요」
19： ◆M7hSLIKnTI：2014/03/15(土) 18:37:08 ID:PeHUh3io
백의「뭐 됐어, 단 자유롭게 써도 되는 대신 관리하는 것도 너희 몫이야」
남자「관리…인가요」
백의「내버려두면 풀이 자란다는 정도뿐이지만. 걸리적거리면 스스로 처리해, 그에 필요한 도구도 준비해 줄 수 있어」
소녀「저기…」
백의「…뭐지?」
소녀「채소밭이나 화단을 만들 거면, 그 재료나 도구도…?」
백의「맞아, 정해진 예산 내에서 처리할 수 있다면, 준비하지」
20： ◆M7hSLIKnTI：2014/03/15(土) 18:37:39 ID:PeHUh3io
소녀「…그럼, 화단을 만들고 싶어요」
백의「알겠어, 나중에 다시 직원을 보낼 테니 필요한 걸 골라서 말해줘」
소녀「………」끄덕
백의「너는? 뭔가 원하는 건 없으려나」
남자「………」
백의「……그럼 주변 설비만 안내해둘게. 수도랑 전원의 위치를 알려주는 정도지만」
21： ◆M7hSLIKnTI：2014/03/15(土) 18:38:14 ID:PeHUh3io
………
…
백의「──이상이야. 그럼 방으로 돌아가든 운동을 하든, 오늘은 편하게 보내」
남자「……저기」
백의「뭐지?」
남자「역시, 저도 필요한 게」
백의「…말해봐」
남자「화단을 만들기 위한 도구를, 제 몫도 준비해주세요」
소녀「………」
백의「과연, 그거 괜찮군. 준비할게, 조금만 시간을 줘」
남자「네」
22： ◆M7hSLIKnTI：2014/03/15(土) 18:38:47 ID:PeHUh3io
………
…
…저녁
달칵…
직원「어ー이, 식사다. 현관으로 가지러 와ー」
남자「아, 네」
남자（그 아이는…안 나오네）
남자「…안녕하세요」
직원「다 먹으면 현관 앞에 있는 직원한테 반납해. 쟁반 2개 들 수 있겠어?」
남자「네」
23： ◆M7hSLIKnTI：2014/03/15(土) 18:39:30 ID:PeHUh3io
남자（일단 부엌 테이블에…）달칵, 탁…
남자（……부르러 갈까）
…똑, 똑
남자「들어가도 될까」
남자（…대답 없나, 멋대로 열기도 좀）
남자「듣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말할게? 밥 왔어. 부엌 테이블에 있으니까, 와」
남자（……나는 분명 말했으니까）
24： ◆M7hSLIKnTI：2014/03/15(土) 18:40:28 ID:PeHUh3io
남자（꽤나 평범한 식사네）우물우물
남자（하지만 역시 대화할 상대도 TV도 없으니까, 너무 조용해서…음）꿀꺽
남자（……익숙하지만）후우
………
…
남자（결국, 안 나오나…안 먹일 수도 없고）
남자（한 번 더, 불러볼까）
똑, 똑…
……통, 통
남자「안 들리는 건 아니겠지? 밥 있다니까, 쟁반 돌려줘야하니까 얼른 먹어」
25： ◆M7hSLIKnTI：2014/03/15(土) 18:41:07 ID:PeHUh3io
…달칵
소녀「………」
남자「자고 있었어?」
소녀「…아뇨」
남자「어떡할래? 먹고 있는 동안엔 내가 이 방에 있을까?」
소녀「…부탁드립니다」
남자「하아…앞으로가 걱정이네」
소녀「죄…죄송해요」
남자「아니야, 그야 모르는 남자는 무서울 테니까」
소녀「………」슥
26： ◆M7hSLIKnTI：2014/03/15(土) 18:41:40 ID:PeHUh3io
…달칵
남자（죄송해요…인가）
남자（사과한다는 건, 나한테 폐를 끼치고 있다는 인식은 있는 거구나）
남자（외모는 제법, 귀엽지만）
남자（…정말로 그녀는 어딘가 『사정이 있는』걸까）
남자（경계한다고 해도, 반응이 너무 없고…거기에 이유가 있는 걸까）
남자（그런 건, 아무래도 아직은 못 물어보겠고）
남자（……물어온다면, 나도 대답은 못할 테니까）
27： ◆M7hSLIKnTI：2014/03/15(土) 18:42:20 ID:PeHUh3io
………
…
…달칵
소녀「저기…」
남자「아, 다 먹었구나. 쟁반 반납해야겠네」
소녀「반납했어요」
남자「내 것도?」
소녀「………」끄덕
남자「그래, 미안」
소녀「…아뇨」
28： ◆M7hSLIKnTI：2014/03/15(土) 18:43:00 ID:PeHUh3io
남자「그럼, 원래 방으로…돌아갈까」
소녀「괜찮나요」
남자「…뭐가?」
소녀「그…이 방을 제가 써도」
남자「괜찮아, 저쪽에도 에어컨은 있고. 너무 지루해서 게임이 하고 싶어지면, 그때만 바꿔줘」
소녀「………」끄덕
남자「그럼…자」스윽
소녀「……?」움찔
남자「악수말야, 본의는 아니지만 한동안은 같이 생활해야하니」
29： ◆M7hSLIKnTI：2014/03/15(土) 18:43:59 ID:PeHUh3io
소녀「…저…저기…」
남자「약속할게. 나는 절대로 위해를 가하거나 하지 않을 거야, 욕먹을 짓도 안 할게. 그러니까 악수」
소녀「………」움찔움찔
남자「쥘게」꼬옥
소녀「……읏…」
남자「…너무 떨지 마, 그렇게 무서워 보이진 않다고 생각하는데」
소녀「죄송…합니다…」
남자「다행히 이 방에서든 부엌에서든, 서로 지나가지 않아도 욕실이나 화장실은 갈수 있으니. 노크만 잊지 말도록 하자」
소녀「………」끄덕
남자「나는 19시쯤 목욕하러 갈게, 그렇게 알고 있어. 그럼, 내일 보자……잘 자」
소녀「…네」
31：以下、名無しが深夜にお送りします：2014/03/15(土) 18:47:27 ID:JbyKBC3k
수고하십니다
어떻게 되어 있는 거야 이거・・・정신병원 같은 건가?
37： ◆M7hSLIKnTI：2014/03/16(日) 21:06:34 ID:PeHUh3io
……………
………
…
…다음날 아침
남자（……아무것도 없어도, 6시 반 기상이 몸에 배었군）
남자（전에 있던 시설에선 직후에 체조, 그리고 식사였지）
남자（여기선 그것도 의무는 아니겠지만…조금 몸을 움직이고 싶네）
남자（하지만 인터폰은 그 아이가 있는 방에…밖으로 나갈 땐 연락해야만 하지）
남자（……그 아이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나）
남자（분명 아침밥은 7시 반이랬지, 아직 1시간이나 있고…）
38： ◆M7hSLIKnTI：2014/03/16(日) 21:07:24 ID:PeHUh3io
…달칵
남자「오…?」
소녀「…아……」
남자（벌써 일어났나…）
남자「…좋은 아침」
소녀「………」꾸벅
남자「잠깐 밖으로 나가고 싶어서, 인터폰 써도 될까」
소녀「…저도 그럴 거라서…아까 연락했어요」
남자「그래, 마침 잘 됐네」
39： ◆M7hSLIKnTI：2014/03/16(日) 21:08:26 ID:PeHUh3io
직원「…응? 연락으론 1명이라고 들었는데」
남자「그녀가 밖으로 나간다기에, 편승하려고요」
직원「아아, 그건 상관없어. 오늘은 첫 외출이니까 일단, 몸 상태를 체크할게」
남자「…다음엔?」
직원「문제가 없다면, 그 뒤론 방해할 사람은 없어」
남자「카메라로 감시당하고 있잖습니까」
직원「……그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줘」
남자「알고 있어요」
남자（그럼……조금 달릴까）
40： ◆M7hSLIKnTI：2014/03/16(日) 21:09:36 ID:PeHUh3io
………
…
남자（바깥쪽을 한 바퀴 도는데, 가볍게 뛰어도 1분도 안 걸려）
남자（비치는 광경은 계속 회색 벽뿐）
남자（반대쪽에는, 산의 능선은 보이지만…）
남자（이래선, 재미없네…）
남자（그 아이는……）
소녀「………」
남자（뭘 하고 있는 거지? 천천히 걷거나, 웅크려 앉거나）
41： ◆M7hSLIKnTI：2014/03/16(日) 21:10:41 ID:PeHUh3io
남자「땅에 뭐 재밌는 거라도 있어?」
소녀「……아뇨」
남자「혹시, 흙…이야?」
소녀「………」끄덕
남자「…그래서, 여기 흙은 화단 만들기엔 어때?」
소녀「……전혀…안되겠어요」
남자「어제, 필요한 거 전할 때 비료 같은 건?」
소녀「필요하다고…말했어요」
남자「그걸 섞으면 어떻게든 되는 건가」
소녀「…땅을 갈고, 돌을 잘 골라내고…그리고 비료를 잘 섞으면」
42： ◆M7hSLIKnTI：2014/03/16(日) 21:11:48 ID:PeHUh3io
남자「땅 갈고 돌을 골라내는 것까진, 도구만 있으면 지금도 할 수 있을 거 같네」
소녀「……?」
남자「죄송합니다, 직원씨」
직원「왜 그러지?」
남자「모종삽이나 곡괭이 같은 건, 바로 쓸 수 있는 거 없을까요」
직원「모종삽 정도는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단, 그걸 쓸 때는 감시를 받게 될 거야」
남자（흉기로 쓸 수…있으니까）
소녀「……쓰고 싶어요」
43： ◆M7hSLIKnTI：2014/03/16(日) 21:12:43 ID:PeHUh3io
남자「감시하느라 수고하시겠지만, 두 자루 빌려주실 수 있나요」
소녀「………」
직원「알겠어, 식사 후에 가져오지」
남자「부탁드립니다」
남자「흙을 파는 작업이라…가벼운 운동으론 딱 좋을지도」
소녀「…당신도 화단을?」
남자「안 돼?」
소녀「………」붕붕
남자「지식은 조금도 없지만 말이지」
44： ◆M7hSLIKnTI：2014/03/16(日) 21:13:35 ID:PeHUh3io
소녀「…그러면, 이 부근을…쓰세요」
남자「그렇군, 어째서?」
소녀「정오가 지나서도 해가 잘 드니까…」
남자「그 이후론?」
소녀「…저녁 해는 안 받아도 괜찮…아요」
남자「그렇구나」
소녀「………」
남자「그럼…여기를 우리의 화단으로 삼을까」
소녀「……에…?」
45： ◆M7hSLIKnTI：2014/03/16(日) 21:14:38 ID:PeHUh3io
남자「어라…? 안 돼?」
소녀「…『우리』…라니…」
남자「그래, 같이 만들자고 생각했는데」
소녀「………」
남자「…방처럼, 따로 하는 게 좋아?」
소녀「………」
남자「…침묵은 긍정으로 받아들인다?」
소녀「…네…에」
남자「어느 쪽의『네』야? 따로 하는 쪽이 좋아?」
소녀「………」붕붕
46： ◆M7hSLIKnTI：2014/03/16(日) 21:16:18 ID:PeHUh3io
남자「그럼, 같이 만들자. 하지만 난 아무것도 모르니까, 가르쳐줘」
소녀「………」끄덕
남자（…조금은, 대화가 된 걸까）
남자（뭐 좋아서 같은 집을 쓰는 것도 아니니）
남자（무리해서 친해질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남자（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이상, 서로 조금은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으면 못해먹을 테니까）
남자（이 땅을 자유롭게 써도 좋다…대신 관리를 해야 한다）
남자（그 말은, 그렇게 짧은 기간은 아닐 듯하다）
남자（그러니까 커뮤니케이션을 취한다, 그것뿐……그것뿐이야）
51： ◆M7hSLIKnTI：2014/03/17(月) 14:12:06 ID:PeHUh3io
남자（결국, 식사는 또 따로인가…）
남자（싫다면 싫은 대로, 말을 안 하면 될 거라 생각하는데）
남자（얼굴도 보고 싶지 않다…는 건가?）
남자（……조금 상처받네）
…덜컥
직원「모종삽, 준비해뒀어ー」
남자「네, 감사합니다」
직원「외출 전엔 반드시 연락을……뭐, 원격조작으로 잠겨있지만」
남자「……불이라도 나면 죽을 거 같네요」
직원「일단은, 경보기와 연동해서 열리게 되어있으니까, 그건 걱정하지 마」
52： ◆M7hSLIKnTI：2014/03/17(月) 14:13:01 ID:PeHUh3io
…똑, 똑
남자「모종삽, 받아왔어」
달칵…
남자「바로, 시작할래?」
소녀「………」끄덕
남자「옷, 갈아입어둬. 욕실과 탈의실 외엔 카메라로 다 보인다구」
소녀「…네」
남자「난 이미 갈아입었으니까, 인터폰으로 연락해둘게」
53： ◆M7hSLIKnTI：2014/03/17(月) 14:13:44 ID:PeHUh3io
………
…
직원「미안하지만 말한 대로, 이런 도구를 사용할 때는 가까이에 있을 거야」
남자「네」
소녀「………」
남자「일단은? 전부 파헤치면 되는 거야?」
소녀「저기…파낸 흙을 다른 곳에 두고, 거기서 돌을 골라내고 퇴비를 섞어요」
남자「응, 어느 정도 깊이로 파면 돼?」
소녀「20센치…가능하면 30센치 정도」
54： ◆M7hSLIKnTI：2014/03/17(月) 14:14:35 ID:PeHUh3io
푸욱, 팍…
남자「딱딱하네…팔 수 있겠어?」
소녀「……으응…」파각
남자（역시 몸이 가벼우니까, 날이 안 드는군…）
소녀「………」후우
남자「좋아, 흙을 파서 옮기는 건 내가 할게. 소녀는 그걸 무너뜨리고, 돌을 골라내줘」
소녀「…하지만」
남자「하지만…?」
소녀「그…파내는 작업이 더 힘들 텐데…」
남자「괜찮아, 난 남자니까. 적재적소라는 거지」
55： ◆M7hSLIKnTI：2014/03/17(月) 14:15:14 ID:PeHUh3io
………
…
남자「후우…제법 진척됐군, 벌써 낮이 다돼가네」
소녀「………」끄덕
남자「어느 정도 크기로 화단을 만들까?」
소녀「처음은…이 정도로」
남자「2×3m…6m2정도구나. 깊이도 거의 30센치 정도는 되겠지」
소녀「………」끄덕
남자「그쪽도, 돌 골라내기는 잘 되어가나 보네」
소녀「…이번엔, 이 돌을 화단 밑에 깔 거에요」
56： ◆M7hSLIKnTI：2014/03/17(月) 14:16:00 ID:PeHUh3io
남자「골라낸 돌만?」
소녀「…배수층이 될 거에요. 흙이 약간 점토질이라, 배수가 잘 되게 해야…」
남자「꽤나, 잘 아는구나」
소녀「………」붕붕
남자「거기다, 원예에 대한건 잘 말하네」
소녀「……읏…」
남자「좋다고 생각해, 부끄러워 할 거 없어」
소녀「………」
57： ◆M7hSLIKnTI：2014/03/17(月) 14:16:39 ID:PeHUh3io
남자「골라낸 흙을 보니, 다시 어떨 거 같아? 비료를 섞으면 쓸만할까」
소녀「약간 환원색을 띠고 있으니까…사실은 흑요석 펄라이트를 섞고 싶어요」
남자「전혀, 모르겠어…」
소녀「죄, 죄송해요」
남자「괜찮다니까, 그런 쪽은 맡길게. 그 어쩌구석 어쩌구라는 것도, 부탁해야겠네」
소녀「…네」…문질문질
남자（응…? 손을 문지르고…）
58： ◆M7hSLIKnTI：2014/03/17(月) 14:17:11 ID:PeHUh3io
남자「손, 왜 그래? 보여…」꼬옥
소녀「싫엇…!」팟
남자「……미안…」
소녀「저, 저기…죄송…합니다」
남자（…손목을 쥐려고 했을 뿐인데）
남자（꽤나 미움 받고 있나……아니, 무서워하고 있어…?）
남자「…손, 아파?」
소녀「오랜만의 작업이라…조금…」
남자「장갑도 없으니 말이야」
직원「미안하네, 낮에는 준비해둘게」
남자「네, 부탁드립니다」
59： ◆M7hSLIKnTI：2014/03/17(月) 14:18:10 ID:PeHUh3io
……………
………
…
…시설 내부
백의「D동의 두 사람, 직접 보기엔 어때」
직원「현재로썬 문제없습니다. 어느 쪽인가 하면 남자…D-1쪽이 자발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취하려고 한다고 생각합니다」
백의「음……뭐어, 그렇게 되겠지」
직원「D-2에겐 아직 다가가는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한 번 D-1이 D-2를 만졌을 때, 제법 저항감을 갖고 있는 듯 했습니다」
백의「호오…D-1이 접촉한 이유는?」
직원「단순히 걱정해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D-2는 강하게 반응해, 순간적으로 들고 있던 삽을 들어 올리려고 했습니다. 저도 제지하려고 했었고요.」
백의「……아직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어, 진전이 없는 것도 당연하겠지. 귀중한 샘플이니, 느긋하게 지켜보도록 하지──」
60： ◆M7hSLIKnTI：2014/03/17(月) 14:21:47 ID:PeHUh3io
……………
………
…
…3일후
남자「배수층은 이 정도면 되나?」
소녀「…이 정도 두께가 있으면, 괜찮을 거라 생각해요」
남자「부지 내의 돌멩이도 갈퀴로 긁어보아서, 제법 보충했으니까」
소녀「……죄송해요」
남자「뭐가?」
소녀「힘든 일만 시켜서…」
남자「괜찮다니까, 역할분담이잖아」
61： ◆M7hSLIKnTI：2014/03/17(月) 14:22:22 ID:PeHUh3io
남자「그래서? 다음은?」
소녀「남은 흙에 퇴비를 섞어두었으니까…깔 거에요」
남자「퇴비는, 냄새가 전혀 안 나는구나」
소녀「발효엔 쇠똥 같은 것도 사용한 거 같지만…완숙되어서, 미생물이 완전히 분해했으니까요」
남자「………」
소녀「…완전히 숙성되지 않은 퇴비는, 흙 속에서 남은 발효가 진행되면서 질소분을 감소시키니까…안돼요」
남자「이 퇴비는 좋은 거구나?」
소녀「………」끄덕
62： ◆M7hSLIKnTI：2014/03/17(月) 14:23:07 ID:PeHUh3io
남자「이쪽에 골라둔 큰 돌은?」
소녀「…회단 가장자리에 쌓을 거에요」
남자「그럼, 흙을 넣으면서 돌 쌓기도 동시진행이군. 돌은 맡길게, 무거운 게 있으면 말해줘」
소녀「……네, 네…」
…푸욱, 푹
데굴데굴……털썩
남자（외발 손수레라니, 오랜만에 쓰네）
남자（중학교 때 농업실습이후 처음인가…?）
남자（……근데 저 아이, 정말로 원예에 대한 건 잘 말하는구나）
남자（그 때는 나에 대한 저항도 그다지 없는 거 같고）
남자（미움 받고 있는 건 아닌…걸까?）
63： ◆M7hSLIKnTI：2014/03/17(月) 14:23:43 ID:PeHUh3io
소녀「저…저기…」
남자「왜 그래?」
소녀「…돌, 커다란 게」
남자「아아, 가자」
남자「제법 큰 녀석들도 있네」
소녀「화단 주변에 무작위로, 놓아주시면…」
남자「무작위로 놓아도 돼?」
소녀「………」끄덕
64： ◆M7hSLIKnTI：2014/03/17(月) 14:24:24 ID:PeHUh3io
남자「후우…이 정도면 되나?」
소녀「네」
남자「그럼, 계속 흙 넣고 있을게」
소녀「……저기」
남자「응…?」
소녀「가…감사합니다…」
남자「……별 말씀을」
65： ◆M7hSLIKnTI：2014/03/17(月) 14:25:00 ID:PeHUh3io
데굴데굴……털썩
남자（…아니야）
남자（그녀가 못 하는 일을, 대신 해준 거야）
…푸욱, 푸욱
남자（그러니까, 감사 인사를 듣는 것도 당연해）
남자（결코 그녀가 마음을 연 게 아니야）
…털써억
남자（나도, 마찬가지야）
남자（특별한 관계 따위, 원하지 않아──）
67： ◆M7hSLIKnTI：2014/03/17(月) 19:39:26 ID:PeHUh3io
……………
………
…
…그로부터 2일후
남자「다 됐네」
소녀「………」끄덕
남자「왠지…비료 빼곤 원래 여기에 있던 흙과 돌인데, 다 되고 보니……」
소녀「……?」
남자「의외로……응, 제대로 된 화단이네. 감동했어」
소녀「………」후훗
남자（……지금, 웃었어?）
직원「………」
68： ◆M7hSLIKnTI：2014/03/17(月) 19:48:31 ID:PeHUh3io
남자「하지만 비료가 들어갔다곤 해도, 흙이란 건 풀어주면 양이 늘어나는구나」
소녀「…그만큼 원래는 단단하게 굳어있었어요」
남자「그런 거구나. …그래서, 뭘 심을 거야?」
소녀「에…그게, 씨를…뿌릴 거에요」
남자「씨부터인가, 그럼 뭔지 묻지 말고 다 자랐을 때를 기대해볼까」
소녀「……저기, 이거…」
남자「응? 이게 씨앗? ……아…」
소녀「………」끄덕
69： ◆M7hSLIKnTI：2014/03/17(月) 19:53:30 ID:PeHUh3io
남자「하핫…이거, 누구든 씨만 봐도 알겠네…해바라기구나」
소녀「…네」방긋
남자（역시, 웃었어…）
남자「어떻게 뿌리면 돼?」
소녀「…일단, 손수레에 흙을 덜어내고…」
남자「라져」
…푸욱, 푸욱
70： ◆M7hSLIKnTI：2014/03/17(月) 19:54:37 ID:PeHUh3io
소녀「그 다음에…손가락으로 화단의 흙에 구멍을 내고」
남자「그럼, 본보기를 보여줄래」
소녀「………」끄덕
…푸욱, 휙
푸푹, 휙…
남자「제2관절 정도 깊이면 되는 건가」
소녀「네……앗…」
남자「응?」
소녀「……안쪽에서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나오지 못하게…돼 버려요…」
남자「아아, 그런가. 바보구나…나」
소녀「………」후훗
직원「………」
71： ◆M7hSLIKnTI：2014/03/17(月) 19:55:35 ID:PeHUh3io
남자「남은 건 손수레에 실어둔 흙을 깔면 되는구나」
소녀「네, 부드럽게…얕게」
남자「어려운데…」
소녀「…이제 물을 주면, 끝이에요」
남자「응, 물주는 건 매일?」
소녀「싹이 틀 때까진…」
남자「…기대되네」
소녀「………」끄덕
72： ◆M7hSLIKnTI：2014/03/17(月) 19:56:28 ID:PeHUh3io
………
…
…같은 날, 저녁
직원「어ー이, 밥 가지러와ー」
남자「네ー에」
…달칵
남자（……오?）
소녀「…감사…합니다」움찔움찔
직원「떨고 있어…? 흘리지 않게 조심해」
소녀「………」끄덕
73： ◆M7hSLIKnTI：2014/03/17(月) 19:57:04 ID:PeHUh3io
남자（같은 타이밍으로 쟁반을 부엌으로 옮긴다는 건…）
소녀「……저기, 괜찮을…까요…?」달그락
남자「같이 먹겠…다고?」
소녀「…네」
남자「물론」
소녀「……잘 먹겠…습니다」
남자（…약간은, 익숙해졌다는 건가?）
74： ◆M7hSLIKnTI：2014/03/17(月) 19:58:19 ID:PeHUh3io
남자「하지만, 화단 만들기가 끝나니 조금 한가하네」우물우물
소녀「…네」냠
남자「제법 즐거웠어」
소녀「………」끄덕
남자「옛날부터 원예를?」
소녀「………」
남자（…표정이 어두워졌네, 괜히 말했나）
남자「미안, 괜찮아…꽤나 자세히 알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을 뿐이야」
소녀「………」
75： ◆M7hSLIKnTI：2014/03/17(月) 19:59:03 ID:PeHUh3io
소녀「…더 늘릴…까요?」
남자「응…?」우물우물
소녀「화단…좀 더」
남자「아아…괜찮네, 넓힐까」
소녀「이번엔…씨가 아니라, 모종을 키울 화단을…」
남자「그러면 처음부터 화려하겠네」
소녀「해바라기 화단보다 한층 낮게…옆에 붙여서」
남자「그렇구나. 해바라기는 키가 크니까, 밸런스도 좋지 않을까?」
소녀「…네」방긋
76： ◆M7hSLIKnTI：2014/03/17(月) 19:59:41 ID:PeHUh3io
남자「……웃게 되었네」
소녀「엣」당황
남자「그 편이, 더 좋은데」
소녀「……네」
남자（──하지만, 타의는 없어）
남자（공동생활을 하는 게, 더 쉬워졌을 뿐이야）
남자（어차피 언젠가, 이 생활도 끝난다…）
남자（어느 정도, 의사소통만 된다면）
남자（그 이상의 관계 따위…필요 없어）
77： ◆M7hSLIKnTI：2014/03/17(月) 20:23:47 ID:PeHUh3io
……………
………
…
…4일후
달칵…
남자「아, 좋은 아침」
소녀「안녕히…주무셨어요」
남자「어젯밤엔 푹 잤어, 역시 연달아 제대로 일하면 잠도 깊게 드네」
소녀「…그러네요」
남자「곧 식사가 오지 않을까」
직원「아침밥, 가져왔어ー」
남자「…역시, 가지러가자」
소녀「네」
78： ◆M7hSLIKnTI：2014/03/17(月) 20:24:42 ID:PeHUh3io
………
…
남자「두 번째 화단도 완성됐네」우물우물
소녀「네」우물우물
남자「오늘, 모종이 도착하지?」
소녀「그렇게…들었어요」달그락
남자「어떤 거, 부탁했어?」우물
소녀「…여러 가지, 봄꽃을」
남자「기대되네」
소녀「…넷」방긋
79： ◆M7hSLIKnTI：2014/03/17(月) 20:25:29 ID:PeHUh3io
남자（……제법, 평범하게 얘기하게 됐네）
남자（이거라면 그다지 곤란한 일은 없겠지）
남자（단지……）
소녀「………」달그락…탕
남자「무겁잖아, 차주전자는 내가 들게」휘익
소녀「……읏…!」움찔
남자（손을 뻗으면, 역시 무서워하는 거 같네……）
80： ◆M7hSLIKnTI：2014/03/17(月) 20:26:20 ID:PeHUh3io
………
…
남자「헤에…형형색색이네」
소녀「네」
남자「이건?」
소녀「아네모네…」
남자「이쪽은?」
소녀「가자니아에요」
남자「이 키가 작은 건?」
소녀「꽃잔디…가장자리에 심을 거에요」
81： ◆M7hSLIKnTI：2014/03/17(月) 20:27:04 ID:PeHUh3io
남자「색깔별로 나눠서 심을 거야?」
소녀「네…하지만, 너무 나누면 산뜻함이 사라지니까…」
남자「섞는 편이?」
소녀「아네모네는 색을 나눠서…가자니아와 매리골드는 종류는 나눠도, 색은 섞는 편이 예쁘다고 생각해요」
남자「그럼 배치는 맡길게, 놔두면 내가 심을 테니까」
소녀「…네」
82： ◆M7hSLIKnTI：2014/03/17(月) 20:28:00 ID:PeHUh3io
남자（키가 큰 건 이 정도인가）
남자（남은 건 주변의 꽃잔디와, 패랭이꽃…이었던가）
남자（끝에서부터 뒤로, 물러나면서 심을까…）
남자（패랭이꽃의 줄기는 부드럽구나, 꺾일 거 같아）
남자（이 부근엔 꽃잔디만 모아서……）사삭
…퉁
소녀「꺄…!」털썩
남자「아…미안해, 뒤로 물러나고 있었더니…! 자, 손을──」
──꼬옥
소녀「아……」움찔
84： ◆M7hSLIKnTI：2014/03/17(月) 20:28:35 ID:PeHUh3io
남자「설 수 있겠어?」휘익
소녀「…으……」
남자「미안해, 잘 보고 했어야했는데」
소녀「아, 아뇨……저기…일으켜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자「발 접질리거나 하지 않았어?」
소녀「괜찮…아요」
직원「………」
85： ◆M7hSLIKnTI：2014/03/17(月) 20:29:28 ID:PeHUh3io
남자「꽃도 심었고, 두 번째 화단도 완성이구나」
소녀「네」
남자「역시 화려하게 피어있으니, 예쁘네…」
소녀「…잘 심어졌다고…생각해요」
남자「그런가, 다행이네」
소녀「………」
남자「자…세 번째 화단, 어떡할래?」
소녀「…또, 만들어도 되나요…?」
남자「나는 상관없어……만들고 싶어」
소녀「……넷」
86： ◆M7hSLIKnTI：2014/03/17(月) 20:31:02 ID:PeHUh3io
……………
………
…
…수 일 후, 아침
남자「…으……」
남자（잘 잤다…）
남자（아까, 소녀는 나간 거 같은 느낌이었는데…）
…달칵, 탁
남자（아아, 역시…밖에서 돌아왔──）
소녀「…남자씨」
남자「──엣…」
87： ◆M7hSLIKnTI：2014/03/17(月) 20:31:43 ID:PeHUh3io
소녀「저기, 잠시…밖에…」
남자「그, 그래…」
소녀「직원씨한테는, 남자씨도 데리고 간다고 말해뒀어요」
남자「알겠어, 금방 갈아입을게」
남자（……처음으로, 이름으로 불렀네）
남자（왠지 평소랑 목소리 텐션도 다른 거 같은데…）
소녀「………」안절부절
남자「저기…소녀?」
소녀「네…?」
남자「거기 있으면, 갈아입을 수가 없는데」
88： ◆M7hSLIKnTI：2014/03/17(月) 20:32:23 ID:PeHUh3io
소녀「!! 죄, 죄송해요…탈의실에 가시나 해서…」
남자「응, 속옷까지 갈아입을 건 아니니까…」
소녀「저, 저기…먼저 나가 있을게요」타박타박타박…
남자（귀엽네…）
남자（……안 돼, 무슨 생각 하는 거야）
남자（안 돼, 의식하지 마…해선 안 돼）
남자（그녀는……타인이다…）
89： ◆M7hSLIKnTI：2014/03/17(月) 20:33:03 ID:PeHUh3io
………
…
소녀「남자씨, 이쪽…첫 번째 화단이에요」
남자「해바라기의…?」
소녀「봐요」
남자「…앗……이건…?」
소녀「싹이 났어요…!」
남자「그런가…제법 빠르구나, 기쁜데…이런 거」
소녀「넷」방긋
90： ◆M7hSLIKnTI：2014/03/17(月) 20:33:43 ID:PeHUh3io
남자「굉장해, 잔뜩 나있어」
소녀「네」
남자「조금 감동했어. 자기가 만든 화단에서, 자기가 뿌린 씨앗에서 싹이 트다니」
소녀「…네」
남자「원예란 건, 즐거운 거구나」
소녀「……네…에…」주륵
남자「……에?」
소녀「……읏…」주르륵…
91： ◆M7hSLIKnTI：2014/03/17(月) 20:34:27 ID:PeHUh3io
남자「왜, 왜 그래? 왜 울고…」
소녀「죄송해요…아무것도…아니…」훌쩍
남자（아무것도 아니기는…）
남자（…지금은 도구를 쓰지 않으니까, 직원도 먼저 들어갔고）
남자（이 상황을 카메라로 보면, 뭔가 이상하게 생각할 거 같은데）
소녀「………」훌쩍
남자「방으로, 들어갈까? …일단 얼굴을 씻자」
소녀「네…에…」
92： ◆M7hSLIKnTI：2014/03/17(月) 20:35:06 ID:PeHUh3io
………
…
남자「…진정됐어?」
소녀「네…죄송합니다」
남자「깜짝 놀랐어」
소녀「이제 괜찮…아요」
남자「곧 식사가 올 거라 생각하는데」
소녀「………」끄덕
남자「방에 들어가 있을래?」
소녀「여기가…좋아요」
남자「…그래」
93： ◆M7hSLIKnTI：2014/03/17(月) 20:36:00 ID:PeHUh3io
남자（……운 이유는 알 수 없다）
남자（하지만, 적어도 무언가가 싫어서 운 것은 아니겠지）
남자（우는 모습을 보였다…라는 건, 어느 정도 마음을 열었다는 건가）
남자（……아니야, 생각하지 마）
남자（자기 좋을 대로 생각해선 안 돼──）
98： ◆M7hSLIKnTI：2014/03/18(火) 19:08:01 ID:PeHUh3io
………
…
…그날 밤
남자「쟁반, 반납했어?」
소녀「네」
남자「목욕 준비는 되어있으니까, 차례대로 들어가자. 난 나중에 써도 되니까」
소녀「그럼…저, 들어갈게요」
남자「응, 왠지 오늘은 추우니까, 느긋하게 있다 와. 나오면 말해줘」
소녀「네」
99： ◆M7hSLIKnTI：2014/03/18(火) 19:09:07 ID:PeHUh3io
………
…
소녀「저기, 목욕…하세요」
남자「아아, 고마워」
소녀「그리고…그…」
남자「응…?」
소녀「오늘 밤은…추우니까」
남자「응, 나도 느긋하게 있다 나올게」
소녀「그리고…나서」
남자「……?」
100： ◆M7hSLIKnTI：2014/03/18(火) 19:09:44 ID:PeHUh3io
소녀「이, 이 방…춥지 않나…요…?」우물쭈물
남자「아아…뭐, 조금은」
소녀「…자는 거…거실에서 주무셔도, 괜찮…아요」
남자「응…고맙지만, 소녀를 추운 방에서 재울 순 없으니까…」
소녀「그게…아니라…저」
남자「…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마. 나는 여기서 자도 괜찮아」
소녀「그런…가요」
101： ◆M7hSLIKnTI：2014/03/18(火) 19:10:30 ID:PeHUh3io
남자「그럼, 목욕하고 올게. …잘 자」
소녀「…저기」
남자「………」
소녀「한 번 더…」
남자「왜?」
소녀「악수…해주시겠어요」
남자「그건…상관없지만」슥
소녀「………」살ｰ짝
…꼬옥
소녀「…으……」
남자（조금 떨고 있네…）
102： ◆M7hSLIKnTI：2014/03/18(火) 19:11:10 ID:PeHUh3io
남자「…이제 됐어?」
소녀「조금만 더…」
남자「………」
소녀「………」
남자（조금씩, 떨림이 멎고 있어…?）
소녀「전…무서워요, 사람이…」
남자「그런 거 같네」
소녀「하지만…」꼬오옥
남자（강하게 쥐고…떨림이 멈췄어）
소녀「당신을 무서워하는 건…싫어」
103： ◆M7hSLIKnTI：2014/03/18(火) 19:12:06 ID:PeHUh3io
남자「소녀…」
소녀「화단 만들기…남자씨랑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남자「…응」
소녀「좀 더, 잔뜩…만들고 싶어」
남자「그러네」
소녀「감사…합니다」팟…
남자「…나야말로」
소녀「안녕히 주무세요, 남자씨」꾸벅
남자「…잘 자」
104： ◆M7hSLIKnTI：2014/03/18(火) 22:49:50 ID:PeHUh3io
………
…
…참방
남자「…하아」
남자（알고 있어…방을『바꾸자』고 한 게 아니란 것쯤은）
남자（…인정하지 않으려했지만, 그녀는 타인에 대한 공포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다가와 주려고 하고 있어）
남자（나는…어떻지?）
남자（스스로 나서서 화단 만들기를 같이 하거나）
남자（처음에 악수를 하자고 한 것도, 나야）
남자（…역시 나도, 그녀에게 다가가려고 하고 있어）
105： ◆M7hSLIKnTI：2014/03/18(火) 22:51:01 ID:PeHUh3io
참방…스윽스윽…
남자「푸핫…」
『전…무서워요, 사람이……하지만』
『당신을 무서워하는 건…싫어』
『화단 만들기…남자씨랑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남자（…젠장, 역시 좁아도 독방이 좋았잖아）
남자（내 증상을 알면서, 어째서 이런…）
남자（……빨리 나가서 자자, 기분을 전환시키지 않으면──）
106： ◆M7hSLIKnTI：2014/03/18(火) 22:52:14 ID:PeHUh3io
……………
………
…
《──멋있구나, 남자》
《벌써 너도 고등학생이구나…》
《남동생도 내년엔 중학생이고, 점점 식비가 늘겠는걸》
《후후…괜찮아, 잘 먹고 아빠처럼 남자다워져야지》
《정말, 두 사람 다 자랑스런 아들들이네》
《행복한 가정이란 건, 우리 가족 같은 걸 가리키는 말일 거야, 분명》
《아하하…오버하는 거 아냐, 엄마는──》
… … …
《──에?》
《사고? 아빠와…남동생이…? 에…?》
110： ◆M7hSLIKnTI：2014/03/19(水) 10:01:30 ID:PeHUh3io
……………
………
…
「이번엔 지금까지 만든 화단의 배경이 될 만한, 나무를 심고 싶어요」
「또 남자씨께 힘든 일을 시키게 되겠지만…」
「나무그늘을 만들어 줄 조금 큰 상록수……미모사나 가시나무라던가」
「괜찮으세요? 무겁…죠」
「같이…들게요」
111： ◆M7hSLIKnTI：2014/03/19(水) 10:02:07 ID:PeHUh3io
「굉장히 좋은 느낌으로 진행되어가네요」
「남은 건 주위에 관목을……꺅」
「죄송합니다, 깜짝 놀랐을 뿐…죄송합니다」
「……괜찮아요, 남자씨는…무섭지 않아요」
「저기, 마취목은 해가 닿지 않는 곳에…」
「저기…좀 더…」
「미모사 가지가 방해되네요…제가, 들고 있을게요」
112： ◆M7hSLIKnTI：2014/03/19(水) 10:02:44 ID:PeHUh3io
「남자씨, 얼굴에 흙이」
「잠시 움직이지 마세요……자, 여기」
「…깔끔해졌어요」
「남자씨, 해바라기가 자라고 있어요, 봐요」
「남자씨, 다음은…」
「남자씨」
「남자씨」
「남자씨──」
114： ◆M7hSLIKnTI：2014/03/19(水) 12:50:50 ID:PeHUh3io
……………
………
…
…2개월 후
덜컹…
직원「재료, 가져왔다ー」
소녀「네」
직원「감자 같은 게 들어있으니까, 조금 무거워. 괜찮겠어?」
소녀「…네, 네」움찔움찔
직원「………」
115： ◆M7hSLIKnTI：2014/03/19(水) 12:51:25 ID:PeHUh3io
남자「웬 거야, 이건」
소녀「…그게, 카레를 만들까 해서」
남자「카레인가, 그러고 보니 시설에서 나오는 식사는 밸런스를 중시해서 그런가, 그런 건 그다지 안 나오네」
소녀「감자…좀 더 크게 잘라주면 좋았을 텐데」
남자「…그런가, 식칼 같은 건 빌려 주지 않는구나」
소녀「………」
남자「나도 먹어도 돼?」
소녀「엣」
남자「……카레, 나도 먹어도 될까…해서」
소녀「다…당연…하잖아요?」
116： ◆M7hSLIKnTI：2014/03/19(水) 12:52:08 ID:PeHUh3io
………
…
남자「그럼, 잘 먹겠습니다」…냠
소녀「………」
남자「……맛있어, 엄청」
소녀「다, 다행이다…」휴…
남자「작은 냄비에 직접 만든 카레라니, 오랜만에 먹네」
소녀「내일 점심까지의 몫은 된다고 생각해요」
남자「그립…네」중얼
소녀「……남자씨」
117： ◆M7hSLIKnTI：2014/03/19(水) 12:52:44 ID:PeHUh3io
소녀「저기, 다 먹고 목욕하고 나면…」
남자「응?」
소녀「…이쪽 방에, 와주시지 않겠어요」
남자「뭔가 영화라도 빌려 달라 그럴까?」
소녀「……그게 아니라, 그…앞으로…이쪽 방에서 자요」
남자「같은 방에서 말이야?」
소녀「………」끄덕
남자「고마워」
소녀「아, 아뇨…지금까지 죄송──」
남자「하지만, 그건 사양할게」
118： ◆M7hSLIKnTI：2014/03/19(水) 12:53:27 ID:PeHUh3io
소녀「에…」
남자「이제 완전히 이 방에서 자는데도 익숙해졌고, 추운 시기도 끝났고」
소녀「하, 하지만 부엌은 실제론 잘 만한 곳이…」
남자「…시설의 방침 면에선 어떨지 몰라도, 실제론 이성이 단둘이 같은 건물에 있다는 거 자체가 이상해」
소녀「………」
남자「가능한 방 안에서의 활동 공간은, 구분 짓는 편이 좋아」
소녀「남자씨…」
남자「믿어주는 건 기쁘지만, 나도 남자라구」
소녀「！！」움찔
남자「…그러니까, 지금처럼이면 돼」
119： ◆M7hSLIKnTI：2014/03/19(水) 12:54:00 ID:PeHUh3io
소녀「하지만, 감시카메라도 있어요」
남자「그러네, 잘못된 일을 저지를 생각은 없지만」
소녀「그렇다면…」
남자「…잘 먹었습니다. 카레 맛있었어, 고마워 …먼저 목욕할게」
소녀「…남자씨」
남자「느긋하게 먹어──」
소녀「남자 씨!」벌떡
남자「………」
소녀「전에도 말했었죠…전, 사람이 무서워요」
120： ◆M7hSLIKnTI：2014/03/19(水) 12:54:51 ID:PeHUh3io
소녀「하지만, 남자씨는 무섭지 않아요……아직 갑자기 가까이 오면, 조금 놀랄 때도 있지만」
남자「소녀…」
소녀「분명 우리가 같은 건물에 배정된 건, 서로 뭔가를 극복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남자（……아니야）
소녀「저, 전의 시설에서는 정말로 누구와도 대화할 수 없어서…남자씨처럼 대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어요」
남자「………」
소녀「분명, 남자씨가 좋은 사람이니까…다른 사람을 무서워하는 저와 엮었다고──」
남자「──그건 아니야」
121： ◆M7hSLIKnTI：2014/03/19(水) 12:55:27 ID:PeHUh3io
소녀「……에…」
남자「아니…혹시 네 쪽은 그럴지도 몰라」
소녀「제 쪽…은?」
남자「내게 있어서, 이 환경은 자신의 문제를 극복하는 데는 알맞지…않아」
소녀「…무슨 뜻이죠」
남자「말할 수 있을 리 없잖아」
소녀「……읏…」
남자「넌 말할 수 있어? 우리의 관계는…이 생활은 언젠가 끝나. 그 때, 네 과거를 아는 사람이 눈 닿지 않는 곳에 있다니, 싫잖아?」
소녀「저…는…남자씨…라면」붕붕
남자「묻지 않을 거야, 나는. 그리고 내 과거도 말하지 않아」
122： ◆M7hSLIKnTI：2014/03/19(水) 12:56:07 ID:PeHUh3io
소녀「…알겠어요」
남자「미안해, 모처럼 네가 무서움을 참아가며 다가와 줬는데」
소녀「하지만, 납득은 할 수 없어요」
남자「……소녀」
소녀「과거는 묻지 않을게요, 저도 말하지 않을 거고. …하지만 가르쳐주세요」
소녀「제가 타인에게 공포를 갖고 있는 것처럼…남자씨는 무엇에 괴로워하고 계신 거죠」
남자「………」
소녀「그게 무엇이라해도, 전…괜찮아요」
123： ◆M7hSLIKnTI：2014/03/19(水) 12:56:44 ID:PeHUh3io
남자「전의 시설에서, 네 담당 카운셀러는 몇 번인가 바뀐 적이 있어?」
소녀「…아뇨, 한 명이었어요」
남자「내 담당은 네 번…바꼈어, 시설에 있던 1년 동안 말야」
소녀「………」
남자「처음과 두 번째는 여성 카운셀러였어, 그 뒤는 남자였지」
소녀「…어째서」
남자「결코 불순한 감정이 아니었단 건 말해둘게, 하지만…난 그들에게 너무 의존했어」
124： ◆M7hSLIKnTI：2014/03/19(水) 12:57:18 ID:PeHUh3io
남자「그런 말을 들었어…『넌 남에게 의존하고자 하는 욕망이 강하다』라고」
소녀「의존…」
남자「바꿔 말하자면 『애정에 굶주렸다』『절대적인 자기편을 원하고 있다』…그런 거라더라」
소녀「………」
남자「미안, 이 이상은 말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이제 알겠지?」
소녀「네…」
남자「지금보다 거리가 가까워지면, 난……네게 의존해버려──」
128： ◆M7hSLIKnTI：2014/03/19(水) 18:58:54 ID:PeHUh3io
……………
………
…
…다음날, 오전
파바바바바바…
……풀썩
남자「…후우」
남자（화단 손질만 하느라 풀을 방치했더니, 꽤나 자랐네）
남자（아야야…제초기 같은 건 처음 써봤더니, 어깨가 아프네）
남자（이제야 반 정도인가…）
남자（소녀는 해바라기 화단을 손질하고 있군）
남자（…오늘은 거의 대화를 안했네）
남자（당연한가…）
129： ◆M7hSLIKnTI：2014/03/19(水) 19:05:19 ID:laGt5r2U
남자「……어때? 해바라기 상태는」
소녀「………」싹둑…툭
남자（…어라?）
소녀「………」꾸욱꾸욱
남자「…소녀?」
소녀「에? …아, 네…넷」당황
남자「뭐야, 온 줄 몰랐던 건가」
소녀「죄…죄송해요, 생각 중이었어요」
130： ◆M7hSLIKnTI：2014/03/19(水) 19:12:16 ID:PeHUh3io
남자「해바라기, 상태는 어때?」
소녀「…잘 자라고 있어요. 하지만 해바라기는 양분 흡수가 빠르니까, 슬슬 비료를 보충해야」
남자「그런가, 제법 커졌네」
소녀「네」
남자「조금, 쉴까」
직원「그럼 도구는 맡아두고, 난 대기소에 가있을게」
남자「죄송해요, 부탁드립니다」
직원「오후에도 또 쓸 거야?」
남자「가능한 한 풀을 잘라버리고 싶으니까, 그럴 거에요」
131： ◆M7hSLIKnTI：2014/03/19(水) 19:19:48 ID:PeHUh3io
………
…
소녀「……남자씨, 어젠 죄송했습니다」
남자「내가 할 말이야…그건」
소녀「으으응, 남자씨가 어떤 증상으로 고민하는지도 모르고…전, 제 일만 생각하고 있었어요」
남자「다시 내가 무서워진 거 아니야?」
소녀「아뇨」
남자「……그래」
소녀「남자씨…그러니까, 전──」
남자「그만둬, 내가 들어갈 틈을 보이지 말아줘」
소녀「…말하면, 안되나요」
남자「안 돼」
132： ◆M7hSLIKnTI：2014/03/19(水) 19:23:41 ID:PeHUh3io
소녀「……생각해봤어요, 어째서 저흰 짝으로 선택된 건지」
남자「………」
소녀「제 증상은, 남자씨와 같이 있으면서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백의를 입고 있던 사람은, 그걸 노린 걸지도 몰라요」
남자「글쎄…」
소녀「하지만, 남자씨의 증상은? …누군가에게 의존해선 안 된다고 한다면, 이 처치는…유효하다곤 생각할 수 없어요」
남자「………」
소녀「그래도 저희를 짝으로 골랐다……거기엔 분명 이유가 있어요」
남자「…상황을 보고 있는 거야. 내가 네게 의존하는지 어떤지…아마 중도의 의존이발생했다고 판단되면, 격리될 거야」
소녀「그건…아니라고 생각해요」
남자「어째서?」
소녀「그래선, 이 경우에 남자씨는 저를 위한 희생양일 뿐이니까」
133： ◆M7hSLIKnTI：2014/03/19(水) 19:31:06 ID:PeHUh3io
소녀「여기는 국립 시설이라고 들었어요. 성격으로 미루어보건대, 공공 의료기관이겠죠?」
남자「뭐…그렇겠지」
소녀「현대의 이 나라에 있는 이런 시설에서, 누구 개인을 위해 다른 누군가를 희생으로 한다니, 역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남자「……사회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러울지도 몰라」
소녀「하지만, 그렇다면 남자씨를 희생해서까지 저를 우선시할 이유는?」
남자「글쎄…뭘까, 제비뽑기일까」
소녀「말도 안 돼요, 그런 건. 그러니까 분명, 이 조합에는 남자씨에게 있어서의 이점도 있는 게 틀림없어요」
남자「…처음 만났을 땐 상상도 못했어」
소녀「뭘…말이죠?」
남자「이렇게나 달변가일 줄은」
소녀「……실례되는 말씀을」후훗
134： ◆M7hSLIKnTI：2014/03/19(水) 19:38:44 ID:PeHUh3io
소녀「그럼…논쟁에선 이긴 거니까, 역시 말할게요」
남자「그만둬, 이상한 말 하지──」
소녀「남자씨…제게, 의존해주세요」
.
135： ◆M7hSLIKnTI：2014/03/19(水) 19:51:08 ID:PeHUh3io
남자（……어째서, 이렇게 되는 거야）
남자（결국, 나는 누군가에게 의존해버리는 건가? 그런 자격, 나한텐 없는데）
소녀「괜찮아…도망치지마요」꼬옥
남자（그런데 어째서, 난 이 아이에게 안겨있는 거지）
남자（떨쳐내려고 마음만 먹으면 간단한데, 나는…）
소녀「…혹시 떨고 있다면 죄송해요…하지만, 가만히 이대로」
남자（…어째서 이렇게 기쁜 거야）
남자（어째서…울고 있는 거야…）
136： ◆M7hSLIKnTI：2014/03/19(水) 19:53:05 ID:PeHUh3io
소녀「남자씨, 근거는 아무것도 없어요……하지만, 분명 남자씨는 제게 의존하면 되는 거에요」쓰담쓰담
남자「………」
소녀「카운셀러는 인사이동 되는 경우도 있어요」
소녀「그러니까 강하게 의존하면, 남자씨는 그 때 괴로운 경험을 하게 되죠…」
소녀「하지만 전 시설 사람들이 판단하기 나름이에요, 계속 함께 있을 수 있어요」
소녀「언젠가 두 사람 모두 평범한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 때도」
소녀「우리가 짝이 된 건 제 공포심을 없애기 위해」
소녀「그리고 남자씨가 안심하고 의존할 수 있는 상대를 만들기 위해」
소녀「…분명 그럴 거에요, 그렇게 생각하도록 해요. ……네?」
138： ◆M7hSLIKnTI：2014/03/19(水) 22:13:55 ID:PeHUh3io
………
…
…그날 밤, 거실
남자「절대로, 아무 짓도 안 할 테니까」두근두근
소녀「미…믿어요」쭈뼛쭈뼛
남자「코골이가 시끄러우면, 두들겨 깨워도 되니까」
소녀「제가 그러면…남자씨도 그렇게 해주세요」
남자「이부자리는 방의 양 끝이니까, 절대로 손도 안 닿으니까」
소녀「알고 있어요, 하지만 좀 너무 떨어진 거 아닌가요…」
남자「아니, 딱 좋아. 이 정도면 돼」
139： ◆M7hSLIKnTI：2014/03/19(水) 22:14:50 ID:PeHUh3io
소녀「에…그럼, 불…끌게요?」
남자「아마 감사카메라는 적외선 기능도 있을 테니까」
소녀「알고 있어요」
남자「절대로, 아무 짓도──」
소녀「알겠다니까요!」
…탁
남자（오오…까맣네……당연한가）
소녀「남자씨…?」
남자「넵」
소녀「어째서 『네』인가요……안녕히 주무세요」후훗
남자「아…안녕히…주무세요」
140： ◆M7hSLIKnTI：2014/03/19(水) 22:16:11 ID:PeHUh3io
………
…
남자（잠이 잘 안 오네）
남자（소녀는…작은 숨소리가 들리네. 긴장하고 있는 건 나뿐인가）
『제게, 의존해주세요』
남자（……한심해, 하지만…기뻤어）
남자（전부 카메라로 보고 있었겠지…젠장）
남자（혹시 이게…내가 그녀에게 의존하는 것이 『바라지 않던 결과』라고 한다면, 조만간 우리는 격리되겠지）
남자（그걸 생각하면, 깊게 들어가지 않는 게……）
남자（……알고 있어, 그런 건…무리야──）
141： ◆M7hSLIKnTI：2014/03/19(水) 22:17:13 ID:PeHUh3io
……………
………
…
《──남자, 이제 엄마한텐 너밖에 없어》
《아빠도 남동생도…천국에서 지켜봐주고…있겠지…》
《하지만…미안해…엄마는, 아무리 해도 슬퍼져…》
《그치만…그렇게나 행복했는걸──》
142： ◆M7hSLIKnTI：2014/03/19(水) 22:18:15 ID:PeHUh3io
………
…
남자『엄마…또 마시고 있는 거야』
엄마『………』
남자『이제 그만둬』
엄마『시끄럽네…술은 슬픈 일을 잊게 해준다고』
남자『……엄마』
엄마『시끄럽다고 했잖아!?』
쨍그랑…!
143： ◆M7hSLIKnTI：2014/03/19(水) 22:19:17 ID:PeHUh3io
………
…
엄마『남자, 미안해…취했었어. 엄마가 미안해…너를 상처 입히다니』
남자『이제 됐어, 큰일도 아니었으니까』
엄마『넌 내게 남겨진 유일한 보물이란다──』
… … …
남자『엄마…! 술은 그만둔다고…』
엄마『넌 방에 들어가 있어!』
남자『안 돼, 엄마 몸이…』
엄마『시끄러웟!』
144： ◆M7hSLIKnTI：2014/03/19(水) 22:20:22 ID:PeHUh3io
………
…
엄마『남자…미안, 미안해…소중한 아들에게 난──』
엄마『놓으라고! 꼬맹이가 뭘 알아!?』
엄마『엄마가 나빴어…두 번 다시 술은 안 마실 테니까──』
엄마『넌 뭐 때문에 살아있는 거야! 내 방해만 할 거면, 너 따위…!』
엄마『남자…혹시 또 내가 술 마시고 널 상처 입히려고 하면, 때려서라고──』
엄마『두 사람 대신에 네가 죽었으면 좋았을 텐데! 건방진 표정 짓지 마!』
엄마『이제 됐어…나가!』
엄마『죽어! 돌아오지 마!』
엄마『어째서 그런 눈으로 보는 거야! 난 더 이상 네 엄마 같은 게 아니야──!』
145： ◆M7hSLIKnTI：2014/03/19(水) 22:21:29 ID:PeHUh3io
엄마『그렇게 마음에 안 들면…! 이 내가 미우면』
엄마『죽여줘…그 사람이 있는 곳으로 보내줘!』
엄마『그래……못하는구나…그렇지, 넌 상냥한 아이였어』
엄마『그럼 같이 죽자』
엄마『천국에서, 다시 가족 다 같이 살면 좋겠지?』
엄마『적어도 내가, 널 죽여줄게…!』
푸욱
…뚝, 뚝
엄마『…미안…해……남자…』
엄마『어째…서…이렇게 되어…버린…걸까──』
148： ◆M7hSLIKnTI：2014/03/20(木) 10:02:48 ID:PeHUh3io
……………
………
…
남자（──그리고 스스로도 예상한 대로, 난 확실히 소녀에게 의존해갔다）
남자（결코 불순한 감정은 아니다）
남자（하지만 그 이상으로 뿌리 깊고, 떨쳐내기 어렵다）
남자（매일을 살아가는 이유로써, 아침에 눈을 뜨는 걸 기뻐할 수 있는 이유로써）
남자（내게 있어서 소녀는 말 그대로, 바꿀 수 없는 존재가 되어있었다）
남자（시간은 흘러간다, 해바라기는 점점 키가 자란다）
남자（현재로선, 나와 그녀를 격리시키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남자（분명 그런 일은 있을 리 없을 텐데, 나는 이 나날이 영원히 계속되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149： ◆M7hSLIKnTI：2014/03/20(木) 10:03:23 ID:PeHUh3io
……………
………
…
소녀「아야아…!」
남자「진짜 못하네ー」
소녀「캐치볼 같은 건 해본 적이 없으니까, 당연하잖아요…」
남자「공이 다가오기 전에, 글러브를 준비해둬야지」
소녀「부드럽고 가벼운 공으로 해요ー」
남자「이것도 연식구야, 가벼운 공은 오히려 잡기 힘들어」
150： ◆M7hSLIKnTI：2014/03/20(木) 10:29:08 ID:PeHUh3io
소녀「이제 그만할래요…」
남자「모처럼 빌렸으니까, 조금만 더 잘 해보자. 자, 잘 노리고」
소녀「우우……던질게요? …에ー잇!」
남자「우왓, 어디로 던지는 거야!」
… … …
직원「옆 구획까지 던지면 안 되지, 내가 엄청 혼난다니까?」
남자＆소녀「죄송합니다…」
152： ◆M7hSLIKnTI：2014/03/20(木) 10:33:41 ID:PeHUh3io
………
…
남자「영화, 빌려왔어」
소녀「기대되네요ー」
남자「참고로 잘 모르는 서양영화인데」
남자「오오…」
소녀「엄청난 액션이네요」
남자「…응?」
소녀「……아…」
남자（…러브신, 엄청 불편하지만…전연령이니 야한 게 아닌 것만으로도 다행인가）
소녀「………」흥분흥분
154： ◆M7hSLIKnTI：2014/03/20(木) 10:45:27 ID:PeHUh3io
………
…
소녀「오늘은 오므라이스를 만들 거에요」
남자「도와줄까」
소녀「…라고 해도, 재료는 여전히 잘려있네요」
남자「할 게 없군」
소녀「계란이라도 섞어주세요」
남자「계란은 『푸는』게 아니고?」
소녀「………」
남자「………」
소녀「그냥 빌려주긴 했지만, 프라이팬도 흉기로 쓸 수 있을 거 같네요」방긋
남자「죄송합니다」
155： ◆M7hSLIKnTI：2014/03/20(木) 10:46:41 ID:PeHUh3io
………
…
소녀「오늘은 비네요」
남자「잘도 내리네」
소녀「장마니까요」
남자「빗소리는, 제법 듣기 좋지」
소녀「아아, 알 거 같아요」
남자「이런 건물 안이나, 버스 안에서 보는 비 내리는 풍경도 좋아해」
소녀「응응. 여유로울 때 비를 피하면서, 멍하니 바라보는 것도 좋죠」
남자「말하자면」
소녀「자기가 절대로 젖지 않을 안전한 상황에서의 비가 좋아요」
남자「…그렇지」
156： ◆M7hSLIKnTI：2014/03/20(木) 10:47:56 ID:PeHUh3io
………
…
소녀「이건?」
남자「……매리골드」
소녀「전혀 아니에요, 매일초에요. 그럼, 이건?」
남자「…라벤더?」
소녀「색은 비슷하지만, 블루 사루비아에요」
남자「사루비아면, 그 꿀을 빨아 먹을 수 있는 녀석인가? 파란 것도 있구나」
소녀「그러고 보니, 블루 사루비아의 꿀은 먹어본 적 없네요」
남자「먹어볼래」뚝
소녀「앗, 안돼요! 꺾으면…」
남자「…아, 제법 다네」쪽ｰ쪽ｰ
소녀「엣……그, 그럼…저도」뚝
157： ◆M7hSLIKnTI：2014/03/20(木) 10:48:43 ID:PeHUh3io
………
…
남자「더워졌네」
소녀「여기에 왔을 땐, 밤은 추운 정도였지만요」
남자「…벌써 그만큼 함께 있었구나」
소녀「4개월쯤 되려고 하니까요」
남자「그 정도면, 해바라기도 이 만큼이나 클 법도 하네」
소녀「……첫 번째 화단 만들 때는, 긴장했어요」
남자「원예에 대한 거 외엔, 전혀 말하지 않았으니까」
소녀「…지금은, 시끄럽나요?」
남자「지루하지 않아서 좋아」
소녀「아,『시끄럽다』는 건 부정하지 않는군요」
남자「활기차서 좋아」
158： ◆M7hSLIKnTI：2014/03/20(木) 11:56:51 ID:PeHUh3io
……………
………
…
…8월 초
소녀「해바라기…만개했어요」
남자「감개무량하네」
소녀「사진으로 찍으면 좋을텐데」
남자「시설 내에선 촬영금지, 카메라를 빌려주는 건 더더욱 말이 안 되겠지」
159： ◆M7hSLIKnTI：2014/03/20(木) 11:57:23 ID:PeHUh3io
소녀「…남자씨, 한 번 더 부탁해도 될까요」
남자「뭐를…?」
소녀「악수, 지금…한 번 더 해주세요」슥
…꼬옥
소녀「……안 떨고…있죠?」
남자「응」
소녀「남자씨는, 무섭지 않아요. 이제 갑자기 옆에 오더라도, 놀라기는 하지만 무섭지 않아」
남자「……응」
소녀「남자씨를, 마음 속 깊이 믿고 있기 때문이에요」
160： ◆M7hSLIKnTI：2014/03/20(木) 11:58:00 ID:PeHUh3io
소녀「그러니까, 얘기할게요」
남자「………」
소녀「제 과거를 아는 사람이 있어도, 그 사람을 믿을 수 있다면 괜찮아요」
남자「…응」
소녀「하지만, 손을 놓고…뒤돌아주시겠어요」
…슥
소녀「…저, 남자씨 이외의 사람이 무서워요」
소녀「사실은…무서운 건, 저인데」
소녀「남자씨, 전……살인자에요──」
.
165： ◆M7hSLIKnTI：2014/03/20(木) 19:51:08 ID:PeHUh3io
………
…
남자（…그 후 소녀는, 띄엄띄엄 과거를 말했다）
남자（어릴 적 살던 곳이 ○○현 △△시였다는 것, 부모님이 이혼한 후엔 젊은 엄마와 함께 □□시로 이사 갔다는 것）
남자（결코 유복하지 않은 가정, 얼마 없던 즐거움 속에서도 가장 즐거웠던 건, 아파트 정원에서 엄마와 함께 화단을 만드는 일이었던 것）
남자（중학교를 졸업할 때 쯤 엄마가 재혼한 것）
남자（하지만 재혼상대의 남자는 바로 일을 그만두고, 얼마 있지 않아 엄마는 물장사를 하게 된 것）
남자（소녀는 등을 돌린 채, 표정은 알 수 없지만 어깨를 떨고 있었다）
166： ◆M7hSLIKnTI：2014/03/20(木) 19:52:21 ID:PeHUh3io
남자（점점 엄마는 야위어가고, 딸인 소녀에게 신경 써주는 일도 없게 되었다）
남자（그리고 고1의 여름날 밤, 엄마가 집에 없을 때）
남자（재혼상대인 남자는 방으로 숨어 들어와, 자고 있는 그녀에게 난폭한 짓을 하려고 했다）
남자（그녀는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도망치려 했으나, 남자의 힘에 당해내지 못하고）
남자（다시 침대로 끌려와 절망한 그녀는, 덮치려고 하는 상대의 머리를 머리맡에 있던 유리 화병으로 때렸다）
남자（정신을 잃고, 쓰러진 남자）
남자（…거기서 도망쳤으면 좋았을지도 모른다）
남자（하지만 마음 속 깊이 남자를 미워하고 있던 그녀는──）
167： ◆M7hSLIKnTI：2014/03/20(木) 19:53:22 ID:PeHUh3io
소녀「──정신을 차렸을 땐, 피로 질척질척해진 화병을 들고 방에 서있었어요」
소녀「처음엔, 구급차를 부르려고 생각했지만…그 사람의 머리는 더 이상 원래의 모습을 갖추고 있지 않았어요」
소녀「그래서, 경찰을 불렀어요」
소녀「경찰차가 올 때까지, 전…피를 뒤집어 쓴 채, 곧 피게 될 해바라기를 손질하고 있었어요」
소녀「분명, 꽃을 만지는 건 마지막이 될 거라 생각해서」
소녀「남자씨…죄송해요, 역시 무섭죠. 살인범과 같은 방이라니」
남자「마찬가지야」
소녀「…에……」
남자「나도 살인자야, 친엄마를…이 손으로 찔렀어」
168： ◆M7hSLIKnTI：2014/03/20(木) 19:54:07 ID:PeHUh3io
………
…
남자「──엄마가 죽여 달라고 부탁했을 때, 내게 식칼을 넘겨줬었어」
남자「못한다…고 거절하니, 엄마는 동반 자살할 생각으로 나를 덮쳤어」
남자「나는 무의식중에 저항해서……엄마를 찔렀어」
남자「엄마는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았어…식칼 따위 쓰지 않아도, 저항은 할 수 있었을 텐데」
남자「혹시 동반 자살할…나를 죽일 생각은, 없었을지도 몰라」
남자「단지 내 손에 죽기 위해서, 그렇게 가장했다…그럴 지도 몰라」
남자「정당방위가 성립될 상황이 아니었어, 사고라고도 할 수 없지」
남자「난…너와 같은, 살인자야」
169： ◆M7hSLIKnTI：2014/03/20(木) 19:55:09 ID:PeHUh3io
소녀「아니에요, 남자씨는 엄마를 죽이고 싶지 않았잖아요?」
남자「그거라면 소녀도 마찬가지야. 그 사람이 덮쳤다는 계기가 없었다면, 죽이거나 하지 않았어」
소녀「하지만 전 제가 위험에서 벗어나고 나서, 그 사람을 죽였어요…마무리를 지은 거에요」
남자「넌 내 입으로 『넌 사람을 죽인 범죄자다』라고 해주길 원해?」
소녀「…사실…이니까요」
남자「아니잖아, 그런 말…누구보다도 자기가 자신을 비난할 때, 몇 번이나 마음속으로 중얼거렸을 거야」
소녀「………」
남자「난 네가 말하는 대로, 네게 의존했어. 카운셀러가 말한 『절대적인 내 편』을 손에 넣었어」
소녀「남자…씨…」
남자「그러니까 난, 절대적인 네 편이 되어줄게」
170： ◆M7hSLIKnTI：2014/03/20(木) 19:56:11 ID:PeHUh3io
남자「설령 누가 널 비난하더라도, 법이 죄를 인정하더라도…난 인정하지 않아」
꼬옥…
남자「넌 범죄자가 아니야」
소녀「…읏…으…으읏…」훌쩍
남자「난…알고 있어」
소녀「…네…에」
남자「누군가가, 그렇게 말해주길 원했잖아」
소녀「……으…」끄덕
남자「…몇 번이고, 언제든지 말해 줄 테니까」
소녀「고마…워…요…」훌쩍
171： ◆M7hSLIKnTI：2014/03/20(木) 19:57:02 ID:PeHUh3io
남자（소녀는 내 품속에서, 계속 울고 있었다）
남자（감시카메라에 비치고 있는 건 알고 있지만, 그런 이유로 팔을 풀고 싶지는 않았다）
남자（두 사람 모두 본의는 아니었지만 사람을 죽인 과거가 있고, 그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
남자（그건 내 의존욕망을 강하게 채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남자（분명 그 수준은 선을 넘었겠지）
남자（그러니, 이 생활은 끝난다. 시설은 우리를 함께 두지 않을 것이다）
남자（연약한 어깨를 끌어안으며,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172： ◆M7hSLIKnTI：2014/03/20(木) 19:57:51 ID:PeHUh3io
……………
………
…
…반년 후, 시설 내부
백의「점심식사 후라 졸릴지도 모르겠지만, 뭐…앉아」
남자「……처음이네요, 두 사람을 같이 부르는 건」
소녀「………」
백의「소녀」
소녀「!!」움찔
백의「……그 모습을 보아하니, 내가 무서운 거 같네」
남자「이상한 테스트는 그만두시지 않겠습니까」
백의「미안해, 하지만 좀 확인해보고 싶어서」
173： ◆M7hSLIKnTI：2014/03/20(木) 19:58:41 ID:PeHUh3io
백의「약 4개월…인가, 이 시설에서 너희들을 보고 있었지. 제법 바뀌었네」
남자「………」
백의「각자의 증상에 대한 것, 그리고 과거에 대한 건…얘기했나?」
남자「…네」
소녀「………」끄덕
백의「그런가, 그럼 얘기할 내용을 돌려 말할 필요는 없겠군」
남자「그녀한테 무례한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백의「……조심할게」
174： ◆M7hSLIKnTI：2014/03/20(木) 19:59:27 ID:PeHUh3io
백의「일단…남자군. 넌 우리 예상대로, 그녀에게 의존하고 있어」
남자「…부정은 않겠습니다」
백의「너 자신의 의식 속에선, 그 관계가 연인의 그것인지 남매의 그것에 가까운지는 모르겠지만…딱 잘라 말할게」
남자（……떨어지라…고?）
백의「…솔직히, 안도하고 있어. 네 의존 수준은, 우리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정도에 머물고 있어」
남자「엣…」
백의「네가 전의 시설에서 몇 명인가의 카운셀러에게 심적으로 의존하는 증상을 보였을 때, 그건 상대에게『기대고 싶다』『지켜줬으면 좋겠다』라는 욕망이 강했다고 진단하고 있어」
남자「네, 그렇게 들었습니다」
백의「하지만 지금 네 의존의 방향성은, 상대에게 기대고 받쳐주고 있다…상호관계를 쌓고 있다고 보고 있어」
남자「………」
백의「네가 그런 종류의 의존관계를 쌓으려면, 자신과 동년배…가능하면 약간 나이가 어린 상대가 필요하다고 우리는 판단했지만, 정답이었던 모양이군」
남자「…네」
175： ◆M7hSLIKnTI：2014/03/20(木) 20:00:20 ID:PeHUh3io
백의「…다음으로, 소녀. 넌 다른 사람에 대한 공포심을 강하게 안고 있었지. 전의 시설에선, 그런 증상이 굉장히 현저했어」
소녀「………」
백의「하지만 이 수 개월간, 적어도 한 방을 쓰고 있는 그에 대한 공포심은 사라졌어. 그것도 상대는 남자야, 이건 큰 진전이야」
남자（설마, 시설에서 나갈 수 있는 건가…?）
백의「하지만…아까의 모습으로 비춰보면, 아직 그 이외의 사람에 대한 공포심은 사라지지 않은 모양이군」
소녀「…네」
백의「확실한 진전이 있단 건 인정하지만, 좀 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겠어」
남자（어떻게 되는 거지…이대로, 현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면 감사하겠지만…）
176： ◆M7hSLIKnTI：2014/03/20(木) 20:01:04 ID:PeHUh3io
백의「종합적으로 보건대, 조만간…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남자「다음 단계…」
백의「그래, 두 사람 다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같은 관계를 쌓을 수 있는가』를 판단한다」
남자「!!」
소녀「……엣…」
백의「2주후, 너희는 방을 바꾸게 될 거야」
남자（즉, 그건…）
소녀「저, 저기…윽」
백의「그래, 두 사람 다 『새로운 파트너』와 생활해줘야겠어」
.
177： ◆M7hSLIKnTI：2014/03/20(木) 20:47:26 ID:PeHUh3io
남자（웃기고 있네……밖으로 나갈 수 있는 것도, 현상유지도 독방으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남자（하필이면, 새로운 파트너라고?）
백의「…모처럼 친해졌는데 쓸쓸할 거라 생각하지만, 부디 이해해줬으면 해」
남자（소녀의 파트너가 또 남자일 가능성도 있어……아니, 그 편이 가능성이 높겠지）
백의「소녀가, 남자군에게만 마음을 연다면…도저히 사회복귀는 불가능해」
남자（실컷 의존시켜놓곤 빼앗을 뿐 아니라）
백의「남자군의 상태는, 그런대로 괜찮아. 어느 쪽인가 하면 소녀를 위한 조치야…그렇게 생각해줬으면 좋겠어」
남자（다른 사람에게로 떠나는 그녀를, 웃으며 보내주란 건가──）
178： ◆M7hSLIKnTI：2014/03/20(木) 21:01:09 ID:PeHUh3io
백의「남자군에겐 괴로운 일이겠지만…이해해주겠지?」
남자「……알겠…습니다」
소녀「엣…?」
남자「잘…부탁드립니다」꽈악…
소녀「에…저기…남자씨…?」
남자「소녀의 새로운 파트너는 최대한 상냥한, 가능하면…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해주세요」
백의「어려운 주문이지만, 고려는 할게」
남자「…부탁드립니다」
소녀「남자씨!」
179： ◆M7hSLIKnTI：2014/03/20(木) 21:12:06 ID:PeHUh3io
백의「…이후의 예정은 곧 전달해줄게」
남자「네」
소녀「………」
백의「그럼, 방으로 돌아가도 좋아」
남자「…가자, 소녀」
소녀「………」
백의「왜 그러지, 소녀」
남자「……?」
소녀「…웃…기지…마」
180： ◆M7hSLIKnTI：2014/03/20(木) 21:13:31 ID:PeHUh3io
소녀「이 시설에 있는 한…우리는 필요한 치료를 받을 의무가 있어요…」
남자「소녀…」
소녀「알고 있어…그런 건, 알고 있어요…우리는 세금을 들여서 치료를 받고 있어」
백의「…그 말 대로야」
소녀「그래도…싫어요」주륵
남자「그만둬…소녀…」
소녀「남자씨 외의 새로운 파트너 따위, 난 필요 없어!」주륵주륵
남자「그만둬! 더 나쁜 진단이 내려질 거야──」
소녀「상관없어! 이대로…그것도 안 된다면 혼자 있는 게 나아! 전의 시설로 돌려보내주세요!」
181： ◆M7hSLIKnTI：2014/03/20(木) 21:25:30 ID:PeHUh3io
백의「……축하해, 합격이야」
소녀「……읏…?」
남자「에…?」
백의「사과하지, 정말로 미안해. 지금 한 이야기가, 마지막 진단이었어」
남자「무슨…말이죠」
백의「서로의 신뢰관계를 쌓은 남자군이, 그 상대를 위해서 스스로의 이성을 유지할 수 있는가. 그리고 소녀가, 얼마나 깊게 사람을 믿을 수 있게 되었는가…시험해봤어」
소녀「…그럼, 지금 이야기는」
백의「불합격이었으면, 정말로 그런 처치를 내렸을 지도 모르지만. 그럴 필요는 없을 거 같군」
남자「합격이라면, 어떻게 되는 거죠」
백의「축하한다…고 말했을 텐데」
182： ◆M7hSLIKnTI：2014/03/20(木) 21:26:33 ID:PeHUh3io
백의「너희는 분명, 사람을 죽였어」
백의「하지만 그 경위는 충분히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어. 한없이 불행한 사고에 가깝다고 볼 수 있지」
백의「그런 젊은이들이, 오랫동안 시설에 격리되어 있을수록 사회복귀의 길은 찾기 어려워지지…그건 슬픈 일이야」
백의「그렇지만 너희 같은 케이스는, 자신이 큰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는 경우가 많아」
백의「그리고 그건 생각지 못한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지」
백의「남자군의 의존증상도 소녀의 타인에 대한 공포심도, 그것 자체는 사회에 돌아가지 못할 정도는 아니야」
백의「하지만 사회로 나간 남자군이 누군가에게 강하게 의존해, 갑자기 그 대상을 잃게 될 때」
백의「그리고 소녀가 눈앞의 누군가에게 너무나도 강한 공포심을 가질 때」
백의「그 마음의 상처가 자기를 과잉방어하려고 할지도 몰라」
백의「즉 불행한 사고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라는 거야」
183： ◆M7hSLIKnTI：2014/03/20(木) 21:28:10 ID:PeHUh3io
백의「너희가 꼭 그렇게 될 거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런 사례는 결코 적지 않아」
백의「그러니 오랫동안 시설에, 보호라는 명목으로 격리시킬 수밖에 없었어」
백의「…이 시설은 그런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곳」
백의「조금 난폭한 치료였을지도 모르지만, 너희가 받은 치료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거야」
백의「뭐…아직, 실험단계지만」
남자「시간을 줄인다…그럼」
백의「그래, 너희는 사회로 돌아갈 거야」
소녀「남자씨…」
남자「소녀…다행이다…」
184： ◆M7hSLIKnTI：2014/03/20(木) 21:29:07 ID:PeHUh3io
백의「단, 한동안은 감시 하에 놓이게 될 거야…즉 일반 아동보호시설, 말하자면 고아원에 들어가게 될 거야」
남자「고아원…」
백의「안타깝지만 두 사람 모두, 그다지 기댈만한 가족이나 친척이 없다고 들었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줘」
소녀「나…남자씨랑은? 같은 시설에 들어갈 수 있나요…?」
백의「그것도…미안하군, 너희가 각자 살고 있던 지역의 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시설로 들어가게 될 거야」
소녀「그럴…수가…」
백의「…뭐, 그렇게 실망하지는 마. 두 사람이 살던 곳은 같은 현에 있다고 들었어. 남자군 정도의 나이면 혼자서도 갈 수 있잖아?」
남자「그러…네요」
백의「놓쳤던 시간만큼, 공부에도 전념해야겠지만…지금보단 훨씬 자유로워질 거야」
소녀「…네」
백의「이 시설이 너희 같은 젊은이들에게 있어서 구원이 될지 어떨지…그건 앞으로의 너희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좋아. …기대하고 있을게──」
185： ◆M7hSLIKnTI：2014/03/20(木) 21:29:58 ID:PeHUh3io
……………
………
…
…2주후
남자「해바라기…거의 져버렸네」
소녀「………」끄덕
남자「오후에는 퇴소…인가, 고아원은 어떤 곳일까」
소녀「…아무래도…좋아요」
남자「기운 내라니까, 내 생각일 뿐이지만 어린아이가 잔뜩 있을 거 아냐. 분명 어린아이는 무섭지 않잖아?」
소녀「하지만…남자씨가 없어요」
186： ◆M7hSLIKnTI：2014/03/20(木) 21:30:50 ID:PeHUh3io
남자「못 만나는 건 아니잖아」
소녀「…만나러 와주실 거에요?」
남자「개인정보보호인가 뭔가 때문에, 서로 들어가게 될 시설의 이름이나 정보는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소녀「대답해주세요, 만나러 와…줄 거에요?」
남자「…응」
소녀「약속이에요…? 정보사회인걸요, 분명 인터넷 같은 걸로 시설은 조사할 수 있을 거에요」
남자「그러네. 고아원 같은 게, 그렇게 많이 있을 리도 없고, 대충 짐작은 가지 않을까」
소녀「그러니까, 만나러 와주세요」
남자「…꼭 갈게」
188： ◆M7hSLIKnTI：2014/03/20(木) 21:31:27 ID:PeHUh3io
소녀「어째서 『꼭』인 거죠, 절대로 라고 해주세요」
남자「응, 절대로」
소녀「…이래선, 누가 의존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남자「상호관계…그렇게 말했었지」
소녀「떨어져있어도 남자씨는, 제 편인거죠?」
남자「그거야 물론, 절대적인 네 편이야」
소녀「…기다리고 있을게요」
남자「응…」
189： ◆M7hSLIKnTI：2014/03/20(木) 21:33:00 ID:PeHUh3io
………
…
남자「신세졌습니다」
백의「건강하렴,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도 상관없어」
직원「시설내의 땅을 저렇게 예쁜 정원으로 만든 건, 너희가 처음이야. 다음에 들어올 사람에겐, 가능한 한 관리할 수 있도록 말해둘게」
소녀「부탁…드립니다」꾸벅
백의「그럼, 아쉽겠지만……각자의 차에 올라가자」
남자「네」
소녀「………」
190： ◆M7hSLIKnTI：2014/03/20(木) 21:34:15 ID:PeHUh3io
…덜컹
소녀「저기…창문은…」
운전수「응?」
소녀「창문, 열고 싶어요」
운전수「아아, 미안하지만 운전석에서면──」
소녀「빨리! 부탁드려요!」
위이ｰｰ잉…
소녀「남자씨!!」
남자「…소녀!」
소녀「기다릴 테니까…저, 계속 기다릴 테니까!」
남자「안녕, 소녀…!」
소녀「안녕, 잠시 동안…안녕──!」
194： ◆M7hSLIKnTI：2014/03/21(金) 00:15:36 ID:PeHUh3io
……………
………
…
…수 일 후, 남자가 들어간 시설
남자（…이제야 정리됐네）
남자（이 시설, 나쁘지 않네…아이들도 잔뜩 있고）
남자（분명 시설 사람들은 알고 있겠지만, 내 과거를 묻는 사람도 없어…）
남자（소녀가 있는 곳도, 이렇다면 좋을 텐데）
195： ◆M7hSLIKnTI：2014/03/21(金) 00:16:25 ID:PeHUh3io
스포츠머리「아, 형! 캐치볼하자!」
남자「에ー, 어제도 했잖아」
안경「신입에게 모처럼 친해질 기회를 주려고 하는데…」
남자「너희가 나한테 달라붙을 뿐이잖아, 건방진 소리하지 마 악동들아」
스포츠「체ー엣, 가자 안경」
안경「형은 바ー보!」
남자「시끄러, 다음에 놀아줄게」
196： ◆M7hSLIKnTI：2014/03/21(金) 00:17:32 ID:PeHUh3io
남자（그럼…뭔가 도움거리라도──）
남자（…응? 로비 PC앞에 있는 건）
포니테일「………」
남자「무슨 일이야?」
포니테일「아, 새로 들어온 오빠. 그게…검색은 어떻게 하는 걸까나ー해서」
남자「검색…? 아아, 그건 이 마크를 더블클릭해서, 나온 창에 단어를 입력하는 거야」
포니테일「어디…」
남자「두 단어 이상으로 검색하려면, 사이에 공백을 넣으면 돼」
포니테일「여…ㅇ…화……스페이스? 으음……프…리……『ㅋ』은 어딨어?」
남자「어디어디 『영화 프리큐어』말이지」타닥타닥…탁
포니테일「와아! 굉장해!」
197： ◆M7hSLIKnTI：2014/03/21(金) 00:18:46 ID:PeHUh3io
………
…
포니테일「고마워, 오빠! 다음에 프리큐어 가르쳐 줄게!」바이바이
남자「그, 그래」
포니테일「안녕! 컴퓨터, 써도 돼ー!」
남자（PC인가…인터넷 말이지…）
…딸깍딸깍
타닥…타다닥
남자「………」
198： ◆M7hSLIKnTI：2014/03/21(金) 00:20:15 ID:PeHUh3io
남자（…정말로 만나러 갈 생각인가?）
남자（분명 그녀가 있는 시설 사람들도, 과거를 묻거나 하지 않겠지）
남자（하지만 내가 만나러 가면, 어떻게 되지…?）
남자（순순히 만나게 해줄까）
남자（그녀의 과거를 알고, 그리고 같은 과거를 가진 나를…）
남자（그 시설에게, 그런 방문자는 원하지 않은 손님이지 않을까）
남자（…그녀가 그걸 불러들이는 원흉이라고 생각되기라도 하면）
남자（……평생은 아니야）
남자（나도 그녀도 어른이 돼서, 시설을 나갈 때가 오면…얼마든 만날 수 있잖아）
남자（그 때까지는──）
199： ◆M7hSLIKnTI：2014/03/21(金) 00:21:06 ID:PeHUh3io
……………
………
…
…다음 봄
포니테일「오빠, 뭐 해?」
남자「응, 원장님한텐 허락받았으니까…」
스포츠「뭘 말이야ー」
남자「됐으니까, 자…삽 쥐고. 안경도, 포니테일짱은 나중에 별로 힘 줄 필요 없는 일로 시킬 테니까?」
200： ◆M7hSLIKnTI：2014/03/21(金) 00:21:59 ID:PeHUh3io
안경「삽 크다ー, 무거워ー」
남자「그러고도 남자냐, 제대로 해」
스포츠「예ー이! 안경, 칼싸움 하자!」
남자「위험해! 삽을 휘두르지 마!」
포니테일「그래서, 진짜로 뭘 하는 거야…?」
남자「좋아, 준비도 됐으니 알려주지……이제부터 여기에, 화단을 만들 거야!」
포니테일「화단…꽃을 심는 곳?」
안경「재료도 없는데」
남자「있거든ー, 여기. 눈앞에 잔뜩」
포니테일「?」
201： ◆M7hSLIKnTI：2014/03/21(金) 00:23:33 ID:PeHUh3io
스포츠「…왠지 재미없을 거 같아ー」
남자「아니아니, 의외로 재밌다구? 좋아…그럼 이 정도 범위를 30cm정도 깊이로 파서, 흙을 옮기는 거야!」
포니테일「30cm면 어느 정도?」
안경「어른 구두 정도 길이야」
스포츠「진짜로ー!? 여기, 흙이 단단하니까 화단 같은 건 무리라니까…돌멩이 투성이라고ー」
남자「훗훗…그 돌멩이가 중요하다구」
안경「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스포츠「난, 패스. 축구나 할래」
포니테일「에에ー, 같이 하자…응?」울먹울먹
스포츠「하…할 수 없구만…」부끄
202： ◆M7hSLIKnTI：2014/03/21(金) 00:24:48 ID:PeHUh3io
……………
………
…
…수 일 후
스포츠「이건 어떻게 해?」
남자「오, 그건 돌 쌓기 용이야. 저쪽에 둬」
안경「파 놓은 흙, 다 무너뜨렸어ー」
남자「응, 포니테일짱은 갈퀴로 돌을 골라내줘」
포니테일「네ー에」
스포츠「잠깐 나, 화장실ー」
안경「땡땡이 치지 말라구ー?」
남자「그럼, 난 저기서 계속 돌 쌓고 있을 테니까, 안 다치게 조심해」
203： ◆M7hSLIKnTI：2014/03/21(金) 00:26:59 ID:PeHUh3io
남자（──소녀, 지금…난 아이들과 같이 화단을 만들고 있어）
남자（작년 봄, 네가 가르쳐준 방법으로…똑같이）
남자（어떤 의미론, 지금…난 저 아이들에게 의존하고 있는지도 몰라）
남자（아이들도 나를 바보취급하면서도 따라주고 있어, 상호관계를 쌓고 있다고 생각해）
남자（너와는 다른 존재로써, 지켜주고 싶어…한 편이 되어주고 싶어）
남자（…화내지 않을 거지?）
남자（외롭지 않아…만나고 싶지 않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지만）
남자（언젠가 너를 맞으러 갈 때까지, 나는 내 나름대로 힘낼 테니까）
남자（꼭…기다리고 있어줘──）
204： ◆M7hSLIKnTI：2014/03/21(金) 00:31:49 ID:PeHUh3io
………
…
스포츠「후우, 시원하다! 이제 힘낼 수 있겠어ー! …아차, 까먹을 뻔했다. 원장님이 형 불러오래」
남자「나를? …뭐지」
안경「빨리 안 가면, 원장님 무서울걸ー?」히죽
스포츠「뭔가 나쁜 짓했으면, 벌써 화나있을지도 모른다구?」히죽히죽
포니테일「차ー암, 오빠는 혼날 짓은 안 한다구ー」
남자「응…뭐 갔다 올게, 진짜로 안 다치게 조심해야 돼?」
3명「네ー에」
205： ◆M7hSLIKnTI：2014/03/21(金) 00:32:30 ID:PeHUh3io
………
…
…달칵
남자「…실례합니다」
백의「오오, 오랜만이군. 잘 지내는 모양이네」
남자「오랜만이네요, 웬일이세요?」
백의「아니, 조금 상황을 보러……어때, 그녀는 만나러 갔었어?」
남자「…아뇨」
206： ◆M7hSLIKnTI：2014/03/21(金) 00:33:20 ID:PeHUh3io
백의「호오…왜 안 가는 거지」
남자「이 시설에서, 제 과거를 묻는 사람은 없었어요. …분명 그녀가 있는 곳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해요」
백의「…음」
남자「거기에 과거를 아는 제가 가는 건, 시설에게 있어서도…그리고 그녀에게 있어서도 위협밖엔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
백의「혹시 그녀가 새로운 환경에서 고민하고 있다면, 힘이 되어주고 싶지는 않을까…?」
남자「그건…그렇지만, 그래도 반대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시작했다면, 그걸 무너뜨리고 싶지도 않아요」
백의「멋지군, 완벽해」
남자「…네?」
207： ◆M7hSLIKnTI：2014/03/21(金) 00:34:24 ID:PeHUh3io
백의「…또 사과해야겠군, 네가 그녀를 찾아가지 않았던 건 알고 있었어」
남자「여전히, 저질이군요」
백의「뭐어, 비난하지는 마……그리고 이 시설의 PC에서, 그녀가 있는 시설에 대해 검색한 흔적도 없다고 들었어」
남자「…네」
백의「다시 한 번, 미안해. 오늘, 여길 방문한 건 다른 게 아니라…네 증상에 대해 최종판단을 내리기 위해서야」
남자「최종이라니, 전에도 들었는데요」
백의「그러니까 사과하고 있는 거야. 하지만 뭐…감시 하에 놓여있다는 건, 그런 거야. 부디, 용서해줘」
208： ◆M7hSLIKnTI：2014/03/21(金) 00:35:08 ID:PeHUh3io
남자「언젠간, 그녀에 대해서 조사할 거에요. …만나러 갈 거에요, 둘 다 시설에서 나갈 수 있을 정도로 어른이 되면」
백의「지금은 온라인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거 같던데」
남자「네, 가능하면 장래에는 보육사가 되고 싶어요. …원예나 정원을 만드는 일에도 흥미는 있지만」
백의「그렇군, 열심히 하고 있구나」
남자「저기…그런데…」
백의「뭐지?」
남자「멋지게 말해놓곤 뭐하지만……그녀에 대해서, 이야기만이라도 듣고 싶어요.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시나요」
209： ◆M7hSLIKnTI：2014/03/21(金) 00:35:54 ID:PeHUh3io
백의「아아, 그녀는…그다지 변하진 않았어」
남자「그런…가요」
백의「너처럼 온라인 고등학교에는 입학했지만, 아무래도 남에 대한 공포는 씻어내지 못한 거 같더군」
남자「………」
백의「역시, 너 같이 마음을 열고 있는 상대가 옆에 있어주면서, 남과 다리를 놓아주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네…」
남자「…만나고 싶어지네요」
백의「음…넌 아까, 어른이 되면 만나러 가겠다…고 했었지」
남자「…네, 그게 왜?」
백의「좀…또 다시, 사과해야 될지도 모르겠군──」
210： ◆M7hSLIKnTI：2014/03/21(金) 00:36:34 ID:PeHUh3io
………
…
스포츠「으랴ー앗! 이 정면 됐겠지!」
안경「더 깊어야 되는 거 아니야?」
스포츠「됐어, 땡땡이치고 있는 형이 잘못한 거지」
포니테일「정말, 오빠는 땡땡이치고 있는 게 아니잖아?」
스포츠「…어라? 저 사람, 누구지…」
안경「여기로 오는데」
211： ◆M7hSLIKnTI：2014/03/21(金) 00:37:38 ID:PeHUh3io
「…안녕」
3명「안녕하세요ー」
포니테일「저기, 언니는…누구?」
「응, 오늘부터 이 시설에 들어오게 된 신입이야. …잘 부탁해」
안경「오, 빨리도 형에게 후임이 생겼군」
스포츠「좋았어…신입, 화단 만들기를 도와주실까」
포니테일「안 돼, 억지 부리면 오빠가 화낼 거라구?」
212： ◆M7hSLIKnTI：2014/03/21(金) 00:39:02 ID:PeHUh3io
「아하하…괜찮아, 분명. …그런데, 이 화단엔 무슨 꽃을 심을 거야?」
스포츠「아직 안 정했어」
안경「…그보다, 형이 모종 살 돈이 없다고 그랬어」
포니테일「그럼 씨앗부터인가, 시간 걸리겠네」
스포츠「씨앗 살 돈도 없는 거 아냐?」
안경「얼마 전에 『목마르다ー』고 하면서, 자판기 옆의 수돗물 마시고 있었는걸」
「어머어머…그럼, 언니가 좋은 거 줄까」
포니테일「좋은 거라니?」
「자, 이거야」부스럭
213： ◆M7hSLIKnTI：2014/03/21(金) 00:40:04 ID:PeHUh3io
안경「아, 씨앗이다!」
스포츠「이거, 다람쥐가 먹는 거네」
포니테일「혹시 해바라기? 나, 진짜 좋아해! 이 씨앗, 웬 거야?」
「이 씨앗은, 작년에 해바라기에서 수확한 거야」
포니테일「스스로 키운 해바라기야?」
「응…정말로 소중한 사람과 함께, 직접 만든 화단에서──」
.
214： ◆M7hSLIKnTI：2014/03/21(金) 00:41:50 ID:PeHUh3io
끝
215：以下、名無しが深夜にお送りします：2014/03/21(金) 00:45:52 ID:1Ov24Z6o
수고수고.
217：以下、名無しが深夜にお送りします：2014/03/21(金) 01:14:14 ID:L9hGxmEg
뭔가 수상한 실험의 실험체로, 마지막엔 비참한 꼴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렇진 않았네. 수고
218：以下、名無しが深夜にお送りします：2014/03/21(金) 02:34:43 ID:4onFvLZg
수고!
남자와 소녀 이외의 인류는 멸망한 쪽의 이야기를 생각했었다
219：以下、名無しが深夜にお送りします：2014/03/21(金) 03:18:28 ID:CYmeFOro
이런 시설에 들어갔던 적이 있었는데 백지상태, 그것도 다들 그에 걸맞는 과거를 안고 있는 상태에서 시작한 인간관계는 좋았었지
………
…
남자（꽤나 엄중하네…. 몇 명이고 들어가 있을 거 같은 수위실, 높은 벽…）
백의「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군, 들어갈까」
남자「들어가고 싶진 않지만요」
백의「……미안하지만」
남자「알고 있어요, 정해진 일…이겠죠」
백의「널 위한 거야」
남자「그거면 충분해요」
3： ◆M7hSLIKnTI：2014/03/15(土) 18:23:52 ID:PeHUh3io
백의「저게, 네가 들어갈 곳이다」
남자「……농담이죠?」
백의「의외일지도 모르겠지만, 진짜야」
남자（거짓말……저렇게나 엄중한 벽에 둘러싸인 곳에）
남자（지은 지는 얼마 안 된 거 같고, 깔끔하긴 하지만）
남자（밖에서 보기엔, 흔해빠진 1층짜리 LDK……임대주택이잖아）
백의「적어도 좁은 독방이었던 이전 시설보단 낫지 않으려나?」
남자「……좁아도, 어차피 혼자였으니까 상관없었지만요」
4： ◆M7hSLIKnTI：2014/03/15(土) 18:24:46 ID:PeHUh3io
백의「이번 시설엔 모니터나 게임기, 간소한 음향시설도 있지. 이전만큼 심심하진 않을 거야」
남자「TV…가 아니라, 모니터인가요」
백의「뭐, 그런 거지」
남자（영화 같은 건 빌려줄 수 있지만, 외부의 정보는 얻을 수 없다…는 건가）
남자「겨우 이 한 채의 집을 위해, 저렇게 튼튼한 벽과 감시실을?」
백의「여기선 안 보일지 모르지만, 똑같이 벽에 둘러싸인 시설은 바둑판처럼 몇 개나 있어」
남자「하지만 서로 벽을 넘나들 수 있는 문은 없네요」
백의「미안하지만, 그건 금지되어있어」
남자「……결국, 또 혼자인가요」
백의「그건 어떨까」
5： ◆M7hSLIKnTI：2014/03/15(土) 18:25:29 ID:PeHUh3io
…달칵
백의「들어가」
남자（현관, 복도…아마도 안쪽의 미닫이문 너머는 탈의실과 목욕탕. 진짜로 평범한 주택이잖아）
백의「이 문 너머가 거실이야. 단, 거기에 들어가기 전에 몇 가지 말해둘 게 있어」
남자「…네」
백의「먼저, 미안하지만 이 건물은 화장실과 목욕탕을 제외하고, 다양한 각도에서 모니터를 통해 감시되고 있어」
남자「프라이버시고 나발이고 없네요」
백의「거기다 그 예외라는 화장실과 목욕탕도, 체온측정장치로 감시되고 있으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남자「알몸만은 보이지 않게 되어있다…는 건가요」
백의「그래. 거기다 너희가 실내에 있는 동안은, 현관에 담당자를 배치해둘 거야. 밖으로 수위실까지 들어가는 것도 가능하지만 말이지」
남자「너『희』…？」
6： ◆M7hSLIKnTI：2014/03/15(土) 18:26:31 ID:PeHUh3io
백의「…이 거실엔 앞으로 같이 생활할 파트너가 있어. 일단 만나기 전에 이상의 것들을 알아줬으면 해서」
남자「파트너라니, 그런 건 못 들었는데」
백의「걱정할 필요는 없어, 나이도 비슷하고 금방 익숙해지겠지. …그럼, 들어갈까」
남자「에, 잠깐만…！」
…달칵
남자（어차피 나처럼 뭔가 사정이 있는 사람이겠지, 그런 거랑 같은 방이라니 뭐가 있든 알 게──）
백의「왜 그러지? 들어가」
남자「……젠장」
7： ◆M7hSLIKnTI：2014/03/15(土) 18:27:05 ID:PeHUh3io
…탁
백의「여어. 데려왔어. 네 파트너야」
남자（……엣…!?）
소녀「………」
남자（여자아이…!? 거짓말…!）
백의「어라, 아무도 자기소개는 안 하는 건가」
8： ◆M7hSLIKnTI：2014/03/15(土) 18:27:44 ID:PeHUh3io
소녀「…남자라고는…못 들었는…데요」
백의「그렇군, 말한 적 없지」
남자「잠깐 기다려봐, 그야 이 아이가 거부감을 느끼는 것도 당연하잖아. 이건 큰 문제야」
백의「문제가 될지는, 너희 하기 나름이야. 특히 남성인 네가, 그 비중은 더 클지도 모르겠군」
남자「…상식적으로 이상하잖아요. 이런 거, 용납될 리가 없어」
백의「미안하지만, 이 처치에 대한 허가는 내려져있어. 용납되고 있다구」
남자「그런 말도 안 되는…」
9： ◆M7hSLIKnTI：2014/03/15(土) 18:28:22 ID:PeHUh3io
남자（그 후 백의를 입은 사람은 몇 가지 주의사항을 더 설명하고, 여기를 떠났다）
남자（건물에서 나와도 좋다, 단 나가기 전과 들어온 후엔 인터폰으로 연락할 것）
남자（식사는 기본적으로 정기적으로 주지만, 희망에 따라 식재료를 사서 스스로 요리하는 것도 용납된다）
남자（하루의 스케줄은 제법 자유롭지만, 다소는 강제적인 지시가 있다는 듯하다）
남자（단, 그것도 건강유지를 위한 운동명령이거나, 나이에 맞는 학습 과제 같은…결코 강제 노동 같은 건 아니다）
남자（그리고, 이 시설에서 보낼 기간은 명확하게 설정되어 있지 않다）
남자（즉 나는, 그리고 이 아이는 서로 모르는 이성과 함께, 끝이 보이지 않는 생활을 보낸다…는 것이다）
10： ◆M7hSLIKnTI：2014/03/15(土) 18:29:06 ID:PeHUh3io
남자「……일이 이상하게 됐네」
소녀「………」
남자「이름은? …난 남자라고 해」
소녀「………」
남자「몇 살이야? 보기엔 15~17 정도로 보이는데」
소녀「………」
남자「나는 지금, 18이야. …어디에 살고 있었어?」
소녀「………」
남자「…나는 벽이랑 얘기하는 거 같네」
소녀「………」
11： ◆M7hSLIKnTI：2014/03/15(土) 18:29:47 ID:PeHUh3io
남자「적어도 이름이라도 알려주지 않을래? 여러모로 곤란하게──」
소녀「…소녀」중얼
남자「………」
소녀「………」
남자（진짜로 그것만이냐）
남자（…난감하네, 어떻게 대화를 하란 거야）
남자（뭐 경계하는 것도 당연하지만）
남자（원망스럽구만…백의 입은 사람）
12： ◆M7hSLIKnTI：2014/03/15(土) 18:30:39 ID:PeHUh3io
남자「……오늘은 이동하느라 지쳤어, 미안하지만 한숨 잘게」
소녀「………」슥
남자「…어디 가려고?」
소녀「다른 방」
남자「다른 방이라니…남은 건 부엌밖에 없는데」
소녀「거기면…돼요」
남자「거긴 마룻바닥이라 차갑잖아」
소녀「………」
남자「……됐어…내가 거기로 갈게, 넌 여기 써」
13： ◆M7hSLIKnTI：2014/03/15(土) 18:31:22 ID:PeHUh3io
…부엌
남자（……젠장, 엄청 불편하잖아）
남자（결국 모니터나 게임기가 있는 건 거실이고……）
남자（이럴 거면 그 독방이 훨씬 낫지）
남자（정말로 바닥, 차갑고……이래선 푹 자기는……）
남자（아…안 되겠다, 진짜로 피곤…해──）
14： ◆M7hSLIKnTI：2014/03/15(土) 18:32:23 ID:PeHUh3io
………
…
《──오늘은 남자가 좋아하는 반찬이란다》
《어머ー, 시험 잘 쳤네! 아빠한테도 보여줘야지!》
《괜찮아, 엄마는 항상 남자 편이란다》
《학교는 어때? 즐거워? 그래, 친구가 생겼구나…좋겠네》
《남자는 상냥하구나, 분명 좋은 형이 될 거야…》
《보렴, 아기…남자의 남동생이야. 후후…귀여워 해주렴?》
《괜찮아, 아기가 있어도 엄마는 남자의 엄마이기도 하니까, 언제든 어리광부려도 된단다》
15： ◆M7hSLIKnTI：2014/03/15(土) 18:33:33 ID:PeHUh3io
………
…
남자「………」
남자（…이상한 꿈을 꿨군）
남자（시간은……아직 15신가）
남자（그 아이는 뭐 하고 있을까……하지만 방엔 안 가는 편이 좋으려나）
남자（차라리, 그 아이에게 나쁜 짓이라도 하면, 격리되려나）
남자（……아니, 그래도 어떤 식으로 격리될지 모르잖아）
남자（이번엔 진짜 쇠창살 달린 방일지도 모르지）
남자（그 정도라면, 차라리……）
남자（…미성년자는 해당 없으려나）
16： ◆M7hSLIKnTI：2014/03/15(土) 18:34:24 ID:PeHUh3io
뚜루루루…뚜루루루…
남자（인터폰…? 분명 거실에…）
남자（뭐 됐나, 그 아이가 받겠지）
남자（말수는 적지만, 말을 못하는 것도 아니고）
달칵…탁…
소녀「……일어나셨네요」
남자「응, 좀 전에. ……인터폰, 뭐였어?」
소녀「밖으로 나오…라고」
17： ◆M7hSLIKnTI：2014/03/15(土) 18:34:58 ID:PeHUh3io
………
…
백의「어때, 조금은 친해졌나」
남자「이름만, 교환했어요」
소녀「………」
백의「밖으로 나오라한 건 다른 게 아니라, 건물 내에서의 생활은 대충 설명했지만 밖에서의 생활도 전해두소 싶어서 말이지」
남자「……네에」
백의「역할 분담도 필요할 테니까, 잠시 두 사람에게 대화할 시간을 준 건데……」
남자「그렇게 금방 친해질 리가 없잖아요」
백의「뭐어, 너희들 사정을 생각하면…그렇겠군」
남자「됐으니까, 얼른 설명해주세요」
18： ◆M7hSLIKnTI：2014/03/15(土) 18:36:28 ID:PeHUh3io
백의「일단, 이 벽으로 둘러싸인 범위는 자유롭게 써도 돼. 운동을 하던, 채소밭을 만들던 상관없어」
소녀「………」
백의「그렇게 말해도 200평도 안되지만, 야구나 축구를 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문제는 없겠지?」
남자「혼자서 어떻게 야구나 축구를 하란 거죠」
백의「혼자…? 두 사람이잖아, 너희는」
남자「두 사람이라도 무리에요」
백의「캐치볼 정돈 가능하지 않을까? 도구라면 며칠 내로 구해줄 수 있어」
남자「……안 할 거라 생각하지만요」
19： ◆M7hSLIKnTI：2014/03/15(土) 18:37:08 ID:PeHUh3io
백의「뭐 됐어, 단 자유롭게 써도 되는 대신 관리하는 것도 너희 몫이야」
남자「관리…인가요」
백의「내버려두면 풀이 자란다는 정도뿐이지만. 걸리적거리면 스스로 처리해, 그에 필요한 도구도 준비해 줄 수 있어」
소녀「저기…」
백의「…뭐지?」
소녀「채소밭이나 화단을 만들 거면, 그 재료나 도구도…?」
백의「맞아, 정해진 예산 내에서 처리할 수 있다면, 준비하지」
20： ◆M7hSLIKnTI：2014/03/15(土) 18:37:39 ID:PeHUh3io
소녀「…그럼, 화단을 만들고 싶어요」
백의「알겠어, 나중에 다시 직원을 보낼 테니 필요한 걸 골라서 말해줘」
소녀「………」끄덕
백의「너는? 뭔가 원하는 건 없으려나」
남자「………」
백의「……그럼 주변 설비만 안내해둘게. 수도랑 전원의 위치를 알려주는 정도지만」
21： ◆M7hSLIKnTI：2014/03/15(土) 18:38:14 ID:PeHUh3io
………
…
백의「──이상이야. 그럼 방으로 돌아가든 운동을 하든, 오늘은 편하게 보내」
남자「……저기」
백의「뭐지?」
남자「역시, 저도 필요한 게」
백의「…말해봐」
남자「화단을 만들기 위한 도구를, 제 몫도 준비해주세요」
소녀「………」
백의「과연, 그거 괜찮군. 준비할게, 조금만 시간을 줘」
남자「네」
22： ◆M7hSLIKnTI：2014/03/15(土) 18:38:47 ID:PeHUh3io
………
…
…저녁
달칵…
직원「어ー이, 식사다. 현관으로 가지러 와ー」
남자「아, 네」
남자（그 아이는…안 나오네）
남자「…안녕하세요」
직원「다 먹으면 현관 앞에 있는 직원한테 반납해. 쟁반 2개 들 수 있겠어?」
남자「네」
23： ◆M7hSLIKnTI：2014/03/15(土) 18:39:30 ID:PeHUh3io
남자（일단 부엌 테이블에…）달칵, 탁…
남자（……부르러 갈까）
…똑, 똑
남자「들어가도 될까」
남자（…대답 없나, 멋대로 열기도 좀）
남자「듣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말할게? 밥 왔어. 부엌 테이블에 있으니까, 와」
남자（……나는 분명 말했으니까）
24： ◆M7hSLIKnTI：2014/03/15(土) 18:40:28 ID:PeHUh3io
남자（꽤나 평범한 식사네）우물우물
남자（하지만 역시 대화할 상대도 TV도 없으니까, 너무 조용해서…음）꿀꺽
남자（……익숙하지만）후우
………
…
남자（결국, 안 나오나…안 먹일 수도 없고）
남자（한 번 더, 불러볼까）
똑, 똑…
……통, 통
남자「안 들리는 건 아니겠지? 밥 있다니까, 쟁반 돌려줘야하니까 얼른 먹어」
25： ◆M7hSLIKnTI：2014/03/15(土) 18:41:07 ID:PeHUh3io
…달칵
소녀「………」
남자「자고 있었어?」
소녀「…아뇨」
남자「어떡할래? 먹고 있는 동안엔 내가 이 방에 있을까?」
소녀「…부탁드립니다」
남자「하아…앞으로가 걱정이네」
소녀「죄…죄송해요」
남자「아니야, 그야 모르는 남자는 무서울 테니까」
소녀「………」슥
26： ◆M7hSLIKnTI：2014/03/15(土) 18:41:40 ID:PeHUh3io
…달칵
남자（죄송해요…인가）
남자（사과한다는 건, 나한테 폐를 끼치고 있다는 인식은 있는 거구나）
남자（외모는 제법, 귀엽지만）
남자（…정말로 그녀는 어딘가 『사정이 있는』걸까）
남자（경계한다고 해도, 반응이 너무 없고…거기에 이유가 있는 걸까）
남자（그런 건, 아무래도 아직은 못 물어보겠고）
남자（……물어온다면, 나도 대답은 못할 테니까）
27： ◆M7hSLIKnTI：2014/03/15(土) 18:42:20 ID:PeHUh3io
………
…
…달칵
소녀「저기…」
남자「아, 다 먹었구나. 쟁반 반납해야겠네」
소녀「반납했어요」
남자「내 것도?」
소녀「………」끄덕
남자「그래, 미안」
소녀「…아뇨」
28： ◆M7hSLIKnTI：2014/03/15(土) 18:43:00 ID:PeHUh3io
남자「그럼, 원래 방으로…돌아갈까」
소녀「괜찮나요」
남자「…뭐가?」
소녀「그…이 방을 제가 써도」
남자「괜찮아, 저쪽에도 에어컨은 있고. 너무 지루해서 게임이 하고 싶어지면, 그때만 바꿔줘」
소녀「………」끄덕
남자「그럼…자」스윽
소녀「……?」움찔
남자「악수말야, 본의는 아니지만 한동안은 같이 생활해야하니」
29： ◆M7hSLIKnTI：2014/03/15(土) 18:43:59 ID:PeHUh3io
소녀「…저…저기…」
남자「약속할게. 나는 절대로 위해를 가하거나 하지 않을 거야, 욕먹을 짓도 안 할게. 그러니까 악수」
소녀「………」움찔움찔
남자「쥘게」꼬옥
소녀「……읏…」
남자「…너무 떨지 마, 그렇게 무서워 보이진 않다고 생각하는데」
소녀「죄송…합니다…」
남자「다행히 이 방에서든 부엌에서든, 서로 지나가지 않아도 욕실이나 화장실은 갈수 있으니. 노크만 잊지 말도록 하자」
소녀「………」끄덕
남자「나는 19시쯤 목욕하러 갈게, 그렇게 알고 있어. 그럼, 내일 보자……잘 자」
소녀「…네」
31：以下、名無しが深夜にお送りします：2014/03/15(土) 18:47:27 ID:JbyKBC3k
수고하십니다
어떻게 되어 있는 거야 이거・・・정신병원 같은 건가?
37： ◆M7hSLIKnTI：2014/03/16(日) 21:06:34 ID:PeHUh3io
……………
………
…
…다음날 아침
남자（……아무것도 없어도, 6시 반 기상이 몸에 배었군）
남자（전에 있던 시설에선 직후에 체조, 그리고 식사였지）
남자（여기선 그것도 의무는 아니겠지만…조금 몸을 움직이고 싶네）
남자（하지만 인터폰은 그 아이가 있는 방에…밖으로 나갈 땐 연락해야만 하지）
남자（……그 아이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나）
남자（분명 아침밥은 7시 반이랬지, 아직 1시간이나 있고…）
38： ◆M7hSLIKnTI：2014/03/16(日) 21:07:24 ID:PeHUh3io
…달칵
남자「오…?」
소녀「…아……」
남자（벌써 일어났나…）
남자「…좋은 아침」
소녀「………」꾸벅
남자「잠깐 밖으로 나가고 싶어서, 인터폰 써도 될까」
소녀「…저도 그럴 거라서…아까 연락했어요」
남자「그래, 마침 잘 됐네」
39： ◆M7hSLIKnTI：2014/03/16(日) 21:08:26 ID:PeHUh3io
직원「…응? 연락으론 1명이라고 들었는데」
남자「그녀가 밖으로 나간다기에, 편승하려고요」
직원「아아, 그건 상관없어. 오늘은 첫 외출이니까 일단, 몸 상태를 체크할게」
남자「…다음엔?」
직원「문제가 없다면, 그 뒤론 방해할 사람은 없어」
남자「카메라로 감시당하고 있잖습니까」
직원「……그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줘」
남자「알고 있어요」
남자（그럼……조금 달릴까）
40： ◆M7hSLIKnTI：2014/03/16(日) 21:09:36 ID:PeHUh3io
………
…
남자（바깥쪽을 한 바퀴 도는데, 가볍게 뛰어도 1분도 안 걸려）
남자（비치는 광경은 계속 회색 벽뿐）
남자（반대쪽에는, 산의 능선은 보이지만…）
남자（이래선, 재미없네…）
남자（그 아이는……）
소녀「………」
남자（뭘 하고 있는 거지? 천천히 걷거나, 웅크려 앉거나）
41： ◆M7hSLIKnTI：2014/03/16(日) 21:10:41 ID:PeHUh3io
남자「땅에 뭐 재밌는 거라도 있어?」
소녀「……아뇨」
남자「혹시, 흙…이야?」
소녀「………」끄덕
남자「…그래서, 여기 흙은 화단 만들기엔 어때?」
소녀「……전혀…안되겠어요」
남자「어제, 필요한 거 전할 때 비료 같은 건?」
소녀「필요하다고…말했어요」
남자「그걸 섞으면 어떻게든 되는 건가」
소녀「…땅을 갈고, 돌을 잘 골라내고…그리고 비료를 잘 섞으면」
42： ◆M7hSLIKnTI：2014/03/16(日) 21:11:48 ID:PeHUh3io
남자「땅 갈고 돌을 골라내는 것까진, 도구만 있으면 지금도 할 수 있을 거 같네」
소녀「……?」
남자「죄송합니다, 직원씨」
직원「왜 그러지?」
남자「모종삽이나 곡괭이 같은 건, 바로 쓸 수 있는 거 없을까요」
직원「모종삽 정도는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단, 그걸 쓸 때는 감시를 받게 될 거야」
남자（흉기로 쓸 수…있으니까）
소녀「……쓰고 싶어요」
43： ◆M7hSLIKnTI：2014/03/16(日) 21:12:43 ID:PeHUh3io
남자「감시하느라 수고하시겠지만, 두 자루 빌려주실 수 있나요」
소녀「………」
직원「알겠어, 식사 후에 가져오지」
남자「부탁드립니다」
남자「흙을 파는 작업이라…가벼운 운동으론 딱 좋을지도」
소녀「…당신도 화단을?」
남자「안 돼?」
소녀「………」붕붕
남자「지식은 조금도 없지만 말이지」
44： ◆M7hSLIKnTI：2014/03/16(日) 21:13:35 ID:PeHUh3io
소녀「…그러면, 이 부근을…쓰세요」
남자「그렇군, 어째서?」
소녀「정오가 지나서도 해가 잘 드니까…」
남자「그 이후론?」
소녀「…저녁 해는 안 받아도 괜찮…아요」
남자「그렇구나」
소녀「………」
남자「그럼…여기를 우리의 화단으로 삼을까」
소녀「……에…?」
45： ◆M7hSLIKnTI：2014/03/16(日) 21:14:38 ID:PeHUh3io
남자「어라…? 안 돼?」
소녀「…『우리』…라니…」
남자「그래, 같이 만들자고 생각했는데」
소녀「………」
남자「…방처럼, 따로 하는 게 좋아?」
소녀「………」
남자「…침묵은 긍정으로 받아들인다?」
소녀「…네…에」
남자「어느 쪽의『네』야? 따로 하는 쪽이 좋아?」
소녀「………」붕붕
46： ◆M7hSLIKnTI：2014/03/16(日) 21:16:18 ID:PeHUh3io
남자「그럼, 같이 만들자. 하지만 난 아무것도 모르니까, 가르쳐줘」
소녀「………」끄덕
남자（…조금은, 대화가 된 걸까）
남자（뭐 좋아서 같은 집을 쓰는 것도 아니니）
남자（무리해서 친해질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남자（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이상, 서로 조금은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으면 못해먹을 테니까）
남자（이 땅을 자유롭게 써도 좋다…대신 관리를 해야 한다）
남자（그 말은, 그렇게 짧은 기간은 아닐 듯하다）
남자（그러니까 커뮤니케이션을 취한다, 그것뿐……그것뿐이야）
51： ◆M7hSLIKnTI：2014/03/17(月) 14:12:06 ID:PeHUh3io
남자（결국, 식사는 또 따로인가…）
남자（싫다면 싫은 대로, 말을 안 하면 될 거라 생각하는데）
남자（얼굴도 보고 싶지 않다…는 건가?）
남자（……조금 상처받네）
…덜컥
직원「모종삽, 준비해뒀어ー」
남자「네, 감사합니다」
직원「외출 전엔 반드시 연락을……뭐, 원격조작으로 잠겨있지만」
남자「……불이라도 나면 죽을 거 같네요」
직원「일단은, 경보기와 연동해서 열리게 되어있으니까, 그건 걱정하지 마」
52： ◆M7hSLIKnTI：2014/03/17(月) 14:13:01 ID:PeHUh3io
…똑, 똑
남자「모종삽, 받아왔어」
달칵…
남자「바로, 시작할래?」
소녀「………」끄덕
남자「옷, 갈아입어둬. 욕실과 탈의실 외엔 카메라로 다 보인다구」
소녀「…네」
남자「난 이미 갈아입었으니까, 인터폰으로 연락해둘게」
53： ◆M7hSLIKnTI：2014/03/17(月) 14:13:44 ID:PeHUh3io
………
…
직원「미안하지만 말한 대로, 이런 도구를 사용할 때는 가까이에 있을 거야」
남자「네」
소녀「………」
남자「일단은? 전부 파헤치면 되는 거야?」
소녀「저기…파낸 흙을 다른 곳에 두고, 거기서 돌을 골라내고 퇴비를 섞어요」
남자「응, 어느 정도 깊이로 파면 돼?」
소녀「20센치…가능하면 30센치 정도」
54： ◆M7hSLIKnTI：2014/03/17(月) 14:14:35 ID:PeHUh3io
푸욱, 팍…
남자「딱딱하네…팔 수 있겠어?」
소녀「……으응…」파각
남자（역시 몸이 가벼우니까, 날이 안 드는군…）
소녀「………」후우
남자「좋아, 흙을 파서 옮기는 건 내가 할게. 소녀는 그걸 무너뜨리고, 돌을 골라내줘」
소녀「…하지만」
남자「하지만…?」
소녀「그…파내는 작업이 더 힘들 텐데…」
남자「괜찮아, 난 남자니까. 적재적소라는 거지」
55： ◆M7hSLIKnTI：2014/03/17(月) 14:15:14 ID:PeHUh3io
………
…
남자「후우…제법 진척됐군, 벌써 낮이 다돼가네」
소녀「………」끄덕
남자「어느 정도 크기로 화단을 만들까?」
소녀「처음은…이 정도로」
남자「2×3m…6m2정도구나. 깊이도 거의 30센치 정도는 되겠지」
소녀「………」끄덕
남자「그쪽도, 돌 골라내기는 잘 되어가나 보네」
소녀「…이번엔, 이 돌을 화단 밑에 깔 거에요」
56： ◆M7hSLIKnTI：2014/03/17(月) 14:16:00 ID:PeHUh3io
남자「골라낸 돌만?」
소녀「…배수층이 될 거에요. 흙이 약간 점토질이라, 배수가 잘 되게 해야…」
남자「꽤나, 잘 아는구나」
소녀「………」붕붕
남자「거기다, 원예에 대한건 잘 말하네」
소녀「……읏…」
남자「좋다고 생각해, 부끄러워 할 거 없어」
소녀「………」
57： ◆M7hSLIKnTI：2014/03/17(月) 14:16:39 ID:PeHUh3io
남자「골라낸 흙을 보니, 다시 어떨 거 같아? 비료를 섞으면 쓸만할까」
소녀「약간 환원색을 띠고 있으니까…사실은 흑요석 펄라이트를 섞고 싶어요」
남자「전혀, 모르겠어…」
소녀「죄, 죄송해요」
남자「괜찮다니까, 그런 쪽은 맡길게. 그 어쩌구석 어쩌구라는 것도, 부탁해야겠네」
소녀「…네」…문질문질
남자（응…? 손을 문지르고…）
58： ◆M7hSLIKnTI：2014/03/17(月) 14:17:11 ID:PeHUh3io
남자「손, 왜 그래? 보여…」꼬옥
소녀「싫엇…!」팟
남자「……미안…」
소녀「저, 저기…죄송…합니다」
남자（…손목을 쥐려고 했을 뿐인데）
남자（꽤나 미움 받고 있나……아니, 무서워하고 있어…?）
남자「…손, 아파?」
소녀「오랜만의 작업이라…조금…」
남자「장갑도 없으니 말이야」
직원「미안하네, 낮에는 준비해둘게」
남자「네, 부탁드립니다」
59： ◆M7hSLIKnTI：2014/03/17(月) 14:18:10 ID:PeHUh3io
……………
………
…
…시설 내부
백의「D동의 두 사람, 직접 보기엔 어때」
직원「현재로썬 문제없습니다. 어느 쪽인가 하면 남자…D-1쪽이 자발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취하려고 한다고 생각합니다」
백의「음……뭐어, 그렇게 되겠지」
직원「D-2에겐 아직 다가가는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한 번 D-1이 D-2를 만졌을 때, 제법 저항감을 갖고 있는 듯 했습니다」
백의「호오…D-1이 접촉한 이유는?」
직원「단순히 걱정해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D-2는 강하게 반응해, 순간적으로 들고 있던 삽을 들어 올리려고 했습니다. 저도 제지하려고 했었고요.」
백의「……아직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어, 진전이 없는 것도 당연하겠지. 귀중한 샘플이니, 느긋하게 지켜보도록 하지──」
60： ◆M7hSLIKnTI：2014/03/17(月) 14:21:47 ID:PeHUh3io
……………
………
…
…3일후
남자「배수층은 이 정도면 되나?」
소녀「…이 정도 두께가 있으면, 괜찮을 거라 생각해요」
남자「부지 내의 돌멩이도 갈퀴로 긁어보아서, 제법 보충했으니까」
소녀「……죄송해요」
남자「뭐가?」
소녀「힘든 일만 시켜서…」
남자「괜찮다니까, 역할분담이잖아」
61： ◆M7hSLIKnTI：2014/03/17(月) 14:22:22 ID:PeHUh3io
남자「그래서? 다음은?」
소녀「남은 흙에 퇴비를 섞어두었으니까…깔 거에요」
남자「퇴비는, 냄새가 전혀 안 나는구나」
소녀「발효엔 쇠똥 같은 것도 사용한 거 같지만…완숙되어서, 미생물이 완전히 분해했으니까요」
남자「………」
소녀「…완전히 숙성되지 않은 퇴비는, 흙 속에서 남은 발효가 진행되면서 질소분을 감소시키니까…안돼요」
남자「이 퇴비는 좋은 거구나?」
소녀「………」끄덕
62： ◆M7hSLIKnTI：2014/03/17(月) 14:23:07 ID:PeHUh3io
남자「이쪽에 골라둔 큰 돌은?」
소녀「…회단 가장자리에 쌓을 거에요」
남자「그럼, 흙을 넣으면서 돌 쌓기도 동시진행이군. 돌은 맡길게, 무거운 게 있으면 말해줘」
소녀「……네, 네…」
…푸욱, 푹
데굴데굴……털썩
남자（외발 손수레라니, 오랜만에 쓰네）
남자（중학교 때 농업실습이후 처음인가…?）
남자（……근데 저 아이, 정말로 원예에 대한 건 잘 말하는구나）
남자（그 때는 나에 대한 저항도 그다지 없는 거 같고）
남자（미움 받고 있는 건 아닌…걸까?）
63： ◆M7hSLIKnTI：2014/03/17(月) 14:23:43 ID:PeHUh3io
소녀「저…저기…」
남자「왜 그래?」
소녀「…돌, 커다란 게」
남자「아아, 가자」
남자「제법 큰 녀석들도 있네」
소녀「화단 주변에 무작위로, 놓아주시면…」
남자「무작위로 놓아도 돼?」
소녀「………」끄덕
64： ◆M7hSLIKnTI：2014/03/17(月) 14:24:24 ID:PeHUh3io
남자「후우…이 정도면 되나?」
소녀「네」
남자「그럼, 계속 흙 넣고 있을게」
소녀「……저기」
남자「응…?」
소녀「가…감사합니다…」
남자「……별 말씀을」
65： ◆M7hSLIKnTI：2014/03/17(月) 14:25:00 ID:PeHUh3io
데굴데굴……털썩
남자（…아니야）
남자（그녀가 못 하는 일을, 대신 해준 거야）
…푸욱, 푸욱
남자（그러니까, 감사 인사를 듣는 것도 당연해）
남자（결코 그녀가 마음을 연 게 아니야）
…털써억
남자（나도, 마찬가지야）
남자（특별한 관계 따위, 원하지 않아──）
67： ◆M7hSLIKnTI：2014/03/17(月) 19:39:26 ID:PeHUh3io
……………
………
…
…그로부터 2일후
남자「다 됐네」
소녀「………」끄덕
남자「왠지…비료 빼곤 원래 여기에 있던 흙과 돌인데, 다 되고 보니……」
소녀「……?」
남자「의외로……응, 제대로 된 화단이네. 감동했어」
소녀「………」후훗
남자（……지금, 웃었어?）
직원「………」
68： ◆M7hSLIKnTI：2014/03/17(月) 19:48:31 ID:PeHUh3io
남자「하지만 비료가 들어갔다곤 해도, 흙이란 건 풀어주면 양이 늘어나는구나」
소녀「…그만큼 원래는 단단하게 굳어있었어요」
남자「그런 거구나. …그래서, 뭘 심을 거야?」
소녀「에…그게, 씨를…뿌릴 거에요」
남자「씨부터인가, 그럼 뭔지 묻지 말고 다 자랐을 때를 기대해볼까」
소녀「……저기, 이거…」
남자「응? 이게 씨앗? ……아…」
소녀「………」끄덕
69： ◆M7hSLIKnTI：2014/03/17(月) 19:53:30 ID:PeHUh3io
남자「하핫…이거, 누구든 씨만 봐도 알겠네…해바라기구나」
소녀「…네」방긋
남자（역시, 웃었어…）
남자「어떻게 뿌리면 돼?」
소녀「…일단, 손수레에 흙을 덜어내고…」
남자「라져」
…푸욱, 푸욱
70： ◆M7hSLIKnTI：2014/03/17(月) 19:54:37 ID:PeHUh3io
소녀「그 다음에…손가락으로 화단의 흙에 구멍을 내고」
남자「그럼, 본보기를 보여줄래」
소녀「………」끄덕
…푸욱, 휙
푸푹, 휙…
남자「제2관절 정도 깊이면 되는 건가」
소녀「네……앗…」
남자「응?」
소녀「……안쪽에서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나오지 못하게…돼 버려요…」
남자「아아, 그런가. 바보구나…나」
소녀「………」후훗
직원「………」
71： ◆M7hSLIKnTI：2014/03/17(月) 19:55:35 ID:PeHUh3io
남자「남은 건 손수레에 실어둔 흙을 깔면 되는구나」
소녀「네, 부드럽게…얕게」
남자「어려운데…」
소녀「…이제 물을 주면, 끝이에요」
남자「응, 물주는 건 매일?」
소녀「싹이 틀 때까진…」
남자「…기대되네」
소녀「………」끄덕
72： ◆M7hSLIKnTI：2014/03/17(月) 19:56:28 ID:PeHUh3io
………
…
…같은 날, 저녁
직원「어ー이, 밥 가지러와ー」
남자「네ー에」
…달칵
남자（……오?）
소녀「…감사…합니다」움찔움찔
직원「떨고 있어…? 흘리지 않게 조심해」
소녀「………」끄덕
73： ◆M7hSLIKnTI：2014/03/17(月) 19:57:04 ID:PeHUh3io
남자（같은 타이밍으로 쟁반을 부엌으로 옮긴다는 건…）
소녀「……저기, 괜찮을…까요…?」달그락
남자「같이 먹겠…다고?」
소녀「…네」
남자「물론」
소녀「……잘 먹겠…습니다」
남자（…약간은, 익숙해졌다는 건가?）
74： ◆M7hSLIKnTI：2014/03/17(月) 19:58:19 ID:PeHUh3io
남자「하지만, 화단 만들기가 끝나니 조금 한가하네」우물우물
소녀「…네」냠
남자「제법 즐거웠어」
소녀「………」끄덕
남자「옛날부터 원예를?」
소녀「………」
남자（…표정이 어두워졌네, 괜히 말했나）
남자「미안, 괜찮아…꽤나 자세히 알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을 뿐이야」
소녀「………」
75： ◆M7hSLIKnTI：2014/03/17(月) 19:59:03 ID:PeHUh3io
소녀「…더 늘릴…까요?」
남자「응…?」우물우물
소녀「화단…좀 더」
남자「아아…괜찮네, 넓힐까」
소녀「이번엔…씨가 아니라, 모종을 키울 화단을…」
남자「그러면 처음부터 화려하겠네」
소녀「해바라기 화단보다 한층 낮게…옆에 붙여서」
남자「그렇구나. 해바라기는 키가 크니까, 밸런스도 좋지 않을까?」
소녀「…네」방긋
76： ◆M7hSLIKnTI：2014/03/17(月) 19:59:41 ID:PeHUh3io
남자「……웃게 되었네」
소녀「엣」당황
남자「그 편이, 더 좋은데」
소녀「……네」
남자（──하지만, 타의는 없어）
남자（공동생활을 하는 게, 더 쉬워졌을 뿐이야）
남자（어차피 언젠가, 이 생활도 끝난다…）
남자（어느 정도, 의사소통만 된다면）
남자（그 이상의 관계 따위…필요 없어）
77： ◆M7hSLIKnTI：2014/03/17(月) 20:23:47 ID:PeHUh3io
……………
………
…
…4일후
달칵…
남자「아, 좋은 아침」
소녀「안녕히…주무셨어요」
남자「어젯밤엔 푹 잤어, 역시 연달아 제대로 일하면 잠도 깊게 드네」
소녀「…그러네요」
남자「곧 식사가 오지 않을까」
직원「아침밥, 가져왔어ー」
남자「…역시, 가지러가자」
소녀「네」
78： ◆M7hSLIKnTI：2014/03/17(月) 20:24:42 ID:PeHUh3io
………
…
남자「두 번째 화단도 완성됐네」우물우물
소녀「네」우물우물
남자「오늘, 모종이 도착하지?」
소녀「그렇게…들었어요」달그락
남자「어떤 거, 부탁했어?」우물
소녀「…여러 가지, 봄꽃을」
남자「기대되네」
소녀「…넷」방긋
79： ◆M7hSLIKnTI：2014/03/17(月) 20:25:29 ID:PeHUh3io
남자（……제법, 평범하게 얘기하게 됐네）
남자（이거라면 그다지 곤란한 일은 없겠지）
남자（단지……）
소녀「………」달그락…탕
남자「무겁잖아, 차주전자는 내가 들게」휘익
소녀「……읏…!」움찔
남자（손을 뻗으면, 역시 무서워하는 거 같네……）
80： ◆M7hSLIKnTI：2014/03/17(月) 20:26:20 ID:PeHUh3io
………
…
남자「헤에…형형색색이네」
소녀「네」
남자「이건?」
소녀「아네모네…」
남자「이쪽은?」
소녀「가자니아에요」
남자「이 키가 작은 건?」
소녀「꽃잔디…가장자리에 심을 거에요」
81： ◆M7hSLIKnTI：2014/03/17(月) 20:27:04 ID:PeHUh3io
남자「색깔별로 나눠서 심을 거야?」
소녀「네…하지만, 너무 나누면 산뜻함이 사라지니까…」
남자「섞는 편이?」
소녀「아네모네는 색을 나눠서…가자니아와 매리골드는 종류는 나눠도, 색은 섞는 편이 예쁘다고 생각해요」
남자「그럼 배치는 맡길게, 놔두면 내가 심을 테니까」
소녀「…네」
82： ◆M7hSLIKnTI：2014/03/17(月) 20:28:00 ID:PeHUh3io
남자（키가 큰 건 이 정도인가）
남자（남은 건 주변의 꽃잔디와, 패랭이꽃…이었던가）
남자（끝에서부터 뒤로, 물러나면서 심을까…）
남자（패랭이꽃의 줄기는 부드럽구나, 꺾일 거 같아）
남자（이 부근엔 꽃잔디만 모아서……）사삭
…퉁
소녀「꺄…!」털썩
남자「아…미안해, 뒤로 물러나고 있었더니…! 자, 손을──」
──꼬옥
소녀「아……」움찔
84： ◆M7hSLIKnTI：2014/03/17(月) 20:28:35 ID:PeHUh3io
남자「설 수 있겠어?」휘익
소녀「…으……」
남자「미안해, 잘 보고 했어야했는데」
소녀「아, 아뇨……저기…일으켜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자「발 접질리거나 하지 않았어?」
소녀「괜찮…아요」
직원「………」
85： ◆M7hSLIKnTI：2014/03/17(月) 20:29:28 ID:PeHUh3io
남자「꽃도 심었고, 두 번째 화단도 완성이구나」
소녀「네」
남자「역시 화려하게 피어있으니, 예쁘네…」
소녀「…잘 심어졌다고…생각해요」
남자「그런가, 다행이네」
소녀「………」
남자「자…세 번째 화단, 어떡할래?」
소녀「…또, 만들어도 되나요…?」
남자「나는 상관없어……만들고 싶어」
소녀「……넷」
86： ◆M7hSLIKnTI：2014/03/17(月) 20:31:02 ID:PeHUh3io
……………
………
…
…수 일 후, 아침
남자「…으……」
남자（잘 잤다…）
남자（아까, 소녀는 나간 거 같은 느낌이었는데…）
…달칵, 탁
남자（아아, 역시…밖에서 돌아왔──）
소녀「…남자씨」
남자「──엣…」
87： ◆M7hSLIKnTI：2014/03/17(月) 20:31:43 ID:PeHUh3io
소녀「저기, 잠시…밖에…」
남자「그, 그래…」
소녀「직원씨한테는, 남자씨도 데리고 간다고 말해뒀어요」
남자「알겠어, 금방 갈아입을게」
남자（……처음으로, 이름으로 불렀네）
남자（왠지 평소랑 목소리 텐션도 다른 거 같은데…）
소녀「………」안절부절
남자「저기…소녀?」
소녀「네…?」
남자「거기 있으면, 갈아입을 수가 없는데」
88： ◆M7hSLIKnTI：2014/03/17(月) 20:32:23 ID:PeHUh3io
소녀「!! 죄, 죄송해요…탈의실에 가시나 해서…」
남자「응, 속옷까지 갈아입을 건 아니니까…」
소녀「저, 저기…먼저 나가 있을게요」타박타박타박…
남자（귀엽네…）
남자（……안 돼, 무슨 생각 하는 거야）
남자（안 돼, 의식하지 마…해선 안 돼）
남자（그녀는……타인이다…）
89： ◆M7hSLIKnTI：2014/03/17(月) 20:33:03 ID:PeHUh3io
………
…
소녀「남자씨, 이쪽…첫 번째 화단이에요」
남자「해바라기의…?」
소녀「봐요」
남자「…앗……이건…?」
소녀「싹이 났어요…!」
남자「그런가…제법 빠르구나, 기쁜데…이런 거」
소녀「넷」방긋
90： ◆M7hSLIKnTI：2014/03/17(月) 20:33:43 ID:PeHUh3io
남자「굉장해, 잔뜩 나있어」
소녀「네」
남자「조금 감동했어. 자기가 만든 화단에서, 자기가 뿌린 씨앗에서 싹이 트다니」
소녀「…네」
남자「원예란 건, 즐거운 거구나」
소녀「……네…에…」주륵
남자「……에?」
소녀「……읏…」주르륵…
91： ◆M7hSLIKnTI：2014/03/17(月) 20:34:27 ID:PeHUh3io
남자「왜, 왜 그래? 왜 울고…」
소녀「죄송해요…아무것도…아니…」훌쩍
남자（아무것도 아니기는…）
남자（…지금은 도구를 쓰지 않으니까, 직원도 먼저 들어갔고）
남자（이 상황을 카메라로 보면, 뭔가 이상하게 생각할 거 같은데）
소녀「………」훌쩍
남자「방으로, 들어갈까? …일단 얼굴을 씻자」
소녀「네…에…」
92： ◆M7hSLIKnTI：2014/03/17(月) 20:35:06 ID:PeHUh3io
………
…
남자「…진정됐어?」
소녀「네…죄송합니다」
남자「깜짝 놀랐어」
소녀「이제 괜찮…아요」
남자「곧 식사가 올 거라 생각하는데」
소녀「………」끄덕
남자「방에 들어가 있을래?」
소녀「여기가…좋아요」
남자「…그래」
93： ◆M7hSLIKnTI：2014/03/17(月) 20:36:00 ID:PeHUh3io
남자（……운 이유는 알 수 없다）
남자（하지만, 적어도 무언가가 싫어서 운 것은 아니겠지）
남자（우는 모습을 보였다…라는 건, 어느 정도 마음을 열었다는 건가）
남자（……아니야, 생각하지 마）
남자（자기 좋을 대로 생각해선 안 돼──）
98： ◆M7hSLIKnTI：2014/03/18(火) 19:08:01 ID:PeHUh3io
………
…
…그날 밤
남자「쟁반, 반납했어?」
소녀「네」
남자「목욕 준비는 되어있으니까, 차례대로 들어가자. 난 나중에 써도 되니까」
소녀「그럼…저, 들어갈게요」
남자「응, 왠지 오늘은 추우니까, 느긋하게 있다 와. 나오면 말해줘」
소녀「네」
99： ◆M7hSLIKnTI：2014/03/18(火) 19:09:07 ID:PeHUh3io
………
…
소녀「저기, 목욕…하세요」
남자「아아, 고마워」
소녀「그리고…그…」
남자「응…?」
소녀「오늘 밤은…추우니까」
남자「응, 나도 느긋하게 있다 나올게」
소녀「그리고…나서」
남자「……?」
100： ◆M7hSLIKnTI：2014/03/18(火) 19:09:44 ID:PeHUh3io
소녀「이, 이 방…춥지 않나…요…?」우물쭈물
남자「아아…뭐, 조금은」
소녀「…자는 거…거실에서 주무셔도, 괜찮…아요」
남자「응…고맙지만, 소녀를 추운 방에서 재울 순 없으니까…」
소녀「그게…아니라…저」
남자「…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마. 나는 여기서 자도 괜찮아」
소녀「그런…가요」
101： ◆M7hSLIKnTI：2014/03/18(火) 19:10:30 ID:PeHUh3io
남자「그럼, 목욕하고 올게. …잘 자」
소녀「…저기」
남자「………」
소녀「한 번 더…」
남자「왜?」
소녀「악수…해주시겠어요」
남자「그건…상관없지만」슥
소녀「………」살ｰ짝
…꼬옥
소녀「…으……」
남자（조금 떨고 있네…）
102： ◆M7hSLIKnTI：2014/03/18(火) 19:11:10 ID:PeHUh3io
남자「…이제 됐어?」
소녀「조금만 더…」
남자「………」
소녀「………」
남자（조금씩, 떨림이 멎고 있어…?）
소녀「전…무서워요, 사람이…」
남자「그런 거 같네」
소녀「하지만…」꼬오옥
남자（강하게 쥐고…떨림이 멈췄어）
소녀「당신을 무서워하는 건…싫어」
103： ◆M7hSLIKnTI：2014/03/18(火) 19:12:06 ID:PeHUh3io
남자「소녀…」
소녀「화단 만들기…남자씨랑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남자「…응」
소녀「좀 더, 잔뜩…만들고 싶어」
남자「그러네」
소녀「감사…합니다」팟…
남자「…나야말로」
소녀「안녕히 주무세요, 남자씨」꾸벅
남자「…잘 자」
104： ◆M7hSLIKnTI：2014/03/18(火) 22:49:50 ID:PeHUh3io
………
…
…참방
남자「…하아」
남자（알고 있어…방을『바꾸자』고 한 게 아니란 것쯤은）
남자（…인정하지 않으려했지만, 그녀는 타인에 대한 공포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다가와 주려고 하고 있어）
남자（나는…어떻지?）
남자（스스로 나서서 화단 만들기를 같이 하거나）
남자（처음에 악수를 하자고 한 것도, 나야）
남자（…역시 나도, 그녀에게 다가가려고 하고 있어）
105： ◆M7hSLIKnTI：2014/03/18(火) 22:51:01 ID:PeHUh3io
참방…스윽스윽…
남자「푸핫…」
『전…무서워요, 사람이……하지만』
『당신을 무서워하는 건…싫어』
『화단 만들기…남자씨랑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남자（…젠장, 역시 좁아도 독방이 좋았잖아）
남자（내 증상을 알면서, 어째서 이런…）
남자（……빨리 나가서 자자, 기분을 전환시키지 않으면──）
106： ◆M7hSLIKnTI：2014/03/18(火) 22:52:14 ID:PeHUh3io
……………
………
…
《──멋있구나, 남자》
《벌써 너도 고등학생이구나…》
《남동생도 내년엔 중학생이고, 점점 식비가 늘겠는걸》
《후후…괜찮아, 잘 먹고 아빠처럼 남자다워져야지》
《정말, 두 사람 다 자랑스런 아들들이네》
《행복한 가정이란 건, 우리 가족 같은 걸 가리키는 말일 거야, 분명》
《아하하…오버하는 거 아냐, 엄마는──》
… … …
《──에?》
《사고? 아빠와…남동생이…? 에…?》
110： ◆M7hSLIKnTI：2014/03/19(水) 10:01:30 ID:PeHUh3io
……………
………
…
「이번엔 지금까지 만든 화단의 배경이 될 만한, 나무를 심고 싶어요」
「또 남자씨께 힘든 일을 시키게 되겠지만…」
「나무그늘을 만들어 줄 조금 큰 상록수……미모사나 가시나무라던가」
「괜찮으세요? 무겁…죠」
「같이…들게요」
111： ◆M7hSLIKnTI：2014/03/19(水) 10:02:07 ID:PeHUh3io
「굉장히 좋은 느낌으로 진행되어가네요」
「남은 건 주위에 관목을……꺅」
「죄송합니다, 깜짝 놀랐을 뿐…죄송합니다」
「……괜찮아요, 남자씨는…무섭지 않아요」
「저기, 마취목은 해가 닿지 않는 곳에…」
「저기…좀 더…」
「미모사 가지가 방해되네요…제가, 들고 있을게요」
112： ◆M7hSLIKnTI：2014/03/19(水) 10:02:44 ID:PeHUh3io
「남자씨, 얼굴에 흙이」
「잠시 움직이지 마세요……자, 여기」
「…깔끔해졌어요」
「남자씨, 해바라기가 자라고 있어요, 봐요」
「남자씨, 다음은…」
「남자씨」
「남자씨」
「남자씨──」
114： ◆M7hSLIKnTI：2014/03/19(水) 12:50:50 ID:PeHUh3io
……………
………
…
…2개월 후
덜컹…
직원「재료, 가져왔다ー」
소녀「네」
직원「감자 같은 게 들어있으니까, 조금 무거워. 괜찮겠어?」
소녀「…네, 네」움찔움찔
직원「………」
115： ◆M7hSLIKnTI：2014/03/19(水) 12:51:25 ID:PeHUh3io
남자「웬 거야, 이건」
소녀「…그게, 카레를 만들까 해서」
남자「카레인가, 그러고 보니 시설에서 나오는 식사는 밸런스를 중시해서 그런가, 그런 건 그다지 안 나오네」
소녀「감자…좀 더 크게 잘라주면 좋았을 텐데」
남자「…그런가, 식칼 같은 건 빌려 주지 않는구나」
소녀「………」
남자「나도 먹어도 돼?」
소녀「엣」
남자「……카레, 나도 먹어도 될까…해서」
소녀「다…당연…하잖아요?」
116： ◆M7hSLIKnTI：2014/03/19(水) 12:52:08 ID:PeHUh3io
………
…
남자「그럼, 잘 먹겠습니다」…냠
소녀「………」
남자「……맛있어, 엄청」
소녀「다, 다행이다…」휴…
남자「작은 냄비에 직접 만든 카레라니, 오랜만에 먹네」
소녀「내일 점심까지의 몫은 된다고 생각해요」
남자「그립…네」중얼
소녀「……남자씨」
117： ◆M7hSLIKnTI：2014/03/19(水) 12:52:44 ID:PeHUh3io
소녀「저기, 다 먹고 목욕하고 나면…」
남자「응?」
소녀「…이쪽 방에, 와주시지 않겠어요」
남자「뭔가 영화라도 빌려 달라 그럴까?」
소녀「……그게 아니라, 그…앞으로…이쪽 방에서 자요」
남자「같은 방에서 말이야?」
소녀「………」끄덕
남자「고마워」
소녀「아, 아뇨…지금까지 죄송──」
남자「하지만, 그건 사양할게」
118： ◆M7hSLIKnTI：2014/03/19(水) 12:53:27 ID:PeHUh3io
소녀「에…」
남자「이제 완전히 이 방에서 자는데도 익숙해졌고, 추운 시기도 끝났고」
소녀「하, 하지만 부엌은 실제론 잘 만한 곳이…」
남자「…시설의 방침 면에선 어떨지 몰라도, 실제론 이성이 단둘이 같은 건물에 있다는 거 자체가 이상해」
소녀「………」
남자「가능한 방 안에서의 활동 공간은, 구분 짓는 편이 좋아」
소녀「남자씨…」
남자「믿어주는 건 기쁘지만, 나도 남자라구」
소녀「！！」움찔
남자「…그러니까, 지금처럼이면 돼」
119： ◆M7hSLIKnTI：2014/03/19(水) 12:54:00 ID:PeHUh3io
소녀「하지만, 감시카메라도 있어요」
남자「그러네, 잘못된 일을 저지를 생각은 없지만」
소녀「그렇다면…」
남자「…잘 먹었습니다. 카레 맛있었어, 고마워 …먼저 목욕할게」
소녀「…남자씨」
남자「느긋하게 먹어──」
소녀「남자 씨!」벌떡
남자「………」
소녀「전에도 말했었죠…전, 사람이 무서워요」
120： ◆M7hSLIKnTI：2014/03/19(水) 12:54:51 ID:PeHUh3io
소녀「하지만, 남자씨는 무섭지 않아요……아직 갑자기 가까이 오면, 조금 놀랄 때도 있지만」
남자「소녀…」
소녀「분명 우리가 같은 건물에 배정된 건, 서로 뭔가를 극복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남자（……아니야）
소녀「저, 전의 시설에서는 정말로 누구와도 대화할 수 없어서…남자씨처럼 대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어요」
남자「………」
소녀「분명, 남자씨가 좋은 사람이니까…다른 사람을 무서워하는 저와 엮었다고──」
남자「──그건 아니야」
121： ◆M7hSLIKnTI：2014/03/19(水) 12:55:27 ID:PeHUh3io
소녀「……에…」
남자「아니…혹시 네 쪽은 그럴지도 몰라」
소녀「제 쪽…은?」
남자「내게 있어서, 이 환경은 자신의 문제를 극복하는 데는 알맞지…않아」
소녀「…무슨 뜻이죠」
남자「말할 수 있을 리 없잖아」
소녀「……읏…」
남자「넌 말할 수 있어? 우리의 관계는…이 생활은 언젠가 끝나. 그 때, 네 과거를 아는 사람이 눈 닿지 않는 곳에 있다니, 싫잖아?」
소녀「저…는…남자씨…라면」붕붕
남자「묻지 않을 거야, 나는. 그리고 내 과거도 말하지 않아」
122： ◆M7hSLIKnTI：2014/03/19(水) 12:56:07 ID:PeHUh3io
소녀「…알겠어요」
남자「미안해, 모처럼 네가 무서움을 참아가며 다가와 줬는데」
소녀「하지만, 납득은 할 수 없어요」
남자「……소녀」
소녀「과거는 묻지 않을게요, 저도 말하지 않을 거고. …하지만 가르쳐주세요」
소녀「제가 타인에게 공포를 갖고 있는 것처럼…남자씨는 무엇에 괴로워하고 계신 거죠」
남자「………」
소녀「그게 무엇이라해도, 전…괜찮아요」
123： ◆M7hSLIKnTI：2014/03/19(水) 12:56:44 ID:PeHUh3io
남자「전의 시설에서, 네 담당 카운셀러는 몇 번인가 바뀐 적이 있어?」
소녀「…아뇨, 한 명이었어요」
남자「내 담당은 네 번…바꼈어, 시설에 있던 1년 동안 말야」
소녀「………」
남자「처음과 두 번째는 여성 카운셀러였어, 그 뒤는 남자였지」
소녀「…어째서」
남자「결코 불순한 감정이 아니었단 건 말해둘게, 하지만…난 그들에게 너무 의존했어」
124： ◆M7hSLIKnTI：2014/03/19(水) 12:57:18 ID:PeHUh3io
남자「그런 말을 들었어…『넌 남에게 의존하고자 하는 욕망이 강하다』라고」
소녀「의존…」
남자「바꿔 말하자면 『애정에 굶주렸다』『절대적인 자기편을 원하고 있다』…그런 거라더라」
소녀「………」
남자「미안, 이 이상은 말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이제 알겠지?」
소녀「네…」
남자「지금보다 거리가 가까워지면, 난……네게 의존해버려──」
128： ◆M7hSLIKnTI：2014/03/19(水) 18:58:54 ID:PeHUh3io
……………
………
…
…다음날, 오전
파바바바바바…
……풀썩
남자「…후우」
남자（화단 손질만 하느라 풀을 방치했더니, 꽤나 자랐네）
남자（아야야…제초기 같은 건 처음 써봤더니, 어깨가 아프네）
남자（이제야 반 정도인가…）
남자（소녀는 해바라기 화단을 손질하고 있군）
남자（…오늘은 거의 대화를 안했네）
남자（당연한가…）
129： ◆M7hSLIKnTI：2014/03/19(水) 19:05:19 ID:laGt5r2U
남자「……어때? 해바라기 상태는」
소녀「………」싹둑…툭
남자（…어라?）
소녀「………」꾸욱꾸욱
남자「…소녀?」
소녀「에? …아, 네…넷」당황
남자「뭐야, 온 줄 몰랐던 건가」
소녀「죄…죄송해요, 생각 중이었어요」
130： ◆M7hSLIKnTI：2014/03/19(水) 19:12:16 ID:PeHUh3io
남자「해바라기, 상태는 어때?」
소녀「…잘 자라고 있어요. 하지만 해바라기는 양분 흡수가 빠르니까, 슬슬 비료를 보충해야」
남자「그런가, 제법 커졌네」
소녀「네」
남자「조금, 쉴까」
직원「그럼 도구는 맡아두고, 난 대기소에 가있을게」
남자「죄송해요, 부탁드립니다」
직원「오후에도 또 쓸 거야?」
남자「가능한 한 풀을 잘라버리고 싶으니까, 그럴 거에요」
131： ◆M7hSLIKnTI：2014/03/19(水) 19:19:48 ID:PeHUh3io
………
…
소녀「……남자씨, 어젠 죄송했습니다」
남자「내가 할 말이야…그건」
소녀「으으응, 남자씨가 어떤 증상으로 고민하는지도 모르고…전, 제 일만 생각하고 있었어요」
남자「다시 내가 무서워진 거 아니야?」
소녀「아뇨」
남자「……그래」
소녀「남자씨…그러니까, 전──」
남자「그만둬, 내가 들어갈 틈을 보이지 말아줘」
소녀「…말하면, 안되나요」
남자「안 돼」
132： ◆M7hSLIKnTI：2014/03/19(水) 19:23:41 ID:PeHUh3io
소녀「……생각해봤어요, 어째서 저흰 짝으로 선택된 건지」
남자「………」
소녀「제 증상은, 남자씨와 같이 있으면서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백의를 입고 있던 사람은, 그걸 노린 걸지도 몰라요」
남자「글쎄…」
소녀「하지만, 남자씨의 증상은? …누군가에게 의존해선 안 된다고 한다면, 이 처치는…유효하다곤 생각할 수 없어요」
남자「………」
소녀「그래도 저희를 짝으로 골랐다……거기엔 분명 이유가 있어요」
남자「…상황을 보고 있는 거야. 내가 네게 의존하는지 어떤지…아마 중도의 의존이발생했다고 판단되면, 격리될 거야」
소녀「그건…아니라고 생각해요」
남자「어째서?」
소녀「그래선, 이 경우에 남자씨는 저를 위한 희생양일 뿐이니까」
133： ◆M7hSLIKnTI：2014/03/19(水) 19:31:06 ID:PeHUh3io
소녀「여기는 국립 시설이라고 들었어요. 성격으로 미루어보건대, 공공 의료기관이겠죠?」
남자「뭐…그렇겠지」
소녀「현대의 이 나라에 있는 이런 시설에서, 누구 개인을 위해 다른 누군가를 희생으로 한다니, 역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남자「……사회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러울지도 몰라」
소녀「하지만, 그렇다면 남자씨를 희생해서까지 저를 우선시할 이유는?」
남자「글쎄…뭘까, 제비뽑기일까」
소녀「말도 안 돼요, 그런 건. 그러니까 분명, 이 조합에는 남자씨에게 있어서의 이점도 있는 게 틀림없어요」
남자「…처음 만났을 땐 상상도 못했어」
소녀「뭘…말이죠?」
남자「이렇게나 달변가일 줄은」
소녀「……실례되는 말씀을」후훗
134： ◆M7hSLIKnTI：2014/03/19(水) 19:38:44 ID:PeHUh3io
소녀「그럼…논쟁에선 이긴 거니까, 역시 말할게요」
남자「그만둬, 이상한 말 하지──」
소녀「남자씨…제게, 의존해주세요」
.
135： ◆M7hSLIKnTI：2014/03/19(水) 19:51:08 ID:PeHUh3io
남자（……어째서, 이렇게 되는 거야）
남자（결국, 나는 누군가에게 의존해버리는 건가? 그런 자격, 나한텐 없는데）
소녀「괜찮아…도망치지마요」꼬옥
남자（그런데 어째서, 난 이 아이에게 안겨있는 거지）
남자（떨쳐내려고 마음만 먹으면 간단한데, 나는…）
소녀「…혹시 떨고 있다면 죄송해요…하지만, 가만히 이대로」
남자（…어째서 이렇게 기쁜 거야）
남자（어째서…울고 있는 거야…）
136： ◆M7hSLIKnTI：2014/03/19(水) 19:53:05 ID:PeHUh3io
소녀「남자씨, 근거는 아무것도 없어요……하지만, 분명 남자씨는 제게 의존하면 되는 거에요」쓰담쓰담
남자「………」
소녀「카운셀러는 인사이동 되는 경우도 있어요」
소녀「그러니까 강하게 의존하면, 남자씨는 그 때 괴로운 경험을 하게 되죠…」
소녀「하지만 전 시설 사람들이 판단하기 나름이에요, 계속 함께 있을 수 있어요」
소녀「언젠가 두 사람 모두 평범한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 때도」
소녀「우리가 짝이 된 건 제 공포심을 없애기 위해」
소녀「그리고 남자씨가 안심하고 의존할 수 있는 상대를 만들기 위해」
소녀「…분명 그럴 거에요, 그렇게 생각하도록 해요. ……네?」
138： ◆M7hSLIKnTI：2014/03/19(水) 22:13:55 ID:PeHUh3io
………
…
…그날 밤, 거실
남자「절대로, 아무 짓도 안 할 테니까」두근두근
소녀「미…믿어요」쭈뼛쭈뼛
남자「코골이가 시끄러우면, 두들겨 깨워도 되니까」
소녀「제가 그러면…남자씨도 그렇게 해주세요」
남자「이부자리는 방의 양 끝이니까, 절대로 손도 안 닿으니까」
소녀「알고 있어요, 하지만 좀 너무 떨어진 거 아닌가요…」
남자「아니, 딱 좋아. 이 정도면 돼」
139： ◆M7hSLIKnTI：2014/03/19(水) 22:14:50 ID:PeHUh3io
소녀「에…그럼, 불…끌게요?」
남자「아마 감사카메라는 적외선 기능도 있을 테니까」
소녀「알고 있어요」
남자「절대로, 아무 짓도──」
소녀「알겠다니까요!」
…탁
남자（오오…까맣네……당연한가）
소녀「남자씨…?」
남자「넵」
소녀「어째서 『네』인가요……안녕히 주무세요」후훗
남자「아…안녕히…주무세요」
140： ◆M7hSLIKnTI：2014/03/19(水) 22:16:11 ID:PeHUh3io
………
…
남자（잠이 잘 안 오네）
남자（소녀는…작은 숨소리가 들리네. 긴장하고 있는 건 나뿐인가）
『제게, 의존해주세요』
남자（……한심해, 하지만…기뻤어）
남자（전부 카메라로 보고 있었겠지…젠장）
남자（혹시 이게…내가 그녀에게 의존하는 것이 『바라지 않던 결과』라고 한다면, 조만간 우리는 격리되겠지）
남자（그걸 생각하면, 깊게 들어가지 않는 게……）
남자（……알고 있어, 그런 건…무리야──）
141： ◆M7hSLIKnTI：2014/03/19(水) 22:17:13 ID:PeHUh3io
……………
………
…
《──남자, 이제 엄마한텐 너밖에 없어》
《아빠도 남동생도…천국에서 지켜봐주고…있겠지…》
《하지만…미안해…엄마는, 아무리 해도 슬퍼져…》
《그치만…그렇게나 행복했는걸──》
142： ◆M7hSLIKnTI：2014/03/19(水) 22:18:15 ID:PeHUh3io
………
…
남자『엄마…또 마시고 있는 거야』
엄마『………』
남자『이제 그만둬』
엄마『시끄럽네…술은 슬픈 일을 잊게 해준다고』
남자『……엄마』
엄마『시끄럽다고 했잖아!?』
쨍그랑…!
143： ◆M7hSLIKnTI：2014/03/19(水) 22:19:17 ID:PeHUh3io
………
…
엄마『남자, 미안해…취했었어. 엄마가 미안해…너를 상처 입히다니』
남자『이제 됐어, 큰일도 아니었으니까』
엄마『넌 내게 남겨진 유일한 보물이란다──』
… … …
남자『엄마…! 술은 그만둔다고…』
엄마『넌 방에 들어가 있어!』
남자『안 돼, 엄마 몸이…』
엄마『시끄러웟!』
144： ◆M7hSLIKnTI：2014/03/19(水) 22:20:22 ID:PeHUh3io
………
…
엄마『남자…미안, 미안해…소중한 아들에게 난──』
엄마『놓으라고! 꼬맹이가 뭘 알아!?』
엄마『엄마가 나빴어…두 번 다시 술은 안 마실 테니까──』
엄마『넌 뭐 때문에 살아있는 거야! 내 방해만 할 거면, 너 따위…!』
엄마『남자…혹시 또 내가 술 마시고 널 상처 입히려고 하면, 때려서라고──』
엄마『두 사람 대신에 네가 죽었으면 좋았을 텐데! 건방진 표정 짓지 마!』
엄마『이제 됐어…나가!』
엄마『죽어! 돌아오지 마!』
엄마『어째서 그런 눈으로 보는 거야! 난 더 이상 네 엄마 같은 게 아니야──!』
145： ◆M7hSLIKnTI：2014/03/19(水) 22:21:29 ID:PeHUh3io
엄마『그렇게 마음에 안 들면…! 이 내가 미우면』
엄마『죽여줘…그 사람이 있는 곳으로 보내줘!』
엄마『그래……못하는구나…그렇지, 넌 상냥한 아이였어』
엄마『그럼 같이 죽자』
엄마『천국에서, 다시 가족 다 같이 살면 좋겠지?』
엄마『적어도 내가, 널 죽여줄게…!』
푸욱
…뚝, 뚝
엄마『…미안…해……남자…』
엄마『어째…서…이렇게 되어…버린…걸까──』
148： ◆M7hSLIKnTI：2014/03/20(木) 10:02:48 ID:PeHUh3io
……………
………
…
남자（──그리고 스스로도 예상한 대로, 난 확실히 소녀에게 의존해갔다）
남자（결코 불순한 감정은 아니다）
남자（하지만 그 이상으로 뿌리 깊고, 떨쳐내기 어렵다）
남자（매일을 살아가는 이유로써, 아침에 눈을 뜨는 걸 기뻐할 수 있는 이유로써）
남자（내게 있어서 소녀는 말 그대로, 바꿀 수 없는 존재가 되어있었다）
남자（시간은 흘러간다, 해바라기는 점점 키가 자란다）
남자（현재로선, 나와 그녀를 격리시키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남자（분명 그런 일은 있을 리 없을 텐데, 나는 이 나날이 영원히 계속되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149： ◆M7hSLIKnTI：2014/03/20(木) 10:03:23 ID:PeHUh3io
……………
………
…
소녀「아야아…!」
남자「진짜 못하네ー」
소녀「캐치볼 같은 건 해본 적이 없으니까, 당연하잖아요…」
남자「공이 다가오기 전에, 글러브를 준비해둬야지」
소녀「부드럽고 가벼운 공으로 해요ー」
남자「이것도 연식구야, 가벼운 공은 오히려 잡기 힘들어」
150： ◆M7hSLIKnTI：2014/03/20(木) 10:29:08 ID:PeHUh3io
소녀「이제 그만할래요…」
남자「모처럼 빌렸으니까, 조금만 더 잘 해보자. 자, 잘 노리고」
소녀「우우……던질게요? …에ー잇!」
남자「우왓, 어디로 던지는 거야!」
… … …
직원「옆 구획까지 던지면 안 되지, 내가 엄청 혼난다니까?」
남자＆소녀「죄송합니다…」
152： ◆M7hSLIKnTI：2014/03/20(木) 10:33:41 ID:PeHUh3io
………
…
남자「영화, 빌려왔어」
소녀「기대되네요ー」
남자「참고로 잘 모르는 서양영화인데」
남자「오오…」
소녀「엄청난 액션이네요」
남자「…응?」
소녀「……아…」
남자（…러브신, 엄청 불편하지만…전연령이니 야한 게 아닌 것만으로도 다행인가）
소녀「………」흥분흥분
154： ◆M7hSLIKnTI：2014/03/20(木) 10:45:27 ID:PeHUh3io
………
…
소녀「오늘은 오므라이스를 만들 거에요」
남자「도와줄까」
소녀「…라고 해도, 재료는 여전히 잘려있네요」
남자「할 게 없군」
소녀「계란이라도 섞어주세요」
남자「계란은 『푸는』게 아니고?」
소녀「………」
남자「………」
소녀「그냥 빌려주긴 했지만, 프라이팬도 흉기로 쓸 수 있을 거 같네요」방긋
남자「죄송합니다」
155： ◆M7hSLIKnTI：2014/03/20(木) 10:46:41 ID:PeHUh3io
………
…
소녀「오늘은 비네요」
남자「잘도 내리네」
소녀「장마니까요」
남자「빗소리는, 제법 듣기 좋지」
소녀「아아, 알 거 같아요」
남자「이런 건물 안이나, 버스 안에서 보는 비 내리는 풍경도 좋아해」
소녀「응응. 여유로울 때 비를 피하면서, 멍하니 바라보는 것도 좋죠」
남자「말하자면」
소녀「자기가 절대로 젖지 않을 안전한 상황에서의 비가 좋아요」
남자「…그렇지」
156： ◆M7hSLIKnTI：2014/03/20(木) 10:47:56 ID:PeHUh3io
………
…
소녀「이건?」
남자「……매리골드」
소녀「전혀 아니에요, 매일초에요. 그럼, 이건?」
남자「…라벤더?」
소녀「색은 비슷하지만, 블루 사루비아에요」
남자「사루비아면, 그 꿀을 빨아 먹을 수 있는 녀석인가? 파란 것도 있구나」
소녀「그러고 보니, 블루 사루비아의 꿀은 먹어본 적 없네요」
남자「먹어볼래」뚝
소녀「앗, 안돼요! 꺾으면…」
남자「…아, 제법 다네」쪽ｰ쪽ｰ
소녀「엣……그, 그럼…저도」뚝
157： ◆M7hSLIKnTI：2014/03/20(木) 10:48:43 ID:PeHUh3io
………
…
남자「더워졌네」
소녀「여기에 왔을 땐, 밤은 추운 정도였지만요」
남자「…벌써 그만큼 함께 있었구나」
소녀「4개월쯤 되려고 하니까요」
남자「그 정도면, 해바라기도 이 만큼이나 클 법도 하네」
소녀「……첫 번째 화단 만들 때는, 긴장했어요」
남자「원예에 대한 거 외엔, 전혀 말하지 않았으니까」
소녀「…지금은, 시끄럽나요?」
남자「지루하지 않아서 좋아」
소녀「아,『시끄럽다』는 건 부정하지 않는군요」
남자「활기차서 좋아」
158： ◆M7hSLIKnTI：2014/03/20(木) 11:56:51 ID:PeHUh3io
……………
………
…
…8월 초
소녀「해바라기…만개했어요」
남자「감개무량하네」
소녀「사진으로 찍으면 좋을텐데」
남자「시설 내에선 촬영금지, 카메라를 빌려주는 건 더더욱 말이 안 되겠지」
159： ◆M7hSLIKnTI：2014/03/20(木) 11:57:23 ID:PeHUh3io
소녀「…남자씨, 한 번 더 부탁해도 될까요」
남자「뭐를…?」
소녀「악수, 지금…한 번 더 해주세요」슥
…꼬옥
소녀「……안 떨고…있죠?」
남자「응」
소녀「남자씨는, 무섭지 않아요. 이제 갑자기 옆에 오더라도, 놀라기는 하지만 무섭지 않아」
남자「……응」
소녀「남자씨를, 마음 속 깊이 믿고 있기 때문이에요」
160： ◆M7hSLIKnTI：2014/03/20(木) 11:58:00 ID:PeHUh3io
소녀「그러니까, 얘기할게요」
남자「………」
소녀「제 과거를 아는 사람이 있어도, 그 사람을 믿을 수 있다면 괜찮아요」
남자「…응」
소녀「하지만, 손을 놓고…뒤돌아주시겠어요」
…슥
소녀「…저, 남자씨 이외의 사람이 무서워요」
소녀「사실은…무서운 건, 저인데」
소녀「남자씨, 전……살인자에요──」
.
165： ◆M7hSLIKnTI：2014/03/20(木) 19:51:08 ID:PeHUh3io
………
…
남자（…그 후 소녀는, 띄엄띄엄 과거를 말했다）
남자（어릴 적 살던 곳이 ○○현 △△시였다는 것, 부모님이 이혼한 후엔 젊은 엄마와 함께 □□시로 이사 갔다는 것）
남자（결코 유복하지 않은 가정, 얼마 없던 즐거움 속에서도 가장 즐거웠던 건, 아파트 정원에서 엄마와 함께 화단을 만드는 일이었던 것）
남자（중학교를 졸업할 때 쯤 엄마가 재혼한 것）
남자（하지만 재혼상대의 남자는 바로 일을 그만두고, 얼마 있지 않아 엄마는 물장사를 하게 된 것）
남자（소녀는 등을 돌린 채, 표정은 알 수 없지만 어깨를 떨고 있었다）
166： ◆M7hSLIKnTI：2014/03/20(木) 19:52:21 ID:PeHUh3io
남자（점점 엄마는 야위어가고, 딸인 소녀에게 신경 써주는 일도 없게 되었다）
남자（그리고 고1의 여름날 밤, 엄마가 집에 없을 때）
남자（재혼상대인 남자는 방으로 숨어 들어와, 자고 있는 그녀에게 난폭한 짓을 하려고 했다）
남자（그녀는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도망치려 했으나, 남자의 힘에 당해내지 못하고）
남자（다시 침대로 끌려와 절망한 그녀는, 덮치려고 하는 상대의 머리를 머리맡에 있던 유리 화병으로 때렸다）
남자（정신을 잃고, 쓰러진 남자）
남자（…거기서 도망쳤으면 좋았을지도 모른다）
남자（하지만 마음 속 깊이 남자를 미워하고 있던 그녀는──）
167： ◆M7hSLIKnTI：2014/03/20(木) 19:53:22 ID:PeHUh3io
소녀「──정신을 차렸을 땐, 피로 질척질척해진 화병을 들고 방에 서있었어요」
소녀「처음엔, 구급차를 부르려고 생각했지만…그 사람의 머리는 더 이상 원래의 모습을 갖추고 있지 않았어요」
소녀「그래서, 경찰을 불렀어요」
소녀「경찰차가 올 때까지, 전…피를 뒤집어 쓴 채, 곧 피게 될 해바라기를 손질하고 있었어요」
소녀「분명, 꽃을 만지는 건 마지막이 될 거라 생각해서」
소녀「남자씨…죄송해요, 역시 무섭죠. 살인범과 같은 방이라니」
남자「마찬가지야」
소녀「…에……」
남자「나도 살인자야, 친엄마를…이 손으로 찔렀어」
168： ◆M7hSLIKnTI：2014/03/20(木) 19:54:07 ID:PeHUh3io
………
…
남자「──엄마가 죽여 달라고 부탁했을 때, 내게 식칼을 넘겨줬었어」
남자「못한다…고 거절하니, 엄마는 동반 자살할 생각으로 나를 덮쳤어」
남자「나는 무의식중에 저항해서……엄마를 찔렀어」
남자「엄마는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았어…식칼 따위 쓰지 않아도, 저항은 할 수 있었을 텐데」
남자「혹시 동반 자살할…나를 죽일 생각은, 없었을지도 몰라」
남자「단지 내 손에 죽기 위해서, 그렇게 가장했다…그럴 지도 몰라」
남자「정당방위가 성립될 상황이 아니었어, 사고라고도 할 수 없지」
남자「난…너와 같은, 살인자야」
169： ◆M7hSLIKnTI：2014/03/20(木) 19:55:09 ID:PeHUh3io
소녀「아니에요, 남자씨는 엄마를 죽이고 싶지 않았잖아요?」
남자「그거라면 소녀도 마찬가지야. 그 사람이 덮쳤다는 계기가 없었다면, 죽이거나 하지 않았어」
소녀「하지만 전 제가 위험에서 벗어나고 나서, 그 사람을 죽였어요…마무리를 지은 거에요」
남자「넌 내 입으로 『넌 사람을 죽인 범죄자다』라고 해주길 원해?」
소녀「…사실…이니까요」
남자「아니잖아, 그런 말…누구보다도 자기가 자신을 비난할 때, 몇 번이나 마음속으로 중얼거렸을 거야」
소녀「………」
남자「난 네가 말하는 대로, 네게 의존했어. 카운셀러가 말한 『절대적인 내 편』을 손에 넣었어」
소녀「남자…씨…」
남자「그러니까 난, 절대적인 네 편이 되어줄게」
170： ◆M7hSLIKnTI：2014/03/20(木) 19:56:11 ID:PeHUh3io
남자「설령 누가 널 비난하더라도, 법이 죄를 인정하더라도…난 인정하지 않아」
꼬옥…
남자「넌 범죄자가 아니야」
소녀「…읏…으…으읏…」훌쩍
남자「난…알고 있어」
소녀「…네…에」
남자「누군가가, 그렇게 말해주길 원했잖아」
소녀「……으…」끄덕
남자「…몇 번이고, 언제든지 말해 줄 테니까」
소녀「고마…워…요…」훌쩍
171： ◆M7hSLIKnTI：2014/03/20(木) 19:57:02 ID:PeHUh3io
남자（소녀는 내 품속에서, 계속 울고 있었다）
남자（감시카메라에 비치고 있는 건 알고 있지만, 그런 이유로 팔을 풀고 싶지는 않았다）
남자（두 사람 모두 본의는 아니었지만 사람을 죽인 과거가 있고, 그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
남자（그건 내 의존욕망을 강하게 채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남자（분명 그 수준은 선을 넘었겠지）
남자（그러니, 이 생활은 끝난다. 시설은 우리를 함께 두지 않을 것이다）
남자（연약한 어깨를 끌어안으며,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172： ◆M7hSLIKnTI：2014/03/20(木) 19:57:51 ID:PeHUh3io
……………
………
…
…반년 후, 시설 내부
백의「점심식사 후라 졸릴지도 모르겠지만, 뭐…앉아」
남자「……처음이네요, 두 사람을 같이 부르는 건」
소녀「………」
백의「소녀」
소녀「!!」움찔
백의「……그 모습을 보아하니, 내가 무서운 거 같네」
남자「이상한 테스트는 그만두시지 않겠습니까」
백의「미안해, 하지만 좀 확인해보고 싶어서」
173： ◆M7hSLIKnTI：2014/03/20(木) 19:58:41 ID:PeHUh3io
백의「약 4개월…인가, 이 시설에서 너희들을 보고 있었지. 제법 바뀌었네」
남자「………」
백의「각자의 증상에 대한 것, 그리고 과거에 대한 건…얘기했나?」
남자「…네」
소녀「………」끄덕
백의「그런가, 그럼 얘기할 내용을 돌려 말할 필요는 없겠군」
남자「그녀한테 무례한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백의「……조심할게」
174： ◆M7hSLIKnTI：2014/03/20(木) 19:59:27 ID:PeHUh3io
백의「일단…남자군. 넌 우리 예상대로, 그녀에게 의존하고 있어」
남자「…부정은 않겠습니다」
백의「너 자신의 의식 속에선, 그 관계가 연인의 그것인지 남매의 그것에 가까운지는 모르겠지만…딱 잘라 말할게」
남자（……떨어지라…고?）
백의「…솔직히, 안도하고 있어. 네 의존 수준은, 우리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정도에 머물고 있어」
남자「엣…」
백의「네가 전의 시설에서 몇 명인가의 카운셀러에게 심적으로 의존하는 증상을 보였을 때, 그건 상대에게『기대고 싶다』『지켜줬으면 좋겠다』라는 욕망이 강했다고 진단하고 있어」
남자「네, 그렇게 들었습니다」
백의「하지만 지금 네 의존의 방향성은, 상대에게 기대고 받쳐주고 있다…상호관계를 쌓고 있다고 보고 있어」
남자「………」
백의「네가 그런 종류의 의존관계를 쌓으려면, 자신과 동년배…가능하면 약간 나이가 어린 상대가 필요하다고 우리는 판단했지만, 정답이었던 모양이군」
남자「…네」
175： ◆M7hSLIKnTI：2014/03/20(木) 20:00:20 ID:PeHUh3io
백의「…다음으로, 소녀. 넌 다른 사람에 대한 공포심을 강하게 안고 있었지. 전의 시설에선, 그런 증상이 굉장히 현저했어」
소녀「………」
백의「하지만 이 수 개월간, 적어도 한 방을 쓰고 있는 그에 대한 공포심은 사라졌어. 그것도 상대는 남자야, 이건 큰 진전이야」
남자（설마, 시설에서 나갈 수 있는 건가…?）
백의「하지만…아까의 모습으로 비춰보면, 아직 그 이외의 사람에 대한 공포심은 사라지지 않은 모양이군」
소녀「…네」
백의「확실한 진전이 있단 건 인정하지만, 좀 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겠어」
남자（어떻게 되는 거지…이대로, 현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면 감사하겠지만…）
176： ◆M7hSLIKnTI：2014/03/20(木) 20:01:04 ID:PeHUh3io
백의「종합적으로 보건대, 조만간…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남자「다음 단계…」
백의「그래, 두 사람 다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같은 관계를 쌓을 수 있는가』를 판단한다」
남자「!!」
소녀「……엣…」
백의「2주후, 너희는 방을 바꾸게 될 거야」
남자（즉, 그건…）
소녀「저, 저기…윽」
백의「그래, 두 사람 다 『새로운 파트너』와 생활해줘야겠어」
.
177： ◆M7hSLIKnTI：2014/03/20(木) 20:47:26 ID:PeHUh3io
남자（웃기고 있네……밖으로 나갈 수 있는 것도, 현상유지도 독방으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남자（하필이면, 새로운 파트너라고?）
백의「…모처럼 친해졌는데 쓸쓸할 거라 생각하지만, 부디 이해해줬으면 해」
남자（소녀의 파트너가 또 남자일 가능성도 있어……아니, 그 편이 가능성이 높겠지）
백의「소녀가, 남자군에게만 마음을 연다면…도저히 사회복귀는 불가능해」
남자（실컷 의존시켜놓곤 빼앗을 뿐 아니라）
백의「남자군의 상태는, 그런대로 괜찮아. 어느 쪽인가 하면 소녀를 위한 조치야…그렇게 생각해줬으면 좋겠어」
남자（다른 사람에게로 떠나는 그녀를, 웃으며 보내주란 건가──）
178： ◆M7hSLIKnTI：2014/03/20(木) 21:01:09 ID:PeHUh3io
백의「남자군에겐 괴로운 일이겠지만…이해해주겠지?」
남자「……알겠…습니다」
소녀「엣…?」
남자「잘…부탁드립니다」꽈악…
소녀「에…저기…남자씨…?」
남자「소녀의 새로운 파트너는 최대한 상냥한, 가능하면…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해주세요」
백의「어려운 주문이지만, 고려는 할게」
남자「…부탁드립니다」
소녀「남자씨!」
179： ◆M7hSLIKnTI：2014/03/20(木) 21:12:06 ID:PeHUh3io
백의「…이후의 예정은 곧 전달해줄게」
남자「네」
소녀「………」
백의「그럼, 방으로 돌아가도 좋아」
남자「…가자, 소녀」
소녀「………」
백의「왜 그러지, 소녀」
남자「……?」
소녀「…웃…기지…마」
180： ◆M7hSLIKnTI：2014/03/20(木) 21:13:31 ID:PeHUh3io
소녀「이 시설에 있는 한…우리는 필요한 치료를 받을 의무가 있어요…」
남자「소녀…」
소녀「알고 있어…그런 건, 알고 있어요…우리는 세금을 들여서 치료를 받고 있어」
백의「…그 말 대로야」
소녀「그래도…싫어요」주륵
남자「그만둬…소녀…」
소녀「남자씨 외의 새로운 파트너 따위, 난 필요 없어!」주륵주륵
남자「그만둬! 더 나쁜 진단이 내려질 거야──」
소녀「상관없어! 이대로…그것도 안 된다면 혼자 있는 게 나아! 전의 시설로 돌려보내주세요!」
181： ◆M7hSLIKnTI：2014/03/20(木) 21:25:30 ID:PeHUh3io
백의「……축하해, 합격이야」
소녀「……읏…?」
남자「에…?」
백의「사과하지, 정말로 미안해. 지금 한 이야기가, 마지막 진단이었어」
남자「무슨…말이죠」
백의「서로의 신뢰관계를 쌓은 남자군이, 그 상대를 위해서 스스로의 이성을 유지할 수 있는가. 그리고 소녀가, 얼마나 깊게 사람을 믿을 수 있게 되었는가…시험해봤어」
소녀「…그럼, 지금 이야기는」
백의「불합격이었으면, 정말로 그런 처치를 내렸을 지도 모르지만. 그럴 필요는 없을 거 같군」
남자「합격이라면, 어떻게 되는 거죠」
백의「축하한다…고 말했을 텐데」
182： ◆M7hSLIKnTI：2014/03/20(木) 21:26:33 ID:PeHUh3io
백의「너희는 분명, 사람을 죽였어」
백의「하지만 그 경위는 충분히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어. 한없이 불행한 사고에 가깝다고 볼 수 있지」
백의「그런 젊은이들이, 오랫동안 시설에 격리되어 있을수록 사회복귀의 길은 찾기 어려워지지…그건 슬픈 일이야」
백의「그렇지만 너희 같은 케이스는, 자신이 큰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는 경우가 많아」
백의「그리고 그건 생각지 못한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지」
백의「남자군의 의존증상도 소녀의 타인에 대한 공포심도, 그것 자체는 사회에 돌아가지 못할 정도는 아니야」
백의「하지만 사회로 나간 남자군이 누군가에게 강하게 의존해, 갑자기 그 대상을 잃게 될 때」
백의「그리고 소녀가 눈앞의 누군가에게 너무나도 강한 공포심을 가질 때」
백의「그 마음의 상처가 자기를 과잉방어하려고 할지도 몰라」
백의「즉 불행한 사고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라는 거야」
183： ◆M7hSLIKnTI：2014/03/20(木) 21:28:10 ID:PeHUh3io
백의「너희가 꼭 그렇게 될 거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런 사례는 결코 적지 않아」
백의「그러니 오랫동안 시설에, 보호라는 명목으로 격리시킬 수밖에 없었어」
백의「…이 시설은 그런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곳」
백의「조금 난폭한 치료였을지도 모르지만, 너희가 받은 치료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거야」
백의「뭐…아직, 실험단계지만」
남자「시간을 줄인다…그럼」
백의「그래, 너희는 사회로 돌아갈 거야」
소녀「남자씨…」
남자「소녀…다행이다…」
184： ◆M7hSLIKnTI：2014/03/20(木) 21:29:07 ID:PeHUh3io
백의「단, 한동안은 감시 하에 놓이게 될 거야…즉 일반 아동보호시설, 말하자면 고아원에 들어가게 될 거야」
남자「고아원…」
백의「안타깝지만 두 사람 모두, 그다지 기댈만한 가족이나 친척이 없다고 들었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줘」
소녀「나…남자씨랑은? 같은 시설에 들어갈 수 있나요…?」
백의「그것도…미안하군, 너희가 각자 살고 있던 지역의 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시설로 들어가게 될 거야」
소녀「그럴…수가…」
백의「…뭐, 그렇게 실망하지는 마. 두 사람이 살던 곳은 같은 현에 있다고 들었어. 남자군 정도의 나이면 혼자서도 갈 수 있잖아?」
남자「그러…네요」
백의「놓쳤던 시간만큼, 공부에도 전념해야겠지만…지금보단 훨씬 자유로워질 거야」
소녀「…네」
백의「이 시설이 너희 같은 젊은이들에게 있어서 구원이 될지 어떨지…그건 앞으로의 너희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좋아. …기대하고 있을게──」
185： ◆M7hSLIKnTI：2014/03/20(木) 21:29:58 ID:PeHUh3io
……………
………
…
…2주후
남자「해바라기…거의 져버렸네」
소녀「………」끄덕
남자「오후에는 퇴소…인가, 고아원은 어떤 곳일까」
소녀「…아무래도…좋아요」
남자「기운 내라니까, 내 생각일 뿐이지만 어린아이가 잔뜩 있을 거 아냐. 분명 어린아이는 무섭지 않잖아?」
소녀「하지만…남자씨가 없어요」
186： ◆M7hSLIKnTI：2014/03/20(木) 21:30:50 ID:PeHUh3io
남자「못 만나는 건 아니잖아」
소녀「…만나러 와주실 거에요?」
남자「개인정보보호인가 뭔가 때문에, 서로 들어가게 될 시설의 이름이나 정보는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소녀「대답해주세요, 만나러 와…줄 거에요?」
남자「…응」
소녀「약속이에요…? 정보사회인걸요, 분명 인터넷 같은 걸로 시설은 조사할 수 있을 거에요」
남자「그러네. 고아원 같은 게, 그렇게 많이 있을 리도 없고, 대충 짐작은 가지 않을까」
소녀「그러니까, 만나러 와주세요」
남자「…꼭 갈게」
188： ◆M7hSLIKnTI：2014/03/20(木) 21:31:27 ID:PeHUh3io
소녀「어째서 『꼭』인 거죠, 절대로 라고 해주세요」
남자「응, 절대로」
소녀「…이래선, 누가 의존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남자「상호관계…그렇게 말했었지」
소녀「떨어져있어도 남자씨는, 제 편인거죠?」
남자「그거야 물론, 절대적인 네 편이야」
소녀「…기다리고 있을게요」
남자「응…」
189： ◆M7hSLIKnTI：2014/03/20(木) 21:33:00 ID:PeHUh3io
………
…
남자「신세졌습니다」
백의「건강하렴,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도 상관없어」
직원「시설내의 땅을 저렇게 예쁜 정원으로 만든 건, 너희가 처음이야. 다음에 들어올 사람에겐, 가능한 한 관리할 수 있도록 말해둘게」
소녀「부탁…드립니다」꾸벅
백의「그럼, 아쉽겠지만……각자의 차에 올라가자」
남자「네」
소녀「………」
190： ◆M7hSLIKnTI：2014/03/20(木) 21:34:15 ID:PeHUh3io
…덜컹
소녀「저기…창문은…」
운전수「응?」
소녀「창문, 열고 싶어요」
운전수「아아, 미안하지만 운전석에서면──」
소녀「빨리! 부탁드려요!」
위이ｰｰ잉…
소녀「남자씨!!」
남자「…소녀!」
소녀「기다릴 테니까…저, 계속 기다릴 테니까!」
남자「안녕, 소녀…!」
소녀「안녕, 잠시 동안…안녕──!」
194： ◆M7hSLIKnTI：2014/03/21(金) 00:15:36 ID:PeHUh3io
……………
………
…
…수 일 후, 남자가 들어간 시설
남자（…이제야 정리됐네）
남자（이 시설, 나쁘지 않네…아이들도 잔뜩 있고）
남자（분명 시설 사람들은 알고 있겠지만, 내 과거를 묻는 사람도 없어…）
남자（소녀가 있는 곳도, 이렇다면 좋을 텐데）
195： ◆M7hSLIKnTI：2014/03/21(金) 00:16:25 ID:PeHUh3io
스포츠머리「아, 형! 캐치볼하자!」
남자「에ー, 어제도 했잖아」
안경「신입에게 모처럼 친해질 기회를 주려고 하는데…」
남자「너희가 나한테 달라붙을 뿐이잖아, 건방진 소리하지 마 악동들아」
스포츠「체ー엣, 가자 안경」
안경「형은 바ー보!」
남자「시끄러, 다음에 놀아줄게」
196： ◆M7hSLIKnTI：2014/03/21(金) 00:17:32 ID:PeHUh3io
남자（그럼…뭔가 도움거리라도──）
남자（…응? 로비 PC앞에 있는 건）
포니테일「………」
남자「무슨 일이야?」
포니테일「아, 새로 들어온 오빠. 그게…검색은 어떻게 하는 걸까나ー해서」
남자「검색…? 아아, 그건 이 마크를 더블클릭해서, 나온 창에 단어를 입력하는 거야」
포니테일「어디…」
남자「두 단어 이상으로 검색하려면, 사이에 공백을 넣으면 돼」
포니테일「여…ㅇ…화……스페이스? 으음……프…리……『ㅋ』은 어딨어?」
남자「어디어디 『영화 프리큐어』말이지」타닥타닥…탁
포니테일「와아! 굉장해!」
197： ◆M7hSLIKnTI：2014/03/21(金) 00:18:46 ID:PeHUh3io
………
…
포니테일「고마워, 오빠! 다음에 프리큐어 가르쳐 줄게!」바이바이
남자「그, 그래」
포니테일「안녕! 컴퓨터, 써도 돼ー!」
남자（PC인가…인터넷 말이지…）
…딸깍딸깍
타닥…타다닥
남자「………」
198： ◆M7hSLIKnTI：2014/03/21(金) 00:20:15 ID:PeHUh3io
남자（…정말로 만나러 갈 생각인가?）
남자（분명 그녀가 있는 시설 사람들도, 과거를 묻거나 하지 않겠지）
남자（하지만 내가 만나러 가면, 어떻게 되지…?）
남자（순순히 만나게 해줄까）
남자（그녀의 과거를 알고, 그리고 같은 과거를 가진 나를…）
남자（그 시설에게, 그런 방문자는 원하지 않은 손님이지 않을까）
남자（…그녀가 그걸 불러들이는 원흉이라고 생각되기라도 하면）
남자（……평생은 아니야）
남자（나도 그녀도 어른이 돼서, 시설을 나갈 때가 오면…얼마든 만날 수 있잖아）
남자（그 때까지는──）
199： ◆M7hSLIKnTI：2014/03/21(金) 00:21:06 ID:PeHUh3io
……………
………
…
…다음 봄
포니테일「오빠, 뭐 해?」
남자「응, 원장님한텐 허락받았으니까…」
스포츠「뭘 말이야ー」
남자「됐으니까, 자…삽 쥐고. 안경도, 포니테일짱은 나중에 별로 힘 줄 필요 없는 일로 시킬 테니까?」
200： ◆M7hSLIKnTI：2014/03/21(金) 00:21:59 ID:PeHUh3io
안경「삽 크다ー, 무거워ー」
남자「그러고도 남자냐, 제대로 해」
스포츠「예ー이! 안경, 칼싸움 하자!」
남자「위험해! 삽을 휘두르지 마!」
포니테일「그래서, 진짜로 뭘 하는 거야…?」
남자「좋아, 준비도 됐으니 알려주지……이제부터 여기에, 화단을 만들 거야!」
포니테일「화단…꽃을 심는 곳?」
안경「재료도 없는데」
남자「있거든ー, 여기. 눈앞에 잔뜩」
포니테일「?」
201： ◆M7hSLIKnTI：2014/03/21(金) 00:23:33 ID:PeHUh3io
스포츠「…왠지 재미없을 거 같아ー」
남자「아니아니, 의외로 재밌다구? 좋아…그럼 이 정도 범위를 30cm정도 깊이로 파서, 흙을 옮기는 거야!」
포니테일「30cm면 어느 정도?」
안경「어른 구두 정도 길이야」
스포츠「진짜로ー!? 여기, 흙이 단단하니까 화단 같은 건 무리라니까…돌멩이 투성이라고ー」
남자「훗훗…그 돌멩이가 중요하다구」
안경「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스포츠「난, 패스. 축구나 할래」
포니테일「에에ー, 같이 하자…응?」울먹울먹
스포츠「하…할 수 없구만…」부끄
202： ◆M7hSLIKnTI：2014/03/21(金) 00:24:48 ID:PeHUh3io
……………
………
…
…수 일 후
스포츠「이건 어떻게 해?」
남자「오, 그건 돌 쌓기 용이야. 저쪽에 둬」
안경「파 놓은 흙, 다 무너뜨렸어ー」
남자「응, 포니테일짱은 갈퀴로 돌을 골라내줘」
포니테일「네ー에」
스포츠「잠깐 나, 화장실ー」
안경「땡땡이 치지 말라구ー?」
남자「그럼, 난 저기서 계속 돌 쌓고 있을 테니까, 안 다치게 조심해」
203： ◆M7hSLIKnTI：2014/03/21(金) 00:26:59 ID:PeHUh3io
남자（──소녀, 지금…난 아이들과 같이 화단을 만들고 있어）
남자（작년 봄, 네가 가르쳐준 방법으로…똑같이）
남자（어떤 의미론, 지금…난 저 아이들에게 의존하고 있는지도 몰라）
남자（아이들도 나를 바보취급하면서도 따라주고 있어, 상호관계를 쌓고 있다고 생각해）
남자（너와는 다른 존재로써, 지켜주고 싶어…한 편이 되어주고 싶어）
남자（…화내지 않을 거지?）
남자（외롭지 않아…만나고 싶지 않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지만）
남자（언젠가 너를 맞으러 갈 때까지, 나는 내 나름대로 힘낼 테니까）
남자（꼭…기다리고 있어줘──）
204： ◆M7hSLIKnTI：2014/03/21(金) 00:31:49 ID:PeHUh3io
………
…
스포츠「후우, 시원하다! 이제 힘낼 수 있겠어ー! …아차, 까먹을 뻔했다. 원장님이 형 불러오래」
남자「나를? …뭐지」
안경「빨리 안 가면, 원장님 무서울걸ー?」히죽
스포츠「뭔가 나쁜 짓했으면, 벌써 화나있을지도 모른다구?」히죽히죽
포니테일「차ー암, 오빠는 혼날 짓은 안 한다구ー」
남자「응…뭐 갔다 올게, 진짜로 안 다치게 조심해야 돼?」
3명「네ー에」
205： ◆M7hSLIKnTI：2014/03/21(金) 00:32:30 ID:PeHUh3io
………
…
…달칵
남자「…실례합니다」
백의「오오, 오랜만이군. 잘 지내는 모양이네」
남자「오랜만이네요, 웬일이세요?」
백의「아니, 조금 상황을 보러……어때, 그녀는 만나러 갔었어?」
남자「…아뇨」
206： ◆M7hSLIKnTI：2014/03/21(金) 00:33:20 ID:PeHUh3io
백의「호오…왜 안 가는 거지」
남자「이 시설에서, 제 과거를 묻는 사람은 없었어요. …분명 그녀가 있는 곳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해요」
백의「…음」
남자「거기에 과거를 아는 제가 가는 건, 시설에게 있어서도…그리고 그녀에게 있어서도 위협밖엔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
백의「혹시 그녀가 새로운 환경에서 고민하고 있다면, 힘이 되어주고 싶지는 않을까…?」
남자「그건…그렇지만, 그래도 반대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시작했다면, 그걸 무너뜨리고 싶지도 않아요」
백의「멋지군, 완벽해」
남자「…네?」
207： ◆M7hSLIKnTI：2014/03/21(金) 00:34:24 ID:PeHUh3io
백의「…또 사과해야겠군, 네가 그녀를 찾아가지 않았던 건 알고 있었어」
남자「여전히, 저질이군요」
백의「뭐어, 비난하지는 마……그리고 이 시설의 PC에서, 그녀가 있는 시설에 대해 검색한 흔적도 없다고 들었어」
남자「…네」
백의「다시 한 번, 미안해. 오늘, 여길 방문한 건 다른 게 아니라…네 증상에 대해 최종판단을 내리기 위해서야」
남자「최종이라니, 전에도 들었는데요」
백의「그러니까 사과하고 있는 거야. 하지만 뭐…감시 하에 놓여있다는 건, 그런 거야. 부디, 용서해줘」
208： ◆M7hSLIKnTI：2014/03/21(金) 00:35:08 ID:PeHUh3io
남자「언젠간, 그녀에 대해서 조사할 거에요. …만나러 갈 거에요, 둘 다 시설에서 나갈 수 있을 정도로 어른이 되면」
백의「지금은 온라인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거 같던데」
남자「네, 가능하면 장래에는 보육사가 되고 싶어요. …원예나 정원을 만드는 일에도 흥미는 있지만」
백의「그렇군, 열심히 하고 있구나」
남자「저기…그런데…」
백의「뭐지?」
남자「멋지게 말해놓곤 뭐하지만……그녀에 대해서, 이야기만이라도 듣고 싶어요.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시나요」
209： ◆M7hSLIKnTI：2014/03/21(金) 00:35:54 ID:PeHUh3io
백의「아아, 그녀는…그다지 변하진 않았어」
남자「그런…가요」
백의「너처럼 온라인 고등학교에는 입학했지만, 아무래도 남에 대한 공포는 씻어내지 못한 거 같더군」
남자「………」
백의「역시, 너 같이 마음을 열고 있는 상대가 옆에 있어주면서, 남과 다리를 놓아주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네…」
남자「…만나고 싶어지네요」
백의「음…넌 아까, 어른이 되면 만나러 가겠다…고 했었지」
남자「…네, 그게 왜?」
백의「좀…또 다시, 사과해야 될지도 모르겠군──」
210： ◆M7hSLIKnTI：2014/03/21(金) 00:36:34 ID:PeHUh3io
………
…
스포츠「으랴ー앗! 이 정면 됐겠지!」
안경「더 깊어야 되는 거 아니야?」
스포츠「됐어, 땡땡이치고 있는 형이 잘못한 거지」
포니테일「정말, 오빠는 땡땡이치고 있는 게 아니잖아?」
스포츠「…어라? 저 사람, 누구지…」
안경「여기로 오는데」
211： ◆M7hSLIKnTI：2014/03/21(金) 00:37:38 ID:PeHUh3io
「…안녕」
3명「안녕하세요ー」
포니테일「저기, 언니는…누구?」
「응, 오늘부터 이 시설에 들어오게 된 신입이야. …잘 부탁해」
안경「오, 빨리도 형에게 후임이 생겼군」
스포츠「좋았어…신입, 화단 만들기를 도와주실까」
포니테일「안 돼, 억지 부리면 오빠가 화낼 거라구?」
212： ◆M7hSLIKnTI：2014/03/21(金) 00:39:02 ID:PeHUh3io
「아하하…괜찮아, 분명. …그런데, 이 화단엔 무슨 꽃을 심을 거야?」
스포츠「아직 안 정했어」
안경「…그보다, 형이 모종 살 돈이 없다고 그랬어」
포니테일「그럼 씨앗부터인가, 시간 걸리겠네」
스포츠「씨앗 살 돈도 없는 거 아냐?」
안경「얼마 전에 『목마르다ー』고 하면서, 자판기 옆의 수돗물 마시고 있었는걸」
「어머어머…그럼, 언니가 좋은 거 줄까」
포니테일「좋은 거라니?」
「자, 이거야」부스럭
213： ◆M7hSLIKnTI：2014/03/21(金) 00:40:04 ID:PeHUh3io
안경「아, 씨앗이다!」
스포츠「이거, 다람쥐가 먹는 거네」
포니테일「혹시 해바라기? 나, 진짜 좋아해! 이 씨앗, 웬 거야?」
「이 씨앗은, 작년에 해바라기에서 수확한 거야」
포니테일「스스로 키운 해바라기야?」
「응…정말로 소중한 사람과 함께, 직접 만든 화단에서──」
.
214： ◆M7hSLIKnTI：2014/03/21(金) 00:41:50 ID:PeHUh3io
끝
215：以下、名無しが深夜にお送りします：2014/03/21(金) 00:45:52 ID:1Ov24Z6o
수고수고.
217：以下、名無しが深夜にお送りします：2014/03/21(金) 01:14:14 ID:L9hGxmEg
뭔가 수상한 실험의 실험체로, 마지막엔 비참한 꼴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렇진 않았네. 수고
218：以下、名無しが深夜にお送りします：2014/03/21(金) 02:34:43 ID:4onFvLZg
수고!
남자와 소녀 이외의 인류는 멸망한 쪽의 이야기를 생각했었다
219：以下、名無しが深夜にお送りします：2014/03/21(金) 03:18:28 ID:CYmeFOro
이런 시설에 들어갔던 적이 있었는데 백지상태, 그것도 다들 그에 걸맞는 과거를 안고 있는 상태에서 시작한 인간관계는 좋았었지
출처 : http://jbbs.shitaraba.net/bbs/read.cgi/internet/14562/1394875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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